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악마와 싸우는 안티히어로

 
우리 집의 실세
작성일 : 24-04-27 12:28     조회 : 14     추천 : 0     분량 : 4167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09화

 우리 집의 실세.

 

  내 딸 조선의는 거기서 머물지 않고 앱을 업그레이드해 세차하면 스타벅스 커피도 무료로 준다고 했다. 당연히 스타벅스 회사와 공동으로 기획한 상품이었다. 돈 한 푼 들어가지 않고 대박이 났다. 아버지의 중고차 매매상은 금방 원상회복됐고, 거기에다 아파트 세차업, 나아가 자동차 부품상까지 하게 되었다. 개인파산 신청을 하나 마나 시점까지 갔다가 지금은 빚 다 갚고 살림이 여유로워졌다. 그러니 내 딸은, 그러지 않아도 금지옥엽인데 망해가는 집을 구했으니 아버지와 엄마는 손녀가 날아갈까 봐 좌불안석이었다. 우리 집 보물은 우리 집의 희망이고 자랑이고 생명이었다. 내 딸 조선의는 돌연변이다.

 

 

 왜냐하면 그녀는 천재였다. 윗대로 거슬러 올라가도 이런 천재는 없었기 때문이다. 흔히들 자식을 가진 부모들이 말하는 내 자식은 천재다가 아니라 진짜 천재였다. IQ가 측정 불가로 나왔다. 몇 번이나 검사했는데도 지능지수가 측정 불가로 나왔다. 수치가 낮아서가 아니라 너무 높아서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아이큐 테스트로는 측정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멘사 아이큐 테스트도 마찬가지였다.

 

 다섯 살 때 이미 영어, 불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어, 그리고 우리나라 고어(古語) 설총의 이두(吏讀)와 그 전의 향찰(鄕札)까지도 통달했고 산스크리스트어, 아랍어, 희랍어 등 지구상에 통용되는 대부분의 언어는 8살 무렵에 마스터 했다. 영어, 불어, 스페인어 등 알파벳이 주가 되는 언어는 알파벳만 가지고, 중국어, 일어 등 한자가 기본인 언어는 천자문(千字文)을 가지고 응용 분석해서 그 글자의 뜻과 음(音)을 알아냈다. 그뿐 아니라 과학, 의학, 물리학, 문학, 천체학 등등 다양한 지식도 전문가 수준 이상 박학다식(博學多識)했다. 그리고 음악과 미술에도 재능을 발휘했다. 절대음감이라 한번 들으면 피아노를 치고 바이올린을 켰다. 임동혁 피아니스트 실황 중계를 보고 바로 똑같이 피아노 건반을 두드렸고 나아가 창의성까지 발휘해 변주까지 했다. 미술도 자기 방에 하루 정도 틀어박혀 나오더니 이게 잭슨 폴락류의 추상표현주의라며 물감을 떡칠하고 화폭에 마구 뿌린 그림 한 장을 건네줬다. 나는 반신반의하며 현대미술 쪽 사이트에 올렸더니 그래피티 화가 바스키아를 능가하는 천재 화가 탄생이라며 난리가 난 적이 있다. 지금 우리 집 거실에 걸려 있다. 그 그림을 사겠다는 문의가 쇄도했지만 가치가 더 올라갈 거 같아 팔지 않고 있다. 사실 내가 그 그림을 몰래 팔려고 하다가 엄마한테 들켜 뒤통수 맞고 포기한 적이 있다.

 

 - 선의야 그 그림 팔고 또 그리면 안 되니?

 

 어느 날, 내가 선의 눈치를 이리저리 보며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응, 안 팔고 안 그릴란다.

 

 선의가 무심한 듯 말했다.

 

 - 아니, 쬐그만 거, 손바닥만 한 거 하나만 그려주면 안 될까?

 - 이거 누가 그린 거야?

 

 선의가 책상 위에 어질러 놓은 책 속에 만화책 같은 것을 꺼내 펼쳐 보이며 물었다.

 

 - 내가 나이가 얼만데 만화를 그린 사람을 아냐, 나를 너무 낮춰 보는 것 같다, 딸?

 - 응, 낮춰 봐, 이 그림 화가가 누군지 모르는 무식한 인간한테 그림을 그려줘서

  뭐하게?

 - 진짜? 꿇어앉아도?

 - 응, 꿇어앉아 돌이 돼도 안 돼, 그림 팔아서 유흥비로 탕진할 인간에게 내가 미쳤어?

 - 언감생심이야?

 - 잘 아네.

