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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괴물
작가 : 사열
작품등록일 : 20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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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화상 자국, 가슴에 깊은 상처를 지닌 장현성.
험악한 외모 때문에 늘 세상으로부터 외면받아 온 그가 이종격투기의 신성으로 떠오른다.
링네임 "괴물"
늘 고개를 숙이고 사람들을 피하기만 했던 ""괴물""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프로 파이터 "괴물"로 비상한다.

 
제 19 화
작성일 : 16-07-15 14:37     조회 : 485     추천 : 0     분량 : 7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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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결국은 이리되고 말았다. 참고 피하려 했지만 또다시 참지 못하고 말았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더 참았으면 하는 생각이 공존하지 못하고 뒤엉켜 진흙탕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많은 것들이 실타래처럼 얽히고설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만들고 말았다.

 결코 하고 싶지는 않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기에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것.

 착잡한 결론에 또다시 괴로운 마음으로 현성이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십니까?”

 고개 돌린 곳에는 부어오른 뺨 탓에 일찍 퇴근하는 혜주가 되레 걱정 가득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퇴근 시간이 이른 까닭에 혹시나 해서 현성이 그녀의 집까지 동행하는 길이었다.

 택시를 타고 가며 별다른 대화가 없어 정적만 오가는 가운데 그가 던진 물음에 혜주가 ‘괜찮다’ 하고 별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거 하다 보면 가끔씩 그칸다. 빙시 같이 그냥 경찰 부르고 말지.”

 괜찮다고 하는 그 목소리가 되레 그의 마음을 더욱더 죄어왔다.

 혜주의 말에 현성이 ‘미안합니다, 누나’ 하고 다시 푹 고개를 숙이자 그녀가 ‘뭐가’ 하고 천천히 그의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까칠한 건 그대로지만 기운 없어 보이는 모습에 현성이 입술을 꾹 깨물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당찬 성격의 아가씨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맞고 나니 많이 놀라고 얼떨떨한 모양이다.

 평소와 다르게 주춤한 그 모습에 다시 한 번 울컥하고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정말로 가만히 있는 사람을 이렇게 들쑤시는 것도 모자라 왜 자신의 곁에 있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 사람에게까지 이렇게 손을 댄단 말인가?

 참는 게 이기는 것이라는 생각을 밀어낸 채 현성이 참고 참아왔던 주먹을 움켜쥐었다.

 “니 그거 나가기 싫어했잖아? 왜 그걸 못 참노, 빙시야.”

 그의 꾹 쥔 손이 떨리자 혜주가 안타까운 듯 한숨을 내쉬며 그를 바라보았다.

 잔뜩 부어오른 뺨이 자꾸만 눈에 담겨 화가 솟아올랐다.

 어떻게 이 작고 가녀린 여자에게 손댄단 말인가?

 이내 현성이 자꾸만 울컥하고 올라오는 화를 간신히 목구멍 너머로 삼키며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거서 참으면 빙시잖아요.”

 “뭐가? 바보가? 참는 게 이기는 기다. 경찰 부르면 되는데 빙시 같이……. 가 일부러 니 불러낼라고 그칸 거잖아.”

 혜주가 보기에도 세상은 너무나 불공정한 구석이 있었다.

 꼭 그래야 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녀석이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너무나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현성을 가만두지 못해 이 난리를 피우고 있는 걸 보면…

 ‘대체 왜?’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그 일 때문에 덩달아 뺨을 맞고 충격을 받은 것도 받은 거지만, 그보다도 그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욱더 크게 밀려왔다.

 그녀가 이 바닥 생활을 오래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장현성이란 남자만큼 슬픈 눈을 가진 사람은 본 적이 없으니까.

 미안함이 가득 차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그 울화를 풀지 못해서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 그 슬픈 눈동자에, 혜주가 천천히 현성의 가슴팍에 이마를 기댄 채 속삭였다.

 “…그냥 하지 마라. 니 싫어하잖아. 그러고 넘어가자. 그게 이기는 거다.”

 상처를 보듬는 듯한 따뜻한 목소리가 그의 마음을 포근히 안아주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 목소리가 따뜻하면 따뜻할수록 분노 또한 커져 갔다.

 “미안해요, 누나.”

 고개를 흔들며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는 듯 그가 그녀를 바라보자 혜주가 ‘니가 뭐’ 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금마가 이상한 거지, 미친놈같이…….”

