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공중에 떠 있었다. 스토커도 진성도 그리고 경찰도 그리고 나도 모든 것이 그를 향해 망원경을 들이 대고 있는 이때에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대로 꽁무니를 빼야 할까?
나는 엄지손가락을 뜯어 대고 있었다. 진숙이 나의 방에 들어오면서 말했다.
“왜 이러고 있어 성찬씨 만난다고 했잖아. 안나가?”
“응 그래.”
말을 귀등으로 돌았다.
“야 안가 이 성찬 만난다면서?”
“알았어 들었다고”
수완이 그때 들어왔다.
“와 여긴 시원하네. 왜 에어컨은 사장방만 더 시원한거야?”
“왜 더우면 온도좀 올려.”
“으이구 진숙 누님이 26도 이상으로 절대 못 올리게 해요 나라 정책이라나 뭐라나?”
“야 왜 그래? 여기가 뭐 마트야? 다 살자고 하는 짓인데”
“그런데 사장님 안가요? 오늘 약속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게 하”
“아 그렇구나 그 경찰 때문에 영 신경이 쓰이시는 구나?”
“그렇기도 하고 왜 이렇게 복잡해지는 지 싶어서 말이야.”
“에이 그런거 신경쓰지 마요. 뭐 이젠 좀 떨어져서 인간적으로 다가가 보라구요. 경찰이 붙은건 우리가 바라던거니까 신변 보호 같은건 경찰에 맡겨두고 말이죠.”
수완이 에어컨 앞에 딱 달라 붙어 말했다.
“으 좋다.”
진숙이 지난 서류철 등을 정리하다 말했다.
“야 이건 뭐냐?”
그 속에는 전에 간호사에게 의뢰를 받고 찍었던 그의 사진들이 있었다.
“그거 성찬씨 사진이야.”
그것을 주의깊게 들여다 보던 진숙이 말했다.
“그런데 이게 좀 이상한데?”
“뭐가?”
“이거 말이야”
진숙이 보여준 사진 속에는 낮익은 누구가가 있었다. 그 사진 속에는 내가 찍은 경찰의 사진이 곳곳에 있었다.
“이 사람들 경찰아니야? 네가 찍어 온 사진에 사람말이야.”
그랬다. 그들은 내내 성찬의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단순히 신변 보호를 위해 따라다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내가 그를 지켜 보고 따라다녔음에도 나는 왜 그들을 발견하지 못 했을까? 내가 그들을 발견하지 못 했다면 그들이 나를 그와 같이 지켜 보고 있었음이 틀림이 없다. 나는 갑자기 등골이 오싹했다. 나를 지켜 보고 있는 사람들……
“어 이상하네 이렇담 뭔가 이상해지는데”
그랬다 상황이 이상해져가고 있었다. 우리가 성찬의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경찰을 발견하고 난 후 얼마 뒤에 그 들이 우리를 찾아왔다.
덩치가 큰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오며 말했다.
“여기가 서른 기획이요?”
그의 목소리는 사무실 구석 구석을 울려서 나의 방에 있던 나와 화장실에 있던 진숙도 다들 놀라 들어 왔다.
수완이 말했다. 그 분위기에도 당황해 않지 않던 수완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당차고 다부진 모습이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나는 문을 열고 나오면서 말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왜 그래? 무슨 일 났어?”
나는 그를 보는 순간 올 것이 왔다거나 아님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어 하고 생각을 하진 않았다. 분명 그런 날이 올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날이 그 순간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 했다. 평온의 평행선에 끊어진 철로길을 보는 막연한 기분 그래서 달라질 것들이 그래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완전히 달라지는 일상에 대해선 꿈도 꾸지 못 했다. 이 것은 오지 않았음 하는 현실 같은 거다. 예방주사라든가 첫 실연이라든가 첫 생리라든가 출생의 고통이라든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꼭 오고야 마는 그리고 꼭 와야 하는 그런 것……
현실은 잔인하고 아프다. 그것을 인정하기가 너무 힘든다. 내가 생각 하고 쌓아 올린 공든 탑을 무너뜨려야 하는 현실 그것을 또 한 인정 해야 하는 현실 차라리 꿈이길 바라는 그런 지독한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