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
태선
갈마루
임준후
임허규
날 없는 창
노쓰우드
구유
글쓰는기계
유호
이원호
류지혁
사이딘
사이딘
인기영
김원호
인기영
사이딘
약먹은인삼
프로즌
염탁근
이그니시스
강명운
눈매
인기영
눈매
사이딘
이그니시스
강명운
사이딘
이그니시스
사이딘
전정현
 1  2  >>
 
작가연재 > 판타지/SF
리셋 라이프
작가 : 이그니시스
작품등록일 : 2016.7.7
리셋 라이프 더보기

작품바로가기
http://www.storyya.com/bbs/boa...
>

이 작품 더보기 첫회보기

나는 전쟁터에서 죽었다.
원하지 않았던 죽음. 그리고 차갑게 흩어지던 마지막 숨결.
그런데, 다시 눈을 떴다. 게다가 10년 전의 시간으로 돌아가 있다.
10년의 시간과 다시 주어진 기회. 내가 원하는 대로, 세상을 통제하리라!

 
제 25 화
작성일 : 16-07-14 16:32     조회 : 531     추천 : 0     분량 : 834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치잇!”

 나는 바닥을 살피며 풋프린츠의 기색을 살폈다.

 녀석도 눈이 좀 멀었으면 좋겠지만……. 난 다마치를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신관이 제일 위험하다는 거로군!

 “에라이!”

 나는 얼른 다마치를 걷어찼다.

 도와주려는 의도와 그간의 원한을 쌓아, 있는 힘껏. 이단 옆차기로.

 “으아악!”

 앞을 못 보고 있는 노인네가 가슴을 차인 뒤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었다. 그리고 나는 그리고 무조건, 달려드는 녀석을 향해 검을 찔렀다.

 모 아니면 도다!

 카악!

 찌른 검에 느낌이 왔다. 하지만 그것은 적을 찌르는 것이 아니라, 내 검을 스쳐 지나가는 녀석의 무기의 느낌이었다.

 쳇. 실패했나.

 퍼어억!

 “커헉!”

 복부에 틀어박히는 둔중한 느낌에 눈앞에서 벼락이 튄다. 군 훈련 때 통나무에 부딪혔던 기억이 갑자기 떠오른다.

 마치 내장이 압착기에 넣어져 짓이겨지는 느낌.

 “아아아!”

 그래도 난 이를 악물었다.

 아직 녀석의 발자국이 앞에 있었다.

 나는 힘이 빠져나가는 손에 다시 힘을 주고는 녀석의 발자국이 있는 공간을 향해 힘껏 내질렀다.

 사각!

 약간의 느낌이 온다. 그렇지만 어디를 얼마나 다치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보이지도 않으니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한 가지 알 수 있는 건……! 공격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거다!

 휘잉!

 검이 허공을 가른다.

 나는 녀석의 발자국을 향해 마구잡이로 검을 휘둘렀다. 풋프린츠는 보통 인간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는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을 터!

 “나의 검. 공간을 희롱해 춤을 춘다.”

 앞으로 내지르기. 발자국이 뒤로 물러난다. 몸을 끌어당기면서 위를 향해 베어냈다. 발자국이 반걸음 오른쪽으로 디뎠다.

 검을 내리치면서 왼손으로 단검을 꺼내 내리친 궤적의 수직으로 올린다.

 카앙!

 예상했던 대로 무기가 걸린다. 배가 뚫릴 것 같은 아픔이었지만, 덕분에 무기의 종류가 둔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몸 안에는 여전히 충격이 남아 있다. 크윽…….

 “하아압!”

 검을 찌르려다가 옆으로 뺀다. 그리고 앞으로 나서며 좌우 베기. 녀석의 걸음이 확실하게 뒤로 물린다. 좋아 이대로 계속!

 “맞아라-!”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서 전력으로 내지른다. 그와 동시에 단검을 던진다!

 빙글빙글 돌며 날아간 이스페르펙트는 소리 없이 허공에 박혔다.

 크아아아!

 그리고 허공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입을 뒤틀어 미소 지으며 그 공간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이번엔 제대로, 박히는 감이 온다.

 콰아악!

 쿠어어!

 어디를 베었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검이 박힌다.

 그리고 또다시 기묘한 포효가 들렸다.

 좋아! 이대로 마무리다!

 퍼억!

 힘찬 타격 음이 들린다. 허공에 꽂혀있는 단검이 서서히 뒤로 기울어지는 것이 보인다.

 풋프린츠는 보이지 않는 것만 제외하면 베어맨보다 약하니까.

 나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털썩!

