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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알파 플레이어
작가 : 담화공
작품등록일 : 201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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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는 다른,
차원 저 너머에 어딘가에 존재하는 세계 패러독스.
어느날 패러독스 안의 몬스터들이 현실로 전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인류는 새로운 위협과 직면하게 된다.
그리고,
최강·최악의 플레이어가 나섰다.

비열함을 미덕으로 아는 남자.
약탈과 배신을 즐기는 남자.
뼛속까지 이기적인 남자.
세상에 둘도 없는 악당, 이신.

인류의 미래가 알파 플레이어 이신의 손에 달렸다.

"종말?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까짓거, 망해 버리라지."

 
제 20 화
작성일 : 16-07-18 16:30     조회 : 441     추천 : 0     분량 : 5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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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0화. 알파 [Alpha] (1)

 

 

 

 마르스 스틸.

 골드 3단계 던전의 보스 몬스터 중 최상위에 속하는 놈이다.

 키는 5m, 인간형에 거무튀튀한 색의 피부를 가지고 있다.

 근육질의 몸은 강철보다 단단하고 전신이 화(火) 속성의 성질을 띤다. 한 마디로 ‘불붙은 강철 거인’쯤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큰일이다.

 일이 터져도 단단히 터졌다.

 마르스 스틸의 방어력은 무시무시하다. 현대인의 보편적인 무기인 총화기로는 상대하기가 힘든 놈이다.

 말인즉슨 도시 한복판에 마르스가 스틸이 나타났으니 폭격이라도 퍼부어야 할 판이라는 뜻이다.

 쾅-!!

 놈의 주먹질에 호텔 로비가 박살 났다.

 급한 대로 보안요원들이 가스총을 발사하고 의자 따위를 던졌으나 소용없는 일, 오히려 마르스 스틸의 심기를 거스르는 꼴이 되고 말았다.

 콰직-!!

 보안요원 하나가 마르스 스틸의 주먹질에 으깨졌다.

 위에서 아래로 그냥 내리찍었을 뿐인데 사람이 깡통 찌그러지듯 접혀 버렸다. 끔찍한 광경이다.

 “앨리스한테 연락해. 인맥 총동원해서 빨리 군 병력 급파하라고.”

 “어?”

 “빨리!”

 상황이 급하다.

 1분 1초라도 빨리 대응하지 않으면 일대가 쑥대밭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삑-!

 준배에게 다급히 지시를 내리자마자 디바이스가 비프 음을 울렸다. 오로지 이신의 디바이스에서만 울린 비프 음이다.

 

 [퀘스트/긴급] 알파 2

 

 마르스 스틸을 처치하라.

 

 보상:800P

 

 “잡으란 거잖아.”

 이신이 눈을 빛냈다.

 무려 800포인트다. 단시간에 강해질 수 있는 지름길이다. 이런 절호의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못 먹어도 고를 외쳐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사냥은커녕 오히려 죽을 확률이 높다는 것.

 현재 이신의 능력으론 마르스 스틸을 잡을 수 없다.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격이다.

 물론 방법이 영 없는 건 아니다.

 마르스 스틸의 공략법은 놈의 약점이 노출될 때까지 계속해서 데미지를 입히는 것이다.

 치고, 치고, 또 치다 보면 가슴 정중앙에 놈의 핵이 노출된다.

 그때를 노려야 한다.

 단숨에 놈의 핵을 파괴하는 게 관건, 문제는 어떻게 놈의 약점을 노출시킬 만한 데미지를 가하느냐이다.

 “여기 전화.”

 앨리스와 통화하던 준배가 이신에게 전화기를 넘겼다.

 ‘어떻게 해줄까?’

 “중대급 병력이 필요해. 놈의 방어력이 두꺼워. 탄약을 수천 발쯤 퍼부어야 할 거야.”

 ‘수도방위사령관과 접촉했어. 곧 특임대와 헌병대가 출동해.’

 “지휘 권한 줄 수 있나?”

 ‘지휘권?’

 “놈을 잡으려면 정확하고 꾸준히 총탄을 퍼붓는 게 중요해. 평범한 군 지휘관으론 한세월이야.”

 ‘그건 좀 힘들겠는데. 어느 나라든 장교란 것들은 프라이드가 강하니까.’

 “그래? 알겠어.”

 ‘안 된다고는 말 안 했어. 이야기는 해볼게. 그러니까 기다려. 10분쯤 걸릴 거야.’

 “더 빨리. 10분이 지나면 호텔에 있는 사람들 다 죽일걸?”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따라와.”

 “저걸 잡을 생각?”

