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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현령무적
작가 : 자우
작품등록일 : 2016.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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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현청, 하지만 사람들에겐 귀고현청이라 불린다.

이곳에 새로 부임해 온 장철현이란 사내. 이 현령, 뭐 하다 온 작자인지 무지 세다.

 
23 화
작성일 : 16-07-18 09:20     조회 : 608     추천 : 0     분량 : 5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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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딱 걸렸어…….

 

 

 

 천리비응의 천리(千里)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았다.

 전혀 다른 두 곳에 두 마리의 비응이 날아들었다. 한 마리는 응당 닿아야 할 곳이었고, 다른 한 마리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이었다. 하지만 비응을 맞이한 이들의 반응은 하나였다.

 기겁, 경악, 놀람.

 비응이 날개를 접고 채 하루가 지나기도 전, 급한 인마의 무리가 다른 두 장소에서 말을 달렸다. 그들이 향하는 목적지는 비응이 떠나온 곳, 그 한 곳이었다.

 

 

 건중자는 관제묘 앞의 낮은 계단에 걸터앉은 채 멍하니 붉은 노을을 바라보았다.

 엉망이 되어 버린 시정의 포목점을 버리고, 그는 위고현 외곽의 퇴락한 관제묘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소흥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건중자로서는 정말 다행인 일이었다.

 그는 뉘엿뉘엿 저물어 가는 햇살을 바라보며 소흥의 죽을상을 떠올렸다. 절로 입가에 쓴 미소가 그려졌다.

 “쯧쯧쯧, 그러게 뭘 끝까지 말꼬투리를 잡아, 잡기를…….”

 건중자는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그때를 똑똑히 기억했다.

 

 

 소흥이 건들거리며 물었다. 반항의 기색으로 가득한 얼굴이었다.

 “아, 그러니까 검각에는 소식을 어떻게 전하실 건데요!”

 “…….”

 위태위태한 기운이 주변에 내려앉았다. 허물어진 포목점의 폐허 위에 걸터앉은 관무언은 주름을 찌푸린 채 달아오른 소흥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 이봐, 거지…….”

 “아, 좀 놔 봐!”

 직감적으로 위험을 느낀 건중자는 슬쩍 소흥의 누더기 자락을 당기며 조심히 불렀다. 하지만 흥분한 소흥은 미처 눈치를 살피지 못했다. 그는 거칠게 건중자를 뿌리쳤다. 그러자 가만히 지켜보던 관무언이 나직이 한마디를 내뱉었다.

 “네가 가라, 검각.”

 소흥은 입을 꾹 다문 채 한껏 두 눈을 치떴다. 그는 조심히 고개를 돌렸다. 관무언이 가만히 자신을 보고 있었다. 벌겋던 소흥의 얼굴이 점차 색을 잃어 가기 시작했다.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말을 잃은 소흥의 모습에 관무언은 씨익 웃었다. 그것은 단순한 웃음이 아니었다.

 소흥은 관무언의 웃음보다 슬쩍 내민 그의 손을 바라보았다. 굳게 움켜쥔 관무언의 비쩍 마른 손은 은은한 청광이 번뜩이고 있었다. 말 그대로 무언의 압박.

 “…….”

 마른침을 간신히 넘긴 소흥은 아무런 선택의 여지 없이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저지른 일을 이런 식으로 수습할 줄이야. 하지만 놀랄 필요는 없었다. 가만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결과이지 않은가.

 건중자는 한숨과 함께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바락바락 대들더니……. 그 결과로 소흥은 지금쯤 어딘가에서 숨넘어갈 듯이 내달리고 있을 터였다.

 “쯧쯧.”

 소흥의 처지에 건중자는 혀를 찼다. 그러게 적당히 좀 들이대지. 하지만 솔직한 심정을 말하면.

 ‘안 걸려서 다행이다.’

 그저 안도하고 있을 뿐이었다.

 

 

 “여이, 백정, 그쪽도 슬슬 도착할 때가 되지 않았냐?”

 “…….”

 먼지 가득한 관제묘에 관무언은 거적을 깔고 속 편한 모습으로 드러누워 있었다. 홀로 술병을 기울이던 그는 문득 해 지는 모습에 곰곰이 손가락을 꼽았다. 그렇게 날짜를 헤아리던 그는 구석에 처박힌 모중옥을 불렀다.

