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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괴물
작가 : 사열
작품등록일 : 20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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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화상 자국, 가슴에 깊은 상처를 지닌 장현성.
험악한 외모 때문에 늘 세상으로부터 외면받아 온 그가 이종격투기의 신성으로 떠오른다.
링네임 "괴물"
늘 고개를 숙이고 사람들을 피하기만 했던 ""괴물""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프로 파이터 "괴물"로 비상한다.

 
제 16 화
작성일 : 16-07-15 14:36     조회 : 515     추천 : 0     분량 : 8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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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갈 데 있다 카드만… 여가?”

 지산동에 있는 대구 납골당은 무척이나 조용했다.

 평일이다 보니 그런 것도 있겠지만 원래 납골당이라는 장소 자체가 그렇게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 아니었다.

 그도 그런 것이 영혼들의 안식처와도 같은 이곳에 소란이나 소음이 있다면 그것도 문제 있는 일일 터.

 조용한 납골당 안, 현성의 부모님 자리를 혜주가 멍하니 바라보다 그의 뒷모습으로 시선을 옮기고는 에휴, 하고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예. 생각해 보니까… 나와서 앞가림하기도 힘들어서 처음 왔네예. 빙시 같이…….”

 나오자마자 찾아야 하는 곳이 이곳이었는데, 제 앞가림도 못 하다 보니 그게 그렇게 쉽지 않았다.

 어쩌면 너무 어린 나이에 두 분을 떠나보내고 오랫동안 사랑을 잊은 채 살아와서 그런지도 몰랐지만… 뒤늦게 떠오른 것도 죄스러운 마음뿐이었다.

 그 마음을 담아 그가 인근의 꽃집에서 사온 꽃다발을 올리고는 근 2년 동안 보지 못했던 부모님의 위패를 천천히 어루만졌다.

 덩달아 가슴이 먹먹해진 혜주가 그를 바라보며 휴, 하고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장현일, 조미주라고 적혀 있는 위패와 옆의 자그마한 부부 사진은 얼마나 오래된 사진인지 시간을 가늠하기도 어려워 보였다.

 무척이나 오래전에 부모를 잃고 세상에 홀로 남은 듯한 현성의 모습에 혜주는 왠지 모르게 울컥하는 기분이 밀려왔다.

 이 넓은 남자의 뒷모습이 왜 이리 약하고 외롭게 보이는지 모르겠다 생각하며 그녀는 현성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잘했다. 지금이라도 왔잖아.”

 부모님 대신 그 등을 다독이는 혜주의 손길에 현성이 쓴웃음과 함께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이젠 아무 문제도 안 일으킬게요’ 하고 다짐하듯이 이야기했다.

 그런 그의 모습은 절로 눈시울이 붉어지게 만들었다.

 그렁그렁 따스한 이슬이 맺힌 눈이 어색하여 혜주가 눈을 깜빡이며 흠흠, 헛기침을 했다.

 그러곤 괜히 이런 분위기가 어색하여 ‘사고치면 제가 대신 혼내줄게요! 걱정 마세요!’ 하고 자그마한 주먹을 꾹 쥐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현성이 참 별스럽다 생각하며 희미한 웃음을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와 그는 별다른 사이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그 말이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좋겠다 생각하고는 고맙다는 듯 힐끔 혜주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혜주가 ‘뭐!’ 하고 새침하게 뒤돌아섰다. 이런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은 듯 어색해하는 모습이었다.

 기껏 만나러 나온 사람을 쇼핑 대신 이런 곳까지 데리고 온 게 미안해진 현성이 ‘가요…’ 하고 이야기를 꺼냈다.

 “괜찮다, 더 있어도 된다.”

 “어디 도망가시는 거도 아이고… 괜찮심다, 누나. 이제 가요.”

 꽃다발이라도 올린 걸로 만족한다는 그의 모습에 혜주가 ‘…그래’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한걸음 앞서 걸음을 옮겼다.

 “부모님이 두 분 다 훤칠하게 인물 좋으시네.”

