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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악마와 싸우는 안티히어로

 
우연히 발견(?)한 직호문녹각제도장구(直弧文鹿角製刀裝具)
작성일 : 24-04-19 16:08     조회 : 17     추천 : 0     분량 : 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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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4화

 우연히 발견(?)한 직호문녹각제도장구(直弧文鹿角製刀裝具).

 

  근데 내가 유우의 비옷에 슬쩍 찔러준 게 진짜로 ‘직호문녹각제도장구’가 맞는 거 아닐까? 그렇게 찾고 싶어서 우리 조상들 피 빨아먹을 듯 뱀파이어 마냥 고분마다 설쳐댔잖아, 그럼 난, 흑심(黑心)이 섞인 내 행동의 미안풀이용이었는데 졸지에 매국노가 된 거잖아, 내 의도와 달리, 근데 매국노 맞긴 맞아? 이완용이처럼 나라 팔아먹은 것도 아닌데, 아, 졸라 기분 더럽네... 아무튼 못 할 짓을 한 건 맞는 건 같은데, 어떻게 하지,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하루하루 사는 놈한테 이 무슨 시련이냐, 하긴 자업자득이지, 무슨 내가 마초라고 그 엄청난 뒷배경을 가진 일본 상류층 처녀에게 수작을 걸었으니, 유우도 자존심이 있겠지, 자기하고 맞는 레벨의 놈한테 그런 일을 당했으면 기분이라도 덜 상하겠지, 왠 자폭이냐? 자뻑도 아니고, 성제 같은 놈이면 봐주려나, 근데 성제는 ‘직호문녹각제도장구’가 뭔지 모르잖아, 전공이 우리 쪽하고 다른 거 같던데...

 

 - 교수님, 직고문각제가 뭡니까?

 

  드물지만 띄엄띄엄 웃음소리가 들렸다.

 

 - 누구야?

 - 접니다.

 

 용감하게 손을 들었다. 민교를 첫눈에 보고 이 학교에 저런 맵시녀가 있나 싶어 마음에 들어 뒤따라 들어간 1학년 교양 수업이었다. 급하게 핸드폰으로 검색한 뒤 질문이었다.

 

 - 무식한 놈이 용감하다고... 직고문각제가 아니고 직호문각제다, 정식 명칭은 ‘직호

 문녹각제도장구(直弧文鹿角製刀裝具)’다, 야요이시대(彌生時代) 일본 고분에서 많이

 출토된 일본 고유의 일본식 문양이며 말이산 고분에서 출토되었다고 하는데 실제 유

 물은 존재하지 않고 사진과 문서로만 전해져 내려온다... 호(弧)는 활 호를 말하며 활

 처럼 굽은 선을 녹각도장구(鹿角刀裝具)에 새겼다...

 

 조달호 교수 설명의 요지는 그 ‘직호문녹각제도장구(直弧文鹿角製刀裝具)’가 말이산 고분에서 출토되었기에 임나일본부설을 일본이 주장한다는 것이었다. 즉 일본의 어느 국가가 영남지역을 식민지로 만들어 다스렸다, 그래서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탈하여

 강제로 합병한 뒤 36년간 식민지로 삼은 정당한 역사적 근거를 그 유물에서 찾았다는 거였다.

 

 - 자네 무슨 과야?

 - 사학과 복학생입니다...

 - 어쩐지 군바리 냄새가 나더라, 여기 반은 저 군바리처럼 고독할 고(孤)하고 활 호 (弧)하고 구분 못 할걸, 한문 교육을 없애버렸으니... 자네 이름이 뭐야?

 - 안 가르쳐 줄랍니다...

 - 이게 군기가 빠져가, 왜?

 - 웃으려고 말입니다, 헤...

 - 안 웃을 게 말해 봐.

 - 조몽대(曺夢大)입니다, 꿈을 크게 가지라고 아버지가 지어 주신...

 

 교수도 웃고 학생들도 책상을 치고 손바닥을 치며 웃었다.

 여기저기서 들릴 듯 말 듯 육두문자를 쓰며 수군거렸다.

 내가 째려보자 조용해졌다.

 

 - 웃어서 미안하네, 자네 수업 마치고 이걸 들고 날 따라와...

 

 그렇게 조달호 교수와 인연이 되어 사학과 조교까지 되었다.

 알다시피 사학과 나와서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적었다. 집에 적당히 손 좀 벌리면서

 용돈도 벌고 남 보기에도 그럴싸했고, 여기에다 금상첨화로 대학원까지 다니면 곧 교수라도 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공부는 진절머리가 나도 교수의 강권에 대학원도 다니고 있다. 3류대학 타이틀로는 조달호 교수 후임은 힘들고 은연중에 교수가 지방 박물관 학예사 자리 운운해서 그걸 믿고 열심히 교수 뒷바라지를 하는 거였다. 조교수는 기획력 즉 돈 끌어오는 수완이 탁월해 경남 사학계에서 거물로 대접받았다. 이세계에서도 돈이 능력이고 실력이고 권위였다. 그래서 조교수의 입김이 사학계 곳곳에 미쳤다. 이번 함안 말이산 발굴도 일본 측의 은밀한 제안이 먼저 있었지만, 전적으로 조달호 교수가 그 제안을 받아들여 움직이었기에 순전히 조달호 교수의 작품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그러니 조교수의 영향력이 상당하기에 나 하나 이 세계에 발붙이게 하는 건 식은 죽 먹기라 나가서 이 계통하고 완전히 다른 직업을 구할 생각이 아니라면 조교수 비위를 잘 맞출 수밖에 없었다.

