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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일반/역사
야수
작가 : 유호
작품등록일 : 2016.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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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비상> 등 숱한 화제를 뿌리며 대중문학의 선두 주자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유호 작가의 장편소설. 불법 무기 거래, 위조지폐 반입 등 국가 안보를 뿌리째 흔드는 검은 세력과 한국 정계 고위층의 은밀한 커넥션을 파헤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담아내고 있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주인공 차승호와 주변 인물들을 통해 각국 정보기관과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폭력 조직들 간의 대립을 사실적이고도 치밀하게 그려냄으로써 돈과 권력, 정의를 두고 벌어지는 치열한 두뇌싸움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작가는 역사와 국제정세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정교한 플롯과 박진감 넘치는 빠른 전개, 군더더기 없는 묘사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번 작품 역시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생생한 묘사, 상상을 초월하는 액션, 개성으로 똘똘 뭉쳐 살아 숨 쉬는 캐릭터,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스피디한 전개와 흡인력으로 찾아왔다.

공군 특수부대 출신의 전직 해양경찰, 차가운 이성과 날렵한 몸을 가진 미모의 필드요원, 스마트하면서도 자유분방한 천재 해커, 장기밀매 조직에 납치되었다가 극적으로 구출된 여고생. 이들이 펼치는 보이지 않은 거대 권력과의 싸움. 그 과정에서 러시아와의 불법 무기 거래, 위조지폐 반입, 다국적 로비스트의 존재, 그들과 손잡은 정계 고위층의 비리 등 한국 사회 이면의 충격적인 치부가 드러난다.

 
제 23 화
작성일 : 16-07-18 11:36     조회 : 696     추천 : 0     분량 : 8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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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뭐야! 뭘 어쩌려는 거냐? 내려놔!”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박춘배가 고래고래 악을 썼지만 그는 대답도 하지 않고 운전석에서 내려와 다짜고짜 강태진의 시체를 젖은 콘크리트 안에다 떨어뜨려버렸다.

 철벅 소리를 내며 콘크리트 속으로 떨어진 시체는 스멀스멀 가라앉더니 금방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마지막으로 거품이 푹 올라오는 것을 지켜본 박춘배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왜, 왜 이래? 살려줘. 하라는 대로 뭐든 하겠다. 응? 차 경장.”

 “들어보고 결정하지. 위조지폐의 주인은 누구냐?”

 “위조지폐?”

 박춘배는 반쯤 감긴 눈을 필사적으로 치뜨며 반문했다. 컨테이너의 내용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멍청한 놈, 컨테이너에 들어 있던 물건은 수천억이 넘는 엄청난 분량의 위조지폐였어. 넌 돈 몇 푼 때문에 국가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했다.”

 “그…… 그럴 리가 없어. 그거 명품 가방하고 필로폰 몇 킬로그램이야.”

 “병신, 아직도 봉창 뜯고 있네. 거래는 누구와 한 거냐. 돈은 받았을 거 아냐?”

 “디미트리가 내…… 내 차명 계좌로 입금했다.”

 “계좌번호.”

 “차, 차에 가방에 통장, 도장 다 있다.”

 “비밀번호.”

 “6728, 거기 1억 5천 넘게 있다. 다 가져, 죽이지만 마라.”

 “돈은 관심 없어. 그 자식 어디 가면 찾을 수 있지?”

 “몰라, 항상 그쪽에서 연락이 왔다.”

 “한심한 놈, 디미트리 뒤에 누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 안 해봤나? 그런 거액의 위조지폐는 아무나 유통시킬 수 없어.”

 “난 생각해본 적 없어. 조선족과 러시아 폭력 조직 뒤에 또 누가 있다고? 그건 억측이야. 막연한 예측일 뿐이다.”

 그는 지게차 반대쪽의 오지연과 눈을 마주치면서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장명신일까?”

 오지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실 국내든 해외든 위폐를 진짜 돈으로 바꾸는 세탁이라면 당연히 대량의 현금이 오가는 도박장이 최고였다.