 혜주가 힐끔 현성을 돌아보고 말을 걸자 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나는 이래 생겨도… 아빠랑 엄마는 인물 좋았다고 소문도 나고 그러셨다 카대요.”

 그 사실이 또 못내 자랑스러운 듯 그 무뚝뚝한 현성이 미소와 함께 대답하자 혜주가 ‘니도 나쁜 건 아닌데’ 하고 무심하게 다시 고개를 돌리며 앞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그 말에 현성은 괜스레 쑥스러워져 머리를 긁적이며 앞서가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시내에서 만나 쇼핑 대신 찾아온 부모님의 안식처. 굳이 여기까지 따라나서 준 혜주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여러 가지 생각 끝에 그가 그녀의 뒤를 바라보며 ‘누나!’ 하고 혜주를 불렀다.

 “와?”

 도도한 얼굴로 고개 돌린 그녀의 모습에 그가 ‘진짜… 고마워요’ 하고 인사하자 혜주가 ‘내가 뭐 했는데!’ 하고 어색해하는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그 바닥에 이런저런 사정을 달고 있는 사람들을 여럿 보아왔지만 그만큼이나 각별한 사정을 가진 이는 요 근래엔 참 드물었다. 사연이 있어 더욱더 맘이 가는 것일 것이다.

 그 고맙단 말에 혜주가 흥, 하고 생글생글 웃음을 띤 채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하고 소리치자 현성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내가 그 말도 안 되는 이상한 PD랑… 또 뭐… 니 꽃 산다고 돈도 없을 거니까 그래도 먹을 거나 좀 사주께.”

 이내 큰 인심 썼다는 듯 혜주가 앞서가던 걸음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며 ‘부모님도 봤는데 욕 대신 먹을 거나 먹여야지’ 하고 이야기를 꺼내자 현성이 움찔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 아니에요. 제가 사야죠.”

 오늘 엉망진창이 된 기분을 바로잡아 주고 여기까지 함께 오지 않았던가? 물론… 택시비와 꽃값 때문에 남아 있는 돈 자체가 거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만.

 “돈도 없으면서 잘난 척하지 말고 사주면 네, 고맙게 먹겠심다 하고 야물게 먹기나 해라. 글고 그냥 사주는 건 줄 아나? 나중에 니 내한테 맛있는 거 사줘야 된다! 그땐 내가 오늘 사준 거보다 더 비싼 거 사달라 그럴 건데? 바보야!”

 새침한 얼굴로 그를 째려보면서 ‘니 내한테 빚진 거다’ 하고 이야기하고는 곧 우쭐한 얼굴로 룰루랄라 웃음 짓는 혜주.

 원래 예쁜 사람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누구든 반해 버릴 것만 같은 매력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 말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할게요, 누나’ 하고 그녀의 곁에 나란히 서자 그제야 혜주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뭐 먹고 싶은데? 고기? 니 고기 구경한 지 한참 됐제?”

 “…그렇긴 하네요.”

 고기 사 먹을 만한 상황이 되지 않다 보니 어색하게 웃으며 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원에 있을 때엔 밖에 나와서 먹고 싶은 것들이 참 많았는데 막상 상황이 이리되고 나니 따로 사 먹을 일도 없었고, 그럴 수도 없었다.

 뭘 먹고 싶냐는 혜주의 물음에 그가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흔들자 그녀가 메뉴 결정엔 재주가 없는지 ‘빨리 결정해라!’ 하고 그를 재촉했다.

 “니 아무거나 하면 죽는다!”

 제일 싫어하는 게 그런 대답이라고 미리 선수를 친 혜주가 그런 소리를 하면 눈을 찔러 버리겠다는 듯 손가락 두 개를 그의 눈앞에 가져다 대며 ‘콱~!’ 하고 소리를 내자 현성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저 예쁜 얼굴로 그리 행동을 하니 마냥 귀엽게만 보였다.

 비록 자신보다 일곱 살이나 연상이었지만 말이다.

 “저기, 이런 거 좀 이상할 수도 있는데요…….”

