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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리셋 라이프
작가 : 이그니시스
작품등록일 : 20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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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쟁터에서 죽었다.
원하지 않았던 죽음. 그리고 차갑게 흩어지던 마지막 숨결.
그런데, 다시 눈을 떴다. 게다가 10년 전의 시간으로 돌아가 있다.
10년의 시간과 다시 주어진 기회. 내가 원하는 대로, 세상을 통제하리라!

 
제 24 화
작성일 : 16-07-14 16:31     조회 : 506     추천 : 0     분량 : 8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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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쯤이 좋겠군요.”

 “너무 가깝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이곳이 딱 좋습니다. 잘 보이기도 하고요.”

 어느 불타 무너진 집의 잔해에서 나는 일행을 멈추게 했다.

 벽이 등대를 가리고 있어 그쪽에선 여기가 보이지 않는다.

 위치는 등대가 있는 언덕의 북쪽 아래. 마물들이 있을 위험이 있지만, 지금은 그런 걸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다.

 “아무런 소리도 안 들리네요.”

 레비디안은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못해도 150미터는 떨어져 있으니까요. 어지간히 큰 고함을 지르지 않는 이상은 들리지도 않을 겁니다.”

 등대의 서쪽과 동쪽에서는 지금 맹렬히 전투가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것도 시간간격을 두고 동쪽에서만 공격하든가, 서쪽에서만 공격하든가, 혹은 양쪽에서 공격을 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등대 위의 있는 놈은 어디가 진짜 공격인가 생각하느라 지금쯤 머리에 쥐 좀 났을 거다.

 실상은 그 어디도 아닌데 말이지. 껄껄.

 “곧 있으면 해가 지겠군요.”

 “그래. 밤이 되면 슬슬 일을 시작해야지.”

 조이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 그러니까 한 시간 전부터 아조트 왕실기사단과 제국 7 기사단은 등대가 있는 언적의 동서에서 간헐적인 충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한 쪽이 언덕을 반쯤 올라와 거기에 병력을 집중하면, 반대편에서 언덕을 올라와 기겁하게 만들어주는 식이다.

 왕실기사단이 100명이고, 7 기사단은 50명이다.

 반수의 차이는 잘 보일 테고, 그 속성도 잘 보일 것이다.

 100명의 기사단은 착실하게 언덕 위를 점령하며 다가갈 수 있고, 50명의 기사단은 빠르게 등대로 접근할 수 있다.

 그런 숫자가 양쪽에서 톡톡 건드리면, 당연히 등대에 있는 녀석은 약이 오르겠지. 적어도 속편이 있지만은 못할 것이다. 언제 이들이 등대를 점거하겠다고 올지 모르니까.

 그렇지만 실세는 이곳이다. 우리 다섯 명으로 된 제 3의 세력이 실은 숨겨둔 매의 발톱이라 이거지.

 “잘들 하고 있나 걱정이군.”

 “잘하고 있을 겁니다. 다들 우수한 군인이니까요.”

 나와 레비디안, 조이에 이은 네 번째 멤버인 오렌지 왕세자가 신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의 반대가 제일 많은 사람이지만, 끝까지 사건의 진상을 보겠다는 의지를 돌릴 사람이 없었다.

 그의 아내는 오히려 태평하게 “다녀오세요.”라고 말하는 강심장을 보였다.

 레비디안의 말로는 검술실력은 그럭저럭이지만 여러 부분에서 쓸모가 많다고 했고, 나도 반대할 근거가 없어서 그냥 인정했다.

 “자, 일단은 이것부터 나누도록 합시다.”

 아무튼 나는 예정시간이 한 시간 정도 남은 시점에서 제일 중요한 일을 해결하기로 했다.

 그것을 위해 일부러 묵직한 검은 가방을 들고 왔다. 내용물도 파격적인 것이다. 폭발성이 강하니까.

 가방에서 조심스레 내용물을 꺼내서 사람들에게 돌렸다.

 지금 우리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으로, 이후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

 나는 다소 의기소침해 있는 마지막 사람에게도 이것을 나누어 주며 말했다.

 “안 드실래요? 다마치 고신관님?”

 “생각 없네.”

 “그래요? 맛있는데, 이 샌드위치…….”

