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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일반/역사
야수
작가 : 유호
작품등록일 : 2016.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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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비상> 등 숱한 화제를 뿌리며 대중문학의 선두 주자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유호 작가의 장편소설. 불법 무기 거래, 위조지폐 반입 등 국가 안보를 뿌리째 흔드는 검은 세력과 한국 정계 고위층의 은밀한 커넥션을 파헤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담아내고 있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주인공 차승호와 주변 인물들을 통해 각국 정보기관과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폭력 조직들 간의 대립을 사실적이고도 치밀하게 그려냄으로써 돈과 권력, 정의를 두고 벌어지는 치열한 두뇌싸움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작가는 역사와 국제정세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정교한 플롯과 박진감 넘치는 빠른 전개, 군더더기 없는 묘사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번 작품 역시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생생한 묘사, 상상을 초월하는 액션, 개성으로 똘똘 뭉쳐 살아 숨 쉬는 캐릭터,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스피디한 전개와 흡인력으로 찾아왔다.

공군 특수부대 출신의 전직 해양경찰, 차가운 이성과 날렵한 몸을 가진 미모의 필드요원, 스마트하면서도 자유분방한 천재 해커, 장기밀매 조직에 납치되었다가 극적으로 구출된 여고생. 이들이 펼치는 보이지 않은 거대 권력과의 싸움. 그 과정에서 러시아와의 불법 무기 거래, 위조지폐 반입, 다국적 로비스트의 존재, 그들과 손잡은 정계 고위층의 비리 등 한국 사회 이면의 충격적인 치부가 드러난다.

 
제 18 화
작성일 : 16-07-18 11:11     조회 : 612     추천 : 0     분량 : 8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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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짐만 되는 이런 상황 정말 싫거든요. 하다못해 물이라도 떠 나르고 운전이라도 할래요. 권총 사격하고 필드 프로토콜은 조커 오빠한테 틈틈이 배울 거니까 현장 적응 훈련은 아저씨가 맡아주세요.”

 그가 손을 빼려 했지만 한희진은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대답이요.”

 “젠장, 멋대로들 하세요, 파트너님들. 빌어먹을 환자 놈 잘 있나 모르겠네.”

 그는 억지로 손을 빼고 전화기를 꺼냈다. 왠지 모르게 당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누구에게든 성질이라도 좀 내야 속이 풀릴 것 같았다.

 그리고 전화기 속 이민우의 목소리는 성질을 받아줘도 될 만큼 멀쩡했다.

 -끝났습니까?

 “그래.”

 -불편해 죽겠습니다. 희진이 좀 빨리 보내줘요.

 “너 누구 맘대로 꼬마 훈련시켰냐?”

 -그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는지 이민우는 말끝을 흐리더니 슬그머니 말을 돌렸다.

 -조금 전에 남부지검하고 관할 경찰서에 동원령 떨어졌습니다. 최정택 그 사람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거 같은데요.

 “벌써?”

 -오늘이 불법풍속업소 집중단속기간 마지막 날이라 오늘을 D-데이로 잡은 모양입니다. 인천 차이나타운은 검찰 타격대가 투입되고 문래동과 구로동에 검찰 수사팀과 관할서 경찰 병력이 동원되는 것 같습니다.

 “오호, 구경났네.”

 -언제 오십니까?

 “예정대로면 1시간 이내로 도착인데…… 이러면 문래동에 구경 가야 할 거 같다.”

 -헐, 배고파요. 희진이라도 좀 보내주십쇼.

 “알았어. 난 중간에서 내리지. 이따 보자.”

 -넵, 끊습니다.

 그는 뒷자리에서 생글생글 웃는 리틀 차인숙을 째려보며 전화를 끊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전을 하나 더 떠안은 느낌이었다.

 죽음의 천사

 

 

 

 -진입! 진입!

 -남측 입구! 총기가 사용됐습니다. 총기 발포!

 -발포합니다! 발포!

 최정택은 초조한 눈빛으로 폭삭 주저앉은 흑룡상회 간판을 노려보았다. 흑룡상회 주변은 한 마디로 난장판에 가까웠다.

 경찰과 폭력배 50여 명이 한꺼번에 뒤엉켜 쇠파이프와 손도끼가 난무하는 상황, 이른바 7인회라고 불리는 흑사회 보스들의 연례 회합 장소를 공격하는 작전이라 당연히 저항이 있으리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의 격렬한 저항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양측 모두 부상자가 속출했고 마지막 흑룡상회 진입 시점부터는 두 놈이 몸에 휘발유를 뿌린 채 진압 대형에 달려드는 완벽한 막장으로 치달았다.

