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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리셋 라이프
작가 : 이그니시스
작품등록일 : 20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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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쟁터에서 죽었다.
원하지 않았던 죽음. 그리고 차갑게 흩어지던 마지막 숨결.
그런데, 다시 눈을 떴다. 게다가 10년 전의 시간으로 돌아가 있다.
10년의 시간과 다시 주어진 기회. 내가 원하는 대로, 세상을 통제하리라!

 
제 22 화
작성일 : 16-07-14 16:31     조회 : 513     추천 : 0     분량 : 8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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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어둠의 주민들은 그쪽 계열의 신과 연계가 있어 암흑신관들이라면 그들을 다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암흑신들의 교단은 이미 제국원년에 멸해서 그렇게 교세가 크지도 않은데?

 레비디안이 조용히 말했다.

 “아무래도, 누군가 성물이라도 발견한 것 같군요.”

 “성물이요?”

 “예. 암흑신 누군가의 힘을 담은 성물. 암흑신의 신도들이 경배하기 위해 신전 대신 들고 다니는 유물. 그런 걸 누가 찾았을 거예요. 그것으로 마물들을 조종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타당하겠죠. 설마하니 암흑신관이 나타났다고 생각하긴 어려우니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속으로는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왜냐면, 내가 죽기 전에는 이런 사건 따위 들어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사절단이 비록 실패로 끝나지만, 아스트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평화로웠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항구 하나가 잿더미가 되고, 마물들이 몰려오고 있다.

 이상해. 나 정말 10년 전으로 되돌아와 시작한 게 맞기나 해?

 “얼른 들어와!”

 “제길! 무슨 숫자가 저렇게 많아!”

 슬슬 나갔던 이들의 복귀도 완료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뒤로 무수하게 달려드는 수백의 마물들이 보였다. 브리젤이 이야기한 세 종류 이외에 있는 것들은…….

 “비스트 도그, 와일드 울프, 자이언트 캣인가…….”

 “전부 사이가 나쁜 녀석들이 사이좋게 몰려오고 있군요.”

 인간형 마물 세 종류와 동물형 마물 세 종류. 절대로 이것들은 친해질 수가 없는 놈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사이좋게 제국 기사단의 뒤를 쫓아 달려오고 있다.

 정말로, 이상한 일에 걸려든 것 같다.

 “으랏차!”

 “복귀했다! 방책을 막아라! 사수들은 제 2 방책까지 후퇴!”

 “우오오!”

 대기하고 있던 조이가 힘을 쓰자 높이 쌓여있던 방책의 일부가 무너져 입구를 완전히 막았다.

 조이는 재빨리 후퇴했고, 골목의 출구에서 바로 앞에 세워둔 2차 방책에 석궁을 든 사수들이 정렬했다.

 “제국 7 기사단! 아조트 왕실기사단! 전원 전투 준비!”

 “온다!”

 키르륵! 캭캭! 캬오오오!

 첫 방책 너머로 각종 마물들의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들이 제일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프로그맨과 자이언트 캣이었다.

 “발사!”

 피비비빙!

 석궁의 화살이 날며 성급하게 뛰어오른 녀석들을 모조리 쏘아 떨어뜨렸다. 그리고 자유롭게 발사된 석궁들은 방책을 넘어오려는 녀석들을 하나하나 쏴서 맞추고 있었다.

 “세자 저하! 다음은 어떻게 할까요?”

 “화살로는 끝낼 수 없어. 싸울 장소가 필요한데…….”

 라이만트 왕세자는 고개를 숙이며 생각에 잠겼다.

 나는 아직까지 방책을 넘으면 시체로 변하는 마물들을 보며 생각했다.

 입구가 하나인 것은 다행이지만, 이래서야 방어밖에 할 수 없다. 공격을 먼저 해야 하는데…….

 방책을 보던 나는 곧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라이만트 왕세자에게 말했다.

 “세자 저하! 공격하는 겁니다!”

 “어떻게?”

 “녀석들의 뒤를 치는 겁니다! 녀석들이 이곳에 집중해 있을 때, 뒤에서 쳐들어가 끝을 보는 겁니다!”

 “무슨 수로? 바다를 헤엄쳐서 돌아가기라도 하잔 말인가? 길이 없지 않나?”

 “아뇨! 있습니다! 저기요!”