 그러면서 나는 샌드위치를 입단 가득 베어 물었다. 얇은 햄을 여러 장 겹쳐서 넣은 식감과 야채와 소스가 빵과 일체를 이루어 입안을 채우는 맛은 가히 폭발적인 맛이다.

 무슨 일을 하기 전에 배가 꺼지면 못하지. 그래서 우리는 마를린의 특제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어치우는 중이었다.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다마치는 결국 식욕에 항복했다.

 “이리 주게. 먹어두긴 해야지.”

 “예. 드세요.”

 보라. 성직자가 먹을 것의 유혹에 굴했다. 이는 마를린의 솜씨가 뛰어나서일까, 아니면 이 사람의 의지가 약해서일까? 개인적으로는 후자에 무게를 싣고 싶다.

 다마치는 나와 로넨 트리거의 합작으로 이 자리에 나오게 된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아추니의 위엄과 자비를 보여 브리드포에 창궐한 어둠을 몰아내는 진정한 신관의 모습인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일단은 성법을 쓸 줄 아니까, 구급상자와 마물에 대한 방패로서 데리고 가는 것이다.

 샌드위치를 먹은 후, 차를 마시며 슬슬 차가워지는 몸을 덥히기 시작했다.

 마를린은 꼼꼼하게 식후에 마실 차도 함께 싸 주었는데,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보온병과 여벌 컵은 그녀의 훈훈한 배려를 느끼게 해 주었다.

 “차 마시고 조금 소화될 무렵이면, 밤이군요.”

 “그렇겠군요. 지금은 이미 해가 지평선으로 사라지고 있으니…….”

 곧 어둑어둑 해질 무렵이다. 밤이 되어서도 두 기사단은 계속해서 공격을 할 것이며, 등대에 올라있는 녀석은 그때쯤 신경성피로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나는 슬쩍 창문에서 고개를 내밀어 등대를 바라보았다.

 다소 멀었기에 육안으로 명확하게 확인이 되진 않지만, 등대 위로 오가는 누군가가 있었다.

 매우 당황한 듯이 보인다.

 “조금만 기다리라고, 친구.”

 어디서 뭘 하다 나타난 놈인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지금 완전히 전쟁에 몸을 머리끝까지 담그게 되었어. 옛날 기분 살려준 것에 대해선 고맙게 생각하지.

 우리는 차를 홀짝이며 간간히 짤막한 이야기를 나누다 멈추길 반복했다.

 나는 벽에 등을 기댄 채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짙은 주황색이 자주색으로, 그리고 깊은 파란색으로 변하는 걸 지켜보았다.

 흔히들 밤을 장막이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나는 낮을 장막이라고 부르고 싶다. 밤이라는 무대를 감추고 있다가 별이라는 배우들을 드러내는 장막.

 문득 올려다본 밤하늘의 별들은, 죽기 전에 올려다본 하늘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별이 다르지 않은데, 내 기억과 다른 시간이 존재한다는 걸 비교해도 될라나 모르겠네. 푸훗.

 잡상, 몽상, 감상 등등 각종 상념을 허공에 띄워 보내니 밤이 되었다.

 “자, 갑시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시작을 알렸다.

 

 아무래도 마물의 조종자는 동과 서에서 공격하는 두 기사단에 완전히 정신이 팔린 모양이었다.

 등대에 이르기까지 마물이라고는 꼬리도 발견할 수 없었다.

 “이런 경우라면 방어를 내부에 집중하고 있을 수도 있겠군요.”

 레비디안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일단 나도 그 생각에 동의한다.

 등대라는 구조상 도망갈 수 없다면 최대의 방어를 하도록 방비를 세우는 게 보통이다.

 등대의 문을 열자 싸늘한 공기가 화악 닥쳤다.

 거기에 비릿한 냄새까지 섞여서 저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적어도 이곳에 얼마간 마물이 있었다는 뜻이다.

 당장 1층에는 없었지만.

 나는 층의 높이와 계단을 살폈다. 그리고 곧 한 가지 결정을 내렸다.

 “조이. 넌 입구를 맡아. 어차피 올라갈 수도 없을 테니까.”

 “예. 마물 녀석들은 손가락 하나도 들어올 수 없게 하겠습니다.”

 “든든하군.”

 조이는 3미터짜리 철창을 세운 채 입구에 걸터앉았다. 그 넓을 등만으로도 문의 3분의 2가 가려졌다.