 

 선의가 단호했다. 그날, 나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내 딸이 저렇게까지 냉정했냐 싶었다. 그런데 그럴 만했다고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 그림의 화가가 로이 리히텐슈타인이라는 걸, 우연히 TV의 예술 프로그램에서 팝 아트 작가 소개할 때, 상투적인 데서 대단함을 찾는다는 팝 아트 작가라고 했다. 너무 창피했다. 그림 한 점에 몇천만 불 하는 작가의 그림을 만화 운운했으니 선의가 나를 얼마나 한심하게 생각했을까...

 선의는 책만 한번 훑으면 머리에 입력이 다 되었다. 사진이 찍혀 박히는 것이 아니라 원천(源泉)의 원리를 파악해 습득했다. 그뿐만 아니라 잡학(雜學) 등 연예 분야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블랙 핑클과 방탄소년단 노래는 다 꿰고 있었고 춤도 완벽하게 따라 췄다. 그걸 어떻게 아냐면 자기 방에서 춤추고 있는지 모르고 내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다가 선의가 던진 책에 얼굴에 맞으며 봤기에 그렇다.

 아버지와 엄마는 내 딸 조선의의 재롱에 매일매일 행복했다. 그러니 내 딸은 자연스럽게 우리 집 최고의 권력자가 되었다. 아버지, 엄마가 발 벗고 나서서 추대했다. 그렇다고 내 딸 조선의가 마구잡이로 권력을 휘두르지 않았다. 오로지 한 사람 나한테만 몽니를 부렸다. 나는 안다. 아버지로서 딸내미를 어릴 때 애정을 주고 키우지 못했기에 늘 미안했다.

 

 - 근데, 진짜 머리에 피나는 거 같애...

 - 어디... 안 나.

 - 아냐, 가까이서 봐...

 

 나는 머리칼을 가르마 타서 보여줬다. 선의가 걱정되는지 가까이 다가와서 살폈다.

 나는 이때다 싶어 딸을 안고 뺨에 뽀뽀 세례를 퍼부었다.

 

 - 이거 안 놔, 할머니! 할아버지!

 -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 아 싫어, 쫌, 털, 아야!

 

 선의가 내 팔뚝을 물었다.

 

 - 아야! 딸이 아빠 잡는다! 아빠 살려!

 

 띵~ 소리가 나더니 눈앞에 별이 반짝했다.

 엄마가 후라이팬으로 내 머리를 종 치듯이 친 거였다. 나는 또 머리를 싸잡고 뒹굴었다.

 

 - 너무 세게 때린 거 아냐?

 - 아냐 할머니, 그 정돈 안 죽어...

 - 그래도 내 아들인데...

 - 또, 할머니, 그 감성팔이 때문에 자식 교육이 엉망이잖아, 정말 이 집의 근본적인

  문제는 저 인간이야...

 - 하긴 그래, 빨리 일어나 밥 먹자.

 - 아이고 아야, 줄을 풀어줘야지 밥을 먹든 잠을 자든 할 거잖아...

 - 혓바닥이 잘렸어, 왜 말이 짧아 다시 해 봐?

 - 넌?

 - 너랑 나랑 같냐?

 - 미안, 할 거잖아요?

 

 선의가 풀어주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 여보, 당신 닮은 당신 아들 풀어주세요.

 - 무슨 소릴, 몽대가 왜 날 닮았어, 당신 닮았지, 큰일 날 소릴, 공주마마 맞지요?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어떡할까요?

 - 밥은 먹여야 하니까...

 

 딸 선의가 큰 선심이라도 쓰듯 말했고 아버지가 내 다리에 묶인 줄을 풀어줬다.

 거실로 나왔다.

 웬 젊은 여자가 뒤돌아서서 싱크대에서 밥을 푸고 있었다.

 

 - 누구?

 

 내가 뜨악한 얼굴로 식탁에 앉으며 엄마에게 슬쩍 물었다.

 

 - 니가 알지 내가 아냐?

 - 선배 일어났어요?

 

 민교가 밥그릇을 식탁에 놓으며 말했다.

 

 - 어, 아니, 니가 왜 여기?

 

 나는 화들짝 놀라 물었다.

 

 - 밤 삶아 왔어요.

 - 야, 그래도 무작정 오면 안 되지? 식구들 놀라게...

 - 왜, 놀래?

 

 엄마가 별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 이렇게 모르는 사람이 불쑥 들이닥치면 선의나 아버지나 의아해하잖아요,

  엄마도 그렇고...

 - 내가? 나는 아닌데 난 민교 잘 알아.

 - 네?

 - 널 살려준 생명의 은인이잖아.

 

 뭔가 번쩍하고 뇌리를 스쳤다.

 

 - 그럼, 엄마가 말한 교민이가 민교예요?

 - 응.

 - 니가 펑키에 스모키 화장하고 오빠 달려, 그 교민이야? 우리 학교 나왔어?

 - 아뇨, 학교는 달라도 재단은 같아요, 난 실업계 나왔다고 했잖아요,

  캐드가 전공이라고...

