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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현령무적
작가 : 자우
작품등록일 : 2016.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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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현청, 하지만 사람들에겐 귀고현청이라 불린다.

이곳에 새로 부임해 온 장철현이란 사내. 이 현령, 뭐 하다 온 작자인지 무지 세다.

 
22 화
작성일 : 16-07-18 09:20     조회 : 487     추천 : 0     분량 : 7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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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언제까지고 마냥 이러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아직 햇살은 밝았다. 옥사의 작은 창살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햇살 아래에서 정영은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오전 무렵의 일로 넋이 나가 있던 운초는 정영의 강건한 모습에 짐짓 낯을 붉혔다. 그는 곧 자세를 바로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씀이 참으로 옳습니다. 정 시주께 이리 한심한 모습을 보이다니, 소승은 그저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문득 그들 두 사람은 말을 멈추었다. 그들의 눈이 동시에 옥사의 한구석을 흘깃 살폈다.

 햇살이 닿지 않는 어두운 구석에 용유정의 모습이 있었다. 온몸을 축 늘어뜨린 채 벽에 기대 있는 그의 모습은 처절하기까지 했다. 발악의 흔적인 갈가리 찢긴 이불의 조각들이 그의 주변에 널려 있었다.

 모든 의지를 상실한 듯 빛을 잃은 그의 탁한 눈동자에 운초와 정영은 마른침을 삼켰다.

 “요, 용 시주.”

 “…….”

 조심히 부른 운초의 목소리에 용유정은 가만히 고개를 들었다. 감정을 엿볼 수 없는 허무한 눈길에 운초는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용 시주, 그만 일어납시다. 소승이 시주의 심정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허나 정 시주의 말처럼 이렇게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

 진지한 운초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용유정의 눈가에 왈칵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요, 용 시주?”

 “어흑! 우, 운초 스니이임!”

 “헉, 왜 이러시오! 아니, 거긴 안! 아니, 좀, 좀 놓으시오. 허억, 용 시주!”

 어째서인지 소란한 두 사람의 모습에 정영은 슬금슬금 소리 없이 뒤로 물러섰다. 마치 못 볼 모습이라도 본 듯한 얼굴이었다. 고개 돌린 그녀의 눈에 작은 창 사이로 새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문득 씁쓸한 미소가 맺혔다. 그녀는 안타까운 눈으로 중얼거렸다.

 “에효, 며칠째 장사 공쳤네. 손해가 얼마야, 이게…….”

 머릿속으로 이문 계산이 후드득 이뤄졌다. 그녀의 낮은 목소리는 이내 울려 퍼진 운초의 처절한 외침에 파묻혔다.

 “요, 용 시주! 진정하시오!”

 

 ***

 

 우선은 소식을 전하고 볼 일이었다.

 건중자와 소흥은 급히 포목점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 앞에서 우뚝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두 사람이 엉망이 된 포목점 앞에 주저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건중자도, 소흥도 그들의 낯을 익히 알고 있었다.

 “햘햘햘. 이제 오냐.”

 “…….”

 “…….”

 성근 이를 드러내며 기괴하게 웃어 대는 관무언의 모습은 참으로 저주스러웠다. 저 여유로운 모습은 도대체 무어란 말이냐.

 그때였다. 웃는 관무언의 뒤로 모중옥이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음울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기세도 위협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의 모습에 건중자도 소흥도 흠칫하여 뒤로 물러섰다. 그런 그들에게 관무언은 손짓하며 물었다.

 “이놈은 신경 쓰지 말라고. 지금은 비슷한 처지니.”

 “아, 아…….”

 관무언은 키득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두 사람이었다. 그들은 약자의 입장이었으니. 모중옥은 관무언의 말에 긍정도 부정도 않았다. 그는 고개를 돌린 채 불편한 옆모습만을 보이고 있었다.

 관무언은 짝하고 손바닥을 치며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고생들 했네. 그래, 소림 땡초하고 마교 애송이는 잘 있더냐?”

 “아, 알고 계셨습니까?”

 “이놈아, 내가 괴산 관무언이야. 이 몸이 모르는 게 있을 것 같으냐. 햘햘햘.”

 ‘그래, 괴산이시지. 얼굴에 철판 깐.’

 관무언은 놀라는 건중자에게 태연스레 대꾸했다. 그 자신은 태연이겠지만, 건중자와 소흥의 눈에 뻔뻔스러울 뿐이었다. 그들은 남몰래 구시렁거리며 절대 곱지 않은 눈으로 웃는 관무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일이 재밌어지겠구먼.”

 키득거리는 모습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뒤에 멀거니 서 있던 모중옥마저 관무언의 웃음소리에 흠칫 물러설 정도였다.

 “헌데 관노 선배께서는 소검후 역시 관청에 갇혀 있음을 알고 계셨습니까?”