 그러나 장명신이 운영하는 도박장의 규모로는 몇 천억씩이나 되는 위조지폐를 단기간에 처리할 수 없었다.

 어디가 됐든 별도의 대규모 유통망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그가 질문을 멈추자 박춘배가 낑낑거리며 말을 붙였다.

 “차 경장, 이거 좀 풀고 이야기하면 안 될까? 아는 거 다 말하고 있잖아.”

 “더 하고 싶은 이야기 없는데?”

 “그…… 그럼.”

 “살려줄 생각 없어. 대신 편하게는 죽여주지.”

 “이러지 마. 나 다른 것도 아는 거 많다. 다 털어놓겠어. 살려만 줘.”

 “넌 공무원이야, 이 개자식아. 그것도 국가의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의 고위직 간부다. 그런 작자가 국가를 위험에 빠뜨리고 생사를 같이하던 동료들을 타락시켰다. 종국에는 다 죽게 했지. 그것만으로도 종신형 열 번쯤 돼.”

 “지랄하고 자빠졌네, 정치인, 은행가 이런 것들은 국가를 위해서 일하나? 그것들이 국민을 위해 일했어? 웃기지 마라. 우린 저 지저분하고 추운 바다에서 쌔빠지게 뛰는데 그 썩어빠진 새끼들은 서민 등치는 돈지랄에 날 새는 줄 몰라. 진짜 종신형을 살아야 할 놈들은 그것들이야. 그런 것들 등쳐서 돈 좀 만져보겠다는데 뭐가 문제지? 너도 크게 한몫 떼어줄 거야. 돈 벌 방법은 많아.”

 “미친놈, 되도 않은 궤변으로 범죄를 합리화시키지 마라. 돈을 벌고 싶으면 너도 그 인간들처럼 돈 도는 지저분한 동네에서 놀았어야 돼, 깨끗한 바다 오염시키는 건 예의가 아니지. 너 같은 쓰레기 눈에는 아닌 거 같아도 내가 보기엔 티가 많이 나거든. 아, 참고로 한 가지만 더, 난 내가 낸 세금으로 너 같은 놈들 콩밥 먹이는 낭비가 제일 싫어.”

 코웃음을 친 그는 악을 쓰는 놈의 경동맥을 가차 없이 틀어잡았다.

 “이…… 이러지 마! 살려…… 컥!”

 놈은 저승에서라도 그의 얼굴을 기억하겠다는 듯 두 눈을 부릅뜨고 그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몇 초 지나지 않아 눈동자에서 독기가 사라지고 흰자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어 팔다리가 심하게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하자 그는 마지막으로 목젖을 끊어내듯 한쪽으로 틀면서 시체를 콘크리트 속으로 밀어 넣었다.

 철퍽!

 잠시 표면을 떠돌던 박춘배의 얼굴은 아주 천천히 콘크리트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가 중얼거렸다.

 “하나 더 남았어.”

 움푹 들어갔던 표면이 핑그르 돌면서 수평을 되찾기가 무섭게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아직도 현장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태산이었다.

 

 ***

 

 차승호는 안가에 도착하자마자 옷도 벗지 않고 샤워기에다 머리를 박았다. 기분이 더러웠다.

 돌아오는 시간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상념들, 박춘배에게 시간을 준 것이 상황을 최악으로 이끌었다는 뒤늦은 자책이었다.

 처음부터 깨끗이 제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으면 이충석에 대해서는 아예 몰랐을 것이고 죽지도 않았을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잡생각들이 줄기차게 그를 괴롭혔다.

 따지고 보면 박춘배를 일찍 처리했더라도 나머지 인원이 다시 일을 벌였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후회스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철벅거리며 샤워장을 나와 옷만 대충 갈아입고 야전침대에 몸을 던졌다. 잠을 자려고 억지로 눈을 감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몸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 정도로 피곤한데 정신은 각성제를 통째로 삼킨 것처럼 말짱했다.

 ‘제기랄!’