 아무래도 현성은 마음의 결정을 내린 모양이다.

 화가 왜 그렇게 치밀어 오른 건지 이유는 분명히 알 수 없지만 누구든 그러지 않을까?

 이렇게 가만히 있는 이를 그냥 두지 않고 괴롭힌다면 온 힘을 다해서, 사력을 다해서 저항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기처럼 겉으로 센 척해도 속으론 체념하고 마는 것은 현명한 게 아니라 어쩌면 세상 풍파에 너무나도 지치고 시달려서 아무런 의지도, 목표도 없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혜주를 스쳤다.

 이내 그녀가 다시 그의 품에 얼굴을 기댔다.

 그 가녀리고 자그마한 얼굴이 그의 가슴팍에 닿았을 때 현성은 ‘지키고 싶다’라는 본능이 꿈틀하고 튀어 오르는 것을 느끼며 씁쓸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말로 지켜주고 싶다.’

 그녀는 어느샌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의미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것을 그제야 깨달은 현성이 주먹을 꾹 움켜쥐었다.

 그 어깨를 꼭 끌어안고 싶단 충동을 느꼈지만 차마 그리하지 못한 채 그저 미안하고 속상한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의 심정을 알았는지 고개 숙여 그의 가슴팍에 기대어 있던 혜주가 슬쩍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그러다 그 눈빛에 옅은 미소를 띤 채 ‘바보가?’ 하고 다시 그의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그게 무슨 말인지 도대체 알 길이 없어 현성이 어색하게 그녀를 바라보는 동안 어느 새 택시는 그녀의 집 앞에 멈춰 섰다.

 사실 그녀의 집은 택시를 타고 십 분 정도 걸리는 곳으로 그리 먼 곳은 아니었다.

 다만 오피스텔과 건물이 즐비한 데다 어둠이 깔려 여자 혼자 다니기엔 무척이나 위험스러워 보였다.

 그 어둠을 바라보며 택시에서 내린 현성이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고 그녀를 에스코트했다.

 그 손길에 혜주가 왠지 모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택시에서 내리곤 ‘조금 더 걸어가야 된다’ 하고 이야기했다.

 “…여기 원래 이래 어두워요?”

 그의 물음에 혜주가 ‘응’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팔에 팔짱을 꼈다.

 평소보다 더 가까이 그의 곁에 기대선 것 같은 느낌은 두려워서일까, 아니면 지금 누구보다 힘들 그를 위로하기 위함일까?

 현성은 자신의 팔을 꽉 안은 그 팔을 무척이나 고맙다고 생각하며 한참 작은 그녀를 힐끔 바라보았다.

 당차 보이다가도 지금은 영락없는 여자였다. 아마도 이게 그녀가 남들에겐 잘 보여주지 않는 본연의 모습이 아닐까?

 그리 생각하니 더욱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미안한 마음과 속상한 마음에 다시 한 번 현성이 한숨을 내쉬자 혜주가 그를 올려다보며 ‘왜 자꾸 한숨인데?’ 하고 물음을 던졌다.

 “그냥요, 내 때문에…….”

 “니 때문 아니라고, 빙시야! 그런 또라이들 한동네에도 몇 명씩 있다. 그냥… 운 없는 거다. 니 탓 아니다.”

 욕을 하고 나무란다면 차라리 덜 미안할 법도 하다만 괜찮다는 그녀의 모습에 그가 더 미안한 기색이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괜찮다니까. 니 탓도 아닌데 왜 니 탓만 할라 그러는데? 니 바보가?”

 이내 다시 그녀가 도도한 얼굴을 하고서 힐끔 그를 바라보자 현성이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우직하다고 해야 할까?

 거짓말엔 당초 소질이 없었고, 겉보기와 다르게 마음도 무척 여렸다. 측은한 맘이 들 정도로 말이다.

 어쨌든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렇게 그녀를 걱정해 주는 게 싫을 리 없지 않은가?

 이렇게나 진심이 뚝뚝 묻어나는 요령 없는 스무 살의 그는 세상 풍파에 너무나도 지친 그녀에게 오히려 너무나도 정겨웠다.

 “미안하면 그냥 그거 하지 마라. 경찰에 신고하라 얘기도 안 하고……. 그냥 넘기면 된다. 한 대 맞은 거야 액땜했다 치지, 뭐.”