 “잡기는, 아직은 아니야. 그래도 사람은 살리고 봐야지.”

 이신이 달리기 시작했다.

 호텔 로비를 있는 대로 때려 부수며 안으로 진입한 마르스 스틸을 피해 다른 문으로 향했다.

 쾅-!!

 이신이 통제실 문을 박찼다.

 “뭐, 뭐야!”

 “누구야! 손들어!”

 통제실에 있던 경비원이 이신을 향해 가스총을 들이밀었다.

 “헛짓거리하지 말고 안내방송 내보내. 투숙자들 다 옥상으로 올라가라고.”

 “당신이 뭔데 명령이야!”

 “재워.”

 빠악-!!

 이신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준배가 통제실에 있던 사람들의 안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호텔 내부에 있는 모든 사람은 지금 즉시 최상층으로 올라가도록. 엘리베이터는 사용하지 말고, 로비로 나오는 멍청한 짓도 하지 마. 바로 죽을 테니까. 무조건 옥상으로 올라가. 다시 말한다. 호텔 내부에 있는 모든 인원, 지금 즉시 호텔 옥상으로 향할 것. 살고 싶으면 뛰어.’

 

 “가서 옥상 문 열어줘.”

 “열쇠는?”

 “그게 필요할까?”

 “아?”

 이신의 대꾸에 준배가 멍청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는 듯한 움직임으로 통제실을 나섰다. 준배의 근력이라면 어렵지 않게 문고리를 박살 낼 수 있었다.

 

 ***

 

 수도방위사령부 특수임무대대의 대대장 이길환 중령은 즉시 버스와 MC에 병력을 태워 출동시켰다.

 부대가 있는 남태령에서 청담동까지는 약 10여 분, 그동안 사령관으로부터 하달된 명령이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작전 지역은 청담동 엘루이 호텔. 도착하는 즉시 휘하 병력에 대한 지휘 권한을 이신이란 남자에게 위임할 것.’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일개 플레이어, 민간인에게 정규군의 지휘권을 넘긴다는 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일인지는 초등학생도 알 만한 일이다.

 사령관은 이 오더가 청와대 비서실에서 직접 내려온 지시 사항이라고 했다.

 이길환 중령은 항명이라도 하고픈 욕구를 애써 억눌러야만 했다.

 군인은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인 데다가 청와대 비서실에서 직접 내려온 지시 사항이니만큼 토를 달았다간 진급이 막히는 것은 물론 명령 불복종으로 옷을 벗게 될 가능성이 컸다.

 아니, 분명히 군 생활이 끝장날 것이다.

 때문에 이길환 중령은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부하들의 목숨을 듣도 보도 못한 이신이란 플레이어에게 맡겨야만 했다.

 자존심이 상한다.

 군인으로선 참을 수 없는 굴욕이다.

 “씨발. 사령관이고 비서실이고 제정신 박힌 새끼들이 없어.”

 레토나에 탄 이길환 중령은 답답한 마음에 욕설을 내뱉었다.

 “얼마나 걸려?”

 “5분 내로 도착합니다.”

 대대장의 분노에 잔뜩 위축된 운전병이 소심하게 대답했다.

 “더 밟아. 민간인들 다 죽는다. 빨리, 이 새끼야!”

 “예!”

 운전병이 액셀을 밟았다. 레토나의 속도가 올라가고 무장 특임대원들을 태운 MC들이 그 뒤를 이었다.

 쾅-!!

 수도방위사령부의 특임대가 엘루이 호텔에 도착했을 때, 마르스 스틸은 있는 대로 파괴 행위를 일삼고 있었다.

 여기저기 콘크리트 파편이 날아다녔다.

 “이 미친……!”

 아예 중형차 한 대를 번쩍 들어 휘두르는 마르스 스틸의 모습에 이길환 중령은 이를 악물었다.

 지난 몇 달간 출몰하는 몬스터 탓에 출동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대부분은 어렵지 않게 진압했다.

 아무리 몬스터라고 해도 총화기의 위력 앞에선 쓰러지고야 말았다. 때때로 플레이어들이 몬스터들을 소탕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길환 중령은 적어도 이번만큼은 전혀 다른 케이스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키가 5m가 넘는 강철 거인이 일대를 완전히 때려 부수고 있는데 도저히 총화기가 먹혀들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충성! 사령관님 지시 사항으로 이신이란 플레이어를 데리고 왔습니다.”

 이길환 중령이 레토나에서 하차하자 특임대 본부중대장이 차가운 인상을 지닌 사내를 소개했다.

 “병력, 얼마나 데려왔지?”

 “뭐라고?”