 어렵사리 다시 이야기를 꺼내는 현성의 말에 혜주가 ‘설마 니 코스 요리는 아니제?’ 하고 새초롬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그 눈빛에 현성이 웃으며 ‘그런 건 뭔지도 몰라요’ 하고 고개를 흔들자 그럼 뭐지? 하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혜주가 그를 바라보았다.

 “…그냥 집 밥 먹고 싶어요.”

 별거 아니라는 듯 수줍게 꺼낸 그 말에 혜주가 ‘아…’ 하고 멈칫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소년원에서, 그리고 소년원을 나와서 누가 지어준 밥은 단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전에도 고모 집에 얹혀살아서 잘 챙겨 먹고 다니지 못했을 테고.

 혜주가 ‘그 비싼 것들 다 빼고 무슨 집 밥이고…’ 하고 툴툴거리면서도 못내 자꾸만 맘이 쓰이는지 그를 힐끔 바라보았다.

 “혹시 니, 뭐 이상한 생각하고 그런 거 아니제?”

 괜히 또 그게 어색한지 시비를 거는 듯한 혜주의 말에 현성이 ‘어떤 거요?’ 하고 고개를 갸웃하자 되려 그녀가 ‘모, 모르는 척하지 마라!’ 하고 당황해하며 소리쳤다.

 “아…….”

 뒤늦게 그 말을 이해한 듯 그가 ‘그런 거 아니에요’ 하고 고개를 흔들자 괜스레 민망한 혜주가 ‘아니긴 뭐가 아닌데!’ 하고 그를 째려보았다.

 귀여운 그녀의 모습에 현성이 살짝 웃음을 띤 채 ‘그냥 오늘은… 가까운데 가서 아무거나 먹어도 될 것 같아요’ 하고 이야기를 꺼냈다.

 딱히 좋아하는 음식이 있는 편은 아닌지, 아니면 차마 뭐 사달라 말하기가 불편해서 그런 건지 현성의 어색한 얼굴에 혜주가 ‘음…’ 하고 생각하다 ‘그럼 고기!’ 하고 메뉴를 결정했다.

 “니, 여자 만날라면 이런 거 그래 망설이고 하면 안 된다. 이런 거 확실하게 결정을 해서 니가 이끌고 가야지, 빙시야. 그러면 나중에 하나도 대접 못 받는다. 아나?”

 “…그런 거 알아도 별로 그럴 일 없을 것 같아서.”

 “승지가 니 좋아하잖아, 바보야! 니랑 승지랑 잘 어울리는 것 같던데 승지랑 잘해 봐라. 나이도 똑같고… 승지도 애가 좀 여우 같은 구석 있지만 애교도 많고 괜찮은 애다!”

 내심 그를 떠보려는 듯한 혜주의 말에 현성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승지랑은… 안 어울리잖아요, 저랑. 솔직히.”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듯 현성이 고개를 흔들자 혜주가 ‘가가 니 좋다는데 왜?’ 하고 다시 툭 물음을 던졌다.

 “…내랑은 안 맞는 거 같아서요. 하기사 내랑 어울리는 여자가 어디 있겠어요? 당장 우에 될지도 모르고, 생긴 것도 이카잖아요. 그래서 지는 그런 거 기대 안 할라고요.”

 감당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스무 살의 대답.

 그 말에 혜주가 ‘야! 그래 다 따지면 연애 못 한다!’ 하고 진심 어린 조언을 더했다.

 그 말에 현성이 궁금한 게 생긴 듯 곁에 서서 잔소리할 준비를 하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물음을 던졌다.

 “누나는… 남자 친구 있습니꺼?”

 그 물음에 혜주가 순간 움찔하며 ‘아니, 지금은…!’ 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괜히 어색한 공기가 맴도는 가운데 현성이 ‘아…’ 하고 그녀를 힐끔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괜히 혜주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힌 채 ‘왜?! 뭐?!’ 하고 불만스러운 얼굴로 그를 째려보자 현성이 작은 웃음을 터뜨리며 아니라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니 뭐 애인도 없는 게 이런저런 소리 한다고 무시하는 거가?”