 관할서 경찰타격대 병력에다 기동대 2개 중대를 추가로 동원해 차이나타운을 통째로 포위한 상태여서 도주를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일이 너무 커지는 건 아무래도 달갑지 않았다.

 -3층 진입합니다!

 보고와 함께 총성이 잇달아 터졌다. 멀리서 들리는 느낌이지만 최소 열 발 이상이었다.

 -목표가 발포합니다! 응사합니다!

 -최루탄 투입!

 -진입! 진입!

 -1명 사살! 회의실 진입합니다!

 ‘차라리 잘된 건지도 모르겠네. 멍청한 웃대가리들 궤변은 안 들어도 될 테니까 말이야.’

 상대가 도끼에 총기까지 사용하는 극악무도한 범죄 조직으로 밝혀졌으니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압력 걱정은 접어두어도 될 같았다.

 모르긴 몰라도 진압 작전에 투입된 경찰관들에게는 영웅이네 어쩌네 하면서 포상이 내려오고 언론과 정부 여당은 선거 당일까지 이번 일을 확대재생산할 가능성이 높았다.

 몇 번 더 발악적인 총성이 울린 다음에야 침묵이 돌아왔다.

 -3층 장악! 3층 장악! 상황 종료!

 “목표는 확보했나?”

 -확인 중입니다!

 일단 큰 줄기는 잘라낸 셈, 파이프와 도끼가 난무하던 외부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고 있었다.

 끝까지 발악하던 일부 덩치들이 스턴건에 쓰러지자 똘마니들은 도미노 쓰러지듯 저항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몇 분이 흐르자 폭력배 전원이 무기를 버리고 길 한쪽에 무릎을 꿇었다.

 다음은 수갑을 채워 줄줄이 닭장차로 끌고 가는 지루한 작업이었다. 그런데 닭장차 근처에서 반가운 얼굴을 발견했다.

 ‘어이구, 어서 오쇼. 임주혁 총경. 안 나타나면 섭섭할 뻔했어.’

 그는 쾌재를 불렀다. 어두운 표정의 임주혁은 손을 주머니에 넣고 다리를 만지작거리면서 연행되는 폭력배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불안에 떠는 작자들의 전형적인 행동 패턴, 저것들을 취조하다 보면 당연히 본인에게 연결되리라는 건 불 보듯 뻔하니 불안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었다.

 일간 불러다 파일로 마빡을 후려갈길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목표 1, 2, 4, 5 확보, 연행합니다.

 “나머지는 없나?”

 -참석하지 않았거나 달아난 것으로 보입니다.

 보스 일곱 명 중 네 명만 체포에 성공한 셈, 어차피 증거가 확보된 건 홍인철 직할 조직을 비롯한 4개 조직뿐이었다.

 새삼 그 손혜지인가 하는 빌어먹을 여자가 무서워졌다.

 그 여자는 오늘 참석할 보스들의 숫자까지 정확하게 확보하고 필요한 사항만 엄선해서 그에게 넘겨준 모양이었다.

 그가 혀를 내두르며 뒤늦게 감탄사를 토해내는 동안, 내부도 어느 정도 정리됐는지 흑룡상회 출입구에 폴리스라인이 쳐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길게 서 있던 닭장차들이 떠날 무렵 그의 수사팀이 흑룡상회 정문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옷가지는 엉망이지만 표정은 다들 밝았다. 가장 먼저 폴리스라인을 넘어온 팀장이 가볍게 목례를 했다.

 “영감님, 왕건이 건졌습니다. 속이 다 시원하네요.”

 “다들 다친 데 없죠?”

 “물론이죠. 짜식들, 솔직히 작전 시작하기 전에는 많이 긴장했는데 생각보다 엉성하던데요?”

 팀원 대부분에게 이런저런 타박상이 보였지만 다행히 큰 부상을 당한 사람은 없어 보였다.

 “수고들 했어요. 다음 주에 진하게 한잔 쏘겠습니다.”

 “나중에 오리발 내밀기 없깁니다, 하하.”

 “날 잡아서 통보하세요, 후후.”

 “좋지요, 하하. 어라, 비 오는 거 같은데?”

 수사관 하나가 머리를 앞뒤로 털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비 한 방울이 이마를 때렸다. 최정택은 시간을 확인했다.

 이미 밤 11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그래도 작전 시작이 정각 10시였으니 예상보다는 빨리 마무리된 셈이었다.

