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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리셋 라이프
작가 : 이그니시스
작품등록일 : 20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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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쟁터에서 죽었다.
원하지 않았던 죽음. 그리고 차갑게 흩어지던 마지막 숨결.
그런데, 다시 눈을 떴다. 게다가 10년 전의 시간으로 돌아가 있다.
10년의 시간과 다시 주어진 기회. 내가 원하는 대로, 세상을 통제하리라!

 
제 20 화
작성일 : 16-07-14 16:19     조회 : 512     추천 : 0     분량 : 8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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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 그런 게 아닙니다. 아니라고요!

 

 

 

 제국력 372년 7월 10일.

 킨체딘에서 남쪽으로 반나절 정도 내려오면 ‘아란’강이 있다.

 대륙에서도 크기로는 다섯 손가락에 드는 큰 강이다.

 이곳에서부터 사절단은 배를 타고서 아조트 왕국의 수도인 ‘아스트’로 향했다.

 폭이 최대 6킬로미터까지 벌어지는 곳이 있고, 평균 폭이 3킬로미터라는 경이로운 크기의 강은 바다에서 볼법한 거대한 배를 띄우는 데 충분했다.

 우리가 탄 배는 굉장히 컸다.

 사절단 200명과 라이만트 왕세자, 통칭 오렌지 왕세자를 호위하는 아조트의 왕실기사단 100명, 및 원래 타고 있던 선원 모두를 태우고도 여력이 남는 아조트 왕실 전용 선박.

  ‘청룡의 뿔’은 미끄러지듯 강물을 타고 가는 중이었다.

 거기에 탄 우리는 아란 강의 아름다운 풍경과 강바람을 맞으면서 여흥도 즐기고 있었다.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면…….

 “자! 준비하고!”

 팔씨름 시합을 구경 중이었다.

 “하나! 둘! 셋!”

 “으럅!”

 쿠웅!

 단 한 번의 기합.

 조이의 팔뚝이 한껏 부푼 순간 그와 손을 맞잡은 선원이 그대로 나뒹굴었다.

 “이겼다!”

 “맙소사! 닉스까지?!”

 “이건 말도 안 돼!”

 “와아아! 조이가 최고다!”

 조이와 닉스라는 선원의 주변에 몰려든 선원과 제국군 제 7 기사단의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역시 조이네요. 굉장한 힘이에요.”

 레비디안이 순수한 경탄을 담아 말했다.

 그리고 그와 형제의 연을 맺은 나는 절로 어깨가 뿌듯해지는 기분이었다.

 제아무리 덩치 큰 선원도 조이의 힘에는 당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조이는 훗날 그 엄청난 힘으로 이름을 날리게 되는 인물이니까. 지금은 날 만나서 그 노선을 좀 달리했지만, 그렇다고 그 힘이 어딜 가겠는가?

 “이걸로 17승 무패네. 과연 대단해.”

 아이라도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아, 사절단의 일원이 선원들과 어울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우리 사절단은 국가에서 보낸 사절단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문화 사절단의 성격이 강하다.

 황실이 아닌 정부의 후원을 받는 사절단이고, 정치적인 목적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일단 친선 사절단이다.

 그런 이름 아래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 이들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우리는 최대한의 친교를 벌여야 했고, 그 일환으로 청룡의 뿔의 선원들과의 친교를 다지고 있다는 것으로 지금 현상의 설명이 가능하다.

 단지 심심해서 그렇지 않느냐는 건전한 태클은 일단 무시하겠다.

 “그건 그렇고, 저렇게 경쟁심을 불태워야 할 필요가 있나?”

 롭 형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것에 대해 일단 쓴웃음을 짓고는 간단하게 말했다.

 “육군과 해군의 관계라면, 대충 이해가 가실 거예요.”

 “어느 곳에 가서든 두 집단의 사이가 나쁘다는 건 이해하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지 롭 형은 팔짱을 끼며 학자다운 태도로 생각에 잠겼다.

