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작가연재 > 일반/역사
야수
작가 : 유호
작품등록일 : 2016.7.11
야수 더보기

스낵북
https://snackbook.net/snack/58...
>
작품안내
http://www.storyya.com/bbs/boa...
>

이 작품 더보기 첫회보기

<대한민국>, <비상> 등 숱한 화제를 뿌리며 대중문학의 선두 주자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유호 작가의 장편소설. 불법 무기 거래, 위조지폐 반입 등 국가 안보를 뿌리째 흔드는 검은 세력과 한국 정계 고위층의 은밀한 커넥션을 파헤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담아내고 있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주인공 차승호와 주변 인물들을 통해 각국 정보기관과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폭력 조직들 간의 대립을 사실적이고도 치밀하게 그려냄으로써 돈과 권력, 정의를 두고 벌어지는 치열한 두뇌싸움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작가는 역사와 국제정세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정교한 플롯과 박진감 넘치는 빠른 전개, 군더더기 없는 묘사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번 작품 역시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생생한 묘사, 상상을 초월하는 액션, 개성으로 똘똘 뭉쳐 살아 숨 쉬는 캐릭터,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스피디한 전개와 흡인력으로 찾아왔다.

공군 특수부대 출신의 전직 해양경찰, 차가운 이성과 날렵한 몸을 가진 미모의 필드요원, 스마트하면서도 자유분방한 천재 해커, 장기밀매 조직에 납치되었다가 극적으로 구출된 여고생. 이들이 펼치는 보이지 않은 거대 권력과의 싸움. 그 과정에서 러시아와의 불법 무기 거래, 위조지폐 반입, 다국적 로비스트의 존재, 그들과 손잡은 정계 고위층의 비리 등 한국 사회 이면의 충격적인 치부가 드러난다.

 
제 22 화
작성일 : 16-07-18 11:35     조회 : 649     추천 : 0     분량 : 7847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꽉 잡아, 다음 교차로, 5초 전.

 ‘이런 제기랄!!’

 내심 비명을 내지른 그는 슬그머니 안전벨트를 끌어내렸다.

 “매도 되겠지? 당신 운전이 너무 험해서 어지럽네.”

 그의 말에 운전석에 앉은 놈이 피식 웃었다.

 “병신, 당장 뒈질 놈이 무슨…… 정신 나간 새끼 맞네.”

 비웃거나 말거나 그는 안전벨트를 매고 어시스트 핸들을 꽉 잡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공사 자재가 쌓인 교차로에서 시커먼 덩치가 불쑥 튀어나왔다.

 콰직!

 코란도는 정말 절묘한 타이밍에 튀어나와 택시의 옆구리를 정통으로 들이받았다.

 그냥 쇳덩이나 마찬가지인 코란도 초기 모델에 들이받힌 택시는 순식간에 도로 밖으로 밀려 나가 인도 너머의 둔덕에다 코를 처박고 거꾸로 넘어가 한 바퀴를 더 구르고 밀려 나가기 시작했다.

 기억나는 건 거기까지였다. 눈을 떴을 때는 에어백이 앞을 가린 데다 하늘과 땅까지 완전히 뒤집혀 있었다.

 살짝 외출했던 의식이 돌아오자 즉시 손발부터 움직여보았다. 손마디부터 발끝까지 줄줄이 근육들이 비명을 질렀다.

 며칠은 고생할 듯싶은 타박상, 그러나 움직이는 데는 이상이 없을 것 같았다. 다음은 억지로 고개를 돌려 운전석을 확인했다.

 운전석의 사내는 에어백을 타 넘어 깨진 앞 유리에 반쯤 몸을 걸치고 보닛과 지면 사이에 끼어 있었다.

 후두부와 팔에서 분수처럼 피가 솟구치고 있어서 당장 병원에 가도 살아남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이충석과 나머지 하나는 아예 차 안에 없었다.

 그는 어렵게 에어백을 두들겨 대충 바람을 뺀 뒤, 안전벨트를 풀어내고 깨진 유리창 밖으로 기어 나왔다.

