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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우화등선
작가 : 촌부
작품등록일 : 20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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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지도를 깨닫고 탈각을 이뤘지만 이제부터는 인간지도를 익히기 위해 평범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 귀여운 소년이 된 순진무구한 선인 청명.
하계로 내려오면서부터 시작된 결코 평범하지 않은 그의 독특한 인생 수행기가 펼쳐진다.

 
제 25 화
작성일 : 16-07-15 14:55     조회 : 595     추천 : 0     분량 : 8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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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마을에 들어선 청명은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탄성을 질렀다. 객잔도 있고 포목점도 있다.

 길거리에는 좌판이 놓여 이것저것 신기한 것들을 팔고 있다.

 흥분한 듯 주위를 둘러보던 청명이 장신구를 파는 작은 좌판을 발견하고는 궁금하다는 듯한 얼굴로 운혜를 바라보았다.

 “운혜 사손, 저게 뭐지요?”

 “저건 바로 장신구예요! 여인네들이 쓰는 장신구요.”

 “아아, 그렇구나. 와아, 너무 예뻐요.”

 운혜의 말에 청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좌판을 주시하자 과연 예쁜 장신구들이 놓여 있는 것이 보였다.

 운혜도 좌판을 주시했다. 좌판에는 탐스러운 옥가락지가 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운혜가 귀엽게 미소를 지으며 운풍자를 바라보았다.

 “운풍 사형, 저거 예쁘죠?”

 운혜가 옥가락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눈에 은근한 빛이 담긴 것이 ‘저걸 가지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듯하다.

 운풍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운혜를 바라보았다.

 “옥색이 너무 예뻐요!”

 운혜가 재차 말하자 운풍자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운혜 사매는 처음으로 세상에 나왔고 장신구를 본 적도 몇 번 없을 것이다.

 눈빛이 빛나는 것을 보니 저 옥가락지를 몹시 가지고 싶은가 보다. 하지만 도가에서는 장신구 따위의 세속적인 물건은 금하고 있다.

 운풍자는 고개를 저었다.

 “불가.”

 내심 사고 싶었던 속내를 들킨 운혜가 입술을 비죽거렸다.

 “...누가 뭐래요? 사달라는 말도 안 했는데.”

 “그럼 가자.”

 “잠깐만요!”

 운풍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몸을 돌리자 운혜가 다급히 운풍자를 불러 세웠다. 바로 몸을 돌리다니 사형도 참 매정하기 짝이 없다.

 “하나만 사주세요, 사형!”

 운혜가 애절한 눈빛으로 말했다. 하지만 운풍자는 묵묵히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불가. 규율에 어긋난다.”

 “...그놈의 규율.”

 운혜는 뾰로통한 얼굴로 입을 비죽였다. 운풍자는 변함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운혜를 바라보았다.

 “그 말을 하는 것도 규율에 어긋난다. 다음부터는 조심하도록.”

 “.......”

 운혜의 볼이 부어 올랐다.

 운혜와 운풍자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 사이 좌판에 쪼그리고 앉아 장신구를 구경하던 청명은 헤헤 웃고 있었다.

 마음을 보내어 세상을 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세속적인 것을 멀리 하라는 사부의 가르침이 떠올라 자주 보기를 꺼려 했었다.

 하지만 막상 원시천존의 명을 받고 세상에 나오니 재미있는 일이 그득하다. 세상에는 눈앞에 놓인 수실 달린 노리개처럼 예쁜 것도 많을 것이다.

 수실 달린 노리개가 마음에 든 청명이 순진무구하게 웃으면서 운풍자를 바라보았다.

 “운풍 사손, 저는 이게 갖고 싶어요.”

 “.......”

 쭈그려 앉은 청명이 노리개를 들어올리며 말하자 운풍자의 얼굴이 구겨졌다. 반면에 운혜는 득의양양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

 “아하핫! 사조의 명이니 어쩔 수 없이 사게 되겠군요!”

 “...알겠습니다, 사조님.”

 운풍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주머니를 꺼내어 셈을 치렀다.

