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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매버릭(maverick).
작가 : 박재영
작품등록일 : 2016.3.29

<원래 바둑에는 천지 방원(方圓)의 상징, 음양의 이치, 성신(星辰) 집산의 질서가 담겨있다. 또한 비와 구름의 변화, 산하(山河) 기복의 형세는 물론 세상사의 흥망, 일신의 성쇠 등 무릇 그 속에 비유되지 않는 것이 없다.
바둑은 또한 행함에 있어 인(仁)으로, 결정하는데 지(智)로, 거두는 데 예(禮)로써 한다.
이러하니 범백(凡百)의 다른 기예를 어찌 감히 바둑과 비교할 수 있으랴.
···현현기경(玄玄碁經) 중에서.>

 
20화.바둑의 성지(聖地), 황장(皇莊)2.
작성일 : 16-04-04 17:09     조회 : 674     추천 : 0     분량 : 5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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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화.

 바둑의 성지(聖地), 황장(皇莊)2.

 

 

 그제야 도민우는 자신의 결례를 깨달았다.

 아무래도 이 정자가 있는 곳은 황장의 중지로써 황장의 식솔들이 거처하는 곳이 분명했다. 아무리 황패를 지니고 있어도 함부로 들어오면 안 되는 곳이었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복기하고 있는 걸 훈수했으니 결례도 이런 결례가 없었다.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헌데··· 뉘신가?”

 도민우가 얼굴을 붉히자 황의노파가 빤히 도민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도민우가 정중히 예를 갖췄다.

 “낙양에서 온 장천상이라고 합니다.”

 황장은 무림과 관계가 없으니 굳이 거짓 신분을 댈 이유는 없었다.

 “장천상··· 장천상···”

 황의노파가 기억을 더듬는 듯 그 이름을 되뇌다가 고개를 저었다.

 잠시 후, 황의노파는 이름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도민우를 직시했다.

 “이 늙은이와 한수 두어두지 않겠는가?”

 도민우가 황장에 온 것은 소요삼교 이서연을 만나기 위해서이지 바둑을 두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하지만 정말이지 간절하게 바둑이 두고 싶었다.

 게다가 황의노파의 청을 거절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예. 그럼 한 수 배우겠습니다.”

 도민우는 기꺼운 마음으로 황의노파의 맞은편에 앉았다.

 바둑의 예의상 서로의 기력을 모르는 첫 대국 때는 연장자가 백을 쥔다.

 당연히 도민우가 흑이었다.

 

 사람에게 각자의 개성이 있는 것처럼 기사들에게도 기풍이라는 게 있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는 권투선수처럼 날카롭고 예리한 바둑을 두는 기사가 있는가 하면 천주부동, 행마가 무겁지만 결코 뚫리지 않는 바둑을 두는 기사도 있다.

 남들이 보기에도 화려한 바둑이 있는 가 하면 권투의 인파이터처럼 시종일관 파고들어 기회를 만들어 내는 기사도 있다.

 도민우는 바둑이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오른 뒤부터 자신의 기풍이 굳어지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상대방의 바둑에 따라 변화하는 바둑을 두고 싶었던 것이다.

 어느 정도 포석이 정리되자 도민우는 공격을 시작했다.

 흑을 쥐었는데 공제가 없으니 지키기만 해도 어렵지 않게 이길 수가 있다.

 하지만 황의노파가 원하는 건 도민우의 바둑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이지 승부가 아니었다. 그걸 잘 알고 있는 도민우는 일부러 혼전으로 끌고 가기 시작한 것이다.

 도민우가 강공으로 나오자 황의노파의 눈에 이채가 스쳐갔다.

 ‘이 아이는 내가 누군지나 알고 있는 걸까?’

 황의노파가 보기에 어떻게 보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짖어대는 상황이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바둑이 진행될수록 황의노파는 자신이 잘못 생각했다는 걸 깨달아야 했다.

 자신이 범이라면 도민우역시 이미 범이었다.

 게다가 자신이 이미 노쇠한 범이라면 도민우는 힘이 넘치는 젊은 범이었다.

 바둑이 100여수에 이르자 황의노파가 탄성을 터트렸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고 했는데···”

 “무슨 말씀이신지···?”

 황의노파는 더 이상 바둑을 진행시키지 않았다.

