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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검명무명
작가 : 자우
작품등록일 : 20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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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처음 강호에 발을 디뎠을 때, 세인들을 그를 검광이라 했다.
그가 무명검으로 독보천하 할 때, 세인들은 그를 검귀라 불렀다.
그가 홀연히 강호를 떠날 때, 세인들은 그를 검신, 진정한 천하제일인이라 부르며 칭송했다.
그리고 수백 년이 흘렀다.

 
18 화
작성일 : 16-07-14 15:58     조회 : 485     추천 : 0     분량 : 4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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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발걸음을 돌리다(5)

 

 

 

 으득!

 입안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남궁형제와 팽소옥은 퍼뜩 정신이 돌아왔다.

 풀썩! 풀썩!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남은 백의대원들은 썩은 짚단처럼 쓰러졌다. 벌어진 입가에는 역시 시커먼 독혈을 흘렸다. 삽시간에 죽음에 이르는 치명적인 독이다. 발작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남궁형제와 팽소옥은 두려움을 느꼈다. 대체 어떤 집단이 이렇게 냉혹한 자객들을 길러 낼 수 있단 말인가.

 기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남궁승과 팽소옥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렸을 때, 그들을 도운 흑의인과 백의인들의 시신을 바라보는 남궁승이 보였다. 남궁승은 무슨 일인지 참담한 얼굴이었다.

 

 흑의인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의 발소리에 생각에 잠겼던 남궁창도 정신이 돌아왔다. 흑의인은 분명히 그들에게는 생명의 은인임에도 저도 모르게 몸이 굳는 것을 느꼈다.

 '뭐지 이 느낌은?‘

 그것은 그들 셋에게 동시에 스친 의문이었다. 흑의인에게는 왠지 범접하지 못할 무언가가 느껴졌다. 단순한 살기 따위가 아니었다. 절로 두려운 무엇인데, 그것은 양운정이 드러낸 살의를 미처 거두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점차 다가오는 흑의인, 양운정의 모습에 그들은 저도 모르게 검을 다잡았다. 마치, 생사대적을 맞이하는 자들처럼.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대들은 남궁가의 사람들이오?”

 “다, 당신은 누구시오?”

 “...”

 양운정은 오히려 자신을 경계하는 남궁형제의 말에 잠시 기분이 상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이 세 사람의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그제야, 양운정은 자신의 실수를 눈치챘다. 백의인들을 상대할 때 저도 모르게 품었던 살의가 농도 짙게 퍼져있음을 깨달은 것이었다. 양운정은 고개를 흔들며 살의를 거두었다.

 남궁형제와 팽소옥은 자신들을 압박했던 무언가가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어둠을 헤치고 밝은 곳으로 뛰쳐나온 듯한 느낌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저도 모르게 내쉬는 삼 인이었다.

 그럼에도 눈앞의 양운정에게 본능적인 공포를 느꼈다. 조금 전의 끔찍한 광경을 연출한 자가 바로 눈앞의 이 사람임을 그들은 잊지 않고 있었다.

 

 “나는 양, 양 백호라고 하오.”

 양운정은 신분을 증명하는 패를 보였다.

 “군부의 분이셨습니까? 구명지은(求命之恩)에 감사드립니다. 저희가 결례를 범했습니다.”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듯, 남궁형제와 팽소옥은 그에게 감사하며, 무례에 사과했다. 많은 어색함이 있었지만, 양운정은 개의치 않는 듯이 그들에게 답례할 따름이었다.

 “괜찮소. 그보다 당신들은 남궁가의 사람이오?”

 “저는 남궁세가의 삼남으로 남궁창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제 쌍둥이 동생인 뇌운검 남궁승입니다. 그리고 여기는 무림육화로 유명한 팽가의 도림검화 팽소옥이라고 합니다.”

 남궁창이 그들을 소개하자, 그들은 양운정을 향해 포권을 취했다. 꽤나 거창한 소개였다. 양운정은 내심 실소를 지으며 마주 인사했다. 그러고 보니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얼굴들이었다.

