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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검명무명
작가 : 자우
작품등록일 : 20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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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처음 강호에 발을 디뎠을 때, 세인들을 그를 검광이라 했다.
그가 무명검으로 독보천하 할 때, 세인들은 그를 검귀라 불렀다.
그가 홀연히 강호를 떠날 때, 세인들은 그를 검신, 진정한 천하제일인이라 부르며 칭송했다.
그리고 수백 년이 흘렀다.

 
19 화
작성일 : 16-07-14 15:59     조회 : 371     추천 : 0     분량 : 8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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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남궁세가, 그리고 분노.(1)

 

 

 

 양운정은 침상 위에 곤히 잠든 철란의 모습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다녀간 의원의 말에 따르면 그저 놀랐을 뿐이라면, 마땅한 약재를 처방해주었다.

 이곳은 남궁세가 근처의 한 객잔이었다. 가까이 수많은 무림인이며, 구경꾼들이 몰려와서 모든 곳이 만원 사태였으나, 남궁형제의 도움으로 어려움 없이 방을 얻을 수 있었다. 그들은 양운정에게 세가로 갈 것을 청했지만, 큰일을 앞둔 세가에 폐를 끼치고 싶지도 않고, 그런 곳에서 아이가 마음 편히 있을 것 같지 않다는 말로 정중히 사양했다. 굳이 사양하는 양운정을 차마 잡을 수 없기에 남궁형제와 팽소옥은 안휘에서 유명한 의원들을 수소문하여 철란의 진료를 부탁했고, 양운정은 그런 그들에게 진심을 담아 감사해 했다.

 “곧 좋아질 겁니다. 너무 심려 마세요. 양 백호님.”

 “고맙소, 팽 소저.”

 팽소옥은 진중한 목소리로 솔직히 감사하는 양운정의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남궁형제들은 객잔주인을 따로 찾아가 각별하게 신경을 써 달라고 당부하고 있었다.

 

 그날 밤. 양운정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떨어질세라 그의 손을 꼭 그러쥐고 있는 철란의 손을 느끼며….

 

 “실패라고! 빌어먹을, 도대체 어떤 놈이냐. 그 양 백호란 놈은!”

 “....”

 남궁장현은 낮은 분노를 조용히 터뜨리고 있었다. 그의 앞에 부복한 한 백의인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남궁장현은 아까까지 참석했던 세가회의에서 분노를 참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수하들의 손에 제압당해있어야 할 아이들이 당당하게도 세가로 돌아오다니.

 “젠장! 군문에 양씨 성의 백호가 어디 한둘이야! 잘하면 팽가까지도 손을 뻗을 수 있었는데…. 게다가 그 두 쌍둥이 놈을 잡아야 더욱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지 않겠느냐 말이다!”

 손안에 들어온 토끼를 놓친 듯한 기분은 남궁장현에게 더욱 큰 분노로 밀려왔다. 거친 숨을 몰아쉬던 그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냉정을 되찾았다.

 “됐다. 안된 일을 더 이상 연연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거사에 실패한다면 내 손으로 직접 네놈들의 목을 벨 것이다.”

 “존명!”

 음모의 시간은 이제 막바지에 다다랐다.

 

 “아버님, 저 창이입니다.”

 지금까지 내일 있을 생사투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었던 남궁세가주 검명뇌성(劒鳴雷聲) 남궁장충(南宮張充)은 가주 집무실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음, 그래 들어오너라.”

 남궁창은 평소보다 더욱 조심스러운 모습으로 들어섰다.

 “그래, 고생했구나.”

 “사실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응? 무슨 얘기냐?”

 남궁장충은 전혀 뜻밖의 남궁창의 말에 살짝 놀라며 되물었다. 그저 문안이나 하러 찾아온 아들인 줄 알았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남궁장충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그것이 정말이냐.”

 “예.”

 “도대체 누가 있어 그런 짓을 벌인단 말인가….”

 “아버님….”

 “그만. 더는 거론하지 마라.”

 “하지만 아버님.”

 “그만 하래도. 너의 말을 들어보건대, 내일 있을 생사투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당장은 눈앞의 적에게 집중하자꾸나.”

 말을 하는 남궁장충의 얼굴에서 수심이 가시지 않았다.

