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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드래곤 남매
작가 : 강명운
작품등록일 : 2016.7.7
드래곤 남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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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으이그, 역시 느림보 해츨링.”
“누나가 이상한 거라고!”

드래곤 역사상 전설이 되어가는 쌍둥이 드래곤의 탄생?
말썽꾸러기 티아와 연약한 테이의 좌충우돌 사랑 이야기!

“우리 실버 일족의 축복받은 아이들아. 너희들의 이름은 이제부터
몸과 마음이 하나라는 뜻을 가진 문장, 티아루아, 테이루아라고 짓기로 하였단다.
각각 애칭으로 티아와 테이라고 부르기로 하자꾸나. 마음에 드니?”
이렇게 우리 쌍둥이 남매는 어른들의 사랑과 보호를 받으면서 행복…
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제 19 화
작성일 : 16-07-14 17:06     조회 : 479     추천 : 0     분량 : 8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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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아, 괜찮아요. 테이가 여기 있는 동안 어떤 일을 당했는지 충분히 짐작이 되네요.”

 “헤헤헤!”

 “그것보다 질문의 대답, 엔드르 씨는 여기 사시는 게 아니셨나요?”

 “엔드르는 어제 자기 집으로 돌아갔어. 오늘 아침 먹고 다시 온다고 했어. 그런데 왜 그렇게 엔드르에 대해서 묻는 거야? 혹시 반한 거야?”

 “걱정 놓으세요. 임자 있는 남자에게는 관심 없으니까. 엔드르 씨의 임자는 언니 맞죠?”

 “이, 임자랄 것까지는 아니고….”

 “요 녀석, 뭘 그렇게 부끄러워하는 거냐? 엔드르는 레드포머가 차기 사위 후보 영 순위잖느냐….”

 “아, 아빠!”

 “헤에, 역시나…! 근데 언니야~~.”

 “으응?”

 “엔드르 씨와는 어느 정도의 관계예요? 키스는 해 봤겠죠?”

 “자, 잠깐 티아. 너 아까 내가 껴안았다고 복수하는 거지?”

 “자자, 뭘 그렇게 부끄러워하는 거예요? 엔드르 씨는 레드포머가 차기 사위 후보 영 순위잖아요.”

 “우리 아빠 말투 흉내 내면서 묻지 마!”

 “호호호! 티아 양, 둘이 어느 정도냐면 말이죠.”

 “엄마!! 말하지 말아요!!!”

 라는 다른 날과는 확실히 다른 시끌벅적한 아침이었다.

 엔드르는 어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가 아침을 먹고 티 타임 시간에 공작가로 다시 왔다.

 오늘은 하루 종일 레이나와 이르, 그리고 티아·테이 남매와 같이 축제 구경을 가기로 했던 것이다. 호위병으로 기사 두 명과 용병인 제이크와 라이크가 동행했다.

 일단 축제 기간 내내 레드포머 공작가에 머물러 달라는 요청을 거절하지 못한 세이르아는 제이크와 라이크를 빼고 나머지 용병들은 후한 사례를 하고 돌려보냈다.

 어차피 실력(?)을 들킨 이상, 그 많은 용병이 필요 없게 돼 버린 것이었다.

 모두 즐겁게 떠들며 축제 구경을 나가고 어른들만 남은 자리에서 세이르아는 레드포머 공작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새삼스럽겠지만, 다시 한번 저희 테이를 보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례는 꼭 하겠습니다. 저희 가문이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지 도와 드리겠습니다.”

 “하하하! 너무 그렇게 마음 쓰실 것 없습니다. 어차피 댁의 아드님을 도운 것은 레이나였고, 레이나는 한꺼번에 두 명의 귀여운 동생이 생겨서 무척이나 기뻐하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은혜는 꼭 갚고 싶습니다. 하다못해 제 마법의 힘으로 도울 수 있는 일이라도 없을까요?”

 “마법의 힘으로라….”

 확실히 어제 세이르아와 그의 아들·딸이 보여 준 마법의 위력은 정말로 놀라운 것이었다. 그 정도 실력이라면 궁전 마법사 자리에 당장에 앉혀도 손색이 없는 실력이었다.