 승부를 가리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의미가 없기도 했지만 기운이 딸려 더 이상 둘 수가 없었다.

 100수 밖에 두지 않았지만 황의노파는 이미 도민우의 수에 대응하는 수를 생각하느라 심력을 다 소비한 것이다.

 “주머니 속의 송곳은 아무리 감추려 해도 튀어 나오기 마련이네. 나는 장천상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어. 이런 바둑을 두는 사람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다는 건 불가능하네.”

 “그게 왜 불가능하기만 한 걸까요? 천하는 넓고도 넓어 기인이사들이 모래알처럼 많다고 하지 않던가요?”

 황의노파가 잔잔한 미소를 머금었다.

 “무림의 신진고수라면 그럴 수도 있네. 좋은 스승에게 배우며 수련이 끝날 때까지 세상에 나오지 않으면 되니까. 하지만 바둑은 알려지지 않을 수가 없어.”

 “아···!”

 도민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황의노파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이 정도 경지의 바둑을 둘 수 있게 되기까지 바둑을 몇 번이나 두었을까? 수백, 수천 번은 대국을 했을 것이네. 만약 스승하고만 대국을 하며 실력을 키웠다고 해도 그 스승 또한 누군가와 바둑을 두어 실력을 키웠을 것. 실력이 없는 사람은 알려지는 게 오히려 어렵지만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사람은 알려지지 않는 게 오히려 불가능하네.”

 실력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다른 기사들에게 알려질 수 밖에 없는 것.

 그게 바둑의 세계였다.

 황의노파는 불가사의해 하는 눈빛이 되어 도민우를 직시했다.

 “정말이지··· 소협은··· 누구신가? 게다가 이런 바둑은 나로서도 처음이야. 같은 정석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정석이 보이는 가 하면 포석이나 전개 모두 색달라. 이건 수없이 연구한 끝에 만들어진 그런 바둑이야. 소협 한 사람이 만들어낸 바둑은 절대 아니네.”

 황의노파의 평가는 정확했다.

 현대바둑은 이미 사천년이 넘는 동안 수없이 두어진 바둑을 근거로 탄생된 것으로 도민우에게는 익숙하지만 황의노파로서는 새로운 바둑이었다.

 

 

 첫날 소요삼교 이서연을 만나지 못한 도민우는 다음날 역시 미시가 되기 전에 황장으로 갔다.

 그는 이미 삼관을 통과했지만 일부러 첫 번째 대문 안쪽의 대국장에서 다른 사람들의 대국을 지켜보았다.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한 사람들이 바둑을 즐기는 곳은 권여관(權與館)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두 번째 관문을 통과한 후 들어설 수 있는 대국장은 도정관(度情館)이었다.

 권여는 바둑에서 포석을 의미하고 도정은 스스로 고요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니 과연 바둑을 배우는 장소를 구분하는 명호치고는 그럴 듯했다.

 고수들만이 출입할 수 있는 세 번째 대국장은 심국관(審局館)이라 하는데 적어도 형세를 판단할 줄 아는 사람들만이 들어올 수 있다는 의미인 듯했다.

 도민우가 권여관에서 소일하는 이유는 소요삼교 이서연이 들어서는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헌데 채 반 시진이나 지났을까?

 누군가를 찾는 듯 권여관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던 사십 후반의 장년인이 도민우에게 다가오며 환하게 미소했다.

 “저어··· 장천상 소협이십니까? 장주님께서 뵙기를 청하십니다.”

 “장주님···?”

 장년인은 권여관에 들어서자 바둑을 두던 사람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는데 그는 바로 황장의 대소사를 관장하고 있는 총관이었다.

 총관이 안내해 간 곳은 심국관을 지나 내원 안의 정자였다. 대나무 숲 안에 고적하게 서있는 정자는 어제 도민우가 길을 잃고 헤매다가 마주친 바로 그 정자였다.

 정자 위에는 어제 만났던 황의노파가 서있었는데 중앙에 놓여있는 바둑판 앞에는 어려 보이는 아이가 앉아 있었다.

 ‘아··· 어제 만났던 저 분이 장주였구나.’

 황장의 장주라면 남장을 한 채 대륙의 바둑계를 평정했다는 전설의 바둑여제 유영의 후손이다.

 황의노파의 신분을 알게 되자 도민우로서는 새삼 반갑기도 하고 어렵기도 한 느낌이었다.