 남궁창은 자신의 짐작이 남궁장충에게 근심을 더한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남궁세가 앞에는 수십 장 길이의 정사각형의 거대한 비무대가 설치되었고, 그 주변은 남궁세가가 자랑하는 뇌룡검대(雷龍劍隊)의 무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남궁세가에는 일단이대가 있었는데, 세가의 젊은 무인들이 모인 창천검룡단과 실질적인 남궁세가의 힘이라 불리는 뇌운검대(雷雲劍隊)와 뇌룡검대가 그것이었다.

 현재, 창천검룡단과 뇌운검대는 무림맹으로 파견을 나간 상태였다.

 여타의 문파라면 이런 상황에서 전력을 당연히 복귀시킬 테지만, 이곳은 남궁세가였다. 천하제일가로 이름 높은 남궁세가에서 그런 판단을 내릴 리가 없었다.

 

 비무대의 주변에는 못해도 수천에 달하는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각지에서 올라온, 소위 무인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과 구경꾼들이었다.

 양운정은 그들의 한구석에서 조용히 자리하고 있었다. 철란은 객잔에 재워놓았다. 평소와는 다르게 조금 지친 듯한 기색인데, 철란에 대한 염려 때문이었다.

 일단은 수혈을 짚어 잠이 들게 하였지만,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았다. 그는 서둘러 일을 마무리 짓고, 철란에게 돌아갈 작정이었다.

 양운정이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사이 남궁세가의 정문이 열리며, 일단의 사람들이 등장했다. 이 무대의 주인이자, 주인공인 남궁세가의 직계들이었다.

 가운데의 남궁세가주 검명뇌성(劒鳴雷聲) 남궁장충(南宮張充)을 비롯하여 우측에는 그의 동생인 뇌운검협 남궁장현, 좌측에는 그의 장녀인 빙화검봉 남궁아현이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남궁세가의 유명한 쌍둥이 형제들 뇌운검 남궁승과 섬전검 남궁창이 각기 좌우의 끝에 듬직하게 서 있었다.

 검성 남궁무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야 무림의 신화적인 존재로 일선에서 물러난 지 벌써 십여 년이 넘었으니, 남궁세가가 존폐의 위기에 처하지 않는 이상, 섣불리 몸을 움직일 신분이 아니었다.

 한쪽 구석에는 뚱뚱한 금의 화복을 입은 청년이 어색하게 서 있었는데, 그를 본 순간, 양운정은 치밀어 오르는 열기에 순간 현기증을 느꼈다.

 '뭐야 저 꼴이! 얼마나 고생해서 살을 뺏는데, 저딴 몰골이라니….'

 양운정은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그들의 모습이 드러나자, 인파들을 헤치고 백의에 백면으로 얼굴을 가린 수십 인의 인물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들이 바로 제천회의 무리였다. 양운정은 그들 모습을 잠시 살피다가, 곧 의문을 가졌다. 낯익은 기세였다. 마치 서안의 흑의인들과 비슷한 기세이지 않은가? 눈살을 찌푸릴 새, 드디어 남궁세가와 제천회가 얼굴을 마주했다.

 

 “너희들이 그 제천회인가?”

 남궁장충이 입을 열었다. 소란스러웠던 장내가 남궁장충의 목소리에 파묻혀버렸다. 넓은 광장을 가득 메웠던 장내의 소음을 일시지간에 제압한 남궁장충의 심후한 공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 유명한 남궁대협을 뵙게 되니, 삼생의 영광입니다. 제천회의 백무대라고 합니다.”

 중앙의 백의인이 정중히 포권을 취하며 말하니, 내용이나 행동은 더할 나위 없이 정중했지만, 그의 말투는 노골적으로 남궁장충을 비꼬고 있었다.

 관객이랄 수 있는 무인들이나, 구경꾼들이 노골적으로 야유를 보냈지만, 정작 남궁세가의 사람들은 그 누구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런 사소한 말장난에 흥분할 만큼 남궁세가의 가풍은 연약하지 않았다.

 “긴말은 필요 없겠지. 감히, 이 남궁세가에 감히 생사투를 원한다 하였으니,

 그만한 자신감이 있을 터! 이 검으로 확인하리라.”

 남궁장충의 힘 있는 한마디, 한마디에 남궁세가 측의 기세가 점점 커졌다.

 당장에라도 폭발할 것 같은 기세가 좌중을 압도했다.

 과연 남궁세가라 할만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백무대원들의 눈은 더더욱 차갑게 가라앉았다.