 

 일본에 나만 빼놓고 갔냐고 투정을 부리고 앙탈을 부릴 수는 있어도 대놓고 반감을 표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다. 그러나 사실 이번 일은 조교수가 고맙기도 했다. 내 입장이 일본 갈 수 없는 처진데 가자고 닦달하면 난감한 상황에 봉착할 뻔했기 때문이었다. 왜 못가냐고 따지고 들면 달리 이유될 만한 게 없어 진땀 뻘뻘 흘리며 얼토당토않은 변명으로 일관했을 거였기 때문이다.

 일주일 만에 조교수와 민교가 일본에서 돌아왔다. 조교수가 바빴다는 핑계로 찹쌀 모찌는 사오지 않았다. 대신 민교가 고급 사케를 선물했다. 그날 유물 정리하면서 후배들과 김치 쪼가리를 안주로 깨끗하게 비웠다.

 

 - 선배, 불멍? 아니면 뷰멍이에요?

 - 응?... 멍이 아니라 철학적 사색이야,

 - 거기 멍이지 뭐유? 잘한다, 이 바쁜데 멍때리기는, 빨리 갖고 와요, 불꽃무늬 토기하고 부뚜막토기...

 - 삭신이 다 쑤신다, 애들 시켜, 짬밥이 있지...

 

 민교가 잰걸음으로 와서 무대 밖 커튼 뒤에서 멍때리고 있던 내게 일침을 놓았다.

 나는 괜히 짜증스럽게 되받았다.

 

 학교 소극장 무대 벽에 ‘말이산 49호 고분 한일합동 유물발굴 세미나’ 플랫카드가 걸려 있었다. 한일합동 유물발굴단이 발굴한 유물을 민교가 분주히 준비하는데 막상 제일 먼저 바지런해야 할 조교인 나는 심드렁해져 어슬렁거리고 있으니 민교가 보다 못해 핀잔을 준 것이었다. 민교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직호문녹각제도장구의 유무가 중요한 거지, 내겐 생사가 달린 거야, 내겐 심각해. 날 좀 나 둬, 나는 속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무대 안에는 긴 탁자에 하얀 종이를 깔고 고분에서 발굴한 유물을 조교수와 민교가 진열하고 있었다. 조교수는 불꽃무늬 토기, 수레바퀴형 토기, 부뚜막 토기, 직호무늬 토기 조각 등 이름표를 유물 앞에 붙이고 있었다. 그런데 직호문녹각제도장구는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불안해졌다. 내가 이시하라 유우 주머니에 찔러준 게 직호문녹각제도장구가 아닌가? 뭐지? 우려했던 것이 현실이 되었나? 유물 현장에서 심심찮게 발에 차이는 목곽묘 나무 조각으로 판명 났단 말인가? 근데 왜 일주일이나 발표를 연기했지?

 

 - 돌아보지 말고 들어, 츠키지 어시장 가 봤어?

 

 보이지 않던 이시하라 유우가 어느새 나타나 나에게 말을 던졌다. 유우의 머릿결에서 라일락꽃 향기가 확 풍겼다. 잠자고 있던 늑대가 그 향기에 눈을 떴다.

 

 - 일본 최대 최고의 수산물 시장, 동경에 있는...

 - 응... 그 시장엔 칼잡이들이 수백 명 있지. 대대로 내려오는 칼의 명장들이 말이

  야...

 - 그래서?...

 

 뭐 어쩌라고? 겁주냐? 그러고 싶었다.

 

 - 그 츠키지 어시장 삼 분의 일이 내 소유야...

 - 부자네, 돈이 많아서 좋겠네... 다른 것도 있다며?

 - 우리 집 담벼락에 오줌 자국이라도 남기고 싶었어?

 - 죽여, 목숨 걸만 했으니까...

 - 그래 죽여줄게.

 - 윽...

 

 이시하라 유우가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치고 무대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놀라 나도 모르게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단말마 소리가 크지 않아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유우 손에 유리 상자가 들려 있었다.

 뭐지?

 

 교수가 이시하라 유우를 소개하고 유우가 사진과 문서로만 존재하는 아주 귀한 직호문녹각제도장구 실물을 49호 고분에서 발굴했다고 설명했다.

 방청객들이 기립해서 손뼉을 쳤다. 휙 휘파람 소리도 났다.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천박하긴 여기가 콘서트장이냐, 괜히 심술이 났다.

 이시하라 유우가 다소곳하면서도 당당하게 나가서 깍듯하게 인사했다.

 손에는 유리 상자가 들려 있다.

 직호문녹각제도장구가 유리 상자 안 비단 보자기에 싸여 있었다.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살았다. 거래는 끝났다.

 이젠 두말하지 않겠지...

 개운했다.

 

 무대 가장자리 커튼이 반쯤 처진 백스테이지에 서서 이시하라 유우를 바라보며 박수를 보내는 나에게 유우가 보일 듯 말 듯 씩 미소를 지었다. 찰나였다.

 나에 대한 일말의 미안함인가?

 이기적이고 치졸한 발상인지 모르겠지만 이걸로 조금은 양심의 가책을 들은 거 같다는 뻔뻔스러운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역시 넌 구제 불능이야, 스스로 속을 긁었다.

 공복감이 확 밀려왔다. 나는 돌아섰다. 내가 할 일은 끝난 것 같았다. 나머지는 차출

 된 우리과(科) 학생들과 민교가 알아서 뒤처리할 거라 믿고 그 자리서 빠져나왔다. 분명 저녁 먹는 자리에서 한국과 일본, 서로에 대해 공치사를 할 것이고 나는 마음에도 없는 하이 하이, 네 네,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리액션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싫었다.

 나는 학교를 빠져나오며 이시하라 유우에게 카톡을 보냈다.

 

 -‘전설의 비파화성환두대도(琵琶火聲環頭大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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