 택시의 상태는 한마디로 엉망이었다.

 차체는 심하게 우그러져서 원래의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었고 문짝 하나는 반쯤 날아간 상태, 운전하던 놈이 교차로에서 속도를 줄였기에 망정이지 자칫했으면 차승호 자신까지 염라대왕 면담이 잡혔을 것 같았다.

 에어백과 안전벨트 조합의 위력에 새삼 감사를 표하면서 주변을 살폈다. 차에서 튀어 나간 두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일단 다시 차로 기어 들어가 사내의 허리춤에서 리볼버를 빼내면서 오지연에게 성질을 냈다.

 “젠장, 마님, 무슨 짓이야? 박춘배가 있는 곳까지 가게 놔둬야지!”

 오지연은 멀리 인도에 올라탄 코란도에서 내려 이쪽으로 뛰면서 마주 소리를 질렀다.

 -시끄럿! 이 멍청한 자식아! 이게 멍석이냐? 몇 놈이 있는지도 모르면서 호랑이 굴로 들어간다고? 뒈질 거면 혼자 뒈져!

 틀린 이야기는 아니었다.

 이충석의 배우 뺨치는 술 취한 연기도 나름 좋았지만 사실은 ‘친분이 눈을 가린 것’이 일을 복잡하게 만든 진짜 이유였다. 그는 얼른 꼬리를 내리고 말을 돌렸다.

 “뛰지 마, 둘이 안 보이는데 무장했다. 하나는 내 총을 가지고 있다. 찾아.”

 -카피.

 고통을 호소하는 근육들을 깨끗이 무시하고 일어서서 리볼버의 안전장치를 풀었다. 해경에게 지급되는 보편적인 총기여서 손잡이부터 익숙했다.

 자세를 잔뜩 낮춘 채 차가 굴러온 궤적을 따라 신속하게 움직였다.

 그런데 오지연의 얼굴 윤곽이 보일 정도까지 접근했는데도 사라진 두 사람의 흔적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남은 건 두 사람 사이에 있는 큼직한 구덩이뿐이었다. 둘은 수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조심스럽게 구덩이로 다가갔다.

 순간, 구덩이 안에서 느닷없는 총성이 터졌다.

 쾅!

 그는 반사적으로 몸을 던지면서 총성이 들린 곳을 향해 총구를 돌렸다.

 헌데 총구 화염은 더 이상 보이지 않고 구덩이 바로 옆에서 시커먼 그림자의 상체가 뒤로 넘어가고 있었다.

 “여기다, 승호야.”

 이충석의 목소리, 가래 끓는 소리가 심하게 났다. 그는 구덩이 너머로 조심스럽게 총과 머리를 내밀었다.

 구덩이 반대쪽에 허벅지에 총을 올려놓은 이충석이 보였다. 그런데 자세가 이상했다.

 한쪽 다리가 무릎부터 기괴하게 옆으로 꺾였고 가슴과 아랫배에서 굵은 철근 두 개가 비죽이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차에서 튕겨져 나올 때 하필 폐건축자재 더미에 떨어진 모양이었다. 재빨리 다가간 그는 권총부터 챙겨 허리춤에 꽂고 이충석의 상태를 살폈다.

 얼핏 보기에도 부상은 심각해서 병원으로 데려가는 것도 어려울 것 같았다. 이충석이 힘겹게 말했다.

 “미……안하다, 어쩔…… 수 없었어.”

 “조금만 참아. 앰뷸런스 부를게.”

 “그만……둬, 불러봐야 소용없……다. 시간 없으니까 그냥 들어.”

 그는 이를 악물고 말을 삼켰다. 철근이 중요 장기들을 건드렸고 출혈까지 심해서 병원으로 간다고 해도 회복은 불가능할 것 같았다.

 이충석이 피거품을 토해내며 필사적으로 말을 이었다.

 “점퍼 안주머니에…… 전화기…… 박춘배 지시할 때 녹음…… 증거…… 박춘배는 지금 쇼핑몰 공……사장 뒤 간이 부두에…… 그리고…… 태진이 알지?”

