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
 1  2  3  4  5  >>
 
작가연재 > 무협물
철산대공
작가 : 임준후
작품등록일 : 2016.7.8
철산대공 더보기

스낵북
https://www.snackbook.net/snac...
>
작품안내
http://www.storyya.com/bbs/boa...
>

이 작품 더보기 첫회보기

“네가 좋아하는 방식대로 살 거라. 지금까지처럼 마음이 가고 몸이 가는 대로!”
스승이 남기 말을 가슴에 새기고 중원으로 나온 강산하.
고향으로 향하는 귀로에 하나둘씩 인연이 모여드고
어느새 그의 걸음마다 무림의 판도가 바뀌기 시작한다.
태산처럼 굳세게 산들바람처럼 유유자적하게 흔들리지 않고
올곧게 자신의 길을 걸어간 괴협 철산대공 강산하의 가슴 묵직한 일대기!

 
26 화
작성일 : 16-07-15 13:21     조회 : 450     추천 : 0     분량 : 758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화태건과 유청림이 사라진 골목으로 느긋하게 들어선 산하의 발길이 못 박히듯 그 자리에 멈췄다.

 미간이 좁혀진 그의 눈빛이 강해졌다.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화태건과 유청림의 흔적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산하의 얼굴이 점점 딱딱하게 굳어갔다.

 그가 부부싸움에 개입한 시간이라야 반 각도 채 되지 않았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지우지 않았다면, 그 짧은 시간 안에 추종이 어려울 정도로 흔적이 지워지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았다.

 ‘시간을 끌려는 연극이었던가. 방심했구나.’

 그는 신경이 둔하지만 바보는 아니다.

 부부싸움으로 시간이 지체되는 동안, 화태건과 유청림의 흔적이 사라지는 절묘한 일이 우연히 벌어질 가능성은 만에 하나도 되지 않았다.

 산하의 장대한 신형이 바람처럼 골목을 가로질렀다.

 부부싸움을 하던 남녀는 잊었다. 지워진 흔적을 찾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럴 때가 아니었다.

 시간이 없는 것이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눈빛은 무거웠다.

 반 각의 시간 차였다.

 그 짧은 시간의 방심으로 인해 유청림 모녀와 화태건이 위험에 빠져 있을지도 몰랐다.

 산하는 가슴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구절양장으로 휘어진 길을 오십여 장 달리자 끝이 나왔다.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지점이었다. 한쪽은 호수로 가는 길이었고, 다른 쪽은 마을 안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흔적이 없어 화태건이 어느 쪽으로 갔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선택을 해야 했다.

 ‘건아는 유 낭랑과 함께 호젓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했을 것이다. 그런 건이라면 호숫가로 갔을 거야. 감성이 강한 녀석이고 유 낭랑과 연아도 좋아할 장소가 분명하니까.’

 그의 머리는 근래 그처럼 빠르게 돌아간 적이 없을 정도로 팍팍 돌아갔다.

 그의 신형이 한 마리 붕새처럼 떠올랐다.

 

 산하가 나온 골목에서 오십여 장 떨어진 곳.

 건물 뒤에 숨어 골목을 바라보던 신봉량은 산하가 호수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가자 안색이 돌처럼 굳었다.

 그는 사람을 감시하고 추적하는 일에 관한 한 전문가 소리를 들을 만한 능력을 가진 자였다. 동만일이 그를 측근으로 두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갈랫길을 앞에 둔 거한의 망설임은 거의 없다시피 했고, 강변으로 달려가는 속도는 보는 것만으로 식은땀이 날 정도로 빨랐다.

 신봉량은 재빨리 뒤로 물러나 동만일 등이 일을 벌이고 있는 반대 방향으로 달리며 손에 든 호각을 입에 물었다.

 삐이이이익―!

 그가 동만일의 반대방향으로 움직인 것은 거한이 그를 따라올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그는 거한이 호각을 분 자신을 따라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보통의 인물은 자신이 감시당하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감시자를 잡아 감시하는 이유와 감시자의 정체를 파악하려 하니까.