 도사님들이 자신의 좌판에서 물건을 구입하자 괜히 송구스러워진 주인이 굽실거리며 돈을 받았다.

 하지만 돈이 조금 모자란다. 주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옥가락지 값이 없는뎁쇼?”

 “저 노리개만 주시오.”

 “.......”

 운혜의 얼굴이 구겨졌다. 사형은 정말 노리개 하나만 사버렸다.

 “아니, 저는 왜 안 사줘요?”

 “규율에 어긋난다.”

 “사조님은요?”

 “사조님은 신선이시지 않느냐.”

 운풍자가 변함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받자 운혜의 얼굴이 붉어졌다. 곧 운혜는 대단히 박력 넘치게 따지고 들기 시작했다.

 운혜가 운풍자를 조르는 모습을 지켜보던 청명은 이내 관심을 잃고 수실 달린 노리개를 이리저리 만져 보았다.

 몹시 마음에 들었는지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지은 청명은 노리개를 소중히 품에 넣었다.

 잃어버리지 않도록 몇 번이나 노리개를 단속한 청명은 시장 구석이 소란스럽자 시선을 옮겨 구석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모여 떠드는 것이 뭔가 재미있는 일이 있나 보다. 청명이 곧 그쪽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모인 곳에 도착하자 과연 안에서 웬 노인과 거지가 열심히 싸우는 것이 보인다.

 “만두 하나만!”

 “싫다고 했잖소!”

 “하나만! 두 개도 아니고 하나만!”

 추걸개가 얼굴을 붉혀가며 소리를 질렀다. 이제는 구걸이 아니라 자존심 싸움이 되어버렸다.

 제까짓 놈이 얼마나 잘났기에 개방을 무시한단 말인가! 개방의 명예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만두 하나쯤은 사줘야 한다.

 귀찮은 듯 추걸개를 바라보던 귀곡자가 몸을 돌렸다. 추걸개는 당황한 듯 귀곡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가겠소. 더 이상 있기 싫구려.”

 “하나만 사주고 가시오!”

 “싫다고 했잖소. 이제 그만 좀 하시오. 개방 장로쯤 돼서 체면이 있지.......”

 추걸개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갔다. 더 이상 어찌해 볼 방도가 없다.

 눈앞의 노인은 자신이 개방 장로임을 잘 알고 있으니 어쩌면 좋지 않은 소문이 날지도 모른다.

 “개방 장로......?”

 “개방이라면 거지들이 모인 그곳이 아닌가?”

 “과연 장로부터가 저렇듯 추잡하니 개방이야말로 거지들의 천국이로구나!”

 구경꾼들이 몇 마디 말을 주워섬기자 추걸개의 얼굴은 그야말로 홍시처럼 되어버렸다.

 아무리 거지라도 장로쯤 돼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으니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민망해진 추걸개가 시선을 돌렸다. 문득 고개를 돌리니 무당파의 도복을 입은 젊은 도사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이보게, 소도사.”

 멍하니 서 있던 청명이 화들짝 놀라며 추걸개를 바라보았다. 청명의 가슴께에 달린 구궁수를 확인한 추걸개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소도사는 무당파의 도사가 맞으시오?”

 “네, 저는 무당파의 도사예요.”

 당연하다는 듯 청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추걸개가 반갑다는 듯 호들갑을 떨었다.

 “아하핫, 개방과 무당의 관계가 멀지 않으니 내가 어찌 무당을 모른 척하겠소. 소도사의 눈에 현기가 비추는 것이 가히 영재라 칭할 만해서 이렇듯 말을 붙이는 것이외다! 사해가 동도라고 했으니 소형제와 나도 따지고 보면 멀지 않은 셈이지!”

 “와아, 맞는 말이에요. 그럼요.”

 청명이 순진하게 미소 지으며 두어 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만물이 하나고 내가 곧 만물이니 서로 편 가름할 필요도 없다[萬物一如 物我一體 不要分]. 알고 보면 저 거지와 자신은 하나인 셈이다.

