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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검명무명
작가 : 자우
작품등록일 : 20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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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처음 강호에 발을 디뎠을 때, 세인들을 그를 검광이라 했다.
그가 무명검으로 독보천하 할 때, 세인들은 그를 검귀라 불렀다.
그가 홀연히 강호를 떠날 때, 세인들은 그를 검신, 진정한 천하제일인이라 부르며 칭송했다.
그리고 수백 년이 흘렀다.

 
23 화
작성일 : 16-07-14 16:00     조회 : 528     추천 : 0     분량 : 8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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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귀로(歸路)(3)

 

 

 

 “그래, 남궁장현이 실패했다?”

 젊은 목소리였다. 그곳은 피처럼 붉은색으로 도배한 거대한 제전이었다. 한가운데는 시뻘겋게 타오르는 거대한 불꽃이 놓여있었다. 그 불을 바라보고 있던 한 청년이 뒤를 돌아보았다.

 수십의 인물이 있어, 말없이 부복하고 있었다. 은발에 은미를 휘날리는 사내의 두 눈에는 감히 따질 수 없는 세월의 깊이를 담고 있었다. 더구나 그의 두 눈동자는 검은빛이 아닌 사이한 은빛을 띠고 있었다. 은발(銀髮), 은미(銀眉)에, 은안(銀眼).

 기이한 모습만큼이나 그는 막대한 위엄을 지니고 있었다. 딱히 뜻하지 않았음에도 거대한 제전이 전부 그의 기세 아래에 있었다. 그는 꿈이라도 꾸고 있는 듯이 나른한 얼굴로 자신의 앞에 엎드려있는 자신의 수하들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곧 절대자의 나태함이었다.

 눈길이 닿을세라, 붉은 장포를 걸친 수십 인은 서로 식은땀만 흘릴 뿐, 누구 하나 고개를 들지 못했다.

 “대장로. 말해보시오.”

 그의 지명이 있자, 그들 중 가장 선두에 부복해 있던 한 초로인이 몸을 일으켰다. 그는 놀랍게도 북로군의 군사를 맞던 최흠이었다. 이곳에서 그의 모습은 군사로서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신 최흠이 교주께 한 말씀 올리겠나이다. 비록 제천회의 두 가지 계략이 무위로 돌아갔다 하나, 교의 입장으로 본다면 결코 해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어째서?”

 “본교가 실질적으로 입은 피해는 백살대 하나에 불과합니다.”

 “그렇군.”

 “오히려 이를 통해 제천회의 두 회주에게 빚을 지워놓을 수 있었으니 후에 저희의 대계에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교주라 하는 은발의 사내는 대장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버럭 소리쳤다.

 “들어라!”

 드넓은 제전이 그의 일성에 우르릉하고 들썩거렸다.

 “저 운남 오지에서 웅크리고 있는 교에서 벗어난 지 벌써 십수 년. 그간 음지 중의 음지에서 고난과 핍박을 감수했던 우리가 언제부터 산속의 은자인 양 은둔생활에 만족하며 살았단 말이냐. 나 은명후는 말한다. 비참했던 우리의 과거를 잊은 저들을 더 이상 우리의 뿌리로서 인정하지 않겠다. 대장로를 비롯한 모든 교인은 내 말을 들어라!”

 “존명!”

 “대계를 시작한다! 이곳 사천은 지금부터 본교의 뿌리가 될 곳이다. 이곳을 기점으로 하여 천하를 교의 깃발 아래 두겠노라!”

 “존명! 혈교천하, 혈세천하!”

 교주, 은명후의 은안은 이미 붉게 물들어 있었다. 절대자의 나태함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광기만이 남아 그를 지배했다. 혈풍이 선언되는 순간이었다.

 

 “그래, 혈교가 움직인다고….”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앙상한 어깨 위에 흑포를 걸친 작고 왜소한 노인이었다.

 노인의 얼굴에는 한줄기 검상이 가로지르고 있었지만, 그 검상은 마치 노인의 주름인양 어색함이 전혀 없었다.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은 반대로 특이점이 가득했다.

 혈포를 걸치고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팽팽한 피부에 혈발(血髮)에 혈미(血眉)인 중년인이었다.