 나도 죽기 전에 군복무를 하지 않았다면 작전지역의 구성 자체가 다른 두 집단의 첨예한 대립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간단하게 말한다면 육군은 땅의 모양을 바꿀 수 있다는 자부심이, 해군은 드넓은 바다와 싸워 이긴다는 자긍심이 있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왕실 전용 선박의 선원들은 모두 아조트 해군이다. 거기에 우리 사절단의 호위를 맡은 이들은 제국 육군이다.

 육군과 해군의 사이가 얼마나 나쁘냐고 묻는다면, 청룡의 뿔 안에서 제국의 육군인 7기사단과 아조트의 육군인 왕실기사단이 청룡의 뿔의 선원들인 아조트 해군 청룡부대를 상대하기 위해 힘을 합쳤다는 말이 들릴 정도다.

 확실히 군인들은 이미 친교를 이루었다고 봐도 되겠다. 허허.

 아무튼 그런 미묘한 이유로 시작된 팔씨름 대회는 군인도 아니지만 ‘남자라면!’이라는 이유로 끌려간 조이가 육군의 연승에 공헌하는 중이다.

 한쪽에서 근육과 땀의 친교가 이루어질 무렵, 그 위층 갑판에서는 그것을 내려다보며 차를 마시는 친교가 이루어지는 중이었다.

 나와 레비디안, 아이라, 롭 형이 있는 곳이다.

 우리와 동석하게 된 오렌지 왕세자가 조이를 보며 말했다.

 “흐음. 조우닌 유세라고 했나?”

 “예. 세자 저하. 저희는 조이라고 부릅니다.”

 “그렇군. 잘만 키우면 희대의 영웅을 볼 수 있겠어. 이보게, 리셀. 괜찮으면 조이 군을 내게 주지 않겠나?”

 “조이를 높이 사 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조이의 거취는 자신이 정하도록 해야겠지요. 조이는 제 동생이지, 아랫사람이 아닙니다.”

 “그렇군. 실례했네. 그렇다면 조이 군에게 직접 물어봐야겠군.”

 “아, 그렇다곤 해도 내어드릴 생각은 없습니다.”

 나는 단호하게 잘라 말했고, 오렌지 왕세자는 날 멀뚱히 바라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핫! 이거 한 방 먹었군! 이비, 참 재미있는 제자를 가르치고 계시군요.”

 “키우는 보람이 있어. 딱 한 번이지만 내가 진 적도 있고.”

 “예?”

 레비디안의 말에 오렌지 왕세자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나도 모른 채 들었다면 저렇게 표정이 변할 것이다. 세상에 검왕을 이길 사람이 과연 있을까?

 나는 오렌지 왕세자가 나를 스카우트하기 전에 미리 말했다.

 “선생님이 제게 맞춰주신 걸 어떻게 이겨냈을 뿐입니다. 운이지요.”

 “그래도 이긴 건 이긴 거예요, 리셀. 제가 지위때문에 하릴없이 당신에게 말을 높이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겠죠?”

 “물론 압니다. 뼈에 새겨질 정도로요.”

 나는 조금 우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나에게 검술 교육을 빙자한 대련으로 날 두들길 때마다 그랬다. 자신이 인정하기에 말을 낮추지 않는다고. 그러니 이 정도에서 엄살 부리지 말라고.

 아이라는 그녀의 말에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 그럼 이비 언니는 세자 저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검술을 제외한 다른 면에서는 인정할 수 있어. 정확하게 말하면 내겐 사람을 구분하는 선중에 이런 게 하나 있지. 검사냐, 아니냐. 검사라면 거기서 인정하느냐 아니냐를 따져서 인정하면 말을 높여. 검사도 아니지만, 친하게 지내고픈 사람들에겐 말을 낮추지. 오렌지도 마찬가지야. 검사로선 불합격이라도, 왕으로서는 존경받을만한 왕이니까.”

 “검사로서 불합격이라니, 듣는 사람 생각도 좀 해주시기 바랍니다.”

 “뭘 이런 것 가지고. 리셀은 더 심한 말도 많이 들었어. 그렇죠?”

 “예. 자랑은 아니지만요.”

 기어오를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라는 말은 이미 너무 많이 들어서 일상용어처럼 느껴지고, 얼마 전에는 간을 꺼내서 확인해도 되냐는 말도 들었다. 검사로서 불합격이라는 말이야 양호하지.