 “기억합니다.”

 강태진은 그가 구난과로 전입하던 날 신입으로 들어온 스물세 살짜리 젊은 대원이었다.

 당시 회의실에 대기하면서 이력서를 힐끗 본 적이 있었다.

 UDT 출신으로 190이 넘는 키에 100킬로그램 가까운 거구로 최고 수준의 사격 실력과 격투기 실력을 자랑하는 친구였다.

 술 문제가 있어서 특채가 보류됐었는데 당시 정황상 이충석이 보증을 서서 채용된 것 같았다.

 이 와중에 이충석과 같이 있다면 큰 그림이 대충 그려지는 셈이었다. 이충석이 다시 말했다.

 “태……진이하고 같이 있다. 그…… 무서운 놈…… 조심해라. 그리고 염치……없지만 윤미…… 부탁…… 미안하다.”

 한두 마디씩 힘들게 이어지던 단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끊어져버렸다.

 그는 초점을 잃어버린 이충석의 눈동자를 내려다보며 길게 한숨을 내쉰 뒤, 경동맥에 손을 댔다.

 호흡은 없었다. 나직하게 욕설을 토해내고 감기지 않은 눈을 조심스럽게 쓸어내렸다.

 “부디 좋은 데 가쇼, 제기랄.”

 싸늘하게 식어가는 이충석의 어깨를 짚은 채, 잠시 고개를 숙인 그는 오지연이 한 발 늦게 구덩이로 뛰어내리자 이충석의 안주머니를 뒤져 전화기를 꺼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시만이라도 가까이 앉아 짧지만은 않았던 3년간의 인연에 안녕을 고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박춘배가 먼저였다. 오지연이 탄피를 집으며 말했다.

 “총 맞은 놈만 싣고 뜨자. 나머지 둘은 뺑소니 교통사고로 죽은 거야.”

 

 ***

 

 “알아서 처리한다고 했다, 끊어.”

 잔뜩 힘을 준 목소리로 전화를 끊은 박춘배는 곧장 전화기를 땅바닥에 내팽개치고는 허공에 대고 악을 썼다.

 “으아아아!”

 숨이 찰 때까지 바락바락 악을 쓴 뒤, 헉헉대면서 숨을 골랐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서 몸을 가누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컨테이너가 세관을 빠져나간 것으로 자신의 일은 끝났는데 잔금이 들어오지 않았다.

 이미 손에 들어와 있어야 할 잔금 5억 원이 고스란히 허공으로 날아가버린 셈이었다.

 마지막 큰 거 한 건으로 손을 털 생각이었는데 이번에도 그 차승호라는 놈이 앞길에 태클을 걸어왔고 이제는 목까지 조여오는 형국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차승호 저놈은 직접 모가지를 꺾어놓아야 속이 풀릴 것 같았다.

 “옵니다.”

 강태진의 목소리에 눈을 돌렸다. 멀리 해안 공사장 초입의 비포장도로로 외눈박이 차량 하나가 진입하고 있었다. 차는 더럽게 늦게 움직였다.

 비포장이지만 트럭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평지에 가까운 도로인데도 차는 기어 오는 것처럼 느렸다.

 접근하는 몇 초가 몇 시간처럼 길게 느껴질 정도, 굼벵이 뺨치는 속도로 진입로를 통과한 전조등이 콘크리트 거푸집에 쓰는 목재 패널 더미를 지나고 나서야 겨우 차의 윤곽이 보였다.

 그런데 윤곽을 확인한 강태진이 다급하게 그를 밀어내며 건물 그늘로 들어갔다.

 “이상합니다.”

 아이들이 타고 갔던 택시의 윤곽이 아니었다. 박춘배는 벽에 기대서서 뒷주머니에 꽂아둔 그라치를 뽑았다.

 차승호인가 하는 놈이면 당장 머리통에 총알을 박아줄 생각이었다. 덜컹거리며 다가온 차는 공터에 세워둔 소나타 바로 옆에 멈춰 섰다.