 쓰러지는 소리가 상당히 기분이 좋다.

 그런데 왜……? 내 등이 이렇게 아픈 걸까?

 어라?

 왜 천장이 보이는 거지?

 가슴이……. 아프다…….

 “쿨럭! 케헥!”

 입에서 꼴사나운 기침이 튀어나오고서야 난 내 상태를 이해했다.

 나는 적을 넘어뜨린 게 아니라, 거꾸로 한 대 맞고서는 그대로 뒤로 넘어진 것이다.

 “어어…….”

 입에서는 멍한 목소리가 들린다. 내 검은 어디 갔는지, 손은 공기를 쥔 것 같은 휑함만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허공에 내 단검이 두둥실 떠 있었다.

 이스페르펙트는 그 몸을 부르르 떨더니 뒤로 쑤욱 물러났다. 그리고 배은망덕하게도 날을 내게 향했다.

 야……. 너……. 그러면 안 되지…….

 “리셀-!”

 레비디안의 목소리가 들렸다. 몸은 여전히 움직일 수 없었지만,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 어쩐지 안심이 된다. 귓가로 그녀의 다급한 발소리가 들린다.

 카앙! 카아앙! 카가각?!

 발소리가 내 옆을 지나가고, 곧이어 무기와 무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계속 누워있는 도중에도 그 소리들이 들려왔다. 나는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때 갑자기 라이만트 왕세자의 얼굴이 나타났다.

 “리셀! 괜찮은가?”

 “아……. 왕세자……. 저하.”

 “어서 물러나게. 어서.”

 그는 내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집어넣어서는 날 잡아끌었고, 난 그렇게 힘없이 끌려가는 신세가 되어야 했다. 그는 날 한쪽으로 치우고는 다마치를 불렀다.

 “이르 고신관! 이쪽으로!”

 “아, 예에……!”

 그 사이 라이만트 왕세자는 내 팔을 눌러본다든가 내 눈을 까뒤집어 보는 등의 행동을 하고는 말했다.

 “심장이 압박당해서 약간의 마비증세가 온 것 같네. 이르 고신관이 치료할 수 있다면, 금방 움직일 수 있을 거야.”

 그거……. 솔직히 못 미더운데요.

 “잠시만 기다려 주게…….”

 다마치는 아직 자기가 뿜어낸 빛의 여파가 남아있는지 눈을 비비면서 성전을 뒤적거렸다.

 그리고는 곧 어느 구절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만물을 끌어안는 근원이 그의 권능에 있으니…….”

 낭독은 한참을 계속되었다. 덕분에 레비디안이 싸우는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다마치의 낭독이 끝났고, 밝고 따스한 빛이 내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너무나 편안해서 잠이 들 것만 같은 편안한 기운이 몸을 감싸고돌았다.

 과연 신은 자신을 믿는 자에게 평등했다. 덕분에 내 몸은 평소만큼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할 수 있었다.

 “휴우……. 다행이군.”

 다마치는 이마에 땀을 닦으며 위대한 업적을 이룬 사람처럼 말했다. 나는 그에게 대충 형식적인 감사만 해 두었다.

 내가 막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레비디안이 다가왔다.

 “리셀. 괜찮아요?”

 “예. 괜찮아졌습니다. 아……. 저게 풋프린츠로군요.”

 풋프린츠의 파란 비늘 덮인 시체가 한쪽 구석에 조용히 엎드려 있었다.

 죽으면 모습이 드러나는 마물이다. 눈으로 볼 수 있으니 확실하게 죽은 것이군. 녀석은 역시나 내가 생각한 대로 철퇴를 들고 있었다.

 “여기 당신 단검이요. 그리고 이르 고신관님? 생명의 은인에게 감사는 하셨나요?”

 “생명의 은인?”

 “리셀이요. 다들 강한 빛 때문에 눈이 안 보였을 때, 풋프린츠는 고신관님께 달려들었고, 그걸 리셀이 저지했어요. 덕분에 다쳤고요.”

 레비디안은 어떻게 상황을 파악했는지 모르지만 다마치를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고신관에게 저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도 몇 안 될 것이다.

 “아……. 그렇군. 고, 고맙네. 아리세인 군.”

 “아뇨, 별 말씀을.”

 “그리고 엉터리로 사용하신 성법 덕분에 모두가 위험해질 뻔 했어요. 고신관님의 능력을 믿었는데 보통 신관도 되지 않았다니, 정말로 실망했어요. 이럴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생각이 변했어요. 나중에 검왕 레비디안의 이름으로 아추니 교단에 정식으로 진정서를 제출할 테니 그렇게 아세요.”