 그런 실력자가 어째서 지금껏 이름도 알려지지 않았는지 궁금했지만, 레드포머 공작은 굳이 이유를 묻지 않고 있었다.

 상대방이 숨기고 싶은 이유가 있다면 들추어 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유야 어찌 됐건 간에 세이르아 정도의 마법사라면 도움이 될 일이 무척이나 많았다. 특히…….

 “그럼…….”

 “뭔가 은혜를 갚을 일이 있나요?”

 “솔직히 저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서 난감해 하는 일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도저히 손 놓고 볼 수 없는 상황이라 어떻게든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무슨 일이죠?”

 “레이나와 이르가 관계된 일입니다. 나중에 돌아오면 그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르 누나의 과거(2)

 

 

 

 “엔드르라는 남자 짝이 있었구나, 너 아직 희망은 있는데?”

 “있으면 뭐하냐.”

 “뭐가요?”

 “으헉!”

 설명을 하자면 축제 구경을 나온 일행 중 제크 아저씨와 라이크 아저씨가 뒤에 떨어져서 뭔가를 수군거리고 있자, 궁금해진 내가 가서 물어 본 것이다.

 근데 왜 이렇게 놀라는 거야? 내가 지그시 쳐다보자 제크 아저씨는 더운 지 땀을 흘리면서 말했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도련님.”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요.”

 “이럴 때는 눈치가 빠르신 것 같네요.”

 “우, 말 돌리지 말아요.”

 내가 한껏 째려보자 제크 아저씨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면서 내게 설명을 해 주었는데…….

 “에, 에? 제크 아저씨, 우리 누나 좋아하고 있었어요?”

 “쉿쉿! 목소리가 너무 큽니다, 도련님.”

 어차피 거리는 시끌벅적해서 아무리 귀가 좋은 누나라 하더라도 내 목소리는 저 앞에 걸어가는 누나들에게 들리지는 않을 터였다.

 난 잠시 혼란스런 머리를 진정시키고는 진심을 담아서 제크 아저씨에게 충고했다.

 “아직도 그런 마음을 먹고 계시다면 제발 포기하세요. 우리 누나랑 사귀려면 목숨이 몇 개가 있어도 모자란다고요.”

 “어제 봐서 충분히 느끼고 있습니다.”

 힘없이 축 늘어지는 말투로 봐서 내가 굳이 말리지 않아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누나의 그 가증스러운 이중성을…….

 “잘 생각하셨어요. 누나를 사귈 남자는 엄청난 힘과 마법력을 가진 용사급이 아니면 불가능할 걸요.”

 “하아! 솔직히 전 테이 도련님이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왜요?”

 “어제 그 일이 거의 일상생활이라면서요. 용케 지금까지 살아 계셨군요.”

 “어제는 저도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그때까지 잠자코 우리 말을 듣고 있던 라이크 아저씨가 한마디 하면서 끼어들었다.

 “솔직히 어제 일은 테이 도련님이 실수하신 겁니다.”

 “우씨, 누가 온 줄 알았겠어요? 왔다면 왔다고 기척을 내던가 해야지.”

 “타이밍이 너무 절묘했다고 밖에는 말씀 못 드리겠군요.”

 반박할 말이 없다.

 아무튼 지나간 일은 이미 지나간 일, 끙끙거리고 있어 봐야 나만 손해니 축제나 즐겨야지, 그렇게 제크 아저씨의 누나에 대한 사랑이 허무하게 끝나가고… 있을 줄 알았는데……?

 “제크 씨, 이것 좀 봐 주세요. 이게 뭐예요?”

 남자라면 누가 봐도 반할만한 얼굴에 아름다운 미소를 한껏 지으면서 노점상에 있는 물건을 가리키면서 누나가 말했다.

 기품 있고 아름다운 레이나 누나와 엘프 특유의 신비스러운 미모를 가진 이르 누나, 그리고 생기 있는 은발을 찰랑이며 여신이라 해도 믿을 정도의 미모를 가진 누나와 같이 다니는 탓에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그 세 미녀 중 한 명이 제크 아저씨에게 말을 걸자마자 주위 남자들의 시선이 전부 제크 아저씨에게로 쏠렸다.