 

 번쩍이는 검광, 솟구치는 핏줄기. 힘찬 기합과 바람을 가르는 몸놀림. 비무대 위의 광경이었다. 일합, 일합에 뭇 관중은 탄성을 지르며 몰입했다. 남궁세가의 검은 과연 명불허전이었지만, 백무대원들의 무공 역시 녹록지 않았다.

 처음으로 나선 것은 남궁가의 쌍둥이 형제인 남궁창과 남궁승이었다.

 남궁창은 처음부터 뇌정십삼검을 버리고 연환뇌정검으로써 백무대원을 상대했다.

 뇌정십삼검을 예상했던 백무대원은 허를 찔린 듯, 이내 손발이 흐트러졌지만, 그 역시 경지에 이른 이라 그리 쉽게 승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살기가 비무대를 가득 메웠다. 연환뇌정검은 그 짙은 살기로 남궁세가에서도 알게 모르게 배척받는 검법이었다.

 지금 세가에서 이 연환뇌정검을 수위에 오르도록 익힌 이는 남궁창이 유일했다. 그에 못지않게 백무대원의 검법 역시 살기가 넘쳤는데, 서로 요혈을 노리며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도대체 저들의 검법은 무엇이지?”

 남궁장충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들의 검법이 두렵거나 피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연원이 궁금할 따름이었다. 그들의 검법은 연환뇌정검 이상으로 살기가 넘쳤다.

 나름대로 중원각파의 무공에 정통했다고 자부하던 남궁장충이었지만, 눈앞에서 펼쳐지는 저 살검은 도무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남궁장현은 두 눈에서 핏발이 섰다. 조카인 남궁창의 무위가 그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었다. 이번 비검행에서 제법 높은 성취를 얻은 듯했다. 그가 백무대원들에게 주로 가르친 검은 바로 탐혈마검(耽血魔劍)이었다. 지금은 하나의 전설이 된, 천년마교의 것이었다.

 천년마교가 운남 십만대산(十萬大山)으로 그 모습을 감춘 지 어느덧 일백여 년.

 세인의 기억 속에서 마교라는 이름의 공포를 퇴색시키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교를 통하여 건네받은 탐혈마검의 가장 커다란 장점은 그 위력에 비하여 속성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정수준을 넘어서면, 이름처럼 피를 탐하다 미쳐 죽는 것이 바로 이 탐혈마검이었다. 과거 마교에서도 이 검법을 함부로 익히는 것을 금했다 할 정도였으니, 그 극악함은 다시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남궁장충을 비롯한 제천회가 원한 것은 언제까지나 곁에 둘 충복이 아니었다.

 그저 그들의 목적을 이룰 때까지만, 써먹을 수 있을 정도라면 충분했다. 그렇기에, 마교의 무공임에도 알려지지도 않고 속성이 가능한 탐혈마검은 그들의 구미에 알맞은 무공이었다.

 그의 백무대 뿐만이 아니라, 제천일회주의 흑암대 역시 바로 이 탐혈검법을 연성했었다.

 

 “크윽!”

 낮은 비명성과 함께 하나의 손목이 하늘 높이 떠올랐다. 백무대원은 잘린 오른손목을 부여잡고 주춤주춤 물러섰다. 그의 목에는 어느 틈에 남궁창의 검극이 대어져 있었다. 당장에라도 목을 벨 기세였다.

 “져, 졌소.”

 단호한 그의 검에 장내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하지만 쉴 사이도 없이 다음 생사투가 시작되었다.

 

 남궁승은 남궁창에게 들은 바가 있었기에 그 역시 뇌정심삽검을 사용하지 않았다. 솔직히 그에게는 뇌정십삼검보다 더 애착을 갖는 검법이 있었으니, 바로 섬전백팔뢰(閃電百八雷)라 불리는 검법이었다. 연화뇌정검이 연환식에 중점을 두어 상대를 몰아가 결국에는 격살하는 검이라면, 섬전백팔뢰는 바로 쾌에 중점을 둔 검법이었다.

 승부는 단 한 순간에 갈렸다. 남궁승은 발검과 동시에 섬전백팔뢰의 파뢰일섬(破雷一閃)으로 상대의 목젖을 갈랐다.

 상대는 채 대응하기도 전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세 번째로 비무대에 오른 것은 뜻밖에도 세가주, 검명뇌성 남궁장충이었다. 초연히 비무대에 오른 그는 크게 외쳤다.

 “더 이상 시간 낭비할 것 없다, 다 덤비거라!”

 그의 당당한 목소리에 백무대원들 중 삼 인이 앞으로 나섰다.