 “쏟아지기 전에 들어들 갑시다. 청에서 보죠.”

 “넵!”

 왁자지껄하게 웃는 수사관들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곧장 뒷골목 순찰차 사이에 세워둔 자신의 차로 돌아갔다.

 집에 들어가기는 틀렸으니 사무실로 돌아가 취조를 준비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거는 사이에 임주혁이 다가와 창문을 두드렸다.

 창문을 열기가 무섭게 임주혁은 언성을 높였다.

 “이봐요, 검사님. 정말 이런 식으로 할 거요?”

 “예?”

 “경찰이 당신들 따까리인 줄 알아? 미리 언질이라도 줘야 장비라도 챙기지! 도끼에 총까지 쏴대는 우범지대에 무방비로 애들을 내보낸 꼴 아닌가 말이오. 내 분명히 말하지만 애들 부상에 대해서는 문제를 삼을 거요. 알아?”

 “아, 다친 직원들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워낙 극비로 추진한 일이라 작전의 목적을 정확하게 공개할 수 없었습니다. 이해하십쇼.”

 최정택은 가능한 한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

 당장 체포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지만 고위 경찰관을 임의로 체포했다가는 일이 엉뚱한 방향으로 튈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지금은 참아야 했다. 그러나 임주혁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고 있지만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내가 고딩으로 보이는 거요?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데 이해라니! 그게 지휘관이 할 이야기요!!”

 “그럴 리가요. 일간 찾아뵙고 전후 사정을 설명드리죠. 오늘은 바빠서 이만.”

 그는 창문에 손을 걸친 임주혁을 무시하고 그냥 차를 후진시켰다. 짜증스러운 얼굴 맞대고 시간을 보내는 건 낭비라는 생각이었다.

 차를 전진시키자 순찰차 뒤까지 따라온 임주혁이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검사가 큰 벼슬인 줄 아는 모양인데 당신 그러다가 쓴 맛 보게 될 거야. 알아?”

 그는 길길이 뛰는 임주혁을 향해 씩 웃어주고는 가속페달을 밟아버렸다. 백미러로 보이는 임주혁의 얼굴은 험악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멍청한 자식! 마음껏 까불어라. 이제 넌 내 손안에 있어.’

 언제 손을 봐줄까를 계산하며 골목을 빠져나와 이면 도로로 방향을 잡았다.

 차량 속도가 10킬로미터 안팎에 불과한데도 고속으로 와이퍼를 돌려야 할 만큼 빗줄기는 강해져 있었다.

 그런데 큰길이 멀리 보이는 위치쯤에서 간이 바리케이드로 길을 막은 정복 경찰관이 손을 흔들었다.

 차를 세우자 운전석으로 다가와 창을 내리라고 손짓을 했다. 그는 창문을 조금만 내렸다.

 빗속에서 고생하는 경찰관에게 예의는 아니지만 폭우에 가까운 빗줄기가 실내로 들이치는 건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경찰관은 더 내리라고 손짓을 했다.

 “나 남부지검 최정택 검사요.”

 “확인해야 됩니다!”

 신분을 밝혀봤지만 경찰관은 요지부동이었다. 신분증이라도 확인하겠다는 뜻인 것 같았다.

 ‘뭐야, 이 멍청한 놈은!’

 내심 욕설을 퍼부으면서 창문을 열었다. 순간, 반짝하는 섬광이 눈에 들어왔다.

 ‘칼!’

 반사적으로 상체를 틀면서 손을 들었다. 덕분에 칼은 정말 아슬아슬하게 목을 빗겨 나가 등받이 상단에 정통으로 꽂혔다.

 그대로 밀려 들어오는 칼날을 마구잡이로 틀어막았다. 날을 잡은 왼손에서 핏줄기가 솟았지만 그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뭐 이런 개 같은!”

 악을 쓰는 순간, 느닷없이 퍽 소리가 나더니 놈이 백미러를 부러뜨리며 펜더 위로 밀려나 처박혔다. 칼은 그대로 등받이에 남겨둔 채였다.

 다시 어, 하는 사이에 머리에 후드를 뒤집어쓴 시커먼 그림자가 튀어나와 놈의 턱에다 발꿈치를 내려찍었다.

 놈은 양손으로 발을 막으면서 엔진 후드 위로 뛰어올라 서커스하듯 공중제비를 돌더니 간단하게 바리케이드 너머로 착지했다.