 “나쁘지는 않은 일이지…. 그들로서는 오래도 참았구만.”

 “하지만 교주님.”

 “되었네, 그들은 우리의 뜻과 맞지 않았던 이들. 굳이 붙잡아 분란을 일으킬 필요는 없으이.”

 “한바탕 혈겁이 일어날 것입니다.”

 “잘들 해보라지. 어느 쪽 어찌 되든 우리로서야 상관없는 일일세.”

 “허나, 후에 혈교든, 중원 무림인이든 본교를 핍박할 여지는 충분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간신히 이 오지에 적응을 마치고 풍요를 누리고 있는 교인들 사이에 소요가 있을까 두렵습니다.”

 “하하하. 이 사람도 많이 늙었구만. 이런 자네를 보고 누가 천하의

 혈수혈인(血手血人)을 떠올릴까?”

 “교주님!”

 노인의 장난스러운 말에 혈수혈인이라 불린 중년인은 정색했다. 그것은 그가 가장 잊고 싶어 하는 동시에 결코 씻어 낼 수 없는 과거를 뜻하는 이름이었다.

 “괜한 걱정일세. 중원에는 남궁무빈이, 혈교에는 은명후가 있어 그들이라면, 그런 어설픈 생각으로 본교를 적으로 돌리지는 않을 것이야.”

 “...”

 교주의 입에서 남궁무빈, 검성의 이름이 거론되자, 혈포인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명백한 분노의 표출이었다.

 “이런, 이 사람…. 그게 언제 적 일인데, 아직도 삭히지 못했는가. 그것은 정당한 승부였어, 마교의 율법에도 한 치의 어긋남이 없었던 일이었거늘, 자네는 아직도 수양이 모자라는구먼.”

 “허나, 교주님!”

 “그만, 자네부터 이러니, 내가 더더욱 그 사람의 뜻을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게야. 에잉….”

 교주는 못마땅하다는 듯이 혀를 차고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등을 돌리 그의 흑포에는 커다란 하얀 글자가 하나 새겨져 있었다.

 천(天).

 노인은 당금, 천년마교의 주인인 천마 소우문이었다. 그의 신색을 살피자면, 마교라 하기 보다는 시골의 촌로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천천히 방을 벗어난 노인의 눈에 비치는 것은 웃통을 벗어 던지고 힘써 농지를 개간하며 생업에 종사하는 여러 장정과 밝은 모습으로 그들을 도와 열심히 일하는 아낙들의 모습이었다.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천년마교의 교인들이었다.

 

 양운정은 한참 말을 달리다가 뒤를 돌아보았다.그의 뒤를 쫓아오는 서너 기의 기마와 한 대의 마차, 마차 안에는 철란이 타고 있었다. 그는 북경으로 돌아가 부모님께 고하여서 철란을 정식으로 양녀 삼을 생각이었다.

 남궁세가를 출발한 지 십 수 일, 아이는 이제 제법 안정을 되찾고 완전히 평상시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는 남궁아현의 덕분이기도 했지만, 양운정은 그녀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본래의 양운정이 죽고 못 살았던 여인이라 할지라도 지금의 그에게는 번거로운 동행에 지나지 않았다.

 곧 남궁아현에 대한 생각을 지워버렸다. 그녀를 대했을 당시 느꼈던 떨림과 통증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앞으로 이틀이면 북경에 도착할 터였다. 양운정은 더는 남궁아현과 철란의 사이를 방관할 수 없었다.

 하루의 여로가 끝나고, 객잔에 방을 잡았다. 이 밤이 지나면 북경은 코앞이었다.

 남궁아현은 점원을 통해 전해진 전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양운정으로 부터였다.

 남궁아현은 설렘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녀의 얼굴에 표정변화 하나 없는 것이 설사 그녀의 얼굴을 본다 하여도 눈치 챌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을 것이었다.

 남궁아현은 나름대로 꾸미고는 초조하게 시간을 헤아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모습은 마치 처음으로 연인을 기다리는 여인의 심정이었지만, 그녀 자신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나이 이제 스물다섯. 결혼 전까지 십수 년의 세월을 무공일로에 매진했던 그녀였다. 천생 무인인 그녀에게 무공 외의 모든 것은 그저 관심 밖이었다.