 남자들의 질투와 부러움의 시선을 한껏 받고 있는 제크 아저씨의 어깨가 움찔거리고 있는 듯한 느낌인데…, 설마……?

 “하아! 테이 도련님.”

 “네?”

 “남자라면 말입니다. 한 번은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요?”

 “저는 지금이 그럴 때라고 믿습니다!”

 제크 아저씨는 그렇게 말하면서 아직껏 질투와 부러움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남자들에게 의기양양한 시선을 보내고는 누나에게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누나에게 이것저것 설명해 주면서 즐겁게 웃는것이었다.

 “도대체가 정신을 못 차리는군.”

 “저기 만약, 저 둘이 기적이 일어나서 잘 된다면 나 제크 아저씨를 매형이라고 불러야 될까요?”

 라이크 아저씨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거라 봅니다. 그전에 저 녀석 관이나 안 맞추게 되면 다행일 것 같은데요.”

 “맞추게 될지도 모르겠는데요.”

 “그래서 더 걱정입니다.”

 제크 아저씨가 우리 가족이 드래곤이란 걸 알게 돼도 지금처럼 저런 기쁜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문득 들었다.

 재미있겠는데 나중에 헤어질 때 가르쳐 줘 볼까? 아니, 저 아저씨 성격이라면 자신은 드래곤 - 정확히는 해츨링 - 아가씨와 사랑을 한 적이 있다고 대대손손 자랑할 것 같다.

 즐거운 축제 구경을 마치고 집 - 레드포머 공작의 저택 - 으로 돌아오자 레이나 누나의 부모님과 우리 엄마가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맞아 주셨지만 얼굴에 왠지 모를 그늘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만 눈치 챈 게 아닌지 그날 저녁은 다들 얌전히 먹고 거실에 앉아서 차를 마셨다.

 특히 이르 누나의 불안한 표정과 레이나 누나의 뭔가를 굳게 결심하나 듯한 표정이 나의 궁금증을 더욱 더 부채질했다.

 무슨 일인지 물어 볼까 말까 하고 있을 때….

 “뭔가 중요한 이야기가 있는 것 같은데 뜸들이지 말고 얘기해요.”

 이럴 때 꼭 먼저 선수 치는 자가 있었으니 울 누나였다.

 “아버지, 그 일을 세이르아 님에게 부탁하실 생각이죠?”

 레이나 누나가 누나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무시하듯이 공작님께 말을 하자 누나의 눈꼬리가 조금 올라갔다. 하하하! 조금 위험….

 그런데 확실히 분위기가 이상하긴 이상했다.

 레이나 누나도 분위기를 잡고 아빠라고 안 부르고 공작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걸로 보아 분명 심각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팔불출인 우리 엄마·아빠라면 징그럽게 무슨 어머니, 아버지냐 아빠·엄마라고 부르라고 소리칠 테지만 공작님은 무겁게 고개만 끄덕이셨고, 레이나 누나는 역시 하면서 작게 한숨을 쉬고는 나랑 티아 누나를 보면서 말했다.

 “티아랑 테이는 잠깐 자리를 피해 주겠니? 이제부터 하는 이야기는 너희들이 듣지 말았으면 하거든.”

 “싫어요.”

 “티아야.”

 엄마가 ‘버릇없이 무슨 말이냐’ 라는 눈빛을 하면서 누나를 지그시 바라보셨다. 하지만 그런 것에 꺾일 우리 누나가 아니었다.

 “무슨 이야기인 줄은 모르겠지만 테이랑 나도 열다섯 살이라고요. 어린애도 아니니깐 어린애 취급하면서 따돌릴 생각일랑 말아 주세요.”

 “어린애가 아니긴 뭐가 아니야! 아직 어린애면서!”

 “엄마!”

 우, 순간 무거운 분위기에서 험악한 분위기로 바뀌어 간다.