 내가 가리킨 곳으로 고개를 돌린 왕세자와 그 측근들의 눈이 커졌다.

 그곳에는 자재를 꺼내기 위해 입을 벌리고 있는 창고 건물이 있었다.

 당연하지만, 창고의 양쪽에는 뒷문이 있다.

 “그 수가 있었군! 좋아, 아조트 왕실기사단! 제국 7 기사단! 각각 창고로 돌입! 뒤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튼다!”

 왕세자는 명령을 내렸고, 재빨리 두 집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레비디안은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잘 했어요. 지형을 잘 파악했네요. 우리도 가죠.”

 “예! 조이! 이쪽으로 와!”

 나는 조이를 부르며 제국 7 기사단이 향한 창고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이 화물로 꽉꽉 차 있다지만, 치워내면 훌륭한 길이 만들어진다. 게다가 잘만 치워내면 여기도 방어거점으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은가.

 레비디안은 빠르게 만들어지는 길을 보며 말했다.

 “먼저 주술사들을 처리해요. 그리고 이들을 조종하는 이를 찾아야 해요. 그 통제력만 어떻게 막을 수 있으면, 저들은 알아서 와해될 거예요.”

 “알겠습니다. 그 녀석 얼굴이 무척 보고 싶군요. 어떻게 생겼는지.”

 정말이지 무척 보고 싶다. 어떤 녀석이기에, 내 기억에 없는 이런 일을 저지르는 것인가.

 설마하니, 역사가 내가 모르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건 아니겠지?

 

 창고 안에는 밀가루나 쌀, 보리 같은 곡물부대가 가득 쌓여있었다.

 그것을 일단 방책의 형태로 재배열하고, 사람이 지나갈 통로를 만드는 일에는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조이의 힘은 여기서도 눈부신 활약을 했다. 부대를 들어서 옮기는 게 아니라 수십 개가 쌓였을 것을 밀어서 옮기는 힘은 가히 대단했다.

 나와 레비디안은 창고의 입구에 서서 뒤에서 준비가 끝나길 기다렸다.

 다른 사람 일하고 있는 사이에 노는 건 마음에 걸리지만, 그녀나 나나 중노동에 어울리는 체형은 아니었으니까.

 대충 정리가 되었을 때, 7 기사단장 로넨 트리거가 내게 다가왔다.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말을 걸었다.

 “헤르듀크 공. 이야기할 것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후방 지원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뒤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이유는?”

 로넨 트리거는 잠시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공은 저희 기사단의 호위대상입니다. 물론 공의 실력은 기사단원들이 인정합니다. 공 같은 나이에 기사단원 18명을 쓰러뜨릴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이는 드물지요. 그 스승이신 이비 씨의 실력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만 지금부터 벌어지는 건 전쟁입니다.”

 “그래서?”

 “호위대상이 전쟁에 끼어들었다가 만약의 일이라도 당하면 그 문제는 심각합니다. 무엇보다 아직 열여섯인 당신은 굳이 전공을 세우지 않으셔도 됩니다. 후방지원에 주력해 주셔도 충분합니다.”

 갑자기 담배가 피우고 싶어졌다.

 스물한 살 때나 입에 물게 되고, 습관이 되지만 지금 몸에는 어울리지 않아 지양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은 한 대 물고 연기를 뿜으며 말하고 싶다.

 그래야 기분전환이라도 되지.

 “로넨 트리거…… 수위인가?”

 “초도입니다.”

 나는 손가락 세 개를 펼쳐 그의 눈앞에 들이대며 고압적인 어투로 말했다.

 “초도. 귀관의 지금 발언에는 세 가지의 착오가 있다.”

 “무엇입니까?”

 “하나. 나는 공이란 칭호를 허락받지 못했다. 난 차남이니까. 그냥 이름을 부르거나, 내키지 않으면 경이라고 부르도록. 둘. 나는 전공을 탐하는 게 아니다.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다. 내 몸은 알아서 건사하지. 위험하면 후퇴하겠다고 약속하지. 그리고 셋.”

 그때 막 모든 준비가 끝났다.

 기사단원들과 조이가 문의 앞까지 와서는 마지막 점검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입매를 비틀며 웃으며 말했다.

 “내가 전쟁을 모른다고 생각하나?"

 “그게 무슨 뜻인지…….”

 “조이. 문 열어.”

 “예!”

 “아니, 잠시만……!”