 무가의 여식이라면 한 번쯤 설렜을 강호의 기남아, 청년협객 등은 그녀에게 그저 한 사람의 무인이오, 호적수에 지나지 않았다. 애초에 결혼 역시 세가의 뜻에 따른 것일 뿐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이런 감정은 극히 낯선 것이었지만, 그녀는 그것조차 잊고 있었다. 그저 설레는 마음으로 초조하게 시간을 셀 따름이었다.

 그녀의 옆에서는 세상모르고 잠에 빠진 철란이 있었다. 귀여운 모습으로 잠이 든 아이에게 이불을 다시 덮어주며, 남궁아현은 살짝 묘한 상상에 빠져들었다.

 

 양운정이 방을 나서자, 총관을 비롯한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누군가와 접촉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들은 양운정을 향한 감시의 눈길을 한층 더 강화하였다.

 양운정은 따갑게 느껴지는 그들의 눈길을 무시하며, 걸음을 옮겼다. 남궁아현과 만나기로 한 것은 객잔의 후원이었다.

 파르라니 밝은 달빛이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만월이었다. 후원의 한쪽에 놓여있는 바위에 걸터앉아 잠시 달빛을 바라보았다. 만월의 푸른빛은 신묘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조심스러운 발소리가 들리자, 양운정은 달로부터 눈을 거두며 몸을 일으켰다.

 남궁아현이 후원 달빛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순, 양운정은 가슴이 한껏 흔들리는 가슴을 느꼈다. 달빛의 마력을 빌린 남궁아현의 모습은 인간의 그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찰나에 불과했다. 양운정은 바로 심중을 다잡으며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양 백호님….”

 남궁아현은 담담한 양운정의 모습에 내심 얼굴을 붉히면서도 혹여 마음이 들킬까 두려워 애써 냉정한 신색을 유지하려 했다. 하지만 이어진 양운정의 차갑고, 날카로운 말에 그만 할 말을 잃었다.

 “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 더는 우리 란이와 어울리지 마시오.”

 “무, 무슨 말씀이신지….”

 “그 말 그대로요.”

 양운정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어쩌면 자신보다 더 차가운 얼굴일 지도 몰랐다.

 “그간, 란이를 돌보아 준 것에 감사드리오, 덕분에 란이도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소.”

 비록 정중한 말이었지만, 남궁아현은 그의 말에서 왠지 모를 한기를 느꼈다.

 “하지만 더는 곤란하오. 나는 당신이 더는 란이와 어울리지 않았으면 하오.”

 양운정은 차갑게 말을 내뱉고는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피했다.

 남궁아현은 차가운 밤바람에 온몸이 얼어붙었는지, 두 눈만 동그랗게 뜬 상태로 굳어있었다. 그녀가 언제 이런 대접을 받아보았던가. 그녀의 머리는 혼란으로 뒤엉켜 있었다. 그저 정신이 나간 듯이 멍하게 서 있는 그녀를 남겨두고, 양운정은 그저 제 할 말만을 하고는 자리를 피했다.

 

 남궁아현은 다분히 공격적인 양운정의 태도에 당황하여 어떤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그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혹은 남궁세가가 그에게 무슨 잘못을 했는지, 그녀로서는 절대 알 수도, 짐작도 가지 않았다. 그녀는 그렇게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양운정이 서 있던 자리를 바라보며, 한참을 굳어있었다.

 

 빠르게 걸음을 옮기는 양운정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여러 눈이 있었다. 남궁세가의 총관과 무인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서로 눈빛을 교환하는 그들의 모습에는 살기가 어려 있었다.

 총관이 손짓하자, 그들은 바삐 흩어졌다.

 “아가씨께 저런 무례라니…. 어차피 임시가주님의 명령이 없다고 하더라도 네놈을 가만둘 수는 없겠다.”

 총관은 출발하기 직전, 조용히 그를 불러 당부하던 남궁장현의 말을 떠올리며 결연히 눈빛을 빛냈다.

 '혹여, 아현이와 그 양가의 사이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알겠지? 그놈은 어쨌든 치부를 알고 있는 자야, 회유가 불가하면 은밀히 시행하게….'