 “아, 아니요. 그냥… 누나는 너무 이쁘고 착하니까 당연히… 있을 줄 알아가.”

 어색하면 시비를 걸고 퉁명스러워지는 혜주를 잘 알고 있는 현성이 그저 있는 그대로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자 그녀가 부끄러운지 흠흠, 하고 헛기침을 했다.

 “…너~무 뛰어나니까 함부로 접근을 못 해서 그런 거다. 글고 내 눈이 좀 높아야지!”

 흥, 하고 도도한 얼굴을 하고서 혜주가 까칠한 답변을 남기자 현성이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그 사람은 진짜 좋겠네요.”

 그 순간 혜주가 움찔하며 그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자신은 그런 사람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 현성은 쓴웃음을 띤 채 먼저 걸음을 옮겼다.

 “가요, 누나. 배고파요.”

 그녀만큼이나 어색해하는 그의 말에 혜주가 괜스레 이상한 기분을 느끼며 ‘그, 그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모르게 두 사람 사이에 있던 벽이 허물어졌다가 새로운 장벽이 생긴 것만 같았다.

 그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혜주가 ‘아, 추워…’ 하고 앞서 걸어가던 현성을 따라잡아 살며시 그의 팔에 팔짱을 꼈다.

 팔에 닿는 감촉이, 따뜻함이 무척이나 기분이 좋아 저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려 왔다.

 두근거리는 설렘으로 현성이 움찔하며 그녀를 돌아보자 혜주가 추워서 그런지 발그레한 얼굴로 소리쳤다.

 “같이 가야지! 니 지금 다리 길다고 자랑하는 거가? 몸에 비하면 내가 더 길다. 자랑하지 마라!”

 아마 그녀는 그만큼이나 솔직하지 못한 사람일 것이다. 그 목소리에 현성이 옅은 미소와 함께 ‘그런 거 아닌데’ 하고 고개를 흔들자 혜주가 ‘몰라, 빙시야!’ 하고 조금 더 발그레한 얼굴로 살며시 고개를 돌렸다.

 곧 다시 정적이 맴돌았지만 다른 말보단… 가까이 붙어 있어 전해지는 따스한 온기가 말보다도 많은 것들을 이야기해 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사람이 사람을 안았을 때 느껴지는 따스함은 단순한 체온보다도 따뜻하다고 말이다.

 “저 겨울옷 안 사도 될 것 같아요.”

 오늘만 같다면… 그 말을 생략한 채 현성이 말을 꺼내자 혜주가 힐끔 그를 바라보았다.

 발그레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던 그녀가 그 숨은 말뜻을 읽은 것일까?

 두근거리는 현성을 바라보며 도도한 자태로 소리쳤다.

 “그건 또 무슨 개소리고? 얼어 죽을래? 좀 사라, 좀!”

 

 ***

 

 “아… 그래요? 장현성이 섭외가 안 됐다고요?”

 카페 안의 뭇 여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남자는 무척이나 아쉽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큰 키와 날렵한 체구. 자그마한 얼굴에는 스마트해 보이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잘생긴 이목구비가 담겨져 있었다.

 거의 외견상 모든 여자들의 이상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주먹이 운다!>의 막내 작가, 희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말로 듣긴 했다만 의대생 파이터라 불리는 이민욱이 이렇게 잘생겼을 줄은 몰랐다는 듯 멍한 얼굴로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PD님이 직접 섭외하러 가셨는데… 잘 안 되셨나 봐요. 아직 포기는 안 하신 것 같은데 왜… 그러면 일정이 밀릴 수도 있으니까 혹시나 해서…….”

 정확히는 이민욱의 섭외를 한 번 더 확고히 하기 위함이었다.

 그동안 그는 출연을 고사해 왔는데 이번 케이스는 의외로 망설임 없이 승낙했고, 거기에 대한 조건을 내세운 바 있었다.

 “흠… 왜 안 한다고 하던가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원래 그런 사람들이 티비에 나오고 하는 거 안 좋아한다던데… 그래서 그런 거 아닐지…….”