 로넨이 뭐라고 하기 전, 조이가 빗장을 벗기고 창고의 문을 밀었다. 거대한 문이 활짝 열리며, 제멋대로 움직이던 마물들이 일제히 이쪽을 바라보았다.

 나는 로넨에게 말했다.

 “전쟁이라면 익숙하다 못해 지긋지긋해.”

 장검과 단검을 동시에 뽑아들며, 나는 수십의 마물 속으로 돌진했다. 그리고 곧장 뒤이어, 제국 제 7 기사단이 우렁찬 함성과 함께 마물을 향해 달려들었다.

 

 벤다.

 찌른다.

 친다.

 찬다.

 “차앗!”

 지금 내가 하는 모든 동작 중 상대를 위해 하는 게 있다면 저것뿐이다. 칭찬이나 감사 따위의 밝은 세상 만들기 좋은 일 따위는 없었다.

 서걱! 퍼억!

 장검으로 자이언트 캣의 허리를 찍고는 단검으로 프로그맨의 머리를 깊숙이 찔렀다.

 녀석들은 단발마도 지르지 못한 채 경련하며 죽었고, 그 빈자리로 비스트 도그와 베어맨이 들어왔다.

 컹컹!

 쿠어어어-!

 비스트 도그는 문제가 없지만, 베어맨은 좀 무리다.

 조이와 좋은 대비를 이루는 베어맨은 굵게 울부짖으며 발톱을 세운 앞발로 날 후려치려고 했다.

 휘잉!

 나는 뒤로 반걸음 움직이는 것으로 그것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제법 빠르지만, 그래도 레비디안이 작정하고 두들길 때 보다는 느리다. 게다가 간격도 훨씬 짧다.

 커엉!

 비스트 도그가 짧게 짖으며 달려들었지만, 나는 이스페르펙트를 아래에서 위로 한번 그어 올리는 것으로 모든 걸 해결했다. 가슴에서부터 아래턱이 쪼개진 마물은 깽 소리도 못하고 늘어졌다.

 쿠어어!

 곧바로 들려온 베어맨의 소리에 무릎을 숙이고 머리를 바짝 끌어당긴다. 과연 그 위로 맞았다간 그대로 찢어 발겨질 앞발이 지나갔다.

 후웅!

 무시무시한 바람이 불었고, 나는 옆으로 뛰면서 프로그맨 하나를 베어버리고는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검을 한번 털면서 베어맨의 정수리에 있는 하얀 반점을 바라보았다.

 전신이 검은 털에 뒤덮여 있고, 사람이라기보다 곰에 더 가까운 외양을 한 베어맨의 유명한 약점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보통 곰처럼 네발로 기어 다니지는 않는다.

 약점을 좀 더 높은 곳에 둬야 한다는 거지.

 다른 급소도 보통의 곰과 마찬가지지만, 단단한 근육 덕에 검이 잘 박히지 않는다. 게다가 생명력도 질겨서 심장을 찔러도 30초는 살아남는다. 그러니 유일한 방법은 저 머리 위의 반점을 찌르는 것.

 “자…… 어떻게 할까?”

 나는 비릿한 조소를 띄우며 천천히 다가오는 베어맨을 보았다.

 그때 베어맨의 양옆에서 두 마리의 와일드 울프가 달려들었다.

 크아아앙!

 낮은 점프로 달려드는 녀석들을 보며, 나는 장검을 눈앞에 세웠다.

 가문 검술의 기본자세를 취한 뒤, 낮게 읊조렸다.

 나의 마음을 가라앉히는, 헤르듀크 가문의 ‘검의 주문’을.

 “나의 검. 공간을 희롱해 춤을 춘다.”

 별 뜻 없는 말에 불과하지만, 마음이 차분해진다.

 달려든다.

 장검을 쥔 오른손과 팔에 있는 힘껏 힘을 주고 앞으로 몸을 던진다.

 하얗게 번뜩이는 이빨 사이로 침을 줄줄 흘리는 두 마리의 흉악한 마물을 향해 몸과 함께 검을, 앞으로.

 “하앗!”

 오른쪽 상단에서 왼쪽 상단으로 원을 그리며 크게 벤다.

 나를 향해 달려든 두 마리 와일드 울프의 목이 단번에 떨어졌다.

 카르륵! 캬륵!