 “천하의 남궁가주라면 저희 삼 인이 나선다고 하여도 강호동도들의 욕을 먹지 않겠지요.”

 백무대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검을 뽑으며 당당히 외쳤다.

 “흥! 시끄럽다. 너희 같은 잡배들을 상대하는 시간이 아까울 따름이니, 닥치고 검이나 뽑아라!”

 남궁장충은 검을 뽑았다. 맑은 검명과 함께, 남궁가주의 상징인 진천검(進天劍)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서릿발 같은 예기가 줄기줄기 뻗어 나왔다.

 비무대 위로 나선 삼 인은 말없이 서로 마주 보며 무언의 대화를 나누었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남궁장충의 주변을 맴돌며 검을 뽑았다. 눈앞의 상대는 천하를 좌지우지하는 절대자 중의 하나였다.

 절로 긴장되는 마음을 어찌할 수는 없었다.

 그런 그들의 눈동자에 남궁장현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들과 시선을 마주친 남궁장현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삼 인은 이를 악물고 힘찬 기합과 함께, 일제히 남궁장충을 향해 검을 떨쳤다.

 카캉!

 삼 인의 검을 유유히 흘리며 남궁장충은 뇌정십삼검을 펼쳤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뇌정십삼검의 모습이었다.

 

 남궁형제는 부친의 손에서 펼쳐지는 진실한 뇌정십삼검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공수가 완벽하여 저 삼 인의 검이 아무리 날카롭게 공격을 가해도 남궁장충의 검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남궁장충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그저 손으로 자유로이 검을 놀릴 뿐이었다. 그럼에도 삼 인의 검은 남궁장충의 옷깃을 베기는커녕, 근처에도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차하압!”

 너무나 압도적인 무위의 차이임에도 삼 인은 아무런 감흥 없이 그저 필살의 각오로 검을 떨쳤다.

 

 양운정은 남궁가의 검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흠잡을 만한 것이 없었다. 오랜 세월을 두고 보완을 계속하여 드디어 검법 자체의 완성을 바라보는 명문의 검이었다. 자신의 십보검과는 그 세월의 깊이가 달랐다. 또한, 남궁장충의 검경은 과거 철홀의 도에 비견할 만했다.

 

 비무대 위에는 눈부신 검광과 쏟아지는 살기로 가득 찼다. 시간이 흐를수록 삼 인의 눈이 점점 붉어지기 시작했다. 당장 터져나갈 것 같이 달아오른 눈동자가 심상치 않았다. 아울러 그들의 검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강해지고, 빨라졌으며, 잔혹해졌다.

 탐혈마검의 마성이 이때에 고개를 치켜든 것이다. 마성은 발작과도 같아서, 그들을 대번에 집어삼켰다.

 “크아아악!”

 급작스레 괴성을 지르며 미친 듯이 달려드는 그들의 모습은 말 그대로 광인과도 같았다.

 “흠!”

 허나, 상대는 당대 남궁세가의 가주인 남궁장충이었다.

 

 점점 무거워지는 그들의 검력을 감당하면서도 남궁장충은 절대로 당황하거나 놀라지 않았다. 그들의 무공이 어떤 것인지는 몰랐지만, 적어도 정공은 아니었다. 살기를 뿌리다 못해 이제는 마기를 뿜어내는 그들의 검은 실로 마검이라 불러야 마땅했다.

 “키야악!”

 괴성을 지르며 휘두르는 삼 인의 검에서 붉은 혈광 한줄기가 솟아나더니, 남궁장충을 향해 쏘아졌다.

 “!”

 이번만큼은 남궁장충으로서도 가벼이 여길 수 없었다. 검기를 쏘아 내다니, 검기를 마주할 수 있는 것은 검기뿐이었다.

 세 자루의 검에서 쏟아지는 붉은 핏빛의 검기가 남궁장충을 향해 달려들었다.

 흡사 태양이 핏빛으로 물든 듯이 남궁장충의 주변은 붉은 혈광으로 가득 찼다.

 

 “아!”

 좌중은 백무대원들이 발출한 검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검기를 발현해내는 것도 기절할 일이었는데, 그 검기를 쏘아 내다니. 이는 신주십육성에 들어가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그에 비견할 만한 고수임을 뜻하는 것이었다.

 검기를 일으키는 것은 적어도 검경을 완성한 절정에 달하는 무인이라면 가능한 일이었지만, 검기를 쏘아낸다는 것과는 그 차이가 어마어마했다.