 다시 기운을 내고 쿨하게 말을 꺼내는 그녀의 모습에 현성이 이게 그녀답다 생각하면서도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도 그거는 안 됩니더.”

 그 말에 혜주가 ‘니 참 고집 세네’ 하고 힐끔 그를 바라보았다.

 “가가 그러니까 그래 두들겨 패고 싶나?”

 “…예.”

 “얼마나 가가 니 성격을 돋구었으면 그카노, 에휴.”

 웬만해선 묵묵히 참고 넘어가는 현성이 이리 단호하게 이야기할 정도면 정말 너무한 게 아닌가 하고 혜주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다른 건 다 참아도… 내 때문에 다른 사람이 피해 보는 건 못 참심다.”

 그녀의 말에 현성도 후,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스무 살.

 아직 어린 나이지만 인생을 살아오면서 그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자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사람들을 피해 다녔을 뿐, 대부분의 싸움은 원해서 한 게 아니라 휘말린 것들이었고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항상 처음에는 더러운 인상이라고 시비를 걸며 욕을 했다.

 그리고 그렇게 한번 시작된 싸움은 멈추지 않고 다른 다툼들을 불러왔다.

 치기 어린 마음에 그러면 그럴수록 독하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악착같이 버텨왔던 것이 점차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의 의도와는 상관없는 방향으로 그를 이끌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그는 절대 누군가를 괴롭게 만들고 싶진 않았다.

 그가 살아온 시간의 절반 이상이 그러한 괴로움의 연속이었으니까.

 그걸 나 하나 억울하다고 다른 사람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무척이나 치사한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니 때문에 피해 본 거 아무것도 없다.”

 차분한 목소리로 혜주가 말했다. 하지만 현성은 단호했다.

 “누나 다쳤잖아예.”

 자신이야 그 빌어먹을 놈에게 어떤 소리를 듣던지 참으면 되었다.

 왜냐?

 참으면 이기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혜주라면 절대로 참고 넘어갈 수 없었다.

 “그거 절대로 못 참심다. 다른 사람 건드려도 못 참겠지만… 누나는 더요! 절대로 못 참심다.”

 순간 현성이 크게 움찔했다. 흥분해서 튀어나온 본심에 그는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며 ‘그게, 그런 게 아니고요…’ 하고 의기소침한 얼굴로 고개를 휙 돌렸다.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항상 사람들이 다가오면 도망치고 밀어내기만 했을 뿐이니까.

 더구나 이렇게 솔직하게 가까이 다가와서 그를 사람처럼 대해준 여자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이런 감정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어찌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괴물같이 험상궂고 못난 용모를 하고서 이런 마음을 품는다는 것 자체가 민폐 아닌가?

 분명히 싫을 것이다. 이렇게 생긴 녀석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다면 정말로 싫을 것이다.

 차마 이야기를 꺼내면 멀어질 것 같은 두려움에 현성이 ‘정말로 아닙니더’ 하고 앞서 걸음을 옮기자 혜주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무어라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는 건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불 같이 화를 내고, 그렇게 싫어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해야만 한다고 하는 건…….

 왠지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려 왔다. 쿵쿵하고 뛰어오르는 가슴에 그녀가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저 덩치 큰 남자는 정말로 좋아한단 이야기조차 꺼내지 못하고, 은연중에 진심이 담긴 한마디를 하고 저렇게 잔뜩 움츠러들어 있었다.

 거짓말엔 눈곱만큼도 재주 없는 남자의 너무나도 솔직한 뒷모습에, 혜주가 무어라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는 기분으로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야.”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뒤에 있는 혜주가 그의 이름을 부르자 순간 현성이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손목에 끼고 있는 빨간 머리 끈을 어루만지며 그녀가 미소와 함께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현성은 심장이 순간 멎을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예…?’ 하고 물음을 던졌다.

 “이래 어두운데 내 혼자 두고 갈 거가? 바보, 빙시, 쪼다야.”

 이내 그녀가 흥, 하고 도도한 얼굴로 걸음을 옮겨 다시 그의 곁에 섰다.

 현성이 ‘아…’ 하고 뭐라 말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며 그저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 화상을 입은 얼굴에 그려진 당황스러워하는 감정이 무척이나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며 혜주가 그의 팔에 팔짱을 꼈다.

 “…무섭다. 내 진짜 무서웠다.”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어두운 길거리에서 그녀가 그 떨림을 온전히 드러내며 속삭였다.

