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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3
작가 : 갈마루
작품등록일 : 2016.9.5

선(善)은 승자의 역사이고 악(惡)은 패자의 더럽혀진 이름일 뿐, 선과악은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았어! 정말 선과 악이 싸우는 거라 믿는 거야? 천만에! 악(惡)과 악(惡)이 싸우는 거야!

 
제4화. 거룩의 땅_5
작성일 : 16-11-08 17:52     조회 : 617     추천 : 0     분량 : 5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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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밤이 되자, 너른 마당 주위로 횃불이 켜졌다. 마당을 가로지르며 휘돌아 나가는 을씨년스러운 바람에 횃불이 위태롭게 너울거렸다. 마당의 한가운데 놓인 두 개의 의자위에 나락과 아이랑이 밧줄에 꽁꽁 묶여있었다. 그 양 옆으로 서있는 건장한 사내들이 나락과 아이랑을 무심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락과 아이랑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곳에 바라칸이 앉아 있었고 그 주위로 제법 많은 사람들이 도열해 있었다.

  “나락! 참으로 오랜만에 뵙습니다.”

  바라칸이 굵은 목소리로 정중하게 말했다. 나락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바라칸을 보았다.

  “상처가 깊은가 봅니다. 시간을 끌수록 고통스러울 터이니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지도는 어디 있습니까?”

  “…”

  나락이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자, 바라칸은 양미간을 잠시 찌푸리더니 다시 물었다.

  “지도는 어디 있습니까?”

  “바라칸!”

  “말씀하시오.”

  “거룩의 땅은 네놈이 탐할 곳이 아니다.”

  “저 늙은이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 뉘 앞이라고 주둥이를 함부로 놀려!”

  “바이투! 말을 삼가 하라!”

  나락의 대답에 격분한 바이투가 고함을 지르자, 바라칸이 바이투에게 호통을 쳤다.

  “하하하! 바라칸! 그렇게 체면 차릴 필요 없네! 그래봐야 어차피 네놈은 남의 것을 도적질 한 도둑놈에 불과할 뿐이야.”

  “그래도 저놈이”

  “바이투!”

  “죄송합니다.”

  “나락! 당신이 나를 뭐라 부르던 상관없소, 어차피 지도는 내 손에 들어올 것이고 그렇게 버텨봐야 고통만 더 심해질 뿐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소….”

  나락이 심하게 기침을 하며 검붉은 피를 한 움큼 토해내자, 바라칸이 하던 말을 멈추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 짓을 했다. 그러자 나락의 우측에 서있던 사내가 다가와 흰 천으로 나락의 입 주위를 닦았다.

  “네가 아이랑이냐?”

  바라칸이 아이랑에게 물었지만 아이랑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이랑은 낮에 한아비가 자신에게 보여주었던 그림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저 자가 한아비에게 말하는 지도가 어쩌면 오늘 낮에 한아비가 자신에게 보여주었던 그 그림을 이야기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저 건성으로만 듣고 넘겼던 것인데, 다짜고짜 지도의 행방부터 묻는 것을 보면 상당히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취조는 밤늦도록 이어졌다. 집요하게 지도의 행방을 묻는 바라칸과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나락의 신경전이 오래도록 이어졌다. 나락이 대답에 불응할 때는 여지없이 고통스런 고문이 나락에게 가해졌고, 그럴 때마다 나락의 비명소리와 아이랑의 고함소리가 밤의 정막을 찢어놓았다. 자정 넘어, 고문을 견디지 못한 나락이 실신하고 나서야 비로소 취조가 끝났다. 새벽녘이 되서야 겨우 의식을 차린 나락에게 아이랑이 울먹이며 용태를 물었다. 나락은 괜찮다고 했다. 아이랑은 자신이 보기엔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는데도 나락은 계속 괜찮다고만 했다. 아이랑은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과 한아비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이렇게 감금을 당하고 매질을 당해야 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한아비는 자신이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이라 했다. 그리고 그 오해는 언젠가 풀릴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아이랑이 생각은 달랐다.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오해를 절대 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번에 산으로 돌아가면 두 번 다시 마을에는 내려오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다.

 

  매질은 며칠 동안 계속 반복되었다. 밤늦도록 매질을 당하고 실신을 하고 오후가 돼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면 또다시 끌려 나가 매질을 당하기를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그 빌어먹을 지도가 다 뭐라고 이 고집을 부리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락은 의식을 차리고 나면 남몰래 웃옷을 벗어 아이랑에게 등을 내보이며 지도를 외우라고 했다. 이미 다 외우고 있다고 말해도 나락은 웃옷을 벗어 아이랑에게 등을 내보이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누구에게도 절대 지도에 대해 말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아이랑은 그러겠다고 약속 했다. 그러나 아이랑은 약속을 지키지 않기로 했다. 의식을 잃은 나락이 깨어나야 할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나락이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리 흔들어 깨워도 좀처럼 의식을 차리지 못했다. 이렇게 뒀다간 한아비가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아이랑은 덜컥 겁이 났다.

  “살려주세요! 여보시오! 살려주세요!”

  아이랑의 고함소리에 사람들이 달려왔다.

  “여보시오! 내가 다 말하겠소! 지도가 어디 있는지 다 말할 테니 제발 우리 한아비를 살려주시오.”

  “주군께 전하라!”

 

  아이랑은 바라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바라칸은 애써 태연한 척 미소를 지어보였지만, 꽤나 어색해 보였다. 지근한 거리에서 마주한 아이랑의 흉측한 얼굴이 절로 오만상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었다.

  ”그래! 지도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겠다고?”

  “그렇소! 대신 조건이 있소.”

  “조건이 무엇이냐?”

  “한아비를 살려주시오. 한아비는 지금 사경을 헤매고 있소! 더 이상 매질을 하지 말란 말이오.”