 “응? 소검후?”

 관무언의 웃음이 딱 멈췄다. 잠시 한쪽 눈썹을 과장되게 추어올린 그는 이내 무릎을 치며 외쳤다.

 “아하, 그 푸줏간의 쪼잔한 처녀말이렸다!”

 소검후 정영을 기억해 내 웃음 짓는 것은 잠시였다.

 관청에 검각의 소검후까지? 미처 알지 못했던 터라 관무언은 해연이 놀랐다. 그는 주름진 얼굴에 더욱 주름을 그리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이런…….”

 관무언은 어울리지 않는 심각함으로 혀를 찼다. 건중자와 소흥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저 얼굴은 분명 뭔가 안 좋은 일이 벌어졌을 때 나타나는 얼굴이다!

 “왜, 왜 그러십니까, 관노 선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불안한 기색이 뚜렷했다. 관무언은 깡마른 손가락으로 머리를 벅벅 긁었다.

 “어쩌느냐, 천리비응(千里飛鷹)은 다 갖다 써 버렸는데…….”

 “예? 세 마리나 되는 천리비응을 언제 다 쓰셨단 말입니까!”

 놀라 외치는 건중자와 소흥이었다. 관무언은 슬그머니 그들의 놀란 눈을 피했다. 천리비응은 무림맹에서 공들여 키운 영물 중의 영물이었다.

 하룻밤에 천리를 난다 하여 천리비응이라 하는 데, 다른 무엇보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다는 점이 무엇보다 대단하였다. 그런 천리비응을 세 마리나 내어주었다는 것은 무림맹이 이곳 위고현의 일을 중히 여기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헌데, 그 천리비응의 세 마리가 모두 없어졌다 하니.

 “아, 그게, 그러니까.”

 “관노 선배!”

 잠시 더듬거리던 관무언은 먼 하늘을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한 마리는 내 땡초의 소식을 알리느라 맹에 날렸지.”

 “아.”

 건중자와 소흥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 마리는 이놈한테 빌려 줬지.”

 “크흠.”

 모중옥은 악착같이 고수하는 옆모습을 조금 더 비틀며 머쓱한 듯 헛기침을 터뜨렸다.

 “그리고 마지막 한 마리는.”

 “…….”

 입안이 바싹 말라 왔다. 건중자와 소흥은 뚫어지라고 관무언의 입을 노려보았다.

 관무언은 진정 안타깝다는 듯이 한숨과 함께 중얼거렸다.

 “허어, 그놈 참 맛있었지.”

 “에?”

 싸늘한 정적이 그들 사이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싸늘했다. 부들부들 몸이 떨려 왔다. 도대체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거지?

 맛있더라? 뭐가? 설마, 천리비응은 아니겠지.

 설마…… 에이, 설마.

 “햘햘햘, 뭐 그런 눈으로 보나.”

 관무언은 손사래를 치며 크게 웃었다. 그 순간, 무언가가 그의 닳아빠진 소맷자락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것에 집중되었다. 그것은 흔들리며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설마가 결국 사람을 잡고 말았다.

 

 

 푸른빛이 감도는 기다란 꽁지깃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관무언의 소맷자락에서 떨어져 내린 것이었다.

 건중자와 소흥은 멍하니 깃털을 내려다보았다.

 천리비응의 그 듬직한 자태는 간데없고, 남은 것은 이 깃털 하나가 고작인 것이었다. 깃털 끝에는 삼(參)의 숫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 숫자를 알아본 소흥은 떨리는 손으로 깃털을 주워들었다.

 “으, 응삼아…….”

 원래 이름은 따로 있었지만, 일응이, 이응이, 응삼이, 소흥이 직접 붙인 이름이었다.

 그가 스스로 길들인 놈들은 아니었지만, 처음 봤을 때부터 먹이를 비롯한 하나하나에 신경 쓰며 정을 붙였던 놈들이었다. 그 천리비응이 고작 깃털 하나만을 남기다니. 마른하늘의 날벼락에도 정도가 있다.

 “허어, 이놈이 지금 경극을 하나.”

 “관노 선배!”

 “아, 왜 소리는 지르고 난리야, 난리가! 나 귀 안 먹었다.”

 범인이라 할 수 있는 관무언은 쳇 하고 혀를 차더니, 이내 삐딱하게 기대어 누웠다. 그는 손가락으로 귓구멍을 후비며 딴청을 피웠다. 건중자와 소흥은 그 뻔뻔한 모습에 이제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그저 분기 가득한 거친 숨을 몰아쉴 뿐이었다.

 “커허험.”

 머쓱하니 헛기침을 터뜨리던 건중자는 문득 찌푸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 선 모중옥이 여전히 고개를 돌린 채 철저히 방관자의 자세를 지키고 있었다.