 난 모녀의 싸움이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그냥 콱 울어 버릴까 하는 생각을 진지하게 해보았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여기 계신 어른들이 그걸 꼬투리 삼아 우릴 내쫓으실 테고, 그렇게 되면 누나는 ‘너 때문에 한 덩어리로 어린애 취급 받았어’ 라며 날 또 무척 패댈 테니 그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어른들 말씀을 안 듣자니 지금까지의 착한 해츨링 생활에 금이 갈 것 같아서 두렵고…….

 ‘힝! 창조신이시여, 이럴 때는 나 누구 편들어야 해요?’

 “괜찮습니다. 티아와 테이도 현재 이 나라의 아니, 인간들의 양면성을 알아야 될 겁니다. 나중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험악해질 것 같은 상황을 중지시켜 준 건 이르 누나였다. 인간들 레이나 누나 측에서는 약간 이해 못 할말일테고, 우리 드래곤들 측에서는 이르 누나의 말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나중에 라는 것은 역시 유희를 뜻하는 말이겠지? 난 내 생각이 맞는 지 눈으로 이르 누나에게 물어 보았다.

 진실의 눈을 가진 엘프 이르 누나는 내 생각대로 내 눈에 담겨 있는 내 뜻을 읽고는 맞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정말 괜찮겠어, 이르?”

 “괜찮아요, 레이나. 알다시피 난 그때 이미 한번 죽은 거나 마찬가지예요.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과거의 죽었던 나의 이야기일뿐, 현재의… 레이나에게 자유를 선물 받은 지금의 나라면 걱정 없어요. 그리고 티아와 테이도 이 이야기를 들을 권리가 있어요.”

 “어, 어째서? 애들은 아직 어린데….”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건 나쁜 버릇이라고 레이나가 입버릇처럼 이야기했잖아요. 확실히 티아와 테이는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서 제일 어리지만 저의 이야기를 이해 못 할 만큼 어리지는 않아요.”

 누나는 그럼, 그럼이라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승리의 미소를 지었고, 엄마와 레이나 누나는 항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엄마와 레이나 누나가 항복의 뜻을 표하자, 조용히 중립을 지키던 공작님께서 헛기침을 하시면서 주위의 시선을 모았다.

 “커험! 그럼 티아 양과 테이 군의 문제는 같이 듣는 것으로 결정하죠. 티아 양, 테이 군.”

 “네!”

 “네!!”

 “지금부터 이르가 할 이야기는 인간, 즉 우리 인간의 또 다른 어둡고 추악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은 이르의 이야기에서 그런 인간들도 있다는 사실을 항상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쩝! 우리는 인간이 아닌데…….’

 무언가 이해가 될 듯 말 듯한 말이지만 일단 이르 누나의 이야기라는 것을 들어 보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아 누나와 나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르 누나를 쳐다보았다.

 이르 누나는 잠시 눈을 감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하다가 곧 몸서리를 쳤다.

 “이르…….”

 레이나 누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르 누나를 불렀다. 이르 누나는 감았던 눈을 뜨고는 레이나 누나를 바라보면서 미소 지었다.

 “괜찮아요, 전 괜찮으니깐 걱정 말아요. 레이나.”

 이르 누나는 좌중을 쭉 훑어보고는 입을 열었다.

 “이 이야기는 제가 레드포머 공작가의 레이나를 만나기 4년 전에 제가 겪었던 일입니다.”

 이르 누나는 어느새 길지도 짧지도 않은 그날의 일을 생각하는지 먼 시선으로 정면만을 쳐다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르 누나의 과거(3)

 

 

 

 그녀에게는 어릴 때의 기억이 없었다. 여덟 살 이전에는 어디서 무얼 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단지 하나, 알고 있는 거라고는 아빠가 없다는 것 뿐…….

 가끔 엄마에게 물어 보면 그때마다 슬픈 얼굴로 아빠는 하늘나라에 계신다고 말씀하셨다.

 아직 어렸던 그녀는 아빠는 하늘나라라는 ‘나라’에서 사신다고 믿었다.

 그곳, 축복 받은 숲에서 살고 있는 엘프들은 삼백 명 정도였다. 다른 엘프 마을에 비해서는 그 수가 조금 작은 마을이라고 들었다.

 마을의 엘프들은 그녀에게 친절했다. 또래의 아이들은 없었지만, 어른들이 잘 놀아 주었기에 그녀는 별 불만이 없었다.

