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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현령무적
작가 : 자우
작품등록일 : 2016.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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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현청, 하지만 사람들에겐 귀고현청이라 불린다.

이곳에 새로 부임해 온 장철현이란 사내. 이 현령, 뭐 하다 온 작자인지 무지 세다.

 
17 화
작성일 : 16-07-15 16:55     조회 : 385     추천 : 0     분량 : 7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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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현청의 외딴 옥사, 그곳에는 침묵이 가득했다. 주룩주룩 비 내리는 소리만 가만하게 울려 퍼졌다. 잠시간의 토론은 결국 침묵을 불러왔을 뿐이었다. 옥사의 세 사람은 다들 풀 죽은 얼굴로 각자 한쪽 구석에 틀어박혀 있었다.

 운초와 용유정은 새삼 자신의 처지를 깨달았기에, 정영은 미처 생각지도 못한 장애에 우울한 모습으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밖에서 들려오는 빗소리는 참 거세기도 했다.

 정영은 창살의 차가움에도 얼굴을 기댄 채 멍하니 앉아 있었다. 탁한 그녀의 눈은 높고 작은 옥사의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튀어 들어오는 빗방울이 쓸쓸했다.

 용유정은 이제 몸을 일으키기도 싫은 모양인지 바닥에 누워 좌우로 뒹굴었다. 그가 꿈틀거릴 때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거슬렸다. 정영은 계속해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아미를 찌푸리며 시선을 돌렸다.

 그나마 운초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고요한 모습으로 두 눈을 감고 있었다.

 정영은 용유정의 무의미한 행위를 불쾌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한참을 바라보았다.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찌푸렸던 아미가 점차 펴졌다. 어느 순간, 그녀는 불쾌 대신 의아함을 품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 보니…….

 용유정의 몸이 좌우로 흔들릴 때마다 따라서 드러났다 사라지는 것이 있었다. 무엇을 깨달았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던 정영의 눈이 한순간 크게 벌어졌다.

 수행 중 어떠한 깨달음을 얻었을 때보다 더욱 큰 충격이 그녀의 뇌리를 흔들었다. 그녀는 급히 고개를 돌려 자신의 손목을 돌아보았다. 그녀의 손목에도 용유정의 것과 같은 것이 하나 있었다.

 정영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고요함을 지키던 두 사내가 멍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이번에는 또 뭐야’라는 눈이었다.

 그녀는 우선 운초에게 달려갔다. 운초는 굳은 얼굴로 다가오는 정영의 모습에 움찔 놀라고 말았다.

 “저, 정 시주?”

 “…….”

 대뜸 운초 앞에 선 그녀는 고개를 내밀고 운초의 등을 살폈다. 당황한 운초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아미가 찌푸려졌다.

 옥사의 구석에 등을 기대고 있었기에 운초의 등을 볼 수 없었던 것이었다.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던 그녀는 결국 발을 치켜들었다.

 “억! 정 시주!”

 갑작스러운 정영의 행동에 운초는 기겁하며 외쳤다. 그녀가 발로 운초의 머리를 내리밟아 버린 것이었다.

 놀란 운초의 외침이 크게 들려왔지만, 그녀는 듣지 않았다. 허리가 푹 숙인 운초는 당황해 이리저리 몸을 뒤틀었다.

 “아, 가만히 좀 있으세요!”

 도리어 큰소리치는 정영이었다. 그녀의 서슬 퍼런 외침에 운초는 움찔하고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무참히 꺾여 버린 소림 삼신룡의 자존심은 좀처럼 회복하기 어려울 모양이었다.

 “있다.”

 그때였다. 정영의 입에서 작은 속삭임이 들려왔다. 운초는 고개만 돌려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열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있기는 뭐가 있다고……. 흡!”

 정영의 모습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던 용유정은 짜증스럽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는 정영의 뜨거운 눈동자와 마주하기 무섭게 채 말을 잇지 못하고 급히 입을 다물었다.

 용유정의 눈과 정면으로 마주한 정영의 입가에 문득 득의한 짧은 미소가 맺혔다. 그 미소에 용유정은 그만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천하 마인들이 집결한 마교에서조차 결코 목격한 적 없는 강렬한 눈빛과 미소였다.

 정영은 곧 운초와 등을 맞대듯 하며 무릎을 굽혔다. 자세를 낮춘 그녀는 이내 뒤로 묶인 손으로 운초의 등 뒤에서 열심히 꿈지럭거리기 시작했다.

 “헉! 힉! 저, 정 시주?”

 그녀의 손끝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자 운초는 흠칫 놀라며 신형을 뒤틀었다. 하지만 정영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참다못한 운초가 벌떡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이었다.