 이어 시커먼 그림자 하나가 느릿하게 운전석에서 내렸다. 그리고 들려온 목소리는 꿈에도 보기 싫은 차승호의 것이었다.

 “나와라, 박춘배. 다 끝났으니까.”

 그는 강태진에게 그대로 대기하라고 손짓을 하고 천천히 그늘을 벗어나 권총을 들어 올렸다.

 놈은 흠칫 놀라는 척하더니 양손을 살짝 들고 걸어와 몇 미터 앞에서 짝다리를 짚었다. 그가 슬라이드를 당겼다 놓으며 물었다.

 “아이들 어디 있나?”

 “좀 전에 나랑 놀다가 인천지검 타격 팀에 체포됐어. 타격 팀이 덮치니까 끽소리도 못하고 나발 불던데? 걔들이 다 불었으니까 좋은 말 할 때 손 털고 자수해. 포위돼서 아무 데도 못 가.”

 “사기 치지 마, 개자식아. 애들이 불었을 리가 없다. 지검에서 너 같은 쓰레기를 고용할 리도 없고.”

 “헐, 쓰레기는 너 아니었나?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뭐 그거야 그렇다 치고…… 뭘 꺼내서 보여주고 싶은데 괜찮겠지?”

 “허튼짓하면 가차 없이 쏴버릴 거다. 꺼내, 손가락 두 개로 천천히.”

 “어디서 주워들은 건 참 많으시네, 크크.”

 차승호는 손가락 두 개만을 이용해서 아주 천천히 뒷주머니에서 이충석의 전화기를 꺼내 녹음된 박춘배의 목소리 파일을 재생했다.

 -……이번 건은 각자에게 5,000씩 돌아간다. 부담스러운 물건이긴 한데 뒤끝만 깨끗이 하면 소리 소문 없이 끝낼 수 있다. 광진이는 세관 경비 아이들 맡아서 빼돌리고 충석이는…….

 “니미, 제기랄!”

 박춘배는 그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면서 마구잡이로 권총을 휘둘렀다.

 놈의 말이 사실이라면 아이들 중 하나가 작전 회의를 녹음했고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지자마자 불었다는 이야기였다.

 차승호가 건들거리며 다시 말했다.

 “그거 쓸 만해? 러시아 아이들한테 선물이라도 받은 모양이야?”

 박춘배는 손에 있는 비샤치를 힐끗 내려다보고는 인상을 썼다.

 “나대지 마라. 당장 쏴버릴 수도 있어.”

 “쏴봐. 머리통에 바람구멍 나고 싶으면 멋대로 하셔.”

 그는 미간을 좁힌 채, 느릿하게 주변을 돌아보았다. 다행히 경찰이 동원된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내가 시골 양아치로 보이나? 그런 뻥은 안 통해. 더럽게 운 좋은 놈인 모양인데 재수는 거기까지다. 이제 사라져줘야겠어.”

 “뭐, 그렇게 나올 줄 알았어. 태진이 나오라고 하지? 혼자서는 어림없을 거야.”

 박춘배는 총구를 흔들면서 목에다 힘을 줬다.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군. 까불지 말고 전화기나 넘겨.”

 

 차승호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 전화기를 박춘배에게 던졌다.

 그리고 박춘배의 시선이 전화기를 따라간 짧은 순간, 번개같이 도약해 박춘배의 권총을 잡아채면서 동시에 팔꿈치를 턱에다 박아 넣었다.

 “끅!”

 순간적으로 다리가 풀린 박춘배는 전화기를 떨어뜨리면서 스르르 주저앉았다.

 무릎을 꿇기 직전에 머리채를 틀어잡고 무릎으로 미간에다 다시 일격, 뼈가 함몰되는 파열음이 터지고 박춘배는 벌렁 뒤로 나자빠졌다.

 그는 손에 남은 권총의 탄창과 슬라이드를 간단하게 분리해 어깨 너머로 던져버렸다.

 “어이, 태진아. 얼굴 좀 볼까?”