 저 문에 한해서라면, 지금의 조이는 일기당천의 기록을 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안이 꽤 어둡군.”

 라이만트 왕세자는 램프를 꺼내 불을 붙었다. 등대는 총 7층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지금 들어와 보니 1층의 지름은 15미터 정도. 위로 갈수록 좁아질 것이다. 의외로 등대도 좁은 편이다.

 “서로의 행동을 방해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레비디안이 검을 뽑으며 말했다. 나와 라이만트 왕세자고 검을 뽑았고, 다마치는 유일한 방벽인 성표를 두 손에 꼭 쥐었다.

 노인네, 그렇게 떨어서야 어둠을 몰아낼 수 있겠나.

 나는 입매를 뒤틀어 웃으며 계단을 향해 발을 뻗었다.

 나는 되도록이면 두개 이상의 목표를 한 번에 추구하는 편이다.

 오늘은 마물을 조종하는 녀석을 잡는 것과, 하나가 더 있지.

 후후……. 둘 다 잘 되려나?

 

 캬아아오!

 카가각!

 목을 노리고 날아드는 손톱을 검으로 막았다. 불꽃이 튀면서 검을 밀어내려는 기세가 상당했지만, 쉬이 당할 내가 아니지!

 “이이익!”

 꽉 다문 잇새로 소리를 지르며 어떻게든 손톱을 밀어내었다.

 상대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으르렁대며 천천히 물러나서는 이쪽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다마치! 넌 정말 무늬만 신관이냐!

 “고신관님!”

 “조, 조금만 더 기다리게……!”

 조급한 표정으로 성전을 뒤적거리며 구절을 찾던 다마치는 이내 환한 표정이 되었다. 그는 한 손으로 성전을 펼치고 한 손으로 성표를 잡고서는 성전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아추니께 다가갈 수 없는 자들에게 신의 사도께서 이르시길…….”

 캬아오!

 “어딜!”

 성전의 구절에 성력이 실리면 그것만으로도 마물을 퇴치할 수 있다. 그렇지만 마물들이 그것을 놔둘 리가 없지.

 못해도 30센티미터의 손톱을 가지고 있는 섀도우 캣이 날카롭게 울부짖으며 다마치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나는 그 녀석의 손톱을 쳐서 다마치를 지켰다.

 다마치 말고는 이 녀석들 해치울 사람이 없단 말이야! 거기에 왜 섀도우 캣이 여기에 있어?! 이놈들 원래 극지방에서 살잖아!

 “그리하여 아추니께서 빛을 내리시니, 권능이 사도에게 머물도다! 테레 아추니!”

 마침내 성법이 완성되고, 하얗고 따뜻한 빛이 등대 안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그림자로 만들어진 거대 고양이는 그 빛에 닿자 비명을 지르며 소멸되었다.

 캬아아아……!

 나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후아……. 살았다…….”

 다마치의 양옆에서 그를 지키던 다른 두 명도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것 같다.

 라이만트 왕세자 역시 한숨을 내쉬었다.

 “후……. 어찌되었든 해결되었군요. 남은 층은 이제 6층뿐입니다.”

 “리셀. 괜찮아요?”

 “예, 뭐……. 어떻게든요.”

 나는 허리에 있는 포치에서 비상약과 붕대를 꺼내었다. 왼팔 상원에는 길게 찢어진 자국이 나 있었다. 망할 놈의 섀도우 캣이 내 팔을 발톱 갈기 판으로 사용한 결과다.

 몸 전체가 그림자지만, 발톱만이 실체화 되어있는 섀도우 캣은 성법이나 마법이 아니면 죽일 수 없다.

 그나마 다마치가 있다는 것이 다행인가?

 레비디안은 그에 대해 나와는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이르 고신관님. 대체 어떻게 고신관이 되신 거죠?”

 “아니 저……. 나는…….”

 “세상에 성전을 보지 않으면 성법을 구축할 수도 없는 고신관이라니, 들어본 적도 없어요. 무독구축은 고신관이 되기 위한 필수 능력 아닌가요? 어처구니가 없군요. 덕분에 리셀만 다쳤어요.”

 “미, 미안하네. 내 어서 치료를…….”

 “됐어요. 이쪽 지혈제가 더 나으니까요.”