  “약속하지! 그래 지도가 어디 있느냐?”

  “지금 이곳에 없소. 나를 풀어주면 가져 오겠소.”

  “거짓말입니다. 아버님! 저자는 지금 도망치기위해 수작을 부리는 것입니다.”

  가무치였다. 훤칠한 키에 쇳덩이 같은 근육을 지닌 늠름한 사내로 자라있었다. 하지만, 아이랑은 가무치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것은 가무치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이랑이라는 이름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에게 아무 의미 없는 이름이었다.

  “나는 지도에 아무런 욕심이 없소. 당신들에게는 소중 할지 모르겠지만 내겐 한 낫 그림조각일 뿐이오. 내겐 그 지도보다 한아비의 목숨이 더 중요하오.”

  “너를 믿어도 되겠느냐?”

  “당신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지 않소? 나를 믿지 않는다면 영원히 그 지도를 가질 수 없을 것이오. 어찌하겠소?”

  “후후후! 당돌한 녀석이로군! 제 아비를 전혀 닮지 않았어. 그래! 네 말이 맞다. 내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

  “놈을 풀어줘라!”

  “아버님!”

  “어서!”

  바라칸의 명령이 떨어지자. 사내들이 아이랑을 묶은 밧줄을 풀었다.

  “하루의 시간을 주겠다. 오늘밤 자정까지 지도를 내게 가져오지 않는다면 나락은 죽는다. 알겠느냐?”

  아이랑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고는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이랑이 몸을 움직이자, 네명의 호위병들이 아이랑 곁에 바짝 붙었다. 아이랑이 바라칸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 바라칸이 손짓을 하며 호위병들을 물렸다. 집밖을 빠져나와 나락이 갇혀있는 옥을 향해 걸음을 옮기던 아이랑은 그 자리에서 우뚝하고 멈춰 섰다. 아이랑은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한 여인에게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백옥같이 하얀 피부가 햇살에 부서져 눈이 부실정도로 아름다운 여인과 시선이 마주쳤다. 시간이 멎은 것처럼 여인은 느리게 자신의 곁을 지나쳐갔다. 자신을 보고도 여인은 두려워하거나 놀라지 않았다. 여인이 자신이 나온 문 안으로 사라질 때까지 아이랑은 여인에게 시선을 떼지 못했다. 여인의 모습이 사라지자 아이랑은 나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아이랑을 지나쳐 집 안으로 들어온 여인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아이랑?’

  여인의 이름은 아리였다. 아리는 무심코 지나쳤던 사내의 모습에서 아이랑의 이름을 떠올리고는 그 자리에 멈춰선 것이다. 그리고는 잰 걸음으로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러나 아이랑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아버님! 저자를 어찌 믿고 혼자 보내시는 겁니까?”

  “하하하! 저자가 그러지 않더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그 말을 믿어 보기로 했다. 어차피 나락이 우리 손에 있는 한 지도를 찾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피를 묻히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데 구지 피를 묻힐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

  그때, 아리가 환하게 웃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마치 한 마리 새가 춤을 추 듯 까치걸음으로 다가와 바라칸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소녀 아리! 족장님께 문안드리옵니다.”

  “오~~~어서오너라. 아리는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자색이 고와지는 구나. 그런데 오늘은 어찌 혼자 온 것이냐?”

  “다라한께서 고뿔이 들어 자리에 누우신 지라 소녀 혼자 문안을 드리는 것이옵니다.”

  “저런! 고뿔이 단단히 드신 게로구나. 어째 모습이 안 보인다 했다. 안 되겠다 내가 직접 찾아가 뵈어야겠다.”

  바라칸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자 아리도 몸을 일으켰다.

  “아! 너희들은 따라 나올 것 없다. 혼례 준비에 서로 얼굴 본지도 오래 되었을 텐데 내가 방해를 해서야 쓰나….”

  “아버님!”

  “하하하!”

  바라칸은 호위무사들을 대동하고 다라한의 집으로 향했다.

 

  “한아비! 조금만 기다려.”

  애처로운 표정으로 나락을 보며 아이랑이 말했다. 나락은 아직까지도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쓰러져 있었다. 나락이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을 것이라고 아이랑은 생각했다. 그동안의 모진 고문과 매질로 몸이 만신창이가 된 나락을 이대로 더 방치해 뒀다간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깟 지도 때문에 나락을 죽게 둘 순 없었다. 저렇게까지 모진 고문을 당해도 내어주지 않는 것이라면 나락이 지도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아이랑에게는 나락보다 더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지도를 내어주고 나락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결정을 나락도 이해해줄 것이라 믿었다.

 

  ‘한아비! 한아비에게 맞아 죽더라도 나는 한아비 살려야겠어. 미안해!’

  아이랑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억지로 떼어냈다. 옥사를 나온 아이랑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오고가는 행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아이랑은 걸음을 재촉했다. 바라칸의 집을 끼고 빙둘러난 길을 따라 골목을 막 빠져나오는 아이랑의 시선에 아리의 모습이 들어왔다. 방금 전에 자신을 다그치던 사내와 다정한 모습으로 걷고 있는 여인의 모습을 보자, 가슴이 터질 것처럼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숨이 멎을 것 같다. 뭐지 이 느낌은? 그때, 여인이 아이랑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아이랑은 자신도 모르게 등을 돌리고는 잰 걸음으로 오던 길을 되돌아갔다. 얼마가지 않고 슬며시 고개를 돌려 여인을 보았다. 이미 저만치 멀어져 가는 가무치와 아리의 뒷모습을 아이랑은 넋을 놓고 지켜보았다. 아이랑은 골목길을 돌아 들어가, 그들의 모습이 사라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아리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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