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이 신경질 적으로 울렸다.
“네.”
“뭐야? 어디야?”
“그냥 여기 커피 숍”
“거기서 뭐해?”
“나? 훔쳐 보고 있어”
“뭐? 너 미쳤어?”
“그래 나 미쳤나 보다. 나도 나를 어쩔 수가 없어.”
그래 직업병이다. 그래서 사랑도 이 따위 밖에 할 수 없나 보다. 나는 가슴에 맺히는 서러움으로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사람이 없는 환히 불켜진 커피숍의 이층에서 나는 또 울었다. 사람이 있다고 해도 나는 울었을 것이다. 이제는 그 들의 시선의 부담감 보다는 나의 서러움이 더 컸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 해변에는 다시는 오지 못할 거라고 생각을 했다. 당장 짐싸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을 하면서 사진기속의 그와 나 보다 젊어 보이는 여자의 사진을 휴지통에 넣으려다 그렇게 하지 못 했다. 이것 마저도 못 하는 나인데 어떻게 그를 잊을 까? 내가 한 것 도대체 무엇일까?
드라마틱한 일은 일어 나지 않는다. 그런 일은 드라마나 소설에나 나오는 일이다. 내가 상상하는 드라미틱은 다시 그와 부딪치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 손을 내밀고 멋지게 그에게 이별을 선언하는 것이다. 그리고 황야의 무법자처럼 석양을 속으로 유유히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 드라마틱은
없었다. 나는 구질구질하게 술먹고 울고 진숙이는 내 등을 토닥이고 수완이는 남자는 그 놈 밖에 없냐고 위로 같잖은 위로를 하고 그런 밤을 보내고 나는 그의 앞에 술먹고 나서야 겠다고 밤을 걷고 진숙이 나를 찾아 다니고 나는 그를 찾아 다니지만 찾을 길이 없고 나는 어두운 풀숲에서 속을 게워내고 수완은 그런 나를 업고 오고 잠시 잠이 들지만 늑대처럼 달보고 울부 짖고 밤새 울다 진숙이 자다 못해 진상이라고 어디가서 뒈져 버리라고 소리지르고 그리고 민원이 들어온 경찰이 찾아 오고 나는 그 경찰에게 그를 찾아 내라고 행패를 부리고 그런 밤이 지나가고 나는 죽고 싶었다. 창피해서 죽고 싶었고 부끄러워서 죽고 싶었고 내가 싫어서 죽고 싶었다.
노래가 흘렀다.
그대 나에게만 잘해 줘요
항상 나에게만 웃어줘요
I said Ooh 질투나게 하지 마요
Ooh집착하게 하지 마요
아직 난 사랑이 두려워요
이런 내게 믿음을 줘봐요
I said Ooh질투나게 하지 마요
Ooh집착하게 하지 마요
I loveyou
I loveyou
하루종일 그대 모습 자꾸 떠 올라
온종일 울리지 않는 전화기만 또 쳐다봐
왜 이런 내맘을 아직 몰라
난 너의 마음을 아직 잘 몰라
너의 생각에 밤엔 잠도 못 이루다
달빛에 그대를 떠 올리며 내 맘 고백해봐
왜 이런 내 맘을 아직 몰라
난 너의 마음을 아직 잘 몰라
I loveyou
I loveyou
멈추지 마요 사랑노래
멋진 널 위해 불러줄게 Every day
I said yeah yeah yeah yeah yeah yeah
I said yeah yeah yeah yeah yeah yeah
멈추지 마요 사랑의 dance
이 밤을 그대와 보내고 싶은데
I said yeah yeah yeah yeah yeah yeah
I said yeah yeah yeah yeah yeah yeah
진숙과 수완이 다시 바닷가로 가서 물 속에 자맥질을 할 때 나는 속이 쓰려서 배를 움켜쥐고 숙취와 싸우고 있을 때 어디선가 노래가 들려 왔다. 앞 대목의 두 가사가 나의 귀에 쏙 하고 들어 왔다. 그대 나에게만 잘해 줘요. 항상 나에게만 웃어 줘요.
가수가 노래 불렀다. 나에게만 잘해 줘요 나에게만 웃어 줘요. 그 노래 가사에 그의 얼굴이 떠 올랐다. 그는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나에게 웃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에게 잘 해 줬으면 하는 그가 다른 여자에게 잘 해 주고 있었다. 이대로 나를 내버려 두고 말이다. 애초에 그가 잘 못 한 것이다. 그가 다 잘 못 한 것이다. 그는 왜 그인지? 그는 왜 그냥 내가 알던 그라고 철떡같이 믿던 이성찬이 아닌지. 왜 그는 그런 조직에 들어간 건지. 왜 그는 사람을 죽인건지 왜 그는 간호사의 원한을 산 것 인지 왜 그는 경찰에 쫒기는지 그는 왜 조직에서 버림을 받은 것인지 그는 왜 그렇게도 완벽하게 외로운 것인지 그는 왜 죽지도 않고 그렇게 끈질기게 살아가려 하는 것인지
그는 왜 나라는 인간도 아닌 박쥐에게 찍힌 것인지 다 그의 잘못이다. 모두 다 하나도 빠짐 없이 모두다. 다 그의 잘 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