 청명이 고개를 끄덕이자 추걸개가 다시 대소했다.

 “으하하하! 그렇지, 그렇지! 사해가 동도니까 말이오! 그러니까 하는 말인데.......”

 추걸개가 은근히 말을 늘였다.

 “나, 만두 하나만.”

 “마, 만두요?”

 만두를 구걸하는 추걸개의 은근한 목소리에 청명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생각해 보니 자신은 만두를 먹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저렇듯 사달라고 조르는 것을 보니 굉장히 맛있는 것인가 보다. 만두가 어떤 맛일까 상상하며 청명은 군침을 삼켰다.

 “저, 저도 만두를 먹고 싶어요.”

 “그렇지? 소도사도 만두가 땡기지 않나? 만두를 살짝 베어 물면 나오는 그 고소한 육즙과 씹으면 씹을수록 우러 나오는 야채의 진한 향, 거기다가 말이야, 만두피는 또 얼마나 부드러운지 모른다네. 찐 음식이 원래 부드럽다지만 만두피의 부드러움은 그야말로 훌륭하지. 부드러운 만두피에 고기와 야채가 적절히 섞인 만두소....... 크으, 세상 사람들은 만두를 무시하지만 사실 만두만큼 훌륭한 음식은 별로 없지. 암, 그럼.”

 만두가 먹고 싶다는 청명의 말에 추걸개가 반색하며 만두 예찬을 펼쳤다. 추걸개의 말을 주의 깊게 듣던 청명이 군침을 꿀꺽 삼켰다.

 “그, 그렇게 맛있나요?”

 “그렇지. 게다가 하나에 구리 삼십 문밖에 하지 않으니 이 얼마나 싼가!”

 청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구리 사십 문이 얼마나 큰돈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만두의 가격은 싼 편이란다.

 자신은 돈이 없지만 운풍 사손은 돈이 있으니 아마 만두를 사줄 것이다. 청명이 해맑게 웃었다.

 “네, 저는 돈은 없지만 만두는 꼭 먹고 싶어요.”

 “그래, 꼭 먹어볼 만하지.”

 추걸개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 보니 돈이 없단다.

 “뭐라? 돈이 없다니?”

 “네?”

 “방금 돈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

 청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추걸개의 표정이 애처롭게 변했다.

 “...소도사, 거짓말이지? 사실은 돈이 있는 거지?”

 “저, 저는 정말 돈이 없어요.”

 추걸개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럴 리가 없어! 여기는 호북이잖아!”

 “저, 정말 돈이 없는걸요.”

 호북에서 무당파의 도사가 돈이 없다는 소리는 아무래도 잘 믿기지 않는다. 추걸개가 의심 어린 눈으로 청명을 바라보았다.

 “정말인가?”

 “네.”

 청명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저 거지는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 운혜 사손에게 꾸중을 듣기가 싫어 마음을 읽을 수는 없지만 읽지 않아도 느껴지는 것이 있다.

 정말 돈이 없는데....... 이래서 운풍 사손은 함부로 대화를 나누지 말라고 했나 보다.

 청명은 깜짝 놀란 듯 고개를 들고 입을 막았다. 평촌에 들어서기 직전 운풍 사손은 자신이 없을 때에는 함부로 대화를 나누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그런데 자신은 지금 거지와 천연덕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합!”

 “왜 입을 막나, 소도사?”

 “.......”

 청명이 추걸개를 바라보며 슬슬 뒷걸음질쳤다. 추걸개가 눈을 가늘게 뜨고는 청명을 바라보았다.

 “설마......?”

 “.......”

 청명은 계속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추걸개가 중얼거렸다.

 “만두를 사주기 싫어서?”

 울상을 지으며 뒷걸음질치던 청명이 몸을 돌려 도도도 뛰어가기 시작했다. 얼굴이 일그러진 추걸개가 그 뒤를 쫓으며 외쳤다.

 “역시 돈이 있었구나! 소도사, 나 만두 하나만!”