 “거, 검왕! 다, 당신이……?”

 “일단 가죠. 다음이 마지막이에요.”

 그녀는 가차 없이 몸을 돌렸고, 나는 단검을 챙겨 넣고는 계단으로 걸어가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황망한 표정을 짓는 다마치를 잠시 돌아봤다가, 그녀에게 말했다.

 “선생님, 저기…….”

 그녀는 날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제 좀 말을 듣겠죠? 알아서 구워 삶아보세요. 진정서를 넣을 생각은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녀는 빙긋 웃었다. 순간 나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아야 했다.

 “푸훗……! 선생님. 선생님도 참 짓궂으십니다.”

 “사실은 조금 화도 났거든요. 고신관이라고 해서 능력이 떨어져도 어느 정도는 기대했는데, 저렇게 엉터리일 줄이야. 리셀이 한 말이 맞네요. 논쟁만으로 고신관의 자리에 오른 것 같아요. 그것도 성전과는 상관없는 논쟁으로. 결국 자기의 진가가 드러날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었네요, 저 사람도.”

 그녀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이것으로 나는 내가 목적했던 일 중에 하나를 완벽하게 성취했음을 알았다.

 이제 남은 건, 진짜 목적이다.

 

 등대의 반사경은 등대의 천장에 붙어 있었다. 그 아래 불을 피우는 화덕에는 아무런 불씨도 없었다.

 그저 기둥에 매단 몇 개의 램프만이 조명을 대신하고 있을 뿐이었다.

 동쪽과 서쪽에선 진을 치고 있는 두 기사단의 모습이 보였다.

 우리가 등대에 들어온 지 두 시간 정도 지났을 때에야 겨우 꼭대기에 올라왔다. 나는 고개를 돌려 난간으로 통하는 부분을 바라보았다.

 이 모든 것의 원흉인, 스무 살로 보이는 젊은 남자는 음습한 기운을 내뿜는 지팡이를 들고 당황하고 있었다.

 “어, 어떻게……. 풋프린츠마저…….”

 “이 악적! 순순히 항복해 국법으로 죄의 대가를 치러라!”

 라이만트 왕자는 위엄 있게 검을 들이대며 외쳤다.

 검은 머리카락을 한 남자는 좌절로 일그러진 표정을 지었다. 그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이, 이럴…… 이럴 수는 어, 없어……!”

 그의 시선은 레비디안의 발밑에 있는 마물의 시체로 향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가 고르고 고른 마물 중의 마물일 것이다.

 왕자도 그 존재를 알고 있었으니까.

 중급 마물, 콥스이터는 왕도와 브리드포 인근에서 ‘도살자’로 알려져 있는 마물이었다.

 시체를 먹는 이 마물은, 갓 죽은 시체를 좋아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그러기 위해서 수고를 아끼지 않을 정도로.

 키는 레비디안보다 조금 크고 엄청난 근육질로 된 이 마물은, 레비디안이 내지른 세븐 스타를 받아내지 못했다.

 검왕이 진심으로 내지른 일격에 이 마물은 몸 일곱 곳에 구멍이 뚫려 죽었다.

 자신만만하게 콥스이터를 호위로 정했던 저 남자도 그 모습엔 매우 당황했을 것이다.

 거기에 자신에겐 별다른 능력이 없다는 걸 안타까워하고 있을 것이다.

 척 봐도 깡마른 그의 몸은 싸움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는 혹시나 싶어 다마치에게 물었다.

 “이르 고신관님. 암흑신관입니까?”

 “그런 기운은 느껴지지 않는군. 다만 저 지팡이. 저것에선 그런 느낌이 강하게 풍기네.”

 썩어도 준치는 준치. 지금 와서 쓸모 있어봤자 별 소용없지만, 아무튼 나는 음습한 기운을 풀풀 날리는 지팡이에 시선을 가져갔다.

 나무뿌리에 검게 칠을 해서 만든 양, 구불구불한 지팡이의 끝에는 주먹만한 검은 수정구가 붙어 있었다.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빨려 들어갈 그런 모습이었다.

 레비디안은 밟고 있던 시체에서 내려와 그에게 말했다.

 “그 지팡이를 내려놓고 순순히 항복해라.”

 “그, 그, 그럴 수는 없어! 이건……. 이건 내가 얻어낸 힘이란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그녀의 눈이 어떤 것일지는 잘 안다. 아마도 살기를 풀풀 날리고 있을 것이다.

 등 뒤에서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는 것처럼, 그녀는 접근하기조차 두려운 모습이었다.