 상황만 보다면 레비디안이 노인네를 악랄하게 공격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이 5층까지 올라오기까지의 과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녀의 행동이 오히려 늦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보통’의 고신관이라면 성전이 필요가 없다. 고신관쯤 되면 성전은 이미 그의 머릿속에 있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에 원하는 구절을 자유자재로 말하며 성법을 구축하는 무독구축은 그들의 장기이자 자부심이며 지위의 증거와도 같다.

 거기에 똑똑한 신관이라면 중신관이 될 때 무독구축을 할 수 있고, 무엇보다 성법의 구축은 성전의 구절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평소에 성전을 읽어온 신관이라면 당연히 할 줄 알아야 하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이 당연하지 못한 고신관님의 행적을 살펴보면, 참으로 화려하기 그지없다.

 한참 성전을 읽다가 그것을 떨어뜨려서 완성 직전까지 다다른 신성방호가 사라져 하마터면 저 세상 구경 갈 뻔 했고, 치료하는데 성전을 1분인가 낭독해 놓고서는 지혈제 정도의 효과밖에 거두지 못했다.

 무시당해도 싸다는 거다.

 레비디안은 화난 얼굴로 용케 능숙한 손놀림을 발휘해 내 팔에 지혈제를 뿌리고 거즈를 댄 다음 붕대를 감았다.

 지혈제가 상처에 파고드는 덕분에 무진장 따갑다. 아야야야……!

 “후우……. 테레 아추니…….”

 다마치는 나와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린 채 성표만 만지작거렸다.

 내가 조장하긴 한 것이지만, 저 모습을 보자니 참 불쌍하다.

 나만 아니었으면 그는 추종자들 사이에서 당연히 누리던 권력을 누리며 지낼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만 일단 당초의 목적은 달성했다.

 다마치의 약점을 정확하게 잡아놓고, 그에게 도덕적 부채를 얹어두는 것이 그것이다. 솔직히, 보통의 능력을 가진 고신관이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겠지.

 그를 힘없는 보통 노인으로 만들자는 계획은 주효했다.

 “됐어요. 곧 움직여야 할 텐데, 상처가 벌어지면 어떻게 하죠?”

 레비디안이 붕대를 반창고로 고정시키고는 다소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뭐, 평소엔 내보일 곳도 아니니까 흉터 정도 남아도 상관없죠. 그리고 흉터 하나 둘 정도 있어야 검사답지 않겠습니까? 하핫!”

 “아, 미리 말해두지만 전 흉터 없어요.”

 “아, 네.”

 역시나 무서운 검왕.

 12살에 사범자격을 딴 걸 무슨 사과나무에서 사과 따듯이 말하더니 이제는 흉터 하나도 없단다. 대체 이 사람의 과거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궁금하다.

 상황이 정리되자 라이만트 왕세자가 말했다.

 “그런 올라가도록 하지요. 이비가 앞장서도록 해요. 그 뒤로 리셀 군이, 그 다음에 이르 고신관님, 후미는 제가 맡겠습니다.”

 사절단이라는 허울만 아니었다면 라이만트 왕세자도 다마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척 많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예의바른 왕세자는 아예 무시한다는 고상한 방식으로 심기의 불편함을 드러내고 계신다.

 레디비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램프를 들고서 계단을 올랐다.

 등대는 무슨 제국 최북단에 있는 ‘북의 탑’처럼 층층마다 마물들이 있었다. 아마도 조종자가 자신의 호위로 단독이나 소수로 행동하는 강한 마물들을 불러들인 것 같다.

 아, 이 강하다는 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부분이다.

 그 능력을 모두 드러내면 얼마나 강할지 상상도 안 되는 검왕 선생님이 있으니, 일단 깡으로 밀고 나갈 수 있는 거다.

 돌로 된 계단을 올라가 6층의 문을 열었다.

 끼이이…….

 천천히 안쪽으로 열리는 문이 미약한 소리를 내었다. 레비디안은 단단히 검을 쥐고는 문을 완전히 열었다.

 그렇게 드러난 6층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비었네요.”

 그녀는 탁 풀린 목소리로 말했고, 램프를 높이 치켜들면서 안으로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겼다.

 1층에 비해 지름 10미터 정도로 좁아진 6층은 중앙에서 램프를 들자 전체가 환해졌다.

 “뭐지……? 여긴?”