 그 자신은 위험에 빠질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어찌 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지금 그가 생각하는 것은 오직 동만일이 성공하는 것뿐이었다.

 그는 개인이 아니라 조직에 속한 자였고, 그 조직과 동만일에 대한 충성심이 강했다. 그러나 그는 산하를 너무 가볍게 보았다.

 그는 무심결에 다른 사람이 산하의 덩치를 보고 둔하다고 판단한 것과 비슷한 판단을 하고 있었다.

 산하는 신봉량이 판단한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는 기척이 빠르게 멀어지는 신봉량을 무시했다. 그러더니 오히려 호숫가로 신형을 날렸던 것이다.

 

 신봉량은 자신을 뒤따를 거라 생각했던 거한의 종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잠시 후 알아차렸다.

 그의 안색은 흙빛이 되었다.

 자신을 따르지 않으면 거한이 갈 곳은 한 곳뿐이었다.

 그는 뛰어가던 걸음을 멈추고 동만일이 있는 곳을 향해 신형을 되돌렸다.

 그의 한 걸음은 보폭이 이 장을 넘었다.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좀체 펼치지 않던 신법을 펼친 것이다.

 사람들이 바람을 일으키며 달려가는 그의 등을 보고 넋을 잃었다. 하지만 신봉량에게 사람들의 기색을 돌아볼 여유는 없었다.

 일각이 여삼추였다.

 그는 호각을 입에 물었다.

 그는 오줌이 찔끔찔끔 새어 나올 정도로 마음이 급해졌다.

 거한은 단신으로 강서칠흉을 박살낸 일대의 고수였다.

 동만일과 동료들도 약하지는 않았지만 거한을 상대로 싸우는 건 자살 행위와도 같았다.

 늦으면 대형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삐이이이이익!

 호숫가로 접근하던 산하는 귀를 따갑게 울리는 호각 소리를 들었다.

 앞서 들었던 것과 같은 호각 소리였는데, 먼저 들었던 것보다 한결 급박함이 느껴졌다.

 그의 눈이 무서운 신광을 토했다.

 삼백여 장 떨어진 호숫가에서 검광이 충천하고 있는 것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삼백 장 거리라면 일반인들은 평지에서도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먼 거리다.

 그러나 산하의 눈은 일백 장 떨어진 곳에서 기어가는 개미의 더듬이도 본다.

 십여 명의 무사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세 명의 사내와, 그 뒤에서 겁에 질려 떨고 있는 유청림 모녀.

 그의 시선이 닿았을 때 가슴에 일장을 얻어맞은 화태건이 피를 토하며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화태건의 전신은 피에 절어 있었다.

 다섯 명이 넘는 무사가 그를 공격하고 있었으니 무공이 시원치 않은 그가 죽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만 해도 대단한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그는 유청림 모녀의 앞을 비키지 않았다. 그래서 더 많은 상처를 입은 듯했다.

 하지만 그의 분투도 한계에 도달했다.

 산하의 눈에서 불같은 신광이 토해졌다.

 화태건이 쓰러지고

 있었던 것이다.

 산하의 입이 벌어졌다.

 “우우우우우!”

 홍호의 수면이 출렁일 정도로 장쾌한 장소성이 사방을 뒤흔들었다.

 동시에 그의 신형이 가공할 속도로 허공을 가로질렀다.

 일보가 십여 장에 달할 뿐만 아니라 움직인 후에야 잔상이 뿌옇게 남을 정도로 빠른 신법.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장소성이 울렸을 때 동만일은 일이 틀렸다는 것을 직감했다.

 시선을 돌린 그의 눈에 가공할 속도로 날듯이 달려오는 산하의 모습이 잡혔다.

 그는 핏발선 눈으로 전방을 훑었다.

 전신이 피투성이가 된 세 명의 남자와 그 뒤에 아이를 안고 주저앉아 있는 유청림 모녀가 보였다.

 다 된 밥이었다.

 만약 두 사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는 벌써 일을 성공하고 홍호를 떠나고 있을 터였다.

 나중에 나타난 두 사내를 그는 잡아먹을 듯 노려보았다.