 거짓말처럼 운초의 포승줄이 스르륵 풀려나갔다. 거짓말처럼…….

 “!”

 “!”

 운초와 용유정의 두 눈이, 턱이 빠진 것처럼 크게 벌어졌다. 그들의 눈은 속절없이 바닥에 떨어진 굵은 포승줄을 바라보았다.

 그 끔찍한 포승줄이 지금 힘없이 흩어져 있었다. 전력을 다한 소림의 금강나한기공을 버텼던 그 포승줄이.

 운초는 말 그대로 돌이 되어 버렸다.

 

 

 도대체 뭘 어떡해? 묻고 싶었다.

 “아, 무, 아…… 무…….”

 정신을 놓은 운초와 달리 용유정은 급히 정신을 차리며 입을 열었다. 목울대가 크게 꿈틀거렸지만, 말은 나오지 않았다.

 “운초 스님.”

 “예, 예! 정 시주.”

 “저도 풀어 주시지요.”

 “아니, 어, 어떻게?”

 정영의 목소리에 운초는 화들짝 놀라며 신형을 돌렸다. 이어진 그녀의 말에 그는 연신 허둥거렸다.

 그런 그에게 정영은 손목을 내밀며 말했다.

 “그저 매듭만 푸시면 됩니다.”

 “……아.”

 “…….”

 운초는 멍청히 정영의 손목을 바라보다가 그 한마디를 내뱉었다. 용유정은 아예 말을 잃었다. 정영이 깨달은 것, 그것은 바로 매듭이었다.

 단순하고 단순한 매듭. 특별할 것 하나 없는 매듭.

 

 ***

 

 “하아……. 열 명인가.”

 작게 중얼거리며 장철현은 포목점의 시신들을 향해 다가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천으로 감싼 시신 열 구였다.

 대충 털어 낸 포삼에서 아직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이마에서 물기를 닦아낸 장철현은 무릎을 굽혀 시신들의 모습을 살폈다. 그는 어렵지 않게 인후혈 깊숙이 파고든 흑혈자의 끝을 볼 수 있었다.

 “과연 사인은 이건가.”

 장철현은 손을 내밀어 흑혈자를 조심히 뽑아냈다. 장정의 손가락 하나 길이의 뾰족한 검은 침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세하게 새겨진 문양에 핏물이 배어들었다.

 그는 흑혈자의 모습을 유심히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호오, 이런 걸로 잘도 죽였구만.”

 다른 세 사람은 찌푸린 얼굴로 장철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 의문으로 가득한 눈들이었다. 흠뻑 젖은 모습으로 갑작스레 나타나서는 일점홍들의 시신을 살피다니.

 “뭐 하는…….”

 보다 못한 모중옥은 새삼 살기를 피어 올리며 서늘한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벌떡 몸을 일으킨 장철현은 모중옥의 말을 끊으며 입을 열었다.

 “누구의 짓이지? 당신? 당신인가? 아니면…….”

 그는 날카로운 눈으로 건중자와 소흥을 노려보았다. 두 손가락 사이에서 흑혈자가 까딱거렸다.

 장철현은 고개를 모로 돌리며 굳은 얼굴의 모중옥을 바라보았다. 그의 거구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씨익 짙은 조소를 그리며 장철현은 마저 입을 열었다.

 “아니면 당신 짓인가?”

 “무례한!”

 모중옥의 거구가 크게 흔들렸다. 순간 입가에 맺혔던 조소는 더욱 짙어졌다.

 콰콰쾅!

 

 

 갑작스러운 폭음과 함께 거센 먼지 구름이 솟구쳤다. 가뜩이나 허름한 포목점은 당장에라도 무너질 듯 요동쳤다. 그 서슬에 건중자와 소흥은 급히 구석으로 물러섰다.

 ‘과연 천인살! 찰나지간 이 정도의 경력을 잘도 펼치는구나.’

 새삼 천인살의 무력에 질린 건중자와 소흥이었다. 지금의 일격은 분명 그의 성명절기인 폭중경(暴中勁)이었다. 폭중경에 휩쓸린 자는 시신조차 온전치 못했다. 모중옥에게 천인살이란 별호도 모자라 사람 백정이란 이름까지 붙게 한 절기가 바로 폭중경이었다.

 바닥이 무너져 내렸는지 치솟은 먼지 구름은 짙었다. 건중자는 급히 소매를 떨쳐 눈앞의 먼지를 흩어 냈다. 이어 드러난 광경에 그는 팔을 떨치던 모양새 그대로 굳어 버리고 말았다.

 “놀랐잖아.”