 그가 손을 툭툭 털며 목소리를 높이자 강태진이 느릿하게 어둠 속에서 나오며 어깨를 풀었다. 긴장감은 전혀 없는 모습이었다.

 “선배 진짜 겁 없네. 나랑 붙자는 거요?”

 “붙다니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어디 있는지 찾아야 ‘밀당’이라도 해볼 거 아니냐. 뼈마디 시리는데 괜히 뛰어다니기 싫어, 후후.”

 “뭔 개소리요?”

 “넌 뭣도 모르고 끼어든 녀석이니 형량 높지 않을 거다. 조용히 가자.”

 “웃기지 마쇼. 난 저 양반처럼 멍청하게 당하지 않아. 선배에 대해서 같잖은 소문 무성하던데 함 붙어보고 싶었어.”

 그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너랑 내가? 왜?”

 “겁나는 거요?”

 “에이, 그럴 리가 있나. 새파란 애들이랑 놀면 격 떨어지잖아. 이 바쁜 와중에 누구랑 손 섞는 것도 꼴이 우습고.”

 “새파란 애?”

 “주먹질은 양아치들하고나 해. 난 애들하고 노는 거 취미 없어.”

 “씨발, 경로우대 좀 해주려고 했더니 성질 건드리는군, 노인네.”

 바닥에다 신경질적으로 침을 뱉은 강태진은 등 뒤에서 묵직한 대검을 뽑아 천천히 한 바퀴 돌리더니 칼날을 혀로 핥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이 느껴지는 크기의 대검, 칼등에 톱니가 달린 공군용 생존 나이프로 정글 개척용으로도 사용이 가능한 도신이 넓은 놈이었다.

 그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칼은 버리는 게 좋을 건데? 그런 거 휘두르면 더 많이 맞아, 후후.”

 “노인네 가느다란 손모가지에서 살 깨끗하게 발라주지, 덤벼.”

 강태진은 성큼 앞으로 나서면서 칼을 역수도로 잡았다. 그리고 손 안에서 칼을 회전시키며 위협적으로 전진했다.

 그는 횡으로 몇 발 움직이면서 놈의 움직임부터 눈에 익혔다.

 거구답게 힘을 바탕으로 하는 근접전을 시도하는 모습, 다리와 상체가 따로 노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근접전 상황이 되면 답이 안 나올 것 같았다.

 거칠게 휘두르는 칼을 피해 몇 번 물러서다가 칼의 궤적이 커졌다 싶은 순간, 칼을 어깨 위로 흘리고 튀어 나가 다리 관절을 찍으면서 동시에 관자놀이에다 팔꿈치를 박았다.

 이거다 싶을 정도로 깨끗한 정타였다. 그런데 놈은 한쪽 다리만 움찔 꺾었을 뿐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살벌하게 칼을 휘둘렀다.

 보통 사람 같으면 한방에 기절했을 강력한 타격이었는데 놈에게는 그냥 마사지 수준인 모양이었다.

 순식간에 돌아온 놈의 칼 든 손등을 오른발로 걷어내고 공중에 뜬 상태로 놈의 뒷목을 발등으로 후리면서 떨어져 나와 바닥을 굴렀다.

 자세를 바로잡은 건 5, 6미터나 물러난 자리였다.

 그래도 놈의 상태는 멀쩡했다. 강력한 연타를 두세 번이나 당했는데도 놈은 뒷목을 슬쩍 주무르고 목을 꺾어보는 것으로 그만이었다.

 맷집만으로는 천하무적일 것 같았다. 놈이 이빨을 모두 내보이며 웃었다.

 “흐흐, 이거 재밌어, 노인네. 오랜만에 짜릿한데?”

 그는 질렸다 싶어 손을 툭툭 털었다. 이러면 생포는 포기, 죽을 자리를 찍는 수밖에 없었다.

 “휴…… 좋아, 진지하게 상대해주지.”

 심호흡을 한 그는 천천히 점퍼를 벗어 던지고 한쪽 발을 뒤로 뺐다. 바로 승부를 볼 생각, 그런데 느닷없는 탁한 총성이 그의 전진을 막았다.