 

 수년 전 남궁아현과의 혼례 때에 본 적이 있었다. 팽소옥이야 모르겠지만, 이 남궁가의 두 쌍둥이 형제는 그 당시에도 굉장한 개구쟁이로 당시 처음 왔던 양가장을 제집처럼 여기며 뛰어놀던 기억이 있었다. 아직 앳되어 그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들은 양운정을 알아보지 못하는 듯하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기야, 지금 그에게서 과거의 양운정의 모습을 찾기는 꽤 어려운 일이었다.

 살이 빠진 것도 그렇지만, 특히 눈가에 새겨진 깊은 검상은 유약했던 그의 외모를 날카롭고, 범접하기 어렵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남궁형제들은 본적이 있는 듯하면서도 그저 고개만 갸웃거릴 따름이었다.

 “저희가 남궁가인 줄은 어찌 아셨는지요?”

 남궁승은 슬며시 경계의 빛을 띠며 양운정에게 물었다.

 “승아!”

 남궁창은 낮게 남궁승을 부르며 꾸짖었다.

 “괜찮소, 저 소저 분께서 외치시는 것을 듣게 되었을 따름이오.”

 “아!”

 대수롭지 않다는 양운정의 말이었지만, 팽소옥과 남궁형제들의 얼굴은 붉어졌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있나.

 “그나저나, 이들은 도대체 누구기에, 당신들을 습격한 것이오?”

 양운정이 널브러져 있는 백의인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마도, 제천회란 자들이겠지요.”

 “백주대로에서 이런 짓을 벌이다니, 대범한 자들이로군.”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양 백호님.”

 “아니, 개의치 마시오. 무관이기에 앞서 한 사람의 무인으로 어찌 모른 척할 수 있겠소.”

 말은 멋지게 하였지만, 실상 남궁세가의 두 형제 즉, 처남들이 아니었다면, 그저 조용히 자리를 피했을 양운정이었다. 하지만 그런 양운정의 솔직한 심정은 아는지 모르는지, 그 한마디에 두 눈에서 존경의 염을 발하는 삼 인이었다.

 그들이 동경해 마지않는 의협지로(義俠之路)가 아닌가. 잔혹했던 광경에 저도 모르게 두려움에 몸을 떨었던 삼 인이었지만, 의협지로를 동경하는 삼 인으로서는 그조차도 정당화시키고 있었다.

 양운정은 그들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때, 갑작스럽게 비명이 터졌다. 철란이었다.

 “꺄아아악!”

 돌연한 비명에 양운정은 당황하면서도 지체없이 철란을 향해 전력으로 몸을 날렸다. 삼 인은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진 양운정의 모습에 놀라서 움찔 굳었다. 정신 차렸을 때, 그는 저 먼 곳에 닿아 있었다.

 “란아!”

 철란은 길바닥에 힘없이 쓰러져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도 애처롭다. 양운정은 급작스러운 혼절에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양 백호님!”

 뒤늦게, 삼 인이 달려왔다.

 “아니, 이 아이는?”

 쓰러져 있는 철란의 모습에 삼 인은 의아해하면서도 양운정과 관계가 궁금했다. 그러나 그들 눈길에 신경 쓸 틈도 없었다. 양운정은 심각한 낯이었다. 정신을 잃은 철란은 그의 품에 폭 안겨서, 오한이 드는 듯이 몸을 떨었다.

 “으으, 으흐흐.”

 철란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감정이 흔들린 양운정은 더욱 품속으로 아이를 끌어안았다. 마치 어미의 품에 안긴 아기와 같은 모습이었다.

 “괜찮다, 란아. 이제 괜찮아, 아저씨가 여기 있지 않느냐. 괜찮다.”

 양운정은 떨리는 목소리로 철란을 불렀지만, 아이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의 몸에서 느껴지는 잔 떨림은 양운정에게는 고통으로 다가왔다. 양운정은 더욱 힘주어 철란을 끌어안았다.