 “부탁하건데 이 아이와 한판 두어두지 않겠는가?”

 바둑에서 도민우는 이미 프로로 입단했으니 무림으로 따지면 일문을 이룰 수 있는 종사(宗師)급이다.

 황장의 장주가 도민우를 인정했다는 듯 지도대국을 청해오자 감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

 ‘에휴···! 이렇게 해서 오늘도 소요삼교 이서연을 만나는 건 힘들게 되었구나.’

 도민우는 내심 한숨을 쉬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바둑판 앞에 앉아 지도대국을 기다리는 아이는 여덟 살 정도 되어 보였는데 날씨가 제접 쌀쌀하건만 더운지 땀을 흘리고 있었다.

 뚱뚱한 몸집에 어린아이답지 않게 느긋한 표정.

 흐릿한 눈빛에 약간 벌어져 있는 입을 보면 멍청해 보이기까지 하다.

 대국을 시작한 지 반 시진이 지나도 처음의 자세에서 꼼짝도 하지 않아 어떻게 보면 한 덩어리 바위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 인상과 달리 아이의 기력은 대단했다. 그 나이에 벌써 1급 정도의 기력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바둑이 중반을 넘어서자 아이는 수많은 상처로 인해 그야말로 피투성이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도민우를 상대로 단숨에 목이 잘리거나 몸통이 꿰뚫리는 치명적인 부상은 당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탄할만한 기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차이가 삼십여 집이 넘으니 불계로 끝날 바둑이지만 지도대국이니만치 아이도 끝까지 돌을 던지지 않았다.

 놀라운 것은 끝내기까지 마친 뒤 집을 계산해보니 집 차이가 십여 집으로 줄어 있다는 점이었다.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패한 것이 아프기도 할 텐데 일체 내색을 하지 않는다.

 또 종반에 차근차근 추격해 집 차이를 많이 줄인 것이 스스로도 대견할 텐데 만족해하는 태도도 아니었다.

 ‘돌부처 같은 놈이군.’

 도민우는 아이의 바둑 실력보다도 그의 이런 부동심에 더욱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둑이 끝났어도 아이는 바둑판 앞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황의노파가 도민우를 향해 눈짓을 했다.

 두 사람이 정자를 떠나는 것도 모른 채 아이는 바둑판에 몰입해 있었다.

 아마도 곧바로 복기를 할 게 분명해 보였다.

 

 “자네가 보기에··· 그 아이 어떤가?”

 “물입니다.”

 “물···? 깊어서 기대할만 하다는 뜻인가?”

 “저는··· 잔잔하고 깊은 물 저 아래에서 불길이 이글거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자 옆의 소로를 따라 화원 중앙으로 걸어가며 도민우가 황의노파에 질문에 대답했다.

 황의노파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이란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지. 이것저것에 관심이 많아 산만한 게 아이들이네. 헌데 저 아이는 바둑판 앞에서 살다시피 하네. 아무리 재미있는 일이라도 어린아이들은 싫증을 빨리 내는 법인데 이 아이는 바둑을 두면 둘수록 싫증은커녕 더 빠져 들고 있네.”

 “바둑으로 대성할 수 있는 좋은 재질입니다.”

 화원 안으로 십여 장 들어가자 연못 가장자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연못에는 팔뚝 크기의 잉어들이 수십여 마리 헤엄치고 있었는데 사람이 오자 도망치기는커녕 먹이를 주는 것으로 알았는지 오히려 모여들었다.

 두 사람이 연못가를 따라 걷자 잉어들도 퍼덕거리며 두 사람을 따라왔다.

 “자네와 상대할 수 있게 되려면 몇 년이 걸릴 것 같은가?”

 황의노파가 잉어들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도민우역시 눈은 잉어들에게 고정시킨 채 대답했다.

 “글쎄요. 한판 둔 것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한 삼 년 정도면 좋은 상대가 되지 않을까요?”

 “삼년이라··· 너무 늦어. 너무 늦어···!”

 ‘저 아이는 이제 겨우 여덟 살 정도 밖에 안 된 것 같으니 무엇이 늦다는 걸가? 3년이 지나도 겨우 열 살 어림이니 그것도 다른 사람에 비해 무척이나 빠른 진전이 아닌가?’

 도민우는 흠칫 황의노파를 바라보았다.

 황의노파는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잉어들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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