 

 남궁아현과 철란이 같이 묶는 방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지체한 양운정은 방에서 들려오는 새근거리는 잠든 아이의 숨소리를 듣고는, 얼굴에 한줄기 미소를 그리며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바깥의 소란스런 기척들을 느끼며 양운정은 침상으로 간 몸을 뉘었다. 이제 북경은 코앞이었다. 문득, 가족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실상, 그들과 함께 한 시간은 겨우 며칠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제대로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눈 적은 거의 없는 시간이었다.

 그들은 과연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설렘인지 두려움인지 모를 낯선 감정에 양운정은 떨려오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어느 쪽이든 그로서는 친숙하지 않은 감정임은 틀림없었다. 그때였다. 누군가 방문을 두들겼다. 생각에서 벗어난 양운정은 별다른 내색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열어보니 남궁세가의 무사 한 사람이 어색한 미소를 그린 채 서 있었다.

 “무슨 일이오?”

 “하하, 양 백호님. 다름이 아니라, 저희가 조촐하게 자리를 마련했는데, 함께 하시면 어떠실지….”

 무사의 말에 양운정은 뜻밖에 흔쾌히 승낙했다. 오히려 가슴 졸이며 이것저것 핑곗거리를 만들었던 그가 당황할 정도였다.

 그대로 무사를 따라나서는 양운정은 빈손이었다.

 무사의 눈이 찰나 간 번뜩였지만, 양운정은 신경 쓰지 않았다. 태연히 앞장 선 무사의 뒤를 따랐다. 자리를 마련하였다면서, 그가 향하는 방향은 오히려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어둠 속, 저 멀리서 하나의 모닥불이 타오르고 있었고, 그 주변을 둘러싼 대략 십 수 명의 인원이 불꽃을 감싸고 있었다.

 

 모닥불 앞에 당도했다. 술자리라면서 술은 간데없었고, 살기등등한 모습의 무사들만이 잔뜩 굳은 얼굴로 양운정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하나같이 검을 굳게 쥐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이 양운정의 눈을 향했다가 곧 그의 빈손으로 향했다. 그들의 굳은 얼굴에 슬며시 비웃음이 떠올랐다. 검객이라는 자가 방만하여서 검도 챙기지 않다니. 그러나 양운정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정면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는 총관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총관은 그를 보고 있지 않았다. 다만, 타오르는 불꽃이 가득 메운 그의 눈동자로부터 어떤 것을 읽어내기란 무리였다.

 “무슨 뜻이오. 총관.”

 “…”

 양운정의 물음에도 총관은 말없이 불꽃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어차피 답변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으되, 그 물음에 답한 것은 무사들의 검이었다.

 검은 맑은 쇳소리를 토해내지만, 정작 그들의 눈은 탁한 살기로 가득했다.

 “한 가지만 확실히 해준다면…. 해치지는 않겠소.”

 “무엇인가.”

 “귀하는 남궁세가의 사람이 될 생각이 없소?”

 “왜, 그런 것을 묻는 것이지?”

 “묻는 말에나 대답하시오.”

 중년의 남궁세가의 무사가 다그쳤다. 목에 닿은 검 날이 차가웠다.

 “어떤 대답을 원하나?”

 이번에는 정말로 궁금했다. 불빛에 비친 그의 얼굴은 웃고 있었다.

 “이익!”

 무사는 당장에라도 양운정의 목을 칠 듯이 검을 바싹 들이댔지만, 휘두르지는 못했다.

 “우습군, 천하제일세가라는 남궁세가가 목에 칼을 들이대면서까지 나 같은 졸자를 부리고 싶다는 건가.”

 명백한 비웃음이고 도발이었다. 그의 입가에 걸린 조소는 한층 짙어졌다.

 “죽고 싶은가!”

 남궁세가의 무사들은 분기를 감추지 못했다. 그들 하나하나가 남궁세가에서도 내놓으라 하는 자들이었다.

