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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달빛의 주인 샤린
작가 : 사이딘
작품등록일 : 2016.7.7
달빛의 주인 샤린 더보기

작품안내
http://www.storyya.com/bbs/b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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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골목 소매치기 삶을 살았던 류다인.
억울하게 죽은 동생들의 복수를 마치고 첫 번째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태어난 새로운 세계.

술과 돈의 향기가 넘쳐 나는 달빛 거리의 주인이 될 샤린!
새로운 세계에서 펼쳐지는 그녀의 유쾌한 이야기!

 
제 21 화
작성일 : 16-07-14 15:47     조회 : 647     추천 : 0     분량 : 6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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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거야 다 영지민들을 사랑하는 나의 마음이 미리미리 투철한 준비성을 발휘한 것이지.”

 “정말 대단하십니다. 이토록 자상하신 마음을 가진 영주님이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이곳에는 커다란 축복이군요.”

 “흠흠!”

 카야뮤 영주의 입가에는 어느새 만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그녀의 말이 매우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한 달 안에 라익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전혀 쓸모가 없어지는 그 약을 그토록 무식하게 구입하신 영주님의 행동력에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하하! 내가 원래 행동력 하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네.”

 중간에 뭔가 거슬리는 단어가 들어간 것 같았지만, 일견 들으면 여전히 칭찬 일색인 샤린의 말에 카야뮤 영주는 껄껄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라익을 직접 마을에 퍼트리기까지 하는 그 행동력은 정말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물론이지. 내가 그 라익을 퍼트리려고 얼마나 많은……!”

 그리고 순간, 무심코 대답을 내뱉던 카야뮤 영주는 다시 한 번 표정이 굳어지고 말았다.

 “지, 지금 뭐라고 했나?”

 “뭘 말입니까?”

 “자네가 방금… 그… 그러니깐…….”

 “라익을 영주님이 퍼트리셨다는 그거 말입니까?”

 “자, 자네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건가! 내가 라익을 퍼트렸다니!”

 카야뮤 영주는 당황한 표정을 애써 감추며 큰 소리로 화를 냈다.

 “그러게 말입니다. 제가 왜 이런 헛소리를 내뱉은 걸까요? 정말 죄송합니다.”

 “흠흠!”

 카야뮤 영주는 자신을 향해 급히 고개를 숙이며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는 샤린의 모습에도 못마땅한 표정을 지우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그의 등에는 작게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다시 제 소개를 해야겠습니다. 저는 알파 상회에 소속된 샤린이라고 합니다.”

 “알파 상회?”

 “네. 상회 일로 이곳을 지나는 길이었는데, 갑작스러운 전염병으로 인해 이곳에서 현재 발이 묶이고 말았답니다.”

 “…….”

 샤린의 입에서 나온 알파 상회라는 말에 카야뮤 영주는 조금 놀란 눈빛을 띠었다.

 허접한 일개 여행자라 생각했는데, 알파 상회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니 상당히 의외였던 것이다.

 알파 상회라면 자신 역시 여러 번 들어봤을 정도로 최근 대륙에서 그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는 상회였다.

 “하지만 이렇게 발이 묶인 것도 다 인연이지 않겠습니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영주님의 영지민들을 향한 그 깊으신 사랑에 저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더군요.”

 “……?”

 샤린의 말이 이어질수록 자꾸만 불길한 느낌이 엄습해왔지만, 카야뮤 영주는 애써 그 기분을 지운 채 그녀의 말에 계속 귀를 기울였다.

 “그래서 영주님을 도와 저 역시 작은 선물을 준비했답니다.”

 “선물?”

 “네.”

 선물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진 카야뮤 영주가 관심을 보였다.

 대륙에 이름을 날리고 있는 알파 상회에서 준비한 선물이라면 제법 비싼 물건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무상으로 치료약을 제공할 생각입니다.”

 “…지금 뭐라고 했나?”

 “세일루라는 치료약을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줄 생각이랍니다.”

 “세, 세일루라고 하면……!”

 “네. 라익에 있어 가장 효과가 좋은 치료약이지요.”

 “……!”

 그러나 잠시 후 이어진 샤린의 말에 카야뮤 영주는 그대로 석상처럼 굳어지고 말았다.

 “무, 무상으로 그 약을 지급하겠다고?”

 “네. 지금쯤 영지 입구에 약이 도착해 있을 겁니다.”

 뭔가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한 번 확인차 되물은 카야뮤 영주는 싱긋 웃으며 너무도 가볍게 그 말을 인정하는 샤린의 모습과 게다가 벌써 약이 도착했을 거라는 그녀의 말에 부들부들 몸이 떨려 왔다.

 “아…….”

 “설마…….”

 한편, 두 사람의 대화를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샨과 엘라이는 라익이 발생한 첫날 리오가 갑자기 사리진 이유를 그제야 알 수 있었다.

 바로 샤린의 명으로 라익의 치료약인 세일루를 구하러 간 것이었다.