 잦아드는 먼지 속에서 장철현의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새삼스레 들려왔다. 그는 원래의 자리에 선 채 한 손으로 거칠게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퉁명스런 그의 목소리에 멍해 있던 건중자와 소흥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들은 두 눈을 끔뻑이며 눈앞의 광경을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썩은 나뭇가지처럼 포목점의 마룻바닥은 처참히 부서져 나가고, 밑의 바닥까지 깊이 파여 있었다. 자리에 있던 시신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끔찍한 참상을 이루고 있었다. 부러지고, 깨어지고, 붉은 것은 핏물이요, 하얀 것은…….

 장철현의 모습을 제외하면 폭중경의 흔적이 분명했다. 참상으로 미루어 보건대 대략 삼성의 공력이었다. 한데 모중옥은 그 괴물은 어디에?

 의문은 길지 않았다. 마저 흩어지는 먼지 구름 속에 그의 모습이 있었다. 그는 크게 일장을 뻗은 모양새 그대로 굳어 있었다.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항상 머물러 있던 여유는 간데없었다.

 당장에라도 터질 듯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정체불명의 사내, 장철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주변으로 무서운 기세가 일렁였다.

 “크흡.”

 “으윽.”

 수십 개의 바늘처럼 쏘아 드는 기세에 건중자와 소흥은 침음성을 흘리며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서고 말았다. 폭중경으로 천인살의 무력을 목격했다면, 지금은 그의 무위를 피부로 느끼는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들과 달리 장철현은 계속해서 툴툴거리며 옷을 탁탁 털었다. 가뜩이나 젖은 옷이었다. 들러붙은 먼지는 털어 내기도 어려웠다. 힘주어 털어 내던 장철현은 찌푸린 얼굴로 삐딱하게 모중옥을 바라보았다.

 “아, 알았소, 알았어. 당신 짓은 아니군. 아니면 아니지 왜 엄한 성질은 부리고 난리요!”

 “…….”

 “…….”

 모중옥은 물론이고, 장철현의 언행에 건중자와 소흥 역시 멍하니 입만 벌리고 있었다. 천하의 천인살에게 저렇게 면박을 줄 수 있는 사람이 하늘 아래에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그들의 심정이야 알 바 아닌 장철현이었다. 그는 어느 틈에 벗어들었는지 한 짝의 신발을 들고 있었다.

 벗은 발을 들어 신발을 신은 그는 발끝을 툭툭 바닥에 두들기며 중얼거렸다.

 “그럼 둘 중 하나? 아니지, 둘 다 범인일 수도 있겠군.”

 그는 혼자 중얼거렸다. 그 모습을 질린 얼굴로 보던 소흥이 참다못해 나서서 물었다.

 “이, 이보오, 귀하는 도대체 누구시오?”

 뒤꿈치를 마저 신발 속으로 밀어 넣은 장철현은 흘깃 소흥을 쳐다보았다. 잠시 무심한 듯한 눈빛은 예사롭지 않았다. 그도 잠시, 그는 씨익 짙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본관은 위고현령 장철현이외다.”

 “위고…….”

 “현, 령……?”

 “자자, 뭐, 자세한 정황은 관청에서 듣도록 합시다.”

 장철현은 문을 가리키며 두 사람에게 관청으로 따라나설 것을 종용했다. 두 사람은 동시에 흘깃 모중옥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자 장철현은 천진한 얼굴로 모중옥을 향해 손짓했다.

 “이봐요, 거구 아저씨, 아저씨도 따라오시구랴.”

 “헉!”

 “크헥!”

 두 사람의 입에서 숨넘어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장철현은 태연자약했다.

 “뭐, 아저씨 짓이 아니란 건 알겠는데, 그래도 현장에 있었으니 참고인 자격이란 게 있지 않겠소. 게다가…….”

 장철현은 잠시 말끝을 늘이며 처참한 시신들의 모습을 둘러보았다. 세 사람은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들로서는 짐작 가는 바는 없었다. 그들 모습에 장철현에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하, 사람들이 이렇게 법률 상식이 없어서야. 사체손괴죄(死體損壞罪)란 말도 모르시오?”

 “사, 사체손괴죄?”

 굳은 모중옥의 대신인지, 뜨악한 소흥이 물었다. 천하 견문이 절대 짧지 않다 자부하는 그로서도 낯선 말이었다.

 넋을 놓은 그들을 보며 장철현은 혀를 찼다.

 “쯧쯧, 그러니까 왜 쓸데없이 성질을 부려서……. 자자, 어서…….”