 이틀 굶은 거지의 처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가 왠지 무서워 청명은 서둘러 무표정하게 서 있는 운풍자와 시끄럽게 떠드는 운혜에게로 달려갔다.

 

 운풍자는 달려오는 청명을 발견하고는 시선을 돌렸다.

 “무슨 일입니까?”

 운풍자의 앞에 당도한 청명이 울상을 지으며 발을 동동 굴렀다. 청명의 뒤로 날카로운 눈으로 일행을 바라보는 추걸개가 보인다.

 도복을 알아본 추걸개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운풍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호오, 무당의 도인들이시로군.”

 “그렇습니다.”

 “그렇군. 그런데 자네는... 왠지 낯이 익구먼?”

 고개를 몇 번 주억거리던 추걸개가 얼굴을 운풍자의 코앞까지 들이밀고는 눈을 가늘게 뜨며 운풍자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얼굴이 무표정한 것이 왠지 낯이 익은 얼굴이다.

 “자네... 낯설지가 않은데....... 이봐, 혹시 어디서 나 본 적 없나?”

 운풍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뒷걸음질쳤다. 입 냄새가 고약하게 나고 있을 뿐더러 아는 얼굴이기도 했다.

 “...혹시 선배께서는 추걸개 막 선배가 아니십니까?”

 추걸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를 아는 걸 보니 틀림없이 우리는 구면이겠구먼?”

 “그렇습니다, 막 선배. 저는 무당의.......”

 “으하하하! 어쩐지 낯이 익더라니! 기억났네! 자네는 아마 운풍자겠지?”

 추걸개가 운풍자의 말을 끊으며 호탕하게 웃었다. 운풍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일세, 오랜만! 그러고 보니 근 십 년 만에 보는 것 같구먼!”

 “그렇군요.”

 “그래, 어쩐지 오늘은 기분이 좋더라니! 으하핫! 이보게, 운풍자! 그래, 장문인은 무탈하신가? 현무자 그 사람도 잘 있고?”

 운풍자의 얼굴이 굳어졌다.

 사부의 이름이 나오자 옥가락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던 운혜의 얼굴도 따라서 굳어졌다.

 “...모두 무탈하십니다.”

 “그래? 하긴 장문인이야 별다른 일이 있겠나. 그리고 현무 그 친구는 팔이 다 잘려도 멀쩡하게 웃을 사람이지! 으하하핫!”

 “.......”

 운풍자가 추걸개에게서 시선을 돌려 운혜를 바라보았다.

 추걸개가 농담이랍시고 지껄인 몇 마디 말에 운혜의 얼굴은 조금씩 침울해지고 있었다. 사부는 정말로 팔이 잘리고도 멀쩡하게 웃었다.

 운혜의 눈동자에 눈물 몇 방울이 아롱지어졌다. 사부의 이름만 나와도 가슴이 주저앉는 듯하다.

 운풍자는 운혜를 바라보다 다시 추걸개에게 시선을 옮겼다.

 “일단 자리를 잡으시지요. 오랜만에 뵈었으니 식사라도 대접하겠습니다.”

 운풍자가 서둘러 말했다. 사실 운풍자는 운혜의 눈물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운풍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하자 추걸개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래? 사실 이 노개는 이틀이나 굶었다네! 잘됐구먼. 그럼 어서 가세.”

 추걸개가 재빨리 몸을 돌려 앞장섰다. 운풍자는 무표정한 눈으로 다시 운혜를 힐끗 바라보고는 그 뒤를 따랐다.

 하지만 청명은 따라갈 생각은 않고 울상을 지으며 운혜를 바라보고 있었다. 청명의 눈에도 눈물이 맺히고 있었다.

 “우, 운혜 사손, 슬픈가요?”

 “네?”

 운혜가 당황한 눈으로 청명을 바라보았다. 자기보다 키가 큰 소년이 울 것만 같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소매를 잡은 손이 떨리는 모습에 운혜는 괜히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다 큰 사람이 하는 행동은 꼭 아이 같다.

 “아, 아니요. 괜찮아요.”

 “울 거예요?”