 본래 그가 유청림 모녀를 감시하고 납치하려던 목적이 저 두 사내를 끌어들이기 위함이었다.

 그 목적이 성공을 코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련을 남기면 무슨 꼴을 당할지 몰랐다.

 그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났고, 대단히 현실적인 인물이었다.

 보에서 징계를 받는 것이 거한을 상대하는 것보다 나았다.

 그는 그렇게 판단했다.

 그리고 후일 그의 판단은 현명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동만일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텄다. 튀자!”

 그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열한 명의 수하는 발밑에 먼지가 날 만큼 빠르게 뒤로 물러나 닻과 돛을 올리고 있는 배로 달려갔다.

 마지막으로 동만일이 배에 오르고 배가 호숫가로부터 이십 장 정도 떨어졌을 때, 한 가닥 커다란 유성(?)처럼 삼백 장을 가로지른 산하가 현장에 도착했다.

 현장을 돌아본 산하의 눈에서 무시무시한 신광이 이글거렸다.

 그가 가장 먼저 본 것은 유청림 모녀였다.

 그들은 겁을 먹은 표정이긴 하지만 무사했다.

 산하의 시선이 화태건을 보았다.

 화태건은 유청림 모녀의 앞에 쓰러져 있었다.

 코와 입에서는 연신 피가 흘러나왔으며 전신에 이십여 군데가 넘는 상처가 나 있었다.

 한마디로 피칠갑을 한 모습.

 그는 정신을 잃었다.

 산하는 화태건의 왼손에 꼭 쥐어져 있는 흑포를 내려다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화태건과 유청림 모녀의 앞에는 두 사내가 서 있었다.

 이목구비의 선이 굵은 이십 대 후반의 청년과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이었다.

 나이가 많은 청년은 오른손에 흔치 않은 넉 자 길이의 장검을 들고 있었는데 왼팔이 어깨에서부터 잘려 나간 외팔이였다.

 그리고 나이가 어린 청년은 두 자 반 길이의 쌍검을 쥐고 있었다. 역시 강호상에서 보기 드문 쌍수검을 쓰는 듯했다.

 그들의 눈은 산하의 신법에 놀란 듯 크게 부릅떠져 있었다.

 산하는 화태건의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화태건의 두 눈가는 찢어져 있었다.

 눈물과 피가 섞여 흘러내리다가 말라붙은 자국이 그의 수려한 얼굴 양편을 길게 가로지르고 있었다.

 산하는 말없이 오른손으로 화태건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커… 컥!”

 거칠게 숨을 토한 화태건이 눈을 떴다.

 산하의 눈과 화태건의 핏발선 두 눈이 마주쳤다.

 “형님… 형… 님……. 흑흑흑!”

 상황 파악이 잘 안 되던 화태건은 자신의 옆에 와 손을 잡아주는 유청림을 보고 안도한 듯 산하를 부르며 흐느끼다가 다시 축 늘어졌다.

 조금 전의 혼절이 상처에 의한 것이었다면 이번 혼절은 마음이 놓인 탓이었다.

 산하는 말없이 화태건의 가슴을 쓸어 기혈을 안정시킨 후 느릿하게 일어섰다.

 그사이 동만일 등이 탄 배는 호숫가로부터 사십여 장이나 멀어져 있었다.

 산하는 숨을 들이마셨다.

 저들을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그가 아끼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몸에 상처를 냈다.

 어찌 그냥 보낼 수 있으랴.

 선미에 서서 호숫가를 지켜보던 동만일과 노를 젓고 있던 열네 명의 신륜당 무사의 눈이 멍해졌다.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정신을 차리고 있던 두 사내와 유청림의 눈도 쟁반만 해졌다.

 “우우우우우―!”

 방금 전 들었던 것과 같은 장쾌한 장소성과 함께 산하의 신형이 사선을 그리며 허공으로 번개처럼 떠오르고 있었다.

 그가 계단을 밟듯이 비스듬히 날아오른 거리는 수직으로 삼 장, 수평으로 십오 장이었다.

 당세에 저런 정도의 신법을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진정 손으로 꼽는다.

 사색이 된 동만일이 악을 썼다.