 한참을 뒤척거리다 어렵게 몸을 돌려 모로 눕는데 누군가 조심스럽게 들어와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았다.

 “아저씨.”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한희진은 잠깐 기다렸다가 그의 어깨에 부드럽게 손을 올리며 말을 이었다.

 “오빠가 상의할 거 있다고 잠깐 나오시래요.”

 “상의?”

 “네, 힘드신 거 아는데…… 중요한 일이래요.”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한희진을 올려다보았다. 그런데 한희진의 눈빛이 재미있었다.

 불과 몇 달 전에 부모님을 잃은 고3짜리 여자애가 그를 측은한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충석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지 어깨에 닿은 손길도 우는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는 듯 한 부드러운 접촉이었다.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힘들어 보이냐?”

 “네, 엄마 돌아가셨을 때 나 같아요.”

 “짜샤, 너나 걱정해.”

 그가 몸을 일으키자 한희진은 돌아앉으면서 입을 삐죽 내밀었다.

 “치, 남자들 괜히 센 척만 하잖아요. 슬프면 울어도 돼요. 울고 나면 시원해져요.”

 “어쭈? 인석 보게? 누나 노릇이라도 하겠다는 거냐?”

 그는 킥킥 웃으면서 한희진의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하지 마요! 나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다 있는 어른이거든요?”

 “후후, 그래그래. 알았다. 차 몰고 시내 운전 해봤어?”

 “당연하죠! 쫌 헤매지만.”

 자신 있게 시작한 목소리가 갑자기 기어 들어갔다. 시내에서 연수강사 없이 운전은 못 해봤다는 뜻이었다.

 그는 씩 웃어주고 슬리퍼만 대충 발에 끼우고 야전침대에서 일어섰다.

 “알았다, 알았어. 일단 나가자.”

 아직도 툴툴거리는 한희진의 어깨를 장난스럽게 밀면서 밖으로 나가자 노트북 하나를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아 있던 오지연과 이민우가 손을 들어 보였다.

 이민우가 노트북을 그의 앞으로 돌려놓으며 말했다.

 “양승욱 그 인간 집입니다.”

 노트북에는 상당히 뚱뚱해 보이는 60대 사내의 사진과 저택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규모가 큰 단독주택 사진이 올라가 있었다.

 “땅값 감당 안 되는 연희동인데도 대지만 300평이 넘고 건평도 100평이 넘는 규모입니다. 그런데 전직 대통령이 사는 동네라 활동이 좀 곤란합니다. 초입부터 경찰 초소가 깔려 있고 경호 인력도 상주하는 형편이라 가까이 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겁니다.”

 “밖으로 나오긴 할 거 아냐?”

 “나올 때는 항상 무장 경호원이 따라다닙니다. 사진상으로 보면 운전기사도 젊고 건장해서 경호원이 둘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죄지은 거 많은 놈이네.”

 “그렇겠죠. 어쨌거나 얼굴 보기가 쉽지 않을 거 같아서 새끼줄을 좀 훑어봤는데 내일 밤에 향수 론칭 행사에 참석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향수? 돈지랄하던 금융 사기꾼이 뜬금없이 웬 향수?”

 “그러게 말입니다. 트라제 코즈메틱이라고 새로 생긴 회사인데 이번 향수 프로젝트를 전후해서 케이블 쪽에서 광고도 제법 하고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거 같습니다. 며칠 전에 제2금융권으로부터 대규모 차입도 성공했고요. 그런데 여기 웃기는 게 하나 있습니다.”

 “뭐가?”

 “차입의 담보가 문래동 공장의 대지와 건물 및 부속 설비로 되어 있는데 꼬마가 주소를 보더니 이상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좀 알아봤더니 거기가 도산한 대경정밀이 보유하고 있던 공장 부지더군요.”

 “그게 어때서?”

 “문제는 거기가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라는 거죠.”

 그는 피식 콧방귀를 뀌었다.

 “젠장, 골 때리네. 사장은 누구야? 양승욱이야?”