 운혜가 얼른 소매를 들어 눈가를 닦았다. 그리고는 이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청명을 바라보았다.

 “네, 울지 않을게요. 저는 괜찮아요.”

 “울면 안 돼요.”

 “네, 이제 괜찮아요.”

 운혜의 말을 들은 청명이 그제야 안심한 듯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운혜 사손의 마음이 바로 전해져 들어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마음을 일부러 읽은 것도 아닌데.

 청명도 소매를 들어 눈가를 닦았다. 운혜가 그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어느새 객잔 앞까지 걸어간 추걸개가 그들을 불렀다.

 “제일 젊은 사람들이 제일 늦는구먼! 얼른 오게!”

 “네! 가요!”

 기분이 조금 나아진 운혜가 외쳤다. 하지만 옆에 서 있던 청명은 불만스럽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난 젊은 사람 아닌데.......”

 운혜가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나이로 따지자면 청명 사조께서 가장 많지만 하는 행동을 보면 가장 어려 보인다.

 그런데도 자기가 나이가 많다고 볼을 부풀리니 재미있을 만도 한 것이다.

 “푸훗.”

 운혜의 웃음소리에 청명이 운혜를 흘겨봤다.

 “운혜 사손은 왜 웃어요?”

 “아, 아니에요. 흐흡.”

 “아, 얼른 오게! 이 노개가 굶어 죽는 꼴을 보고 싶은가!”

 의아한 듯 운혜를 바라보던 청명이 볼을 부풀리며 추걸개에게 걸어갔다. 저 거지는 얄밉다. 운혜 사손을 울릴 뻔했고. 자신보다 젊으면서 오히려 자신에게 젊다고 했다.

 청명의 눈이 가늘어지는 것을 보고 다시 운혜가 웃음을 터뜨렸다.

 

 ***

 

 추걸개를 피해 자리를 떠나던 귀곡자의 귀에 ‘소도사는 무당의 도사가 맞으시오?’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구걸할 대상을 찾았다는 사실이 너무나 반가웠던 추걸개의 목소리가 제법 크게 울려 퍼졌던 것이다.

 귀곡자는 얼른 시선을 돌려 추걸개의 주위를 살펴보았다.

 늙은 거지의 새로운 목표가 된 도사는 과연 푸른 색 도복을 입고 있는 무당의 도사였다.

 “.......”

 ‘무당의 도사라?’

 잠시 조용히 청명을 바라보던 귀곡자는 탐스럽게 자란 수염을 긁적거렸다. 자신은 교주의 명으로 무당에 잠입해야 한다.

 하지만 잠입만이라면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물론 고되겠지만 불가능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닌 것이다.

 하지만 무당의 일이라면 하나가 더 있다. 비록 마교에는 알릴 수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헐헐.......”

 귀곡자의 주름진 입가에서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이렇게 무당의 일로 고민하고 있을 때 무당의 어린 제자 하나가 제 발로 그 모습을 드러내다니.......

 ‘하늘이 나를 돕는구나!’

 귀곡자는 조용히 시선을 돌렸다. 마규상이 남긴 밀마가 포목점의 기둥에 적혀 있었다.

 지금 바로 밀마에 안내된 장원으로 갈 수도 있지만 무당의 제자를 발견한 마당에 어찌 그냥 자리를 비우겠는가! 기왕이면 한두 명쯤 더 인원을 불러 알아보아야겠다.

 귀곡자는 천천히 포목점으로 걸어가 기둥을 쓸어 만졌다.

 부드럽게 쓸어 만지는 것만 같았으나 내공이 섞인 귀곡자의 손가락은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귀곡자의 손이 지나간 부분에 새로운 밀마가 더해졌다.

 “헐헐헐.......”

 기둥에서 손을 뗀 귀곡자가 헐헐 웃으며 천천히 몸을 돌려 포목점을 벗어났다.

 하지만 추걸개와 청명에게서 어느 정도 멀어지고 사람들의 이목이 사라지자 귀곡자는 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어느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귀곡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가게 안에서도, 가게 밖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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