 와일드 울프의 배에 달린 입술 없는 두 번째의 입이 기묘한 소리를 토한다.

 목에선 피를 분수같이 뿜으면서도 그 몸은 아직 살아있었다.

 “하아……!”

 오른 무릎의 인대가 상할 정도로 몸을 다리를 뒤튼다. 그리고 왼다리로 그 움직임에 맞춘다.

 몸이 돌아가며, 늦어지는 팔을 있는 그대로 끌어당겨 교차한다.

 촤작! 촥!

 소리의 간격은 매우 짧다.

 그러나 그것으로 두 와일드 울프의 두 번째 목숨이 사라진다.

 쿠어어어!

 바로 그때 베어맨이 내 앞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녀석은 양 팔을 들어 울부짖으며 나를 향해 내리찍었다.

 화악! 쿠웅!

 허리를 뒤로 당겨서 텀블링해 그 일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낸다.

 두 개의 앞발이 바닥을 내리찍으니 지진이 일어날 것 같았다.

 기회다!

 “이 미련 곰탱아!”

 그렇게 앞발을 내리치느라 허리를 숙인 녀석을 향해 왼손의 단검으로 정수리의 반점을 정확하게 찔렀다.

 쿠드득?!

 뼈의 틈새로 살의를 가진 악기가 파고들어 기묘한 소리를 연주한다.

 베어맨은 부들부들 떨다가 내가 단검을 뽑아내자 풀썩 쓰러져서는 움직이지도 않았다.

 “후우…….”

 이것으로 주변 10미터는 정리 끝이다.

 저 앞에는 아조트 왕실기사단과 제국 7 기사단이 합심해서 전열을 짜 마물들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그리고 두 동의 창고 건물 사이로 청룡의 뿔의 선원들이 마저 남은 마물들을 처치하고 달려왔다.

 “리셀. 다친 곳은?”

 “없습니다. 으차!”

 나는 베어맨의 정수리에서 단검을 뽑아서는 녀석의 털에 닦아내었다. 조금 묻어있던 뇌수는 그것으로 깨끗하게 닦였다.

 레비디안은 근처의 와일드 울프의 털에 검을 닦고는 날 바라보았다.

 그녀는 눈에 이채를, 마치 처음으로 나와 검을 맞대었을 때의 그 이채를 담은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녀는 말했다.

 “리셀. 정말로 전쟁이 익숙한가 보군요. 다수와의 싸움이 더 익숙해 보이는 걸요?”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게 익숙할 뿐입니다.”

 “아니. 그렇지도 않아요. 경험 많은 전사……. 군인으로 보이네요. 전투 직전, 로넨 단장에게 했던 말처럼. 그런 경험이 있나요?”

 “글쎄요. 어떨까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녀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캐묻진 않았다.

 진지한 부분에서는 심하게 추궁하지 않는 것이 그녀의 장점이기도 하다.

 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말하기 싫으면 묻진 않을게요. 다만, 이제야 이해가 되는군요. 처음 대련 때, 당신은 정말로 기술에 몸이 따라가지 못하는 거였어요. 지금 생각하면 훌륭한 속임수였군요.”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본의가 아니지만, 그 말 그대로 난 그녀를 속인 것이다. 아니, 어쩌면 본의였을지도 모른다.

 일부러 그녀를 내 간격에 끌어들이기 위해서 그런 거니까.

 나는 조심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실망하셨습니까?”

 “아뇨. 더욱 흥미가 생겼어요.”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산뜻하게 웃었다. 그녀는 말했다.

 “비밀이 많은 제자를 가르치는 건 꽤 재미있겠군요. 그리고 재미있다는 건 상당히 중요하고요. 아직 감춘 게 많이 남아있겠죠?”

 “에…….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좋아요. 앞으로도 절 얼마나 속일 수 있는지 보겠어요. 당신은 알아갈 수록 재미있는 사람일 것 같으니까. 리셀이라면 정말로 저를 이길 수도 있겠군요. 앞으로도 기대하죠.”

 “예……? 감사합니다. 이 말이 맞으려나……?”

 나는 어색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그녀가 날 가르치는 이유가 내가 그녀를 한 번이라도 이겼기 때문이 아니라, 뭔가 다른 이유가 있으리라는 느낌이 든다.

 흐음. 일단 서로 숨기는 것이 있다는 건 꽤 재미있군.