 “아뇨, CEO는 김지형이란 인물인데…….”

 이민우는 엔터를 한 번 두드려 사진을 바꿨다. 화면에는 60대 후반쯤 보이는 날카로운 인상의 사내가 올라왔다.

 “경력이 좀 이상합니다. 원래는 경북 상주에서 지자체 공무원 생활을 오래 했는데 하상 공사 비리에 연루되면서 퇴직한 뒤에는 특별한 직업도 없이 3년 넘게 정치권을 기웃거리다가 최근에 이쪽 사기에 참여한 거 같습니다.”

 “재미있어지는군. 그 론칭 행사에 대해서는 조사 좀 했어?”

 “물론이죠, 회사 서버 해킹해서 대충 뒤져봤습니다. 흐흐. 일단 유명 연예인 몇하고 모델들 동원해서 공식 론칭 행사를 하는데 참석하려면 소수에게만 발송된 초대장이 필요하답니다. 참석자는 대략 500명 안팎으로 시간이 촉박한 탓에 당장 구하기는 어렵고 현장에서 해결해야 할 것 같네요. 그리고…… 행사 끝난 뒤에 관계자들하고 일부 참석자들만 따로 파티를 연답니다. 모델들은 끝나고 전부 거기 들어간다네요. 이상입니다. 그림 대박일 거 같은데요? 크크.”

 “구경 가자는 거냐?”

 “예, 카메라가 좀 많겠지만 아무래도 사람 많은 곳이 접근하기 좋지 않겠습니까? 얼굴 팔리지 않은 제가 들어가면 더 좋을 거 같고요. 흐흐.”

 “그러시든지. 차에서도 다 볼 수 있을 거야, 후후.”

 “우이 씨, 그럴 거예요?”

 “생각을 좀 해, 인마. 목발 짚고 막춤이라도 추겠다는 거냐? 다리는 좀 어때?”

 “많이 좋아졌어요. 이제 목발 없이도 살살 다닐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잘됐네. 수고했고…… 다른 건?”

 “지난번에 세르게이랑 같이 나온 얼굴 말인데요. 비슷한 얼굴이 하나 나왔는데 그게 방위사업청장하고 같이 나온 사진에 있는 사람입니다.”

 “방위사업청장?”

 “예, 방수일 청장 취임 기자회견에 배석한 사람 중 하나 같습니다.”

 “젠장, 방수일? 그 사람 현 정부 실세잖아.”

 “그렇죠. 대통령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 직접 개입됐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요.”

 “환장하겠네. 무슨 놈의 일이 점점 산으로 가냐.”

 “그러니까요. 어쨌든 사진 싱크로율이 65퍼센트밖에 안 돼서 최근 사진을 다시 찾고 있는데…… 언제까지라고는 말 못합니다. 꼬마가 도와줘서 훨씬 수월해지긴 했어도 여전히 건초 더미에서 바늘 찾깁니다. 쉽지 않아요.”

 “그 건은 보류하자. 지금은 대책 없어.”

 “그러죠, 여유를 두고 차근차근 진행하겠습니다.”

 “말하는 거 보니까 나름 꼬마가 도움이 되는 모양이네?”

 “예, 저 녀석 요즘 애들답게 온라인 서치도 제법 효율적이고 우리 해킹 프로그램 몇 개만으로 신문사, 방송국 서버 전부 휩쓸고 다닙니다. 정식 채용을 건의합니다. 흐흐.”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을 교환하는 이민우와 한희진을 번갈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죽이 잘 맞으면 그걸로 된 셈이었다.

 “잘 가르쳐봐. 발자국 남기지 않게 조심하고.”

 “옛썰, 신경 쓰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자금 보관을 위한 계좌 문제인데…….”

 이민우는 새로 만든 차명 계좌를 정리한 표를 띄워놓고 설명하려 했지만 그가 말을 가로챘다.

 “그건 봤으니까 됐어. 다른 건?”