 모중옥은 관무언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그는 두 눈을 감은 채 관제묘의 가장 구석진 곳에 주저앉아 있었다. 딱딱하게 굳은 그의 얼굴에는 못마땅한 기색이 뚜렷했다. 어쩌자고 저 노괴와 얽히게 된 건지. 답답한 한숨이 솟구쳤다. 그 순간, 모중옥은 흠칫 고개를 치켜들었다.

 ‘응? 잠깐. 어쩌다가 얽히게 된 거지?’

 모중옥은 퍼뜩 떠오른 의문에 멍하니 두 눈을 깜빡였다. 아, 이 저주받을 건망증. 그 모습을 본 관무언은 피시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저 인간, 저거 또 뭐 까먹었구먼. 클클클.”

 저쯤이면 정말 병도 보통 병이 아니다. 혼자 낄낄거리던 관무언은 이내 입매를 찌푸렸다. 그는 비어가는 술병을 입가에 가져가며 눈동자를 굴렸다.

 ‘그나저나…….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지려나.’

 지금쯤이면 못해도 세 곳 모두에 소식은 도착했을 터였다.

 소흥, 그 거지가 비록 입 걸고, 눈치 없고, 생각조차 없지만 적어도 발 하나만큼은 강호에서 내로라하는 실력인바.

 “겔겔겔.”

 관무언은 심술궂게 웃었다.

 무림맹, 마교, 검각.

 중원 구세 중에서도 실세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런 곳의 이들이 볼품없는 위고현의 관청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할 것을 생각하니, 관무언은 도무지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대되는 것은 달리 있었다.

 “현령 놈, 요놈이 어떻게 나올지. 이야, 이거 가슴이 벌렁벌렁하고만. 크헤헤.”

 중얼거리는 관무언의 번뜩이는 두 눈은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크흠!”

 장철현은 흠칫 몸을 떨었다. 치켜뜬 그의 눈에 초점은 없었다. 멍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그는 은근슬쩍 입가를 닦았다.

 다행인지 그를 향한 시선은 없었다. 고개 숙인 관인들은 퇴청의 준비로 바쁠 뿐이었다. 그들이 부산히 넘기는 서류 소리가 관청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얼핏 창밖을 살피니 하늘은 붉어, 당장에라도 어둠이 내릴 것 같았다.

 ‘쩝, 오늘 하루도 이렇게 가나…….’

 장철현은 편치 못한 기색으로 잠시 창밖의 붉은 기운을 바라보았다. 하루의 끝을 알리는 저 붉은 기운은 전혀 반갑지 않았다.

 언제 끝나나 싶었던 밀린 서류들을 모두 정리하니 최근 들어 장철현에게 업무라 할 만한 일은 없었다. 며칠 전의 무당 도사와 개방 거지라는 이들이 벌인 일이 고작이었다.

 “흐음.”

 장철현은 문득 입가를 가리며 얼굴을 찌푸렸다. 새어 나오려는 하품을 간신히 참은 것이었다.

 글썽이는 눈물을 급히 닦아내며 장철현은 조심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를 밀어내는 소리에 부스럭거리던 서류 소리가 딱 멈춰 버렸다. 관원들이 모두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 어색하군.’

 장철현은 얼굴을 움찔거리며 어색한 미소를 그렸다.

 “하, 하하. 그만들 정리하고 퇴청들 하게나.”

 “예, 나으리.”

 그는 관원들의 시선을 뒤로하고 급히 관청을 나섰다. 졸았기 때문인지 불어 드는 바깥바람은 어쩐지 싸늘했다.

 장철현은 옷깃을 바로 하고는 종종걸음으로 자신의 처소를 향했다. 오늘 밤도 못 잘 것이 뻔했으니, 적어도 어둠이 내리기 전에 침상 위에 편히 눕기라도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세상일이란 게 어디 뜻대로만 흘러간다든가.

 그가 방문 앞에 섰을 때, 하늘은 언제 붉었냐는 듯 어두웠다. 저 서쪽 끄트머리에 노을의 흔적이 겨우 남았을 뿐이었다.

 “하아.”

 한숨 쉰 장철현은 쓴 미소로 노을의 흔적이 사그라지는 순간을 바라보았다. 곧 그의 눈가에서 붉은 노을빛은 사라졌다.

 그는 고개를 흔들며 문을 열었다. 그 순간, 그는 기겁해 외쳤다.

 “뭐야, 너!”

 “하, 하하.”

 놀란 외침에 어색한 웃음소리가 답해왔다.

 

 

 불 밝히지 않은 방 안은 어두웠다. 그 어두운 방의 침상에 투명한 인영이 앉아 있었다. 여홍, 그녀였다.