 “얼마나 데리고 왔냐고.”

 새파랗게 어린 청년의 입에서 대뜸 반말이 튀어나오자 이길환 중령의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너 뭐야, 이 새끼야? 몇 살인데 입이 그렇게 짧아? 어?”

 “이런 상황에서 존댓말이 듣고 싶나? 쓸데없는 드잡이 관두고 병력이나 양도하셔.”

 “이 새끼가……!”

 “명령 들었을 텐데? 왜, 명령 불복종으로 영창 신세를 져야 정신을 차리겠나, 아니면 저 호텔 안에 있는 사람들이 다 뒈져야 네놈 자존심이 서겠나?”

 이신이 비릿하게 냉소를 지었다.

 “이… 이이……!”

 이길환 중령이 이를 갈았다.

 ‘코앞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는 판국에 쪼잔하게 굴기는.’

 이신은 속으로 이길환 중령을 비웃었다.

 장교들 특유의 자존심, 지휘권에 대한 집착이 가소롭게만 느껴졌다. 정작 마르스 스틸을 잡을 능력도 없는 주제에 쓸데없이 자존심만 세우는 꼬락서니라니.

 “두 가지 선택권을 주지. 첫째, 명령대로 내게 병력을 양도하던가…….”

 이신이 선택지를 내놓았다.

 “아니면 다 죽던가. 더는 말하지 않겠다.”

 “…….”

 이미 앨리스에게서 이야기가 끝났다는 정보를 전해 들은 이신이다. 상대가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엘리트 장교라고 할지라도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

 “본부중대장.”

 “예, 대대장님.”

 “본부중대를 제외한 나머지 세 개 중대 병력 하차하고 집결하라고 해. 지금부터 이 건방진 놈의 명령에 따르라고 하고. 본부중대는 주변 민간인을 보호한다.”

 “예?”

 “실시해, 이 새끼야!”

 화가 머리끝까지 난 이길환 중령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예!”

 본부중대장이 명령 하달을 위해 무전기를 들고 버스와 MC로 향했다.

 “아예 손 놓고 구경하시겠다?”

 이신이 피식 웃으며 이길환 중령을 조롱했다.

 “내 부하들 다치면 너도 죽을 줄 알아, 이 새끼야. 그땐 옷이고 뭐고 네놈 대가리에 총알을 박아준다.”

 “꼴에 자존심은.”

 “이… 이 새끼가……!”

 “사타구니 긁으면서 구경이나 하시지.”

 이신이 비릿한 웃음을 지어 보이곤 이길환 중령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래, 구경이나 하라고.’

 이신은 자신만만했다.

 군 병력이 도착한 지금, 그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깨달은 탓이다.

 알파, 알파의 능력이다.

 병사들의 뇌파가 그에게 전달되고 있다.

 눈을 마주치지 않아도 마르스 스틸을 죽여야 한다는 그 목적의식 하나만으로도 ‘접속’이 이루어질 만반의 준비가 갖춰졌다.

 집결한 병력 앞에 선 이신이 입을 열었다.

 “이번 작전만 지휘하게 될 일일 지휘자다. 당황스럽겠지만 그렇게 알고들 있어. 지금 무섭나?”

 우물쭈물.

 낯선 민간인의 말에 대답을 못하는 병사들이다.

 “지금 무섭냐고?”

 이신이 다시금 힘주어 입을 열었다.

 그러자 알파 고유의 카리스마, 우두머리의 파장이 음성에 실렸다.

 “아닙니다!”

 우렁찬 대답 소리가 울려 퍼졌다.

 쾅-!!

 이를 들었는지 휘두르던 중형차를 내던진 마르스 스틸의 시선이 호텔을 둘러싼 군 병력들로 향했다.

 “걱정하지 마라. 나도 병사 출신이고 너희 마음이 어떤지 잘 안다. 조용히 전역하고 싶겠지. 그런데 어쩌겠냐. 저 개 같은 새끼가 난장판을 만드는데. 빨리 임무 완수하고 내무실 가서 쉴 생각 해라. 약속한다. 한 명도 안 다친다. 군대 와서 개죽음 당하게는 안 만들 테니까. 알겠어?”

 “예!”

 “진영 갖춰서 따라와.”

 “예!”

 바로 그 순간, 병사들의 뇌파와 이신의 뇌파가 연결되었다.

 이신의 생각이 곧 병사들의 생각이다.

 이신이 뭘 원하는지, 어떻게 움직이길 바라는지, 어떤 방식으로 마르스 스틸을 향해 사격을 가하길 원하는지 이 모든 정보가 병사들에게 전달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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