 탕!

 “영주님! 큰일 났습니다! 현재 영지 입구에서……!”

 “아! 약이 딱 맞춰 도착했나 보네요.”

 그때, 문을 급히 열고 들어서는 이가 있었다. 바로 샤린 일행을 이곳까지 안내했던 비서 라켈이었다.

 그는 방금 성문 입구에 라익을 치료하는 약을 실은 마차 수십 대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영주에게 달려온 것이었다.

 “영주님의 큰 은혜로 이미 약이 준비되어 있긴 하지만, ‘라우’라는 약보다 ‘세일루’라는 약이 더 큰 효과를 보이니 주민들을 극진히 생각하시는 영주님이라면 충분히 이해하실 거라 믿습니다.”

 “그… 그게…….”

 카야뮤 영주는 눈앞이 깜깜해졌다.

 자신이 이 일을 준비하는 데 얼마나 큰 노력과 돈을 들였는지 저 망할 년은 알기나 할까?

 지금 샤린이 준비한 약이 영지 안에 풀린다면 자신이 준비해놓은 그 엄청난 양의 치료약은 그대로 쓰레기가 되고 말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약효가 발휘되는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대로라면 그 약을 구입하기 위해 쓴 돈이 모두 날아가게 생겼다.

 카야뮤 영주는 반년 전 우연히 흑마법사가 만들었다는 라익을 발생시킬 수 있는 마법약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물론 흑마법사나 그와 관련된 물품을 거래한 사실이 다른 이들에게 알려진다면 자신은 사형을 면치 못할 게 분명하겠지만, 눈앞에 보이는 커다란 이익에 그런 것은 애초에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 흑마법약을 이용해 쿠키를 만들고는 병사들을 시켜 동네 꼬마 아이들 몇 명에게 나눠주게 했다.

 병사들이 나눠주는 쿠키를 아무 의심 없이 받아먹은 린을 포함한 마을 아이들은 그날 저녁부터 라익에 의한 열병을 앓기 시작한 것이다.

 라익의 치료약인 라우 역시 두 달 전에 그 약을 만드는 곳에다 미리 제조를 부탁해, 보름 전 원하는 날짜에 정확하게 받아 창고에 넣어놓을 수 있었다.

 그렇게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영지 안의 모든 땅과 집들이 자신의 소유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리고 그 땅과 집에서 대대손손 살아갈 이들에게서 나오는 모든 수익으로 떵떵거리며 잘살게 되리라는 생각에, 요 며칠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던 카야뮤 영주였다.

 그런데 그 찬란한 미래가 저런 허섭스레기 같은 상인 여자 하나 때문에 틀어지게 생긴 것이다.

 지금 여기서 해결 방법은 딱 하나였다.

 “당장 이자들을……!”

 저들을 붙잡아 가두는 것. 그뿐이었다.

 “아, 그리고 미처 다 소개를 못 드렸네요. 여기 계신 이분은 피오스 백작님의 따님이신 엘라이님이십니다.”

 “……!”

 샤린 일행을 붙잡으라고 외치려던 카야뮤 영주는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그대로 다시 한 번 석상이 되어야만 했다.

 피오스 백작이라면 슈바트로 제국 안에서도 그 영향력이 제법 큰 귀족으로, 이런 작은 시골 영지의 영주인 자신은 평생 얼굴 한 번 보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 눈앞의 여인이 그 피오스 백작의 딸이라는 말에, 카야뮤 영주는 샤린 일행을 붙잡으라고 외치려던 말을 꿀꺽 다시 삼켜야만 했다.

 “그걸 어찌 믿나!”

 하지만 그녀가 진짜로 피오스 백작의 딸이라는 증거가 없지 않은가.

 카야뮤 영주는 마지막 발악을 하듯 증거를 내보이라며 소리쳤다.

 그에 기다렸다는 듯 엘라이가 자신의 손을 들었고, 손가락에는 가문의 문장이 찍힌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피오스 백작가의 직계 혈손에게만 주어지는 반지입니다.”

 “……!”

 마침내 카야뮤 영주는 엘라이가 피오스 백작의 딸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그, 그게 저도 잘…….’

 그는 휙 소리가 들릴 정도로 빠르게 고개를 돌려 이들을 데리고 온 라켈을 노려보았다. 그 시선에 라켈은 움찔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샤린 일행을 단순한 여행자들이라 생각했던 그는 엘라이가 피오스 백작의 딸이라는 말에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런! 제가 실수를 한 것 같군요.”

 “……?”

 그렇게 눈빛으로 대화를 나누던 카야뮤 영주와 라켈은 다시금 들려오는 샤린의 음성에 일제히 시선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영주님께서 그 넓고 너그러우신 마음으로 준비하신 치료약을 저로 인해 못 쓰게 돼서는 안 되지요.”

 “그, 그럼 자네가 준비한 약은 풀지 않을 건가?”