 오렌지 왕세자는 나를 향해 동정하는 시선을 보냈다. 이봐!

 “자네, 힘들게 사는군.”

 “오히려 심신양면으로 단련되고 좋습니다.”

 “혹독한 수련이군.”

 동정의 시선을 제외하자면 왕세자와 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사이다. 보라, 한 스승 밑에서 길러진 제자 둘이 서로의 상처를 보여주며 위로받으려는 애처로움이 빛나지 않는가? 우우…….

 “지금 두 사람의 말에 굉장히 기분이 나빠졌는데…….”

 레비디안은 찻잔을 들어 올린 채로 중얼거렸고, 나와 왕세자는 타이밍 좋게 이야기를 끊었다.

 어쩐지 모르지만, 레비디안은 굉장히 놀리기 쉬운 성격이기도 했다.

 그 점이 귀엽지만.

 “저하. 곧 있으면 ‘피의 항구’가 나타나지요?”

 아이라가 마침 막 생각났다는 듯 오렌지 왕세자에게 물었다. 질문을 받은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소, 하인드 양. 저기를 지나가면 ‘브리드포’가 나타난다오. 피의 항구라는 이름을 알고 있는 걸 보면, 본국의 역사에 대해서도 아는 것 같은데……. 맞소?”

 “그냥 상식수준으로……. 아조트 왕국을 방문하면서 그 역사를 대강이나마 익혀두지 않으면 실례라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그거 기쁜 일이군요. 말타드 현자라면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리셀, 자네는 알고 있나?”

 “물론입니다. 제국과 주변국의 역사는 헤르듀크 가문이 익혀야 할 교양이니까요.”

 피의 항구.

 이름만 들으면 끔찍한 느낌이 들고, 실제로도 끔찍한 일이 일어났던 항구다.

 역사 연표를 부르는 건 귀찮으니 그냥 넘기고, 옛날 아조트에서 반역이 기도되었다.

 그렇지만 실행 전에 발각되어 관련자 전원이 참수를 당했는데, 그 장소가 곧 도착할 브리드포다.

 그때 참수한 반역자를 모두 물고기 밥으로 던졌는데, 시체에서 흘러나온 피가 얼마나 많았는지 한 달 동안 물에서 핏기가 안 사라졌다는 말도 있다.

 이름이야 그렇지만 지금은 그냥 아스트까지 가는 뱃길의 중간 기착점으로 사용하는 항구다.

 나는 잠시 시선을 돌렸다. 밑에서는 여전히 으쌰으쌰하는 응원소리가 들리며 조이가 24연승을 올렸으나, 곧 해군 장병들의 좌절이 공기로 느껴질 것 같았다.

 청룡의 뿔의 선원들의 굴욕적인 한숨이 강바람이 된 것이 아닐까하는 시시한 생각을 할 때, 배의 진행방향에 뭔가 이상한 것이 보였다.

 뭐지? 검은 실이 흔들거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그때 돛대 위에서 망을 보던 선원이 외쳤다.

 “선장님-! 전방에 연기가 오르고 있습니다!”

 “자세히 확인해!”

 배는 계속 전진했고,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망을 보던 선원은 다시 외쳤다.

 “정확히 브리드포 방향에서 검은 연기가 오르고 있습니다!”

 “뭐라고?!”

 대답한 것은 오렌지 왕세자였다. 그는 눈썹 사이를 찡그리며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는 우리에게 짤막하게 인사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보오. 실례지만 이만 자리를 뜨겠소.”

 급한 상황에서도 예절을 차린 왕세자는 다급해 보이지만 여전히 기품 있는 동작으로 선장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남겨진 우리들은 모두 배가 가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저기…… 뭔가 있나? 잘 안 보여.”

 “저도요. 리셀. 뭔가 보여?”

 “검은 실 같은 게…… 저쪽에서 올라오는 것 같아. 자세히는 안 보여. 저게 연기인가?”

 “연기가 맞네요. 저렇게 먼 곳에서 여기까지 보인다면……. 상당히 큰 불이 난 것 같네요.”