 사내의 표정에는 좌절과 절망, 그리고 공포가 들어찼다. 그런데 그 공포는 레비디안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조금 다른 것 같았다.

 “난……. 이, 이렇게 죽을 수 없어……. 이,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 나는, 나는! 날 무시한 놈들을 모두 죽였을 뿐이야!”

 “누가? 누가 그랬다는 거지?”

 “알 필요 없어! 모두 죽였으니까! 나는 이 힘을 얻었어! 아무도, 아무도 날 무시하지 못하는 힘을! 그런데 너희, 너희는 뭐야!”

 그는 지팡이를 두 손으로 꼭 잡은 채 부들부들 떨었다. 그것을 놓아야 한다는 공포가 더 큰 것 같았다.

 나는 레비디안의 옆으로 나섰다.

 그에게 묻고 싶은 게 있었다.

 “그 지팡이는, 어디서 구한 거지?”

 남자는 지팡이를 다급하게 끌어안았다.

 “그, 그건 왜!”

 “도무지 네가 구할 것 같은 물건으로는 보이지 않으니까. 어디서 어떻게 구했지? 빼앗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빼, 빼앗지 않아……?”

 “물론.”

 그의 표정은 절박함이 있었다.

 그것은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절박함이 아니라, 지팡이를 놓아야 할지도 모르는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지만, 그는 죽는 것보다도 그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리셀……?”

 “리셀 군, 자네…….”

 “쉬잇. 자, 말해봐. 결코 빼앗는 일은 없을 거야. 그 지팡이가 마물을 끌어 모으는 물건인가?”

 사내는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말했다.

 “이, 이건……. 베트락시아의 지하에 있던 거야. 원래는 작은 숲의 신전에서……. 보, 봉인해야 할 거였지만, 아, 아니 그렇게 돼. 그, 그렇지만 나는……. 힘이 필요했어!”

 베트락시아는 여기서 남쪽으로 50킬로미터 떨어진 폐허의 이름이다. 그곳 지하에 저런 물건이 있었다고? 처음 듣는 말인데?

 “나, 나는 세상을 지배할 수 있었어! 그리고 날 무시하는 녀석들을 모, 모두 해치울 수 있었어! 아니, 그렇게 했어! 그, 그런데 너희는 뭐지?”

 그는 손가락을 뻗어 나와 레비디안을 가리켰다. 그러다가 다시 지팡이를 끌어안으며 외쳤다.

 “와, 왕자와 신관. 그, 그래. 예상했어. 그런데 너흰 뭐지? 저, 전에는 없었어……. 없었다고! 너, 너희……. 사절단이 아니지!”

 “나와 그는 처음부터 사절단에 있었다.”

 레비디안은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사내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의 말을 곱씹었다.

 전에는 없었다고?

 “아니야……! 아니야! 그럴 수, 그럴 수는 없어! 원래 없었어야해! 그래, 그래야만 그 재수 없는……! 반반한 귀족새끼도……! 죽일 수 있었다고! 왜! 왜냐고! 왜 너희들이 있는 거야! 내 기억에 너희들 같은 녀석들은 없었어!”

 심장이 싸늘하게 식는다.

 갑작스레, 충동이라고 부를 정도로 갑자기 떠오른 이 생각.

 생각하기 싫다.

 그런 가능성 따위, 생각하기 싫다.

 그렇지만, 내 머릿속에선 자꾸 그렇다고 한다. 인정하라고 한다.

 인정할 수 없다.

 인정하기 싫다!

 “오늘은 안 돼. 오늘이어선 안 돼! 나는 또 죽을 수 없단 말이야!”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당장은 죽지 않을 걸. 적어도 교수대에 매달릴 때까지는.”

 레비디안은 싸늘하게 말했다.

 그리고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얼굴에 공포와 절망을 모두 새긴 그는 대뜸 지팡이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 그럴 수는 없어! 난 살 거야! 지배할 거야! 날 무시한……! 이 세상에게 복수할 거야-!”

 바지지직!

 그의 지팡이가 있던 수정구에서 검은 불꽃이 튀어 오른다. 가슴이 섬뜩해질 정도로 짜릿한 공기가 주변으로 떠돌았다.

 저 지팡이……. 뭔지는 몰라도 위험한 물건이다!

 “어리석은!”

 레비디안의 몸은 시위에 매어진 화살과도 같았다.

 그녀는 곧바로 남자의 가슴을 꿰뚫었다.

 콰악!

 남자는 몸을 움찔하더니 피거품을 뿜었다.

 “커헉……!”

 탱그랑!

 남자는 지팡이를 놓쳤다.

 그리고 레비디안의 검이 스르륵 뽑혀 나왔다.