 무시무시하게 민첩한 동작, 놈은 그대로 몇 발 물러서 골목 끝에 있는 5층 건물 벽에 달라붙어 다람쥐처럼 방범창을 밟고 위로 올라갔다.

 언젠가 영화에서 본 야마카시의 한 장면 같았다. 후드를 뒤집어쓴 사내도 놀랐는지 놈이 올라가는 모습을 그저 쳐다만 보고 있었다.

 놈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최정택은 급히 손을 지혈하며 사내에게 말을 건넸다.

 “더…… 덕분에 살았습니다. 우리 직원인가요?”

 사내는 장난스럽게 후드를 툭 쳐 내리며 말을 받았다.

 “혼자 다니는 습관은 이제 버리셔야겠습니다, 검사님. 또 보죠.”

 “아니, 이보쇼.”

 얼굴이라도 확인할까 싶어 불러봤지만 사내는 건물 그늘 속으로 스며들듯 사라져버렸다.

 “젠장! 저것들 뭐야?”

 손의 통증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쥐뿔도 아는 게 없다는 생각, 황당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하나는 그를 죽이려 했고 하나는 구했는데 당사자인 그는 이 상황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었다.

 어깨를 찍어 누르는 지독한 무력감 때문에 숨을 쉬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창문은 그냥 열어둔 채 차로 바리케이드를 밀어붙이고 대로로 나섰다.

 

 차승호는 차에 올라타자마자 후드의 비를 대충 털어내고 오지연에게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달아난 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오지연은 팔짱을 끼면서 등받이에 머리를 기댔다.

 “종합하면 체격이 작고 날렵한 동양계 킬러가 최정택을 죽이려고 달려들었다 이거지. 와중에 경찰복까지 챙겨 입고 말이야.”

 “그렇지. 경찰복에 운동화라 이상해서 신경 썼는데 한발 늦었어. 음…… 무기는 날 길이가 20센티 정도 되는 칼인데 손잡이를 천으로 감아서 힘주기 용이하게 만들었고 야마카시 같은 걸 오래 한 놈이야. 빗속이라 미끄러울 텐데도 5층 건물 옥상까지 10초도 채 안 걸리는 거 같더라. 얇은 가죽 장갑에 검은 머리, 운동화는 처음 보는 브랜드였어. 전형적인 킬러라고 봐야지”

 “일이 점점 황당하게 전개되네.”

 “홍인철 수하에 있는 킬러일 가능성이 가장 높아. 너무 대담했어. 토종 조폭일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 인간 미련하게 위험 지역에서 지휘했으니까 현장에서 노출됐다고 봐야지.”

 “일단 누가 고용한 킬러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

 “어떻게?”

 “방법은 하나뿐이잖아.”

 “장명신?”

 “내 생각이 맞다면 근처에 있을 거야.”

 “그쪽이 시킨 일이면 긁어 부스럼이야. 괜히 우리가 살아 있다는 사실만 공개하는 거고.”

 “어차피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다들 알아. 이참에 피아 구분이나 해두자, 간다.”

 오지연이 불만스러운 눈빛을 했지만 그는 곧장 빗속으로 나왔다.

 주변을 한 바퀴 돌아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한 뒤, 천천히 지하로 내려가 공중전화를 찾았다.

 장명신은 신호가 일곱 번 넘게 울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전화를 받았다.

 -생각보다 빠르군요.

 역시 만만치 않은 여자였다. 장명신은 그가 전화하리라는 예상을 하고 있었다.

 “구경 재미있던가요?”

 -물론이죠. 내 손이 가지 않는 대청소는 언제나 환영이니까요.

 “주력이 빠져서 그런지 재미있는 불구경은 못 되더군요.”

 -주력이라…… 제 식구들 말씀이십니까?

 “뭐, 그래도 위험한 순간이 있긴 했어요. 아슬아슬하게 피하긴 했지만.”

 -그렇군요. 다행입니다.

 “그래서 이야기인데…… 거기 야마카시 하는 아이들 소개 좀 합시다.”

 -야마카시……하는 아이들?

 “칼질까지 잘하더군요. 현직 검사를 암살하려고 했으니 숨겨주는 건 대한민국 검찰과 한판 붙자는 뜻이 되는 거요. 나도 약속을 지킬 이유가 없어지고.”

 -호호…… 그런가요? 그런데 어쩌죠? 저도 그 아이들 잘 몰라요.

 “아이들? 안다는 뜻 같은데?”

 -별명이 뭐라더라…… 맞아요, ‘죽음의 천사.’ 연초에 국내로 들어왔다고 들었어요.