 그리고 그녀의 말대로, 재미있다는 건 상당히 중요하다.

 “형님. 괜찮으십니까?”

 “괜찮아. 조이, 너는?”

 “조금 긁혔습니다만, 괜찮습니다.”

 조이의 노출된 팔에는 자이언트 캣이나 비스트 도그의 것으로 보이는 발톱 자국이 몇 나있었다. 그렇지만 이미 피도 멈춘 상태라서 그다지 심한 상처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나중에 상처는 꼭 소독해. 그건 그렇고 이 녀석들을 조종하는 놈들은…….”

 나는 말을 하다 중간에 끊었다.

 쓰러진 시체들이 일제히 꿈틀하고 움직였다.

 조이는 기겁하며 뒤로 주춤했다.

 “뭐, 뭐지?”

 꿈틀. 꿈틀.

 마물의 시체들이 마치 심장이 뛰는 것 같이 경련하더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나 둘이 아니라 주변의 모든 시체들이, 수백은 넘는 숫자가 일제히 움직이고 있었다.

 레비디안이 입술을 깨물며 외쳤다.

 “사자 소생의 술?”

 “주술사! 제길! 모두 주의해! 시체가 일어난다-!”

 나는 크게 소리 지르며 검을 들어 경계자세를 취했다.

 레비디안은 검을 들며 조이에게 외쳤다.

 “조이! 저기 앞. 몰려있는 마물들을 봐. 뭔가 다른 녀석들 없어? 지팡이 같은 걸 들고 있는 놈.”

 “어……. 모르겠습니다! 베어맨들 때문에 잘 안보……. 어어?!”

 레비디안은 입술을 깨물고는 조이의 몸을 타고 순식간에 그의 어깨에 올랐다.

 그렇게 높은 곳을 확보한 그녀는 전열을 짠 이들이 막고 있는 지역을 살폈다.

 그녀의 입술 사이에서 낭패스런 말이 흘러나왔다.

 “50미터……. 교차로……. 일곱 마리. 어떻게 된 동네지? 종류도 다른 여섯 마리가 한 번에 같은 주술을 쓰다니.”

 “뭐라고요?”

 이번엔 나도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생쥐와 고양이의 관계를 가지는 마물들이 같이 공격해 온다는 것도 기막힌데, 이제는 합동으로 주술을 사용한다고 한다.

 나는 바로 앞에서 일어서는 와일드 울프 시체의 다리를 잘랐다. 그렇지만 몸통은 아직도 꿈틀거리고 있었다.

 “조이. 내말 듣고 시키는 대로 해.”

 조이의 어깨에서 내려온 레비디안은 그의 귀를 잡아끌어서는 뭐라고 속삭였다. 그리고 조이는 황당한 표정이 되어 그녀에게 물었다.

 “저, 정말로 하실 거예요?”

 “가능해. 넌 그냥 똑바로 휘두르기만 하면 돼.”

 “그런 일이 가능할 리가…….”

 “할래, 말래? 그것만 말해.”

 “아……. 하겠습니다. 시간이 없네요.”

 마물들은 거의 다 일어서서 공격하기 직전으로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전열을 만들어 싸우던 이들은 뒤에서 닥칠 공격을 염려하느라 검이 느려졌고, 청룡 부대의 사람들은 열심히 일어나는 시체들을 조각내고 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나도 일단 주변의 마물들의 사지를 잘라놓는 것으로 일단 예방을 하고 있었지만, 녀석들은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었다.

 죽은 것을 어떻게 두 번 죽여!

 그 사이, 조이는 창을 뒤로 늘어뜨린 채 내리칠 것 같은 자세로 서 있었고, 레비디안은 검을 쥔 채로 창날에 한 쪽 발을, 창대에 한 쪽 발을 딛고 서 있었다.

 그녀는 날 보더니 빙긋 웃으며 말했다.

 “리셀. 되도록 빨리 와요. 늦으면 아무리 저라도 좀 위험해요.”

 “예?”

 “조이!”

 “아이……! 에라, 모르겠다!”

 조이는 망설이는 표정이 되었다가 이내 그 말 그대로 눈 질끈 감고는 철창을 쥔 양손에 힘을 가득 쥐었다.

 그리고는 앞을 향해 내리치듯 철창을 휘둘렀다.

 맙소사! 사람을 창대에 올려서 던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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