 양운정에게 검을 들이댄 무사를 비롯한 중장년의 무사들은 뇌룡검대의 수석조장들이었다. 하나같이 일류이상이 아닌 자들이 없었다. 그들이라면 절정에 이른 무인이라도 쉬이 상대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상대는 양운정, 그는 나직이 속삭였다.

 “너희는 이미 기회를 놓쳤다.”

 

 양운정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일은 한순간에 일어났다. 목에 닿은 검 날을 왼손으로 잡음과 동시에 몸을 틀며 오른 주먹이 무사의 얼굴을 강타했다.

 빠르다기보다는 자연스럽기 그지없었다. 뻔히 두 눈을 뜨고도 양운정의 일 권을 막을 수 없었다.

 권에 실린 경력에 무사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순간 정신을 놓고 말았다. 검을 잡은 양운정은 한번 검을 휘둘러보고는 그를 둘러싼 남궁세가의 무사들을 둘러보았다.

 서서히 피어오르는 양운정의 기세를 이제야 느낀 모양이었다.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꿈틀거리는 모습이 죽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살기 어린 얼굴에 긴장을 한 꺼풀 덮어쓴 그들은 양운정을 향해 검을 펼쳤다.

 “차합!”

 검경을 잔뜩 머금은 그들의 검이 힘차게 양운정을 향해 펼쳐졌다.

 피할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헉!”

 소리가 터져 나온 것은 무사들로부터였다. 십여 개의 검이 맞닿아 있었다. 어디에도 양운정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위다! 바보들!”

 총관의 경고성이 날카롭게 터져 나왔다. 마치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듯이 양운정의 신형이 가볍게 나타났다. 그들의 맞닿아 있는 검을 밟고 서 있었다.

 퍼퍼퍽!

 양운정은 훌쩍 뛰어오르며 검을 타고 내달렸다. 그들의 검, 팔, 머리를 밟아 벗어난 양운정은 달려드는 무사들의 검을 하나하나 흘리며 여유롭게 노닐기 시작했다. 제 아무리 날카로운 검법이라도, 양운정의 이목을 피할 수 없었다. 그는 순식간에 엄습하는 검세를 떨쳐내고는 거리를 둔 채, 그들의 면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양운정은 손에 든 검을 놓았다. 검은 바닥에 떨어지며 낮은 울림을 토했다. 그것은 곧 남궁세가의 무인을 상대하는 데, 검이 필요치 않다는 뜻이다. 그 뜻을 짐작 못 하는 이는 자리에 없었다.

 “!”

 “차하압!”

 검의 울음이 스러지기가 무섭게, 멈칫한 공세가 다시 시작했다. 남궁세가의 무사들은 더욱 이를 악물고 거칠게 몰아붙였다. 무수한 검영이 치솟아 양운정을 뒤덮을 듯했다. 남궁세가가 자랑하는 뇌정십삼검이다. 하지만 양운정에게는 무용했다.

 양손을 한 번 떨친 양운정은 오히려 그들의 검영 사이로 몸을 날렸다. 수 십으로 흩어지는 검영 사이를 헤집고 들어온 양운정은 검을 쥔 손목을 붙잡았다. 손목을 돌려 그의 손목을 꺾어버리자, 굳게 움켜쥐어 절대 떨어질 것 같지 않던 검을 놓치고 말았다.

 떨어지는 검을 무릎으로 차올리고는 바로 무사의 턱을 올려 찼다.

 “크헉!”

 무사는 입에서 핏물을 토하며 수장을 맥없이 날아가 버렸다. 양운정은 철저하게 남궁세가의 무사들의 검을 쥔 손을 노렸다. 그들의 검로를 속절없이 파훼하며 검을 쥔 손을 붙잡아 꺾어버리거나, 달려들려는 그들의 손을 발로 차 검을 날려버리며, 그들의 공세를 무위로 돌려버렸다.

 아무리 협공을 가하려 하여도, 양운정의 신형을 잡을 수가 없었다. 양운정은 빼앗은 그들의 검을 차 날리니 섣불리 그에게 접근하기도 쉽지 않았다. 양운정이 날리는 검에는 가볍지 않은 경력이 실려 있어서, 받아내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칠 지경이었다. 삽시간에 수십 합을 나누었으나, 그들은 정작 양운정의 옷깃 하나를 건드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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