 조금 전까지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던 레비디안의 목소리는 어느 사이엔가 착 가라앉아 있었다. 왜 그러지?

 그녀가 이야기한 직후, 선장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경계타종-! 전원 경계태세!”

 땡땡땡땡-!

 “제국 7 기사단 전원 전투무장! 이후 갑판에 집합!”

 뒤이어 우리를 호위하는 7 기사단의 단장인 로넨 트리거의 목소리도 드높아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팔씨름에 열중하던 이들도 순식간에 눈빛이 바뀌면서 임전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공기가 심상치 않게 변했다.

 전투 준비를 하는 것이 어쩌면 성급한 결정일지도 모르지만, 멀리서도 보일 정도로 타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검이 필요하지 않을 상황이라고 상정하는 게 좋을 것이다.

 레비디안은 모든 준비를 갖춘 검사의 표정으로 말했다.

 “리셀. 혹시 모르니 이쪽도 준비해요. 조이를 불러들여요. 그리고 아이라와 롭은 선원들이 안내하는 곳이 있을 테니까, 그곳으로 가세요.”

 “알겠어요. 조심해요, 언니.”

 “별 일 아니길 바랍니다.”

 아이라와 롭 형은 레비디안과 내게 조심하라고 한 뒤에 선실로 향했다. 그리고 나는 조이를 불렀다.

 “조이! 선실로 가서 장비 다 가져와!”

 “예? 전부요?”

 “그래! 네 것까지 전부!”

 “예!”

 위 갑판으로 올라오려던 조이는 그대로 선실로 들어갔다.

 그 사이 레비디안은 머리를 묶고 부츠의 끈을 조이면서 간략한 준비를 마쳤다. 그녀나 나나 조금 기품이 있지만 활동하기엔 어렵지 않은 옷을 입고 있었다.

 그 사이 쿵쾅거리는 어지러운 발소리가 아래갑판을 떠돌았고, 선원들이, 본디 군인인 이들이 석궁이나 창 같은 무기를 나눠받으며 경계에 만반을 기했다.

 순간, 나는 저 석궁들을 보다가 기분이 나빠졌다.

 나를 보다 직접적으로 죽인 석궁의 화살들을 보니 그 날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칫……!”

 나는 이를 악물면서 난간을 부여잡았다.

 레비디안이 그런 날 보더니 착 가라앉은 눈으로 물었다.

 “리셀도 느끼고 있는 건가요? 미약하게 떠도는 죽음의 공기를.”

 “죽음의 공기……. 그렇다고 할 수 있군요.”

 그녀의 말에 난 정신을 차렸다.

 죽음의 기억 따위에 기분 나빠할 때가 아니다!

 그녀가 느낀 죽음의 공기는 저 앞에서 보이는 연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내가 느낀 것과는 다르고,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분명 그녀의 위험을 느끼는 감각이 뭔가를 포착한 것이다.

 “형님! 들고 왔습니다!”

 “수고했어. 너도 준비해. 혹시 모르니까.”

 “예.”

 조이는 한 아름 들고 온 장비들을 모두 내려놓았다.

 나와 레비디안의 검, 가죽갑옷, 징이 박힌 장감, 단검 몇 자루와 조이를 위해서 특별히 맞춘 것들이다.

 그녀와 내가 서둘러 장비를 착용하는 사이 노문이 열리면서 배의 양 옆으로 모든 노가 꺼내졌다.

 그리고 북소리가 울렸다.

 둥! 둥! 둥!

 촤악! 촤악!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노 덕분에 배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그리고 점점 더 연기의 줄기가 굵어지는 것이 보였다.

 “이쪽은 준비 끝났어요. 리셀, 조이?”

 “좋아. 이걸로 준비 끝났습니다.”

 왼손 장갑의 끈을 조이는 것으로 나는 모든 준비를 마쳤다. 조이는 날에서 대까지 모두 철로 된 철창을 들어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끝났습니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지만…….”

 “괜찮아. 큰 활약까진 바라진 않으니까. 하지만 네 힘은 많은 도움이 돼. 그건 알겠지? 그건 호신용이야.”

 “예. 압니다.”