 그 모습에 관무언은 짜증스럽게 외쳤다.

 “이 자식아, 너도 같이 먹었잖아!”

 “쿨럭!”

 그의 외침에 잔뜩 굳은 모습으로 침묵을 지키던 모중옥의 입에서 심한 기침이 터져 나왔다.

 숨넘어갈 듯 기침하는 모중옥의 모습을 건중자와 소흥은 멍하니 바라보았다.

 천리비응을 먹은 관무언, 천리비응을 같이 먹은 모중옥.

 건중자도, 소흥도 맹렬히 치달아 오르는 두통에 그만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흑! 제발 누가 꿈이라고 좀 해 줘!’

 그러나 현실은 냉엄하여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는 없는 법이었다. 천금보다 귀하다는 천리비응이 술안주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높았던 해는 점차 기울어 갔다. 두꺼운 쇠창살의 그림자는 그에 따라 구석으로 향해 갔다. 하지만 어디에도 사람의 그림자는 없었다.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은 수북하게 쌓인 돌 부스러기들이었다. 옥사의 창살은 그 위에 그림자가 지고 있었다.

 햇빛이 닿지 않는 벽의 바로 아래에 깊은 굴이 있었다. 그것은 고작 반나절 만에 생겨난 굴이었다.

 그곳에서부터 돌과 흙더미는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하마터면 벗겨질 뻔했던 바짓가랑이를 간신히 사수한 운초는 조금은 상기된 얼굴로 묵묵히 손을 놀리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은은한 금광 어린 그의 손은 거침없이 단단한 암석을 푹푹 파고들었다. 지금 그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안법으로 단련한 두 눈과 두 손뿐이었다. 하지만 소림의 칠십이종절기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절정의 수공(手功) 대라금강수(大羅金剛手)를 설마 땅 파기에 펼치게 될 줄이야.

 운초는 착잡함을 감출 수 없었다. 자신이 대라금강수를 완성하던 날, 그를 가르치던 나한당의 수좌 벽력승(霹靂僧) 혜산대사(慧山大師)가 얼마나 기뻐했던가.

 운초는 재차 눈앞을 막는 암석을 향해 두 손을 깊이 찔러 가며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두더지라도 된 듯이 그는 기어가며 눈앞을 가로막은 흙과 암석을 파내고 또 파냈다. 그가 앞서 돌을 부수고 흙을 파내면, 용유정과 정영이 파낸 돌과 흙더미를 밀어 올렸다.

 일을 시작한 지 겨우 반나절도 지나지 않았건만, 그네들이 파낸 흙더미는 옥사에 언덕처럼 쌓였다.

 “교대하십시다, 운초 스님.”

 문득 뒤에서 용유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니 그의 그림자가 눈앞을 가리고 있었다. 짙은 그림자에 얼굴이 보이지 않아 차라리 다행이었다.

 느닷없이 달려드는 그의 모습에 얼마나 당황했던가. 운초는 떨떠름한 기색을 겨우 감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좁은 토굴 속에서 그들은 힘겹게 자리를 바꿨다.

 “흡!”

 용유정은 앞서기가 무섭게 두 손을 치켜들었다. 뭉클거리며 그의 두 손에 검은 기운이 일렁였다.

 마교 일절인 흑암수(黑巖手)의 공력이었다.

 그는 조심히 숨결을 가다듬었다. 성질 같아서는 최대로 암천흑무기를 끌어올려 닥치는 대로 장력을 때려 넣었겠지만, 흙더미에 깔리기는 싫었고, 소란함에 그 망할 현령을 불러들이는 것은 더더욱 싫었다. 숨결인지 성질인지, 여하튼 가다듬은 그는 운초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힘차게 두 손을 찔러 넣었다.

 “하압!”

 그의 두 손은 운초의 대라금강수에 못지않게 깊숙이 파고들었다. 용유정의 두 눈이 이 어둠 속에서 무섭게 번뜩였다. 새빨갛게 달아오른 그 눈은 처음 장철현 앞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와 다르지 않았다.

 눈앞을 가로막은 흙벽이 그의 눈에는 달리 비친 모양이었다. 입술을 비틀어 올리며 그는 그야말로 미친 듯이 두 팔을 휘저었다.

 “크오오오오!”

 퍼퍼퍼퍽!

 운초는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용유정이 헤집어 대는 흙더미는 그의 얼굴을 스쳤다. 그 자신보다 배는 빠른 속도였다.

 ‘용 시주가 쌓인 게 많았구먼.’

 운초는 멍하니 머리를 긁적였다.

 “캬캬캬! 죽어라!”

 경사진 굴로 흙더미를 밀어 올리던 정영은 저 깊은 굴속에서 울려 퍼지는 용유정의 외침에 흠칫 몸을 굳혔다.