 나는 황망하게 중얼거렸다. 5층까지 마물을 아주 제대로 깔아놓은 녀석이 정작 중요한 6층에는 아무것도 두지 않다니, 참으로 묘한 일이다.

 “여력이 다했다는 것일지도 모르겠군.”

 라이만트 왕세자는 주변을 둘러보곤 말했다. 6층은 집기도 뭐고 아무것도 없이 깨끗한 공간이었다.

 레비디안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7층의 입구로 향했다.

 “가죠. 가서 이 일을 저지른 원흉의 얼굴이나 보죠.”

 “예. 그러죠.”

 나는 어깨에 검을 얹고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어떤 놈이지 모르지만, 되게 싱거운 놈 같다. 어쩌면 6충에 있는 놈을 불러들여 자신의 가까이에 두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좀 긴장할 필요도 있겠는데……? 레비디안?

 카앙!

 그녀가 갑자기 검을 들더니 허공에 대고 방어자세를 취했다. 그 직후, 불꽃과 함께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어? 어어?

 “적이에요!”

 “예?”

 그리고서 그녀는 힘껏 검을 밀어붙였다. 카가각! 마치 검이 서로 긁히는 소리가 들렸다.

 제길! 없는 게 아니라 안 보이는 거였나?!

 “아래! 아래를 봐요!”

 “저건……? 발자국?”

 아무도 없는 공간에 발자국이 찍히고 있었다. 크기는 보통의 성인 남자 정도이고, 부츠를 신었다고 생각할 때의 발자국이다.

 나는 저런 것이 있나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이내 경악했다.

 “맙소사! 풋프린츠?”

 “그건 중급 마물이잖은가?!”

 다마치가 경악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우리 주변을 탐색하듯 빙글빙글 도는 발자국을 눈으로 쫓았다.

 발자국만 찍히는 저 마물은 지금껏 봐온 마물들과는 분류가 다르다. 하급 마물들은 대체적으로 야수성이 강한데 반해 중급 마물은 어느 정도의 지능이 있다.

 그런데, 저 녀석이 왜 이런 곳에? 보통은 깊은 산의 동굴에나 살고 있잖아?

 “이르 고신관님! 뭔가 조치를!”

 “그, 자, 잠시만 기다리게!”

 다마치는 다시 성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 사이 레비디안은 발자국을 쫓아가서는 냅다 검을 휘둘렀다.

 카앙! 카앙!

 풋프린츠가 쓰는 무기가 어떤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철로 만들어진 것 같다. 레비디안은 녀석의 발자국을 쫓으며, 공방전을 벌이고 있었다.

 맙소사! 보이지도 않는 무기를 상대로?

 “하앗!”

 퍼억!

 그녀는 허공을 향해 발길질을 했다. 그러자 풋프린츠의 발자국이 뒤로 밀려났다. 그녀는 자신의 능력만으로 보이지 않는 적에게서 우위를 장악한 것이다.

 그때 다마치는 막 구절 하나를 찾아냈다. 그는 성표를 쥐고는 재빨리 성법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태양이 하늘 위로 떠오르며 아추니의 가호가 대지에 임하매…….”

 “자, 잠깐……!”

 내가 알고 있는 구절이다. 전쟁을 하던 시절, 종군신관들이 야간에 사용하던 성법이었다.

 성법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저건 이 상황에 절대 어울리지 않는 성법이다!

 나는 다마치에게 달려가며 외쳤다.

 “멈춰-!”

 바로 그 순간, 성법이 구축되었다. 오, 신이시여.

 “그 모든 것이 밝게 드러나리라!”

 늦었다!

 나는 있는 힘껏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면서 눈을 가렸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환한 빛이 망막을 가득 메웠다. 마치 설원을 보는 것 같다.

 “으아악! 누, 눈이!”

 “꺄아! 이게 뭐야?!”

 “흐어억?!”

 맨 뒤에 들려온 다마치의 당황한 목소리는 나를 황당하게 했다.

 대체 자기가 쓰려는 성법이 뭔지도 모르고 멋대로 썼단 말이야?!

 내가 고개를 들자 세 사람이 눈을 가리고서 괴로워하고 있었다. 다마치가 구축한 성법은 엄청난 밝기의 빛을 만들어내는 성법이었다.

 그걸 이 좁은 곳에서 쓰니 당연히 눈이 멀지! 저 병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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