 레비디안의 말에 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라도 길이 3미터의 철창을 들고 있는 조이를 본다면 덤비기를 주저할 것이다.

 나는 언제든 검을 뽑을 수 있도록 칼자루에 손을 얹어둔 채, 바짝 마른 입술을 핥았다.

 둥! 둥! 둥!

 촤악! 촤악!

 꺾어진 강줄기의 뒤편에서, 이젠 확연하게 연기가 보인다. 크고 검은 덩어리들이 무리지어 하늘로 올라가 흩어지는, 물에 잉크방울을 떨어뜨렸을 때 퍼지는 걸 거꾸로 본 듯한 연기가 오르고 있었다.

 둥! 둥! 둥!

 촤악! 촤악!

 “타륜 우로 3분의 1!”

 “예! 타륜 우로 3분의 1!”

 선장의 명에 따라 조타수가 복창하며 타륜을 돌렸다. 선체가 미약하게 흔들리며 청룡의 뿔이 강줄기를 따라 천천히 뱃머리를 틀고, 검은 연기를 직선상에 둔 채 나아가게 되었다.

 “노 멈춰! 노 집어넣고 노문 폐쇄! 흐름에 맡긴다!”

 둥! 둥!

 촤악! 촤르르륵……!

 노가 회수되고, 배는 강의 흐름을 따라 천천히 브리드포로 향했다.

 “후우…….”

 필요한 만큼의 긴장만 가슴에 담아두고, 나머질 호흡과 함께 떨쳐버렸으면 좋겠다.

 레비디안이 말했던 죽음의 냄새.

 몇 번의 전투를 겪었는지 모를, 검왕이라는 칭호를 얻은 그녀가 허투루 말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 그래.

 이 공기는 나에게도 익숙한 것이었다. 왜 잊고 있었지?

 나는 입을 가리고 숨을 쉬어 보았다.

 후- 하-.

 익숙한, 듣고 싶지 않은, 그렇지만 날 깨어나게 하는 호흡.

 항상 죽기 전에 뭐가 어쨌느니 이야기했어도, 실상은 잊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10년 후에 난 죽고서, 현재로 되돌아왔다.

 그 모든 기억들과 함께. 시간을 알고 있는 내가 두려워하고, 긴장해야 할 것은 없다.

 나를 멈출 수 있는 것은 죽음뿐이다.

 내겐 군대와 전쟁을 겪으며 쌓은 전투경험이 있다. 그것으로 단 한 번이지만, 검왕이라 불리는 레비디안을 이겼다.

 그런 내가……. 긴장이라니.

 어처구니가 없군. 하!

 입을 가린 손이 내려왔을 때, 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굳어있던 어깨가 풀리고, 감각이 날카롭게 바뀌는 것 같다. 동전이 뒤집히듯, 나 자신을 전투에 어울리게 바꾼다.

 “후우…….”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자, 가슴에 남아있는 건 없다.

 지금의 나는 나약함으로 가득하던 열여섯 살의 내가 아니다.

 두 다리로 꼿꼿하게 서서 앞을 바라보았다. 표정은 담담하게. 그 이상의, 이하의 좋은 표정도 없다.

 그렇게 내가 정말로 준비를 마쳤을 때, 레비디안이 내게 말했다.

 “리셀. 분위기가 바뀌었네요.”

 “예. 마음을 잡았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조심하세요. 공기가 심상치 않……, 리셀!”

 내 몸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가 말꼬리를 흐릴 때, 그녀의 눈이 커지는 걸 본 나는 주저하지 않고 몸을 돌리며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아들었다.

 그렇게 몸을 돌린 내 앞에는 검은 그림자가 있었고, 그녀가 내 이름의 첫 글자를 부를 때, 나는 단검을 던졌다.

 퍼억! 서걱!

 단검에 맞은 검은 그림자는, 곧바로 레비디안이 뻗은 검에 양단되어 버렸다.

 철퍽!

 ‘그것’은 고깃덩어리가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갑판에 떨어졌다.

 “후우……. 굉장하군요, 리셀.”

 “천만에요. 그런데 이건…….”

 난 머리에 단검을 박고 허리가 완전히 양단되어 내장이 쏟아진 거대한 개구리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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