 

 철란은 양운정이 격전 속으로 뛰어들자, 짐을 가지고 관도의 한편으로 물러섰다. 피가 튀는 혈전에 아이의 얼굴은 절로 일그러졌다. 초원의 아이로 태어나, 전장에서 자라며, 많은 험한 꼴을 보아왔다고 하지만, 눈앞에서 피가 튀고, 끝없는 살의로 가득 찬 장면이 보기 좋을 리 없었다.

 이내 양운정은 백의인들에게 가려져 철란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철란은 걱정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다른 셋이 아이의 눈을 끌었다. 그들은 개봉의 연미개가 보여준 일수와 같이 화려하고, 아름답고, 강력하게 보이는 검을 펼치고 있었다.

 철란은 격렬한 공방을 주고받으며 위태위태한 그들의 모습에 같이 가슴을 졸였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날아온 무언가에 그들을 공격하던 백의인들의 머리가 퍽하고 터져나갔다.

 “헉!”

 그 모습은 그녀에게 단순히 끔찍하고 잔혹한 장면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것을 목도한 순간, 그녀의 기억은 빨려들 듯이 이 년 전의 그때로 돌아갔다.

 

 주변은 거센 불길로 타오르고 있었다. 겁에 질린 그녀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모두 시체, 시체들뿐이었다.

 원통한 듯, 두 눈을 부릅뜨고 온몸에 화살을 뒤덮은 시신들. 피를 쏟으며 잘린 신체 부위를 움켜쥔 채 쓰러진 시신들….

 당장에라도 터져 나올 듯한 눈물을 감추며 정신없이 뛰었다.

 공포에 질린 그녀를 와락 움켜잡아 끌어올리는 손이 있었다.

 “끼야악!”

 터져 나오는 그녀의 비명은 곧 그 손의 주인을 확인한 순간, 안도의 한숨으로 바뀌었다.

 그는 붉은 늑대들의 수장, 하마탄이다. 말을 타고 붉은 갑주를 걸친 그는 두려움에 떠는 그녀를 안심시키려는 듯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하마탄!”

 하마탄은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 달리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명군들이 쳐들어오고 있었다. 어느 틈에 본영은 그들에게 유린당하고 있었다.

 한발이라도 더 멀리 그들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달렸다.

 초원의 용사로서 적에게 등을 보인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수치였지만, 주군의 하나뿐인 혈육을 허무하게 죽게 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용사로서의 자긍심보다도 하마탄에게는 중요한 것이었다.

 하마탄은 이를 악물고 말을 달렸다.

 그의 등과 말에는 적어도 십수 개의 화살이 박혀있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하마탄.”

 품속에 안긴 철란은 흐느끼며, 그를 불렀다. 그와 그녀의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그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화살에 실린 힘이 어찌나 강했는지, 그의 머리를 꿰뚫고 지나갔다.

 “으아아아악!”

 눈앞에서 날아간 하마탄의 머리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에 그녀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아아아악!”

 철란은 목이 찢어질 듯이 비명을 내질렀다.

 

 양운정은 안은 철란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제법 진정이 되었는지, 더 이상 떨림은 없었지만, 철란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애처롭게 창백해진 그녀의 얼굴이 너무나 안쓰러웠다. 양운정은 저도 모르게 한 방울의 눈물을 떨구었다.

 너무나 미안해서, 불쌍해서, 가여워서…….

 양운정은 철란에게서 다시 한 번 한없는 정을 느꼈다.

 

 남궁형제와 팽소옥은 정신을 잃은 소녀의 모습이 안쓰러웠고, 그런 소녀의 모습에 가슴 아파하며 한 방울의 눈물을 흘리는 양운정의 모습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 마치 사신을 마주한 듯 두려운 모습이었는데, 이와 같은 일면이 또 있을 줄이야. 그들은 아무 소리도 못 하고 양운정과 품속의 철란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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