 남자의 가슴에서는 피가 줄줄 흘러나왔고,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피가 가득한 손을 들여다보았다.

 그는 조금씩 뒷걸음질 치며 피 섞인 말을 중얼거렸다.

 “안 돼……! 끄흑! 이럴 수는 없어……! 기껏……! 크흑! 다시…… 살아났…….”

 그곳엔 등대의 난간이 있었고, 그의 몸은 뒤로 넘어갔다.

 “아…….”

 쿠웅!

 바닥에 뭔가 충돌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의 머리가 날카로운 것에 꿰뚫린 기분이 든다.

 싸늘한 심장에서 차가운 피를 온 몸으로 흘리는 것 같은 느낌.

 그는 말했다.

 또 죽을 수는 없다고.

 또 라니……? 언제 죽은 적이 있다는 건가? 응?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레비디안은 검에서 피를 털어내고는 검집에 집어넣었다.

 그녀는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힘에 휘둘린 자의 말로군요. 이게 아마도 마물을 부르는 원흉 같아요. 이르 고신관님. 어떻게 할까요? 봉인할 수 있으세요?”

 “으음……. 그냥 부러뜨리게나.”

 “그러죠. 리셀? 표정이 왜 그래요? 아직 몸이 안 나았나요?”

 “아뇨. 아닙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내가 들은 말을 애써 부정했다.

 기억에도 없는 큰 일이 일어났다. 그 일을 저지른 이는, 또 죽을 수 없다고 했다. 다시 살아났다고도 했다.

 갑자기 호흡이 거칠어진다.

 충분히 생각할 수 있던 것이 아니었나? 내가 이렇게 된 이상, 다른 이도 이렇게 될 수 있으리라고. 나에게만 주어진 특권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아니…… 그런데……. 하지만……!

 “리셀? 정말로 표정이 안 좋아요. 이제 끝났으니까 억지로 버틸 필요는…….”

 “아니……. 그런 게 아닙니다. 아니라고요!”

 엉겁결에 난 소리를 질러버렸고, 그런 나 자신에게 깜짝 놀라야 했다. 너무나 엉망진창이다. 머릿속에 어떻게 될 것 같이 엉망이다.

 “리셀…….”

 “죄송합니다. 역시……. 선생님 말씀대로인 것……. 같습니다. 먼저 내려가겠습니다.”

 나는 사람들에게 대충 인사하고는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램프를 하나 들고 계단을 통해 내려갔다.

 

 터벅. 터벅.

 무감각하게 퍼지는 발소리를 들으며 나는 생각에 잠겼다.

 터벅. 터벅.

 어쩌면, 시간을 거슬러 살아난 사람이 나 혼자 뿐만은 아니라고.

 

 그리고…….

 시간이 내 생각대로만 돌아가지 않을 것 같다고.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5 제 25 화 2016 / 7 / 14 532 0 8341   
24 제 24 화 2016 / 7 / 14 507 0 8755   
23 제 23 화 2016 / 7 / 14 520 0 8661   
22 제 22 화 2016 / 7 / 14 515 0 8510   
21 제 21 화 2016 / 7 / 14 506 0 8068   
20 제 20 화 2016 / 7 / 14 514 0 8218   
19 제 19 화 2016 / 7 / 14 583 0 7830   
18 제 18 화 2016 / 7 / 14 538 0 7391   
17 제 17 화 2016 / 7 / 14 544 0 7479   
16 제 16 화 2016 / 7 / 14 525 0 7617   
15 제 15 화 2016 / 7 / 11 544 0 7296   
14 제 14 화 2016 / 7 / 11 562 0 7617   
13 제 13 화 2016 / 7 / 11 658 0 6703   
12 제 12 화 2016 / 7 / 11 623 0 6730   
11 제 11 화 2016 / 7 / 11 647 0 6538   
10 제 10 화 2016 / 7 / 7 555 0 6697   
9 제 9 화 2016 / 7 / 7 516 0 6829   
8 제 8 화 2016 / 7 / 7 544 0 6778   
7 제 7 화 2016 / 7 / 7 555 0 6626   
6 제 6 화 2016 / 7 / 7 518 0 6546   
5 제 5 화 2016 / 7 / 7 542 0 7311   
4 제 4 화 2016 / 7 / 7 499 0 7735   
3 제 3 화 2016 / 7 / 7 555 0 6905   
2 제 2 화 2016 / 7 / 7 527 0 7617   
1 제 1 화 2016 / 7 / 7 971 0 570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검은 심장의 마
이그니시스
이계 생존귀환계
이그니시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