 “노를… 노를… 저어! 빨리!”

 그의 외침과 동시에, 산하의 허리춤에서 말리는 듯하던 오른손이 주먹을 쥔 모습으로 전방을 향해 뻗어나갔다.

 그의 주먹이 뻗어나간 방향의 수면이 마치 거대한 태풍에 휘말린 것처럼 뒤틀리며 길게 파였다. 길이난 수면의 양편으로 수 장 높이의 물보라가 일어났다. 해일이 일어나는 듯했다.

 쿠우우우우우!

 배와 산하의 주먹 사이에는 이십오 장의 거리가 있었다.

 천하 없는 권법의 고수라도 권력이 미칠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그것이 보통 무림인의 상식이었다.

 그러나 동만일 등은 상식을 무시하는 권력을 보아야 했다.

 두 눈을 똑바로 뜬 채.

 마치 환상처럼 이십오 장을 가로지른 산하의 권력은 가공할 기세로 배의 선미를 후려쳤다.

 콰앙!

 화탄이 터지는 듯했다.

 설마하며 넋을 잃고 서 있던 동만일은 권력의 여파에 휘날려 선수 쪽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배의 후미는 일 장 이상 부서진 채 나뭇조각을 사방으로 날리며 금방이라도 가라앉을 듯 출렁거렸다.

 다행히 거리가 멀어 배가 가라앉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산하의 일권을 본 동만일과 수하들은 유청림 모녀와 두 사내에 대한 미련이 천리만리 달아나 버렸다.

 동만일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멀리 일권을 날린 거한이 수면을 한 번 밟으며 호숫가로 되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등평도수.

 그의 전신으로 소름이 미친 듯이 치달렸다.

 ‘저런 고수와 함께 있는 사람을 상대로 일을 꾸미다니… 내가 미쳤었구나. 이 일은 내가 무엇을 도모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에 돌아가 보고하고 차라리 처벌을 받자. 손휘와 곽지상이 거한과 만났으니 저 거한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일. 당분간 처벌을 받고 일에서 손을 떼고 있는 게 만수무강에 도움이 되겠다.’

 두 번 다시 거한을 보고 싶지 않다는 게 그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호숫가로 돌아온 산하는 무릎을 꿇고 있는 화태건을 볼 수 있었다.

 화태건은 울고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이… 유 낭랑과 연아를… 갑자기 십여 명이 덤벼들어서… 제가 못나서…

 죄송해요……. 죄송해요…….”

 산하는 화태건의 어깨를 다독였다.

 “너는 최선을 다했다. 유 낭랑과 연아는 무사하다. 그러니까 되었다. 너무 자책하지 마라.”

 “제가 조금만 더 강했어도…….”

 화태건이 유 낭랑의 옆에 서 있는 두 청년을 가리켰다.

 “저분들이 아니었으면 큰일이 났을 겁니다, 형님.”

 그제야 산하도 두 청년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이 빛났다.

 두 청년은 유청림을 보고 있었는데 세 사람의 기색이 이상했다.

 그의 시선이 닿았을 때 유청림이 조심스럽게 연아를 안고 일어나 두 사람에게 허리를 숙여 예를 표했다.

 “두 분 시숙.”

 두 청년도 유청림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손휘와 곽지상이 형수님을 뵈오.”

 산하는 순간적으로 어리둥절했다.

 두 청년으로부터 느껴지는 기감은 그가 후자라고 느꼈던 감시자들의 기감과 같았기 때문이다.

 유청림이 산하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좀 더 나이가 많은 청년을 눈짓으로 가리키며 산하에게 말했다.

 “제가 일전에 형주에 사시는 남편의 동생 분에 대해 말씀을 드렸었지요? 이분이 바로 그분, 손 씨에 휘 자를 쓰시는 시숙이십니다.”

 상황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산하는 포권으로 손휘에게 인사를 했다.

 손휘와 곽지상도 포권으로 마주 인사했다.

 산하가 손휘에게 물었다.

 “저들은 숭양보의 인물들입니까?”

 산하의 질문이 뜻밖이었던 듯 손휘는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만 어떻게……?”