 이제 막 해가 저문 참이었다. 한데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니.

 여홍은 장철현의 놀란 눈에 흠칫 자기 모습을 살폈다. 매미 날개처럼 투명한 모습, 그녀는 이내 멋쩍게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 이거, 어쩌다 보니까…….”

 “뭐냐, 그 엉성하고 애매한 대답은.”

 “…….”

 여홍은 작은 어깨를 으쓱했다.

 “답답하다, 답답하다 보니까 이렇게 나와 있던데.”

 중간 설명은 다 잘라먹은 성의 없는 대답이었다. 장철현은 답을 탓하기보다는 경계하는 눈초리로 여홍을 바라보았다.

 ‘이, 이게 이제는 요괴가 되어 가는 거냐?’

 “뭐야, 그 눈은?”

 “눈이고 나발이고, 넌 이상하지도 않아?”

 “응? 이상?”

 잠깐 고개를 갸웃거린 여홍은 이내 씨익 짙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상하긴 하지만 뭐 어때. 일단은 편하고 좋은걸.”

 그녀는 소맷자락으로 입가를 가리며 호호 웃었다. 장철현은 그 모습에 힘없이 두 어깨를 늘어뜨렸다.

 그는 잠시 멍한 얼굴로 여홍의 웃음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곧 밀려오는 두통에 그는 거친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었다. 악문 잇새로 맥 빠진 한숨이 흐지부지 흘러나왔다.

 ‘아이고, 두야. 죽겄네.’

 

 

 “흡!”

 숨죽인 기합성과 함께 금광이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 이어 들려온 것은 낮은 소음이었다.

 “돼, 됐다!”

 떨리는 목소리가 그 뒤를 이었다.

 세 사람이 굴속에서 겨우겨우 기어 나왔다. 피폐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철퍼덕, 먼저 쓰러진 것은 용유정이었다. 그는 쌓아 놓은 흙더미 위에 얼굴을 처박고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서로 걱정하기에는 너무나 지쳐 있었다.

 운초도 정영도 흙더미에 등을 기댄 채 두 눈을 감고 있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숨을 몰아쉬는 것 정도였다.

 “허억. 크헉, 쿨럭.”

 “하아, 하아…….”

 흙먼지에 숨소리 중간 중간 기침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예상했던 날로부터 한참이나 지났지만, 아직 이들은 옥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설마 현청 바닥이 온통 암석으로 되어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순조롭게 땅을 파낸 것은 첫날이 고작이었다.

 그 뒤로는 계속해서 돌을 부수고 파내는 날의 연속이었다. 자연히 진도는 더딜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소모되는 공력과 체력 역시 만만치 않았다.

 이제는 빈사 상태나 다름없었다.

 한참을 침묵 속에 고개를 처박고 있던 용유정은 문득 고개를 돌렸다. 얼굴이 온통 흙투성이였다.

 “여, 역시 현령은 우리를 말려 죽일 생각이었던 게 틀림없소.”

 “화, 확실히 그렇군요.”

 정영 역시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싹 말라 버린 입술에 흙먼지가 앉아 있었다. 아직 단정함을 잃지 않고 있었지만, 그녀의 몰골은 참으로 처량했다.

 그래도 운초, 용유정에 비하면 아직 여유는 있는 모습이었다.

 그들 두 사람은 말 그대로 사력을 다해 부수고, 부수고, 또 부숴 오지 않았던가.

 “크흐흐, 그래도 가장 큰 암석을 부쉈으니 내일이라면 분명히 가능할 것이오.”

 운초는 힘없이 웃었다. 그는 지친 눈으로 늘어진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피투성이, 흙투성이의 손. 지금은 들어 올릴 힘조차 없는 무력한 손이었다.

 “내, 내일이군요.”

 “…….”

 운초의 속내를 이해한 정영은 결코 어두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내일, 다시 말하면 내일까지가 한계란 말이었다.

 이제 말할 기운도 더 없는지, 어둠 내린 옥사는 침묵만이 떠돌았다. 축 처진 세 사람은 간간이 숨을 이어 갔다.

 요상을 위해 가부좌를 틀 힘도 없었다. 그저 되는 대로 누워서 근근한 호흡으로 공력을 운기할 뿐이었다.

 내일이면, 내일이면…….

 지친 그들처럼 힘없는 달빛이 옥사의 작은 창살 사이로 비춰들었다. 동그랗게 떠오른 달은 달무리가 뚜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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