 그 말에 현성은 이 여자를 반드시 지켜주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끼며 다시 한 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자그마한 어깨를 포근히 감싸 안고 아무것도 그녀에게 위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지켜내고 싶단 욕심이 마음속에서 꿈틀하고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러니까 니가… 잘 지켜죠.”

 치, 하고 옅은 미소를 띤 채 혜주가 그를 바라보았다.

 이어 아직도 부어오른 뺨이 신경 쓰이는지 그 뺨을 어루만지며 ‘대답!’ 하고 그를 째려봤다.

 이에 현성은 뭐라 말할 수 없는 두근거림을 느끼며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푸훗, 하고 웃음을 터뜨린 혜주가 그의 팔을 안았다.

 그때 그 뭉클한 느낌은 단순히 몸과 몸이 닿은 게 아닌 마음과 마음이 닿은 것만 같은 느낌으로 전해져 왔다.

 “아직은… 니가 꼬맹이니까 내가 니 지켜주께. 빙시야.”

 그리고 새침한 얼굴로 혜주가 옅은 미소를 띤 채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 스친 수줍음을 도무지 믿을 수 없는 현성이 얼떨떨한 기분으로 멍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풋풋해도 이렇게 풋풋할 수 있을까?

 닳고 닳은 여자인 자신에겐 과분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 생각에 혜주가 쓴웃음을 띤 채 힐끔 그를 바라보자 수줍어하며 눈도 마주치지 못한 현성이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내 눈을 왜 못 쳐다보노, 바보야.”

 샐쭉한 얼굴로 이야기하긴 했지만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이게 어떤 기분인지 아마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껍데기만 남아 있는 자신의 모습에 절망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이렇게 있는 그대로의 그녀를 좋아해 준다는 감동을 말이다.

 그 감정을 가슴 깊이 느끼며 혜주가 그를 바라보았다.

 “밥 묵고 갈래?”

 그 순간 현성이 멈칫하며 조금 부끄러운 기색이 비치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깊은 새벽은 그들에겐 이르다면 이르고, 늦었다면 늦은 애매한 시간이다.

 그 시간, 그녀의 말에 현성이 조금 긴장한 듯 멈칫하자 혜주가 ‘변태야!’ 하고 웃으며 소리쳤다.

 “그냥 집 밥! 니 이상한 상상했제?! 죽는다!”

 그 말에 그가 그제야 안도한 듯 ‘아…’ 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천국과 지옥, 그 사이를 몇 차례나 오가며 오늘도 다시 절망과 분노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결국 그녀를 통해 다시 천국으로 올라온 기분이었다.

 “누나.”

 현성이 그녀를 부르자 혜주가 ‘뭐?’ 하고 그를 째려보았다.

 “하여튼 므시마들, 응큼한 건 알아줘야 된다니까.”

 투덜거리는 그 모습에 그가 다시 웃음을 띤 채 조금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자 혜주가 흠흠, 하고 어색하게 기침을 했다.

 현성은 뭔가 이 순간이 믿기지 않아 그녀를 바라보며 우물쭈물하고 서 있었다. 그리고 용기를 낸 듯 심호흡하더니 천천히 그녀를 안았다.

 “아…….”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저도 모르게 수줍은 탄성이 새어 나왔다.

 그가 바짝 굳은 모습으로 처음으로 용기를 내어 도망치지 않고 그녀를 안았다.

 이때의 떨림과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에 혜주가 미소를 띤 채 수줍게 그의 품에 안겼다.

 무척이나 어색한 듯하면서도 마음이 요동치는 것이 죽어버린 심장이 다시 살아난 기분이었다.

 그것은 과거 풋풋한 첫사랑의 감정을 떠올리게 했다. 그 심장 소리를 들으며 그녀가 살며시 눈을 감았을 때,

 “아프지 마이소.”

 눈물까지 글썽이게 만드는, 눈에는 보이지 않는 너무나도 따스하고 사랑스러운 감정이 귓가를 타고 온몸으로 퍼졌다.

 그녀가 두 손을 뻗어 그의 너른 몸을 꼭 끌어안았다.

 어릴 때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가서 안아본 아름드리나무처럼 듬직한, 그러나 그것보다 몇 배는 따뜻한 그의 체온이 느껴졌다.

 그녀는 처음으로 ‘서혜주’ 본연의 모습을 드러낸 채 다정한 음성으로 속삭였다.

 “…니도. 빙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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