 산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유청림의 가슴에 안겨 있던 연아가 쪼르르 달려와 산하의 무릎 아래서 고개를 한껏 젖히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두려움이 가시지 않은 눈빛이었다.

 산하는 싱긋 웃으며 연아를 들어 올려 가슴에 안았다.

 그러자 연아의 눈에서 두려움이 씻은 듯이 가셨다.

 연아의 몸통 굵기만 한 산하의 팔뚝 안은 연아에게 있어서 강철로 만든 울타리보다도 더 안전한 장소였으니까.

 산하는 연아를 조심스럽게 안은 채 말없이 이제는 가물가물하게 보이는 배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배가 가는 방향은 서쪽.

 수로를 타고 계속 가면 형주가 나오고, 그곳을 지나면 의창으로 갈 수 있다.

 상처로 인한 통증 때문에 얼굴이 일그러진 화태건이 그의 옆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섰다.

 “형님.”

 산하는 화태건의 어깨에 한 손을 짚었다.

 호수를 바라보는 그의 두 눈 깊은 곳에서 무서운 빛이 이글거렸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자신의 방심으로 인해 화태건은 죽을 뻔하고, 유청림 모녀는 납치당할 뻔했다.

 “태건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겠다. 그들이 다시는 유 낭랑을 상대로 이런 일을 벌일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겠다.”

 산하의 음성은 낮고 조용했다.

 하지만 화태건은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쥐어야 했다.

 그는 가슴으로 전해지는 산하의 기분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그 느낌은 마치 하늘이 무너져 어깨를 짓누르는 것처럼 무겁고 강했다.

 화태건은 고개를 돌려 산하의 옆모습을 보았다. 산하는 평소와 별로 다를 바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화태건은 입안이 마르는 것을 느꼈다.

 산하의 크고 흑백이 뚜렷한 눈동자가 더 이상 순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선명한 감정이 담긴 그의 두 눈은 깊고 무거운 빛을 발하고 있었다.

 화태건은 산하의 저런 눈빛을 본 적이 있었다.

 강서칠흉과 싸울 때.

 그러나 지금 산하의 눈에 떠오른 빛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했다.

 화태건은 입술을 깨물었다.

 ‘형님이… 화나셨다.’

 지금 산하의 가슴을 채우고 있는 것은, 분노였다.

 

 

 

 2권에 계속…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6 26 화 2016 / 7 / 15 451 0 7582   
25 25 화 2016 / 7 / 15 433 0 5838   
24 24 화 2016 / 7 / 15 434 0 6493   
23 23 화 2016 / 7 / 15 505 0 3819   
22 22 화 2016 / 7 / 15 449 0 5701   
21 21 화 2016 / 7 / 15 448 0 5364   
20 20 화 2016 / 7 / 15 447 0 5611   
19 19 화 2016 / 7 / 15 503 0 6611   
18 18 화 2016 / 7 / 15 459 0 6697   
17 17 화 2016 / 7 / 15 462 0 5155   
16 16 화 2016 / 7 / 15 691 0 5044   
15 15 화 2016 / 7 / 12 495 0 5408   
14 14 화 2016 / 7 / 12 472 0 4980   
13 13 화 2016 / 7 / 12 484 0 5098   
12 12 화 2016 / 7 / 12 491 0 5269   
11 11 화 2016 / 7 / 12 467 0 5495   
10 10화 2016 / 7 / 8 529 0 5837   
9 9화 2016 / 7 / 8 461 0 5326   
8 8화 2016 / 7 / 8 431 0 6233   
7 7화 2016 / 7 / 8 584 0 5106   
6 6화 2016 / 7 / 8 445 0 5301   
5 5화 2016 / 7 / 8 453 0 5018   
4 4화 2016 / 7 / 8 516 0 5042   
3 3화 2016 / 7 / 8 413 0 4744   
2 2화 2016 / 7 / 8 437 0 7618   
1 1화 2016 / 7 / 8 734 0 580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21세기 무인
임준후
철혈무정로
임준후
천명
임준후
천마검엽전
임준후
켈베로스
임준후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