 “박춘배 일가족 항공권 예약해뒀습니다. 모레 11시 14분 암스테르담행, 이상입니다.”

 이 정도면 급한 문제는 대충 정리가 된 셈, 그는 가볍게 고개를 주억거리고 오지연에게 눈을 돌렸다.

 “마님, 네 생각은 어때?”

 “뭐?”

 “구경 가는 거 말이야.”

 “내일 저녁이면 시점이 좀 부담스럽기는 한데…… 현실적으로는 최선일 거 같기도 하다. 차일피일하다가 놈이 정길수 건에 대해 눈치채게 되면 경호가 강화될 수도 있으니까.”

 “내 생각도 같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양승욱이까지는 손을 대야겠다. 양승욱이 배후가 누구인지 확인하고 장명신과 관련이 있는지도 명확히 해야 윤곽이 나올 거야. 양승욱까지 처리하고 당분간 잠수하면서 상황을 보자.”

 “방향은?”

 “현장에서 상황을 봐야지.”

 “좋아, 그럼 내일은 아침부터 전원 외근이다. 파티장에 발이라도 들여놓으려면 쇼핑이 필수니까.”

 오지연의 입에서 전원 외근이라는 말이 나오자 이민우가 반색을 하면서 기지개를 켰다.

 “아우, 백 년 만의 외식일세. 흐흐. 당장 잡시다!”

 

 ***

 

 트라제 코즈메틱의 론칭 행사는 홍대 인근의 클럽에서 개최되는 일반적인 론칭 파티와는 좀 달랐다.

 호텔 나이트클럽을 빌려서 저녁 시간에 진행되는 공식적인 행사여서 규모가 큰 것은 물론이고 조명도 클럽 론칭 파티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소 밝았다.

 그러나 전체적인 분위기만은 보통의 론칭 파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행사장에 들어서자마자 귀청을 찢을 것 같은 음악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왔고 백 명은 간단히 넘을 것 같은 클럽 마니아들이 격렬하게 몸을 흔들어댔다.

 다른 점은 란제리 뺨치는 아슬아슬한 복장의 쇼걸들이 홀 곳곳에 설치된 댄스 플로어에 올라서서 한껏 분위기를 띄우는 장면뿐이었다.

 한쪽 벽에 기대서 칵테일 잔을 홀짝이던 차승호는 무대 반대쪽에서 몸 풀듯이 가볍게 춤을 추는 오지연을 보며 흐릿하게 미소를 머금었다.

 오늘은 더도 덜도 아닌 20대 초반의 섹시한 클럽 걸, 변변한 액세서리도 없이 그냥 짧은 핫팬츠에 헐렁한 티셔츠만 걸쳤는데도 사람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지난번 사채업자를 만날 때 보았던 완숙한 커리어우먼의 분위기와는 180도 달라져서 오늘 처음 보는 사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느낌이 달랐다.

 검은색이 아닌 옷을 입은 걸 처음 보아서일 수도 있지만 너무 달라진 분위기는 ‘화장’이 아니라 ‘변장’이라는 농담을 실감 나게 했다.

 재미 삼아 같이 보낸 한희진의 변신도 만만치 않았다.

 인상착의도 바꿀 겸 오지연과 함께 미용실로 들여보냈는데 나올 때는 사람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가벼운 머리 염색에 눈썹 약간 다듬고 간단한 기초화장 마무리만으로 ‘키만 큰 고딩’에서 단숨에 ‘날렵한 숙녀’로 변모해 있었다.

 기본이 워낙 늘씬한 데다 이목구비 윤곽 뚜렷하고 피부까지 깨끗해서 이민우가 한동안 넋을 잃고 쳐다볼 정도였다.

 두 사람분의 옷과 장신구에 구두, 백까지 구입하느라 한 살림 깨졌지만 그만한 가치는 한 것 같았다.

 처음 미용실에서 나오는 두 사람을 보았을 때의 황당한 기억을 떠올리고 다시 웃으며 안경을 고쳐 썼다.