 바로 장현성이 ‘주먹’으로 출연하는 것이 그 조건이었다. 섭외의 불발 소식에 희진만큼이나 민욱이 섭섭한 표정을 지었다.

 “난감하네요. 기대 많이 하고 있었는데.”

 대체 이유가 뭔지는 알 수 없지만 민욱이 정말로 아쉬운 듯 ‘아…’ 하고 한숨을 내쉬자 희진이 호기심을 담아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있잖아요, 저기 이민욱 씨는… 왜 그렇게 장현성 씨랑… 아니, 그 섭외 조건이… 그거셨잖아요?”

 소심한 희진의 물음에 민욱이 시원스럽게 웃으며 ‘별건 아니에요!’ 하고 대답했다.

 “사실 이게 어떻게 보면 좀 유치한 걸 수도 있는데, 왜 남자들은 그런 게 있거든요. 누가 제일 세지? 이런 거요. 좀 재수 없을지도 모르겠는데 제가 싸움도 일등, 공부도 일등, 뭘 해도 일등은 놓쳐 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그때부터 킥복싱을 하긴 했지만 대회 외에서도 조금 날리긴 했었죠. 왜 학창 시절이란 건 그렇잖아요? 근데… 학교 다닐 때 항상 그런 이야기가 나오더라구요. 대구에 사는 장현성이란 애가 그렇게 싸움을 잘한다고. 걔가 전국에서 싸움을 제일 잘할 거라고 말이에요. 처음으로 일등을 다른 애한테 빼앗겨 본 거죠.”

 그 대답에 희진이 ‘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밝힌 대로 이유는 무척이나 심플했다. 그저 과거 일등 자리를 빼앗아갔던 이에게서 그 자리를 되찾고자 하는 것일뿐.

 “난 전국 대회에서도 우승했고, 인구가 가장 많은 서울에서 싸워서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는 놈인데 왜 나를 그런 놈보다 밑이라고 보는 거야? 이런 생각이 들어서 심지어 대구로 찾아가기도 했었어요. 근데 그때… 걔가 소년원에 끌려갔더라구요. 뭐, 그래도 싼 짓을 해서 가긴 했는데… 아무튼 그런 놈이 저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아직도 전설 같은 걸로 회자된다는 게 솔직히 우습잖아요? 그걸 확실히 하고 싶은 거죠. 그런 놈보단 내가 더 세다… 뭐, 남자의 치기 어리고 유치한 허세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는 그는 거침이 없었다.

 부유한 집안에 잘생기고 반듯한 외모까지!

 여자들이 좋아하는 모든 조건을 갖춘 이가 프로 파이터가 된 지금도 그런 이를 염두에 두고 있단 것에 희진이 조금 신기한 듯 그를 바라봤다.

 이내 민욱이 후후, 웃으며 희진에게 말을 걸었다.

 “근데 우리 동갑 아니야? 말 편하게 하자, 희진아. 태영이 친구라면서?”

 금방 말을 놓고 자연스럽게 그가 ‘반갑다, 희진아’ 하고 희진의 이마를 톡 치자 그녀는 ‘어머…’ 하고 부끄러워하며 기분이 좋은 듯 헤벌쭉, 웃음 지었다.

 “으, 으응…….”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는 막내 작가를 바라보던 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근데…’ 하고 말을 이었다.

 “녹화 예정일 전까지… 뭐 어떻게 해서든 걔만 거기 오게 만들면 촬영은 되는 거야?”

 뭔가 생각하는 바가 있는지 씩, 웃으며 민욱이 물음을 던지자 희진이 ‘촬영하겠다 승낙만 하면…’ 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그가 ‘그래?’ 하고 반색하며 씩,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걔랑 싸워보고 싶어?”

 그 모습에 참, 남자들의 호승심은 신기하다는 듯 희진이 호감 가득한 눈빛으로 물음을 던지자 민욱이 ‘아니’ 하고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사고나 치는 양아치랑은 급이 다르단 걸 만천하에 알리고 싶은 것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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