 그렇게 행복했던 시간들이 지나고, 그녀는 성장해 성인식을 치르게 되었다.

 그동안 마을에서는 십여 명의 아기 엘프들이 탄생하기도 했고, 그녀가 사춘기 소녀 시절을 거치는 동안 두근거리는 짝사랑도 경험해 보았다.

 그녀는 분명히 행복했다. 그 일이 있기 전에는…….

 그녀가 사춘기 소녀 시절부터 짝사랑하던 남자에게 고백하리라 마음먹은 날, 심호흡을 하고 그의 집으로 가는 도중 마을 외곽이 소란스러워졌다.

 그녀가 무슨 일 일까 하고 생각하는 중에 갑작스레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남자 엘프들과 검과 정령을 쓸 줄 아는 일부 여자 엘프들은 즉시 불길이 치솟아 오르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녀가 어쩌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있을 때, 그녀의 짝사랑 상대가 달려가는 게 보였다.

 “베, 베이트 씨!”

 “이르, 이런 곳에서 뭘 우물쭈물하는 거야? 빨리 마을 안쪽으로 피해!”

 “무슨 일이에요, 베이트 씨?”

 “인간들이다. 인간들이 쳐들어왔어. 이르, 빨리 어머니를 모시고 마을 안쪽으로 피해 있어.”

 “베, 베이트씨….”

 “응?”

 “아! 저…, 무‥ 무사하셔야 돼요.”

 베이트는 싱긋 웃으며 이르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었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스러운 동생에게 하듯이…!

 자신과 잘 놀아 주었던 어른 엘프들 중 가장 젊어서 자신을 마치 동생같이 아껴 주던 베이트였다.

 이르는 그걸 잘 알고 있었지만 고백하려고 마음먹은 남자가 여전히 자신을 여동생 취급하자, 잠시 지금의 상황도 잊고 불만을 이야기했다.

 “저도 이제 성인이에요. 언제까지 애 취급할 건가요?”

 “아무리 성인이 되어도 이르는 내게는 소중한 동생이야.”

 “우….”

 입을 삐죽이 내밀면서 불만을 표했지만, 그래도 소중하다는 말은 마음에 들었다. 그때 마을 밖에서 다시 폭발음이 들려왔다.

 폭발음이 들려오는 쪽을 보면서 인상을 찡그리는 베이트의 입에서 분노에 찬 음성이 흘러 나왔다.

 “지난 백여 년 간 조용하다 싶었는데, 인간들은 왜 저런지 모르겠군.”

 “인간….”

 이르는 인간을 본 적이 없었다. 옛날에는 인간과 엘프의 사이가 좋았다고 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랐다.

 백여 년 전 인간들이 만든 나라 다이러스 제국의 국왕이 제이라스 1세가 등극하면서 엘프는 인간들에게 노예 취급을 받기 시작했고, 두 종족간에 한바탕 전쟁이 있은 후 양쪽은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그 후 엘프들은 숲에 들어와서 숨어 살게 되었고, 인간들은 그들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조약을 맺었었다.

 그러나 그 조약은 오늘로 깨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르, 난 빨리 가 봐야겠다. 어머니를 모시고 너도 얼른 대피해야 된다.”

 베이트는 생각에 잠겨 있는 이르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급히 몸을 돌렸다. 그러자 이르는 자신도 모르게 베이트의 손을 잡아 버렸다.

 “왜 그래, 이르?”

 “에? 아, 아니 그게 저어…….”

 왜 그의 손을 잡아 멈춰 세웠는지 그녀 자신도 몰랐다. 그냥 느낌으로 불길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베이트 씨, 아‥아니…, 오‥오빠, 꼭 꼭 무사하셔야 돼요.”

 자신의 손을 꽉 쥐고 애처롭게 말하는 이르를 보면서 베이트는 복잡한 기분을 느꼈다.

 “아주 오랜만이구나, 오빠라는 호칭…!”

 “…….”

 이르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고개를 푹 숙였다. 빨개진 자신의 얼굴을 봤을까 부끄러웠다. 하지만 여전히 손은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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