 그녀는 떨떠름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밀려오는 흙더미의 양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저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정영은 흙더미를 밀어 올리며 굴 밖으로 기어 나왔다. 햇살에 드러난 그녀의 몰골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흙투성이였다. 하지만 그녀 자신은 개의치 않았다.

 운초나 용유정과 같은 절정의 수공을 익히 바 없는 정영이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방향을 가늠하고, 파낸 흙을 바깥으로 밀어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녀는 조금은 지친 기색으로 잠시 한숨을 돌렸다. 그녀의 눈에 비친 창밖의 하늘은 아주 붉었다. 곧 해가 질 듯했다.

 그녀는 높은 창으로 다가갔다. 빠끔히 창밖을 살핀 그녀는 멀리 현청의 높은 담과 파고든 땅굴 사이의 거리를 가늠했다.

 ‘반나절에 이 정도라면…….’

 살피는 그녀의 기색은 좋지 못했다. 지쳤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녀가 걱정하는 것은 벗어나는 순간까지 과연 체력이 버텨 줄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아무리 공력이 충만하더라도 며칠씩 굶은 바에야 견디어 낼 재간은 없었다.

 이 점은 운초도 용유정도 익히 짐작하고 있을 터였다. 그렇기에 저토록 서두르는, 아니 단순히 화풀이일 수도 있겠지만.

 “크오오오!”

 발밑에서 재차 울려 퍼지는 괴성에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두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장철현은 멀거니 앉아 기울어 가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당장에라도 저물 듯 붉었다.

 노을과 푸른 하늘의 경계 속에서 장철현은 문득 참을 수 없는 답답함을 느꼈다. 이것은 당면한 문제와 함께 가뜩이나 복잡한 머릿속을 더욱 뒤엉키게 하였다.

 “무엇 때문에? 도대체 왜?”

 뜬금없는 말이었지만, 어조는 심각하기 그지없었다.

 온종일을 홀로 고민했다. 하지만 쉽사리 답은 나오지 않았다. 위고현에서 혼령이 묶일 수밖에 없는 이유, 아니 그보다는 동기에 대한 의문이었다.

 도대체 혼령을 붙잡는 것이 누구에게 어떤 이득이 될 수 있단 말인가. 그도 아니면 자연적인 현상이란 말인가. 하지만 응당 승천해야 할 혼령을 붙잡는다는 것이 과연 순천의 일인가? 아니, 그럴 리는 없을 것이었다.

 죽은 자는 응당 죽은 자의 세계에 드는 것이 진실한 법도이며 이치일 것이 자명했다. 지금 위고현에서 벌어지는 일은 역천 그 자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장철현은 쳇 낮게 혀를 찼다. 생각할수록 머리는 복잡해 왔다. 어디서 벌어지는 일 인지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도대체가 언제부터 일어난 일인 지라도 알아야 사료를 찾아볼 시도라도 할 터인데. 그저 막막할 따름이었다.

 하나 단서 없이 그저 머리만 싸매고 있으려니, 하늘은 붉은 노을을 마저 거두고 설핏 어둠을 깔아 갔다. 그는 노을과 어둠의 변화를 생각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뭘 그렇게 고민하고 있어?”

 “뭐겠냐.”

 갑작스레 들려온 여홍의 목소리에 장철현은 불퉁하게 답했다. 뻔히 알면서도 굳이 묻기는. 여홍은 장철현의 대답에 입술을 삐죽였다.

 “그나저나 빨리도 나왔다. 아직 초저녁인데.”

 “그, 그런가?”

 장철현의 말에 여홍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가. 그녀는 빠끔히 고개를 내밀어 밖을 살폈다.

 초저녁의 달이 낮았다.

 “…….”

 장철현은 말없이 벽에 기댄 여홍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무심결에 말하기는 했지만, 정말 여홍이 모습을 드러내는 시간이 점차 빨라지고 있었다.

 ‘이거 이러다가 낮에도 나오는 거 아냐? 에이, 설마.’

 제 생각이 어이없었는지, 장철현은 고개를 저었다.

 “근데 너, 언제 찾아 줄 거냐?”

 “응?”

 여홍은 무슨 소리냐는 듯 의문 어린 얼굴로 장철현을 돌아보았다. 완전히 잊어버린 거냐.

 “점쟁이 노인.”

 “아.”

 여홍은 잠시 눈동자를 굴렸다. 잊은 것이 틀림없다. 장철현은 그 모습에 으득 이를 악물었다.

 “아가 아니잖아, 아가!”

 악문 잇새로 장철현은 한껏 으르렁거렸다. 여홍은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머쓱하게 웃었다.

 “호호호, 지금 가려고 하잖아, 지금. 호호호.”

 딱딱한 웃음과 함께 손을 내젓는 그녀의 모습은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장철현은 에휴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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