 그것은 내력의 수발이 자유롭다는 뜻으로, 충실한 공부와 검법에 대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검기를 완전히 깨우치지 않고서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모인 관중은 저 백무대원들, 한명, 한명의 공부가 낮지 않음을 느끼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검기를 뽑아낼 정도일 줄은 전혀 몰랐다. 그런데 뽑아낼 뿐만 아니라, 마음껏 쏘아낸다는 것은 실로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것이 바로 탐혈마검의 무서운 점이었다. 비무에 나선 저 삼 인은 백무대원들 중에서도 가장 탐혈마검에 대한 경지가 높은 이들이었다. 그들은 이제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버린 것이었다.

 저 삼 인의 정신은 점점 마기에 침식당하여 자신들도 모르게 근원적인 생명력인 진원지기까지 뽑아내어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혈광사이에서 한줄기 푸른 청광이 솟아올랐다. 남궁장충의 검기가 발현된 것이었다. 그의 검기는 백무대의 검기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마공에 의하여 억지로 발현된 검기가 정종의 공부를 바탕으로 발현된 검기를 감당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마치 붉은 비단 폭을 좌우로 찢어지듯이 쏘아진 백무대의 검기는 남궁장충의 검기에 닿는 족족 갈가리 찢겨 나갔다.

 “쿨럭!”

 “크헉!”

 “크륵….”

 혈광이 사라진 비무대 위에 오연히 서 있는 남궁장충의 모습이 보였다. 백무대의 삼 인은 제각기 검붉은 피를 토하며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의 눈에 어린 시뻘건 혈광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남궁장충은 심한 내상을 입었음에도 전혀 줄어들지 않는 저들의 기세에 내심 긴장을 하며, 섣불리 손을 쓰지 않았다.

 “크크크….”

 이들은 이미 인성을 상실한 듯, 기괴한 모습으로 천천히 남궁장충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비틀거리는 모습이 위태위태했음에도, 그들의 몸에서 쏟아지는 광기에 가까운 기세에 남궁장충은 가벼이 여길 수가 없었다.

 하얀 옷의 앞섬은 입에서 흘러내리는 폭포수 같은 토혈로 시뻘겋게 물들었다.

 “입마(入魔), 마경에 들었어. 참으로 마공을 지녔구나.”

 “쿠아아악!”

 그들은 단발마의 비명을 내지르며 몸을 돌보지 않은 채 그저 남궁장충을 향해 몸을 날렸다.

 말 그대로 동귀어진과 다름없었다. 그저, 같이 죽자고 검을 휘두르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남궁장충은 조용히 검초를 펼쳤다.

 뇌정십삼검의 절초 천뢰무변(天雷無變)의 일초였다.

 천천히 움직이는 남궁장충의 검극에서 솟아나온 눈부신 청광이 종횡으로 움직이며 삼 인의 목을 훑었다.

 피를 뿌리며 날아가는 세 개의 머리, 그들의 얼굴에는 기묘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이제 되었는가! 남궁세가는 너희 따위에게 흔들릴 만큼 녹록한 곳이 아니다!”

 남궁장충은 불편한 심사를 숨기지 않았다. 불문의 사자후가 이럴까. 우렁우렁 남궁장충의 목소리는 이 커다란 광장을 진동시키고 있었다.

 잠시 정적만이 흘렀다. 그 정적을 깬 것은 백무대원들이었다. 그들은 일제히 비무대 위로 올라와 동료의 시신을 수습했다. 그저 아무런 말없이 시신을 수습하는 그들의 얼굴에서 어떤 감흥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들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던 양운정은 뭔가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의 모습은 결코 실패한 자들의 모습이 아니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차분히 시신을 수습하는 그들의 모습은 오히려 무언가를 기다리는 자들의 얼굴이었다.

 “뭐지?”

 이상함을 느끼던 양운정이 급히 남궁장충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푸욱!

 피육을 꿰뚫고 둔탁한 울림이 일었다. 남궁장충은 느닷없는 통증에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느껴진 예기에 힘껏 몸을 돌렸지만, 그래도 숨겨진 독비를 피할 수는 없었다.

 옆구리에 검푸른 독비가 깊숙이 박혀 들었다. 그리고 독비를 쥐고 있는 자는 비열한 미소를 지은 채, 남궁장충을 빤히 바라보았다. 바로 그의 사위였다. 그의 암수는 재빨랐고, 독랄했다. 남궁장현은 점차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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