 “그럴 수는 또 없죠. 여기까지 준비해온 제 성의가 있지 않습니까?”

 “으흠!”

 빙그레 웃으며 말을 내뱉는 샤린의 모습이 그토록 얄미워 보일 수가 없었다.

 ‘성의는 무슨 얼어 죽을 놈의 성의란 말인가!’라고 당장 외치고 싶었지만, 자신을 보며 서 있는 피오스 백작의 딸 엘라이로 인해 그럴 수도 없었다.

 “파시죠.”

 “…지금 뭐라고 했나?”

 “영주님의 마음을 쓰레기로 만들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저한테 미리 준비해놓으셨던 그 약을 파십시오.”

 “저, 정말인가! 정말 자네가 다 사주겠다는 건가!”

 “네.”

 “하… 하하하! 정말 고맙군!”

 치료약을 모두 사주겠다는 샤린의 말에 언제 그녀를 못마땅하게 여겼냐는 듯 카야뮤 영주는 큰 소리로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 정도 가격이면 되겠습니까?”

 “물론이지. 하나당 백 골드에 사준……!”

 하지만 언제 준비한 것인지 품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 내미는 샤린에게서 그것을 받아 읽어 내려가던 카야뮤 영주는 그대로 손을 부들부들 떨어야만 했다.

 “지, 지금 이게 뭔가?”

 “뭐긴 뭡니까? 구입 가격을 책정한 문서지요.”

 “모두 다 해서 처, 천 골드?”

 “네. 천 골드에 모두 구입해드리겠습니다.”

 “……!”

 1천 골드라니! 너무 어이가 없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카야뮤 영주는 샤린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이 약을 구입한 금액만 해도 1만 골드가 넘었다.

 그런데 이익을 보지는 못할망정 말도 되지 않는 가격에 이 모든 약을 팔라니!

 카야뮤 영주는 손에 들린 문서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혹시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당연하지 않은가!”

 “그렇군요. 설마 무료로 저에게 그 약을 주시리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습니다.”

 “…무슨!”

 “영주님의 깊으신 마음을 돈으로 사려고 한 절 용서해주십시오.”

 “이, 이보게!”

 공짜라니! 카야뮤 영주는 기가 막혀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영주님의 그 깊으신 마음은 여기 계신 엘라이님께서 피오스 백작님께 잘 말씀드릴 거라 생각합니다.”

 “……!”

 하지만 이어지는 샤린의 말에 카야뮤 영주와 비서 라켈은 순간 뭔가를 깨달은 듯 놀란 눈빛으로 피오스 백작의 딸인 엘라이를 바라보았다.

 비록 1만 골드가 넘는 거금이 날아가게 생겼지만, 이번 기회로 피오스 백작과 인맥을 쌓게 된다면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1만 골드를 투자해 영지 안의 모든 땅과 재산을 자신의 손에 넣으려는 계획은 틀어졌지만, 이런 손바닥만 한 땅에서 평생 썩는 것보다 피오스 백작과의 인맥을 통해 수도로 진출하는 편이 더 큰 이익이었다.

 “저, 정말 그래주겠는가!”

 “물론이지요. 안 그렇습니까, 엘라이 님?”

 “뭐? 내가 미쳤……!”

 미쳤다고 저런 재수 없는 인간을 아버지께 소개하겠냐고 소리치려던 엘라이는, 순간 다른 이들의 시선을 피해 자신의 옆구리를 꾹 찌르는 샤린의 행동에 재빨리 말문을 닫아야만 했다.

 ‘구 골드로 깎아드리지요.’

 그리고 그 순간 들려오는 샤린의 소곤거리는 음성이 자신을 목적지까지 무사히 호위해주는 가격으로 계약했던 금액을 깎아주겠다는 말이라는 걸 바로 알아들었다.

 ‘오 골드.’

 ‘팔 골드.’

 ‘육 골드.’

 ‘좋아. 칠 골드. 오케이?’

 ‘오케이.’

 소곤거리며 빠르게 대화를 마무리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바로 옆에 조용히 서서 그것을 듣던 샨은 잠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물들었군.’

 돈에 대한 관념이 전혀 없던 그녀가 어느새 상인처럼 가격을 깎고 있는 모습이 마치 또 한 명의 샤린을 보는 것 같았다.

 “물론입니다. 제가 꼭 아버지께 영주님이 사람들에게 베푸신 그 깊으신 마음을 반드시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정말인가! 고맙네! 고마워!”

 협상을 마친 엘라이는 입가에 최대한 밝은 미소를 지은 채 자신만 믿으라는 당당한 음성으로 카야뮤 영주에게 말을 건넸고, 그에 카야뮤 영주는 조금 전까지 띠고 있던 어두운 표정을 모두 지우고는 엘라이를 향해 몇 번이고 고맙다 인사했다.

 “뭐하는 건가! 당장 치료약을 이들에게 넘겨 드려라.”

 “아, 네! 알겠습니다. 저를 따라오시죠.”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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