 퍼버벅!

 “으헉!”

 엉뚱하게도 강태진의 가슴에서 폭발하는 핏줄기가 보였다.

 정확하게 세 발, 강태진은 그대로 앞으로 넘어와 칼을 시멘트 포대에 찍으며 코를 박았다.

 강태진의 커다란 덩치 너머로 탄피를 챙기는 오지연의 옆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반사적으로 자세를 낮췄던 그가 몸을 일으키자 오지연이 소음기를 돌려 빼며 말했다.

 “장난칠 시간 없어.”

 “젠장, 저거 100킬로 넘는단 말이야! 무겁잖아!”

 나름 신경질을 냈는데 돌아온 건 또다시 핀잔이었다.

 “시끄러! 멍청아,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현직 경찰관이 셋이나 죽었어. 이젠 전부 묻어버리는 게 깨끗해. 저쪽에 마르지 않은 콘크리트 있다. 그것들 끌고 와.”

 오지연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현직 경찰관들이 죽어나갔으니 빠져나갈 방법은 증인이고 증거고 모조리 묻어버리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쓰게 입맛을 다신 그는 주변을 둘러보고 가까이 있는 지게차 몇 대에 키가 있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그중 한 대에 키가 꽂혀 있었다.

 시동을 걸고 몇 가지를 조작해본 다음, 강태진의 시체와 박춘배를 하나씩 지게 발에 걸고 오지연을 따라 기둥 몇 개를 돌았다.

 콘크리트 거푸집은 해안이 보이는 사면 아래에 있었다.

 막 지반 공사를 끝낸 넓은 지하층인데 당일 저녁쯤에 시멘트를 부었는지 콘크리트는 아직도 많이 질척했다.

 일단 사면의 공터 끝에다 지게차를 세우고 박춘배의 손발을 묶은 다음, 지게 발을 높이 들어 둘을 대롱대롱 매달았다.

 “어이, 박춘배. 이제 일어나지?”

 뺨을 툭 치기가 무섭게 놈은 진저리를 치면서 정신을 차렸다. 박살 난 코가 엄청나게 아플 것이었다.

 “으으…….”

 신음을 흘리는 박춘배를 깨끗이 무시하고 운전석으로 돌아가 지게차를 거푸집 가장자리까지 몰고 갔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5 제 25 화 2016 / 7 / 18 795 0 7043   
24 제 24 화 2016 / 7 / 18 662 0 7295   
23 제 23 화 2016 / 7 / 18 696 0 8805   
22 제 22 화 2016 / 7 / 18 650 0 7847   
21 제 21 화 2016 / 7 / 18 639 0 8059   
20 제 20 화 2016 / 7 / 18 645 0 7856   
19 제 19 화 2016 / 7 / 18 879 0 8124   
18 제 18 화 2016 / 7 / 18 613 0 8450   
17 제 17 화 2016 / 7 / 18 610 0 8295   
16 제 16 화 2016 / 7 / 18 594 0 8349   
15 제 15 화 2016 / 7 / 13 636 0 6983   
14 제 14 화 2016 / 7 / 13 634 0 8432   
13 제 13 화 2016 / 7 / 13 716 0 9275   
12 제 12 화 2016 / 7 / 13 878 0 8608   
11 제 11 화 2016 / 7 / 13 776 0 8007   
10 제 10 화 2016 / 7 / 11 766 0 8495   
9 제 9 화 2016 / 7 / 11 693 0 7686   
8 제 8 화 2016 / 7 / 11 664 0 7510   
7 제 7 화 2016 / 7 / 11 627 0 8149   
6 제 6 화 (1) 2016 / 7 / 11 686 0 7843   
5 제 5 화 2016 / 7 / 11 619 0 6927   
4 제 4 화 2016 / 7 / 11 726 1 9106   
3 제 3 화 2016 / 7 / 11 602 0 8241   
2 제 2 화 2016 / 7 / 11 649 1 7929   
1 제 1 화 (1) 2016 / 7 / 11 1213 2 797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2098 고스트 스쿼
유호
비상
유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