 “조커, 양승욱이나 김지형이 주변 인물 뒤져서 사진 있으면 보내.”

 -카피, 지금 보냅니다.

 그는 전화기에 올라온 사진 몇 장을 재빨리 훑어보고는 주변 남자들의 얼굴에 한 번씩 시선을 주면서 테이블들이 있는 가장자리 쪽으로 돌았다.

 주빈이라고 할 수 있는 김지형과 양승욱은 아직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진행을 맡은 유명 연예인과 가수 몇 명이 무대 앞 테이블에 자리를 잡아서 근처에는 눈이라도 마주치려는 정신 나간 남녀가 바글바글했다.

 그는 언젠가 본 기억이 있는 남자 가수 자리 근처에서 얼쩡대다가 술을 가져다놓는 호텔 웨이터의 어깨를 두드렸다.

 웨이터가 가까이 다가서며 소리를 질렀다.

 “예! 뭐 필요하십니까?”

 순간, 출입구 쪽이 갑자기 어수선해지더니 덩치 큰 경호원을 앞세운 양승욱이 나타났다.

 그는 웨이터에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손을 내저었다. 가볍게 고개를 숙인 웨이터가 제 갈 길로 가자 그는 조용히 오지연을 호출했다.

 “목표 확인, 4시 방향 룸.”

 화사한 드레스 차림의 모델 대여섯 명을 대동한 양승욱은 손님으로 보이는 상기된 표정의 정장 둘을 안내해 테이블 건너편의 유리문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카피, 봤어.

 어느 틈에 스탠드로 건너간 오지연은 칵테일을 한 잔 받아놓고 체리를 입에 문 요염한 자세로 높은 의자에 걸터앉아 있었다.

 “행사 곧 끝난다. 30분 내에 파티 데려갈 놈팽이 챙겨.”

 -넌?

 “봐뒀어. 천상 웨이터 노릇이다, 후후.”

 -잘해봐. 내 초대장은 뒤에 있어.

 오지연은 손가락 하나로 체리를 입안에 밀어 넣으면서 어깨 너머의 40대 사내를 보이지 않게 가리켰다.

 목에 잔뜩 힘이 들어간 꼴로 보아 호텔 매니저쯤 되는 것 같았다. 흐릿하게 웃은 그는 다시 웨이터 하나를 붙잡았다.

 “클럽 매니저 어디 계시죠? 진행 요원입니다.”

 웨이터는 홀을 한 바퀴 둘러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모르겠네요. 주방 옆에 직원 휴게실 있는데 거기 가보세요.”

 “어디죠?”

 “따라오세요.”

 웨이터는 친절하게 그를 주방까지 안내하고 서둘러 홀로 돌아갔다.

 그는 복도를 신속하게 가로질러 직원 휴게실 문을 슬쩍 열어보았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기대했던 직원 로커는 없었다. 바로 옆에 있는 ‘관계자 외 출입 금지’ 간판이 붙은 다른 방을 문을 열자 반가운 로커들이 보였다.

 거기가 직원 탈의실이었다.

 조용히 안으로 들어가 안에서 문을 잠그고 가까운 로커를 신속하게 땄다. 첫번째 로커는 허탕, 웨이터 유니폼은 없었다.

 두번째 역시 허탕에, 세번째는 너무 작아서 포기, 네번째 로커에서 그런대로 체격에 맞는 유니폼을 찾아냈다.

 오늘은 비번인 듯 명찰도 제자리에 붙어 있었다.

 바지는 길이가 짧아서 포기하고 와이셔츠와 나비넥타이, 조끼만 갈아입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대충 옷을 갈아입은 그는 입던 옷을 종이봉투에 넣어 화장실 구석에 던져버리고 홀로 돌아왔다. 이제 진짜 파티 장소가 어디인지 알아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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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 3 화 2016 / 7 / 11 602 0 8241   
2 제 2 화 2016 / 7 / 11 651 1 7929   
1 제 1 화 (1) 2016 / 7 / 11 1218 2 7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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