 “천사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빌어먹을 자식들. 홍인철이 똘마니들인 거요?”

 -가능하죠. 돈만 주면 뭐든 하는 놈들이니까. 쌍둥이라고 들었는데 한족일 겁니다. 둘 다 칼을 쓰는데 목표를 놓친 적이 없다고 들었어요. 담당 검사를 노렸다면 위험할 겁니다.

 “환장하겠군. 이름은?”

 -동생 이름만 알아요, 뤼궈슝. 하지만 본인 이름 쓰고 입국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이름 알아도 별 의미 없어요. 나이는 확실치 않은데 외견상 20대 초반 정도고 열네 살 때부터 살인을 시작해서 둘이 합치면 최소 50명 이상을 암살했다더군요. 업계 최고로 알려진 아이들입니다.

 “어디 가면 찾을 수 있는지 압니까?”

 -알기야 알지만 소용없을 겁니다. 목표가 정해지면 목표를 제거할 때까지는 다른 짓 안 한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체포는 안 될 걸요? 아예 숨을 끊어놓는다면 모를까.

 “나타나는 곳.”

 그는 매섭게 말을 잘랐다. 잠시 숨소리만 내보내며 웃은 장명신이 여전히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워커힐, 뤼궈슝이 도박을 좋아해서 거기 카지노에 자주 들락거립니다.

 “워커힐? CCTV 천지인 곳에 드나든다는 거요? 말이 됩니까?”

 -내가 줄 수 있는 정보는 거기까지네요. 아직은 천사의 키스를 받고 싶은 생각 없거든요. 조심하세요. 끊습니다.

 전화는 바로 끊어졌다.

 ‘제기랄!’

 그는 전화기를 던져 버리고 지상으로 올라와 출입구 계단 지붕 아래에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왠지 담배 맛이 썼다. 그러고 보니 언제 제대로 숙면을 취했는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요 며칠 계속된 증상, 몸은 피곤한데 막상 눈을 감으면 잠이 오지 않았다.

 저녁 시간에 서울로 올라오면서 잠깐 눈을 붙인 것이 지난 사흘간 잔 잠의 전부였다. 딱 두 모금 빨고 담배를 던져버렸다.

 빗물에 쓸린 꽁초가 하수구로 흘러들어가는 걸 확인하고 다시 빗속으로 나섰다.

 굵은 빗줄기가 매섭게 후드를 두들기고 삽시간에 등을 타고 흘러내려 뼛속까지 오한이 밀려왔다. 오지연은 그가 차에 타자마자 차를 출발시켰다.

 “어떻게 됐어?”

 “검사 친구한테 전화해야겠다. 위험해 보여.”

 그는 간단하게 요약해서 뤼궈슝에 대해 설명했다. 오지연은 한참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또 우선순위 문제가 된 셈이네. 결정부터 하자. 양승욱, 박춘배, 최정택.”

 “하나 택일?”

 “니 생각은 어때?”

 “급한 거부터, 지금은 박춘배가 답이겠지. 최정택은 자체로 경호를 강화할 거니까 그냥 며칠 돌아다니지 말라고 경고하면 돼. 나머지는 박춘배 하는 짓 보고 결정하자.”

 “양승욱은?”

 “양승욱이 정길수와 매일 통화하지는 않을 거야. 둘이 손을 잡은 것 자체가 일회성일 가능성이 높으니까…… 며칠 러시아 아이들 반응 기다려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일단 묵혀두자.”

 “양승욱에 대한 처리를 연기한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새벽 무렵에 어딜 비우라고만 했지 정확한 시간과 장소가 나오질 않잖아. 어딜 어떻게 공격할 거지?”

 “그건 지금부터 알아봐야지. 어차피 내일은 출근해야 되는 날이야.”

 “출근? 이 와중에?”

 “내일하고 모레 이틀은 나가야 무단결근 아니다. 후후.”

 “쓸데없는 짓 하지 마. 자진해서 조준선 안으로 들어가는 짓이야.”

 “다른 대안 있어? 지금으로선 가까이서 하는 짓을 보는 게 최선이야. 상대가 누구든 무장한 현직 경찰관들 잔뜩 있는 곳에 달려들지는 못할 거다.”

 “금방 현직 검사를 암살하자고 달려들었잖아. 못할 짓이 어디 있어.”

 “대신 내가 만만한 사람이 아니잖냐.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빠져나올 테니까 넌 검사 친구한테 전화나 하셔.”

 오지연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전화를 꺼내 그에게 넘겼다.

 “스피커폰으로 연결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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