 - 부산 여실?

 - 예.

 - 그럼 나랑 나이가 같은 데 왜 선배라고 그래?

 - 대학 선배잖아요, 그리고 나이도 한 살 적고 빠른 94, 2월...

 - 일부러 접근한 거야?

 -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그냥 좋으니까 사귀고 싶은 거지, 일부러 접근은 뭐야,

  값 떨어지게, 그리고 니가 일부러 접근할 만한 놈이냐?

 

 엄마가 민교의 시무룩한 표정을 읽고 나에게 면박을 줬다.

 

 - 난, 일부러 접근하면 안 돼요, 선배?

 - 아니, 그게 아니고...

 

 민교의 저돌적인 발언에 나는 딱히 대답할 말이 없었다.

 

 - 잤어, 둘이?

 

 딸 조선의가 한 방을 날렸다. 나는 놀라 할 말을 잊었다. 또한 잔 거도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은 없었다. 다만 딸 입에서 듣기 민망한 말이 나오니

 심히 당황스러웠고 그 잔 대상이 눈앞에 있으니 그 대상한테도 미안했다. 나아가 꼭 민교한테 몹쓸 짓을 한 거 같아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그러나 민교 표정은 아무렇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까발려졌으면 하는 눈치였다. 아니 어떻게 처녀가 잤냐? 라는 말을 듣고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태연하냐, 오히려 이 문제를 더 부추기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이 정도면 뻔뻔한 거지?

 

 - 결혼할 거야?

 

 무슨 말을 할까, 어떻게 수습할까, 고민 중이었는데 내 딸이 카운터 펀치까지 날렸다. 모든 시선이 나를 향했다.

 

 - 아몽 돈으로 해, 우리 집 재산에 빈대 붙지 말고...

 

 진퇴양난이 따로 없었다. 철면피에 가까운 나지만 이럴 땐 얼굴이 화끈거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19 두 걸물(傑物) 2024 / 5 / 8 1 0 4063   
118 베일에 싸인 이시하라 유우Ⅱ 2024 / 5 / 7 7 0 4087   
117 베일에 싸인 이시하라 유우Ⅰ 2024 / 5 / 6 9 0 4080   
116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이시하라 유우 2024 / 5 / 5 6 0 4139   
115 베아트리체의 부활 2024 / 5 / 4 10 0 4315   
114 수진 누나와 추억을 소환하다 2024 / 5 / 3 13 0 4248   
113 악귀가 된 암 덩어리 2024 / 5 / 2 11 0 4232   
112 용천에게 베아트리체를 맡기다 2024 / 5 / 1 12 0 4117   
111 동경의 여인 베아트리체 2024 / 4 / 30 13 0 4105   
110 수진 누나가 전화를 걸었다 2024 / 4 / 29 13 0 4302   
109 우리 집의 실세 2024 / 4 / 27 15 0 4167   
108 패밀리 2024 / 4 / 26 14 0 4185   
107 인연(因緣)Ⅱ 2024 / 4 / 24 17 0 4075   
106 인연(因緣)Ⅰ 2024 / 4 / 24 14 0 4128   
105 여자들의 속내 2024 / 4 / 22 13 0 4191   
104 우연히 발견(?)한 직호문녹각제도장구(直弧文… 2024 / 4 / 19 19 0 4201   
103 사심과 추행의 관점 2024 / 4 / 18 17 0 4336   
102 우유부단한 스투핏(stupid) 2024 / 4 / 16 17 0 4090   
101 염불보다 잿밥에 눈먼 고분 발굴 2024 / 4 / 15 15 0 4222   
100 용천(龍泉)과 직호문녹각제도장구(直弧文鹿… 2024 / 4 / 14 17 0 4133   
99 악몽 또는 트라우마 2024 / 4 / 13 15 0 4625   
98 양파 껍질을 벗기다 2024 / 4 / 12 18 0 4182   
97 김해공항에서 생긴 의문의 사건 2024 / 4 / 11 20 0 4204   
96 될 대로 돼라(Qué será, será) 2024 / 4 / 10 19 0 4167   
95 늦었지만 추억의 병영 시절 2024 / 4 / 8 21 0 4117   
94 중국 만저우리(Manchouli, 滿洲里)에서 나를 발… 2024 / 4 / 7 20 0 4178   
93 내가 언제 화려한 시절을 꿈꾼 적이 있었나? 2024 / 4 / 6 19 0 4220   
92 태풍의 눈 속에 머물다 2024 / 4 / 5 19 0 4139   
91 아야코 집을 방문하다 2024 / 4 / 3 20 0 4222   
90 요시야 서점에서의 늑대 울음 2024 / 4 / 2 18 0 4496   
 1  2  3  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