 ‘빨리 갑시다’란 말을 하려던 장철현은 참 기세도 안 줄고 주룩주룩 내리는 빗줄기를 보고는 말끝을 흐렸다. 그는 머쓱한 듯 피시식 싱거운 웃음을 흘리며 마저 입을 열었다.

 “비 그치면 갑시다.”

 “나, 나는 따라가지 않겠다.”

 모중옥은 자신의 우산을 움켜쥔 채 말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저 사람 백정이 저렇게까지 감정을 드러내다니. 그것도 저리 당황하는 모습은……. 하지만 놀람의 연속인지라 건중자도, 소흥도 이제는 놀랄 기력이 없었다.

 “무슨 그런 섭섭한 말을 하는 겁니까.”

 “정녕 본인을 이리 핍박해야 하겠는가!”

 모중옥은 두 주먹을 불끈 움켜쥐며 버럭 소리쳤다. 격앙된 그의 외침에 장철현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아니, 이 아저씨가 지금 공권력을 뭐로 보…… 뭐, 뭐야?”

 쾅! 콰장창!

 모중옥은 에잇 하더니, 바닥에 일장을 때려 넣었다. 그러자 좀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센 먼지 구름이 장철현의 앞에 피어올랐다. 동시에 뭔가 부서져 나갔다.

 급히 먼지를 흩뜨리고 보니 모중옥의 자취는 간데없었다. 창문에 커다란 구멍이 하나 나 있을 뿐이었다.

 ‘서, 설마.’

 두 사람은 눈앞의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허, 이 아저씨가 현행범 주제에 도주까지…….”

 짜증스런 얼굴의 장철현은 크게 부서져 나간 창을 바라보며 연신 툴툴거렸다. 그러다 문득 자신의 몰골을 본 그는 버럭 소리쳤다.

 “아악! 또 먼지 뒤집어썼어!”

 

 

 천인살이 도주했다. 그것도 창을 부수면서. 이 말을 도대체 누가 믿어 주련가.

 쏴아아.

 부서진 창 사이로 빗방울이 들이쳤다. 건중자는 멍청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문득 입을 열었다.

 “이봐, 거지, 부탁이 하나 있는데…….”

 “하지 마. 내가 네놈 부탁 들어줄 정신이 있어 보이냐.”

 소흥 역시 그와 다를 바 없는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나 건중자는 채근하듯이 말했다.

 “야야, 제발 지금 꿈이라고 좀 해 주라.”

 소흥은 혀를 차고는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쳇, 내가 그 소리 할 줄 알았어. 꿈은 쥐뿔……. 그런데 지금은 백정 생각보다는 저 현령한테 할 말이나 생각하는 게 좋지 않겠냐.”

 “그건 그렇지.”

 소흥의 말에 건중자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눈앞의 현령이야말로 백정보다 더욱 무서운 존재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건중자는 파직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소흥을 노려봤다. 그의 서슬에 소흥은 흠칫하며 물었다.

 “왜? 왜 그런 눈으로 봐?”

 “너, 어째 남의 일처럼 말한다?”

 “킁! 남의 일 맞지, 뭐. 네가 죽였지 내가 죽였냐?”

 소흥은 고개를 다른 곳을 돌리며 딴청을 피웠다. 나 몰라라 하는 그의 태도에 건중자의 두 눈이 화르륵 타올랐다.

 ‘이놈의 거지가…….’

 건중자는 소흥을 죽일 듯이 노려보다가, 곧 평정을 찾았다. 일단은 눈앞에 당면한 일이나 정리하고 볼 일이었다. 자고로 관과 무림은 서로 관여치 않는다 하지 않은가. 불문율이나 다름없는 일, 마음을 굳힌 건중자는 조심스럽게 장철현에게 다가갔다.

 “저어…… 현령 나으리.”

 “앙?”

 부서진 창을 노려보며 으르렁거리던 그는 찌푸린 얼굴로 홱 고개를 돌렸다. 험상궂은 모습에 건중자는 흠칫 물러섰다. 애써 생각했던 모든 말이 사그라지고 말았다. 도대체 저 현령이란 작자는 어떻게 된 인간이란 말인가. 무거운 위압감과 더불어 의문만이 남았다.

 마른침을 삼키는 건중자의 모습에 장철현은 짜증이 솟구쳐 머리를 벅벅 긁으며 부서진 창가로 다가갔다.

 “에이, 썩을! 다음에 눈에 띄기만 해 봐라. 그때는 싸대기 하나로 안 끝나.”

 으득 악문 잇새로 흘러나온 구시렁거림을 건중자, 소흥 두 사람은 듣지 못했다. 그들에게는 다행이랄까, 적어도 더 이상은 놀라느라 힘 뺄 필요는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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