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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악마와 싸우는 안티히어로

 
우유부단한 스투핏(stupid)
작성일 : 24-04-16 17:22     조회 : 18     추천 : 0     분량 : 4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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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2화

 우유부단한 스투핏(stupid).

 

  - 어느 쪽이라구요?

 

 나는 알면서도 짓궂게 다시 물었다.

 

 - 이쪽...

 

 오른쪽으로 무르녹는 엉덩이를 약간 튕기면서 말했다. 저 튕김에 의미를 둬야 하나?

 그런 잡스러운 생각을 하면서 유우 뒤쪽에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바투 붙었다.

 확 성숙한 여인의 냄새가 끼쳤다. 약간 썩은 사과 냄샌지 유칼립투슨지 밤꽃 냄샌지 그랬다.

 갑자기 잠자고 있던 늑대가 기지개를 켰다. 늑대가 냄새 하나는 기차게 맡았다.

 성불구자가 아닌 이상 이 순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상대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는 저급한 생각이 불쑥 들었다. 그럼 덤벼 봐, 오기가 올랐다. 아냐...

 다 된 밥에 코 빠트려 두둑한 페이가 날아가면 어떡해? 그래도 못 먹어도 고, 사나이 자존심이 있지... 따귀를 맞는 거 아냐?... 몇 초간에 갈등이 소용돌이쳤다.

 

 핸드폰이 든 주머니 속으로 수전증 환자처럼 떨리는 오른손을 넣었다.

 뜨거운 내 입김이 유우의 귀를 간지럽혔다. 일부러 그랬다.

 미끼를 물지 모르니까... 저열했지만, 이런 순간 누가 신사적일까...

 

 - 구하 구하 (龜何 龜何)...

 - 네?

 -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밀어라.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구지가를 랩 하듯 음흉하고 은밀하게 읊조렸다.

 뭔가 직감했는지 유우의 몸에서 작은 떨림이 미세한 말초를 타고 전해졌다.

 마치 음파의 진폭에 따라 뇌관을 건드릴까 봐 초미의 조심성 같은 것이었다.

 그럴수록 활화산의 마그마는 끓어 폭발할 지경에 이르렀다.

 

 - 빨리 꺼내세요...

 - 네? 뭘요?

 

 나는 알면서도 혹시나 해서 뜨악한 척 물었다.

 

 -핸드폰...

 - 구지가(龜旨歌)는 다산(多産)과 풍요(豐饒)를 나타내죠...

 - 여긴 금관가야가 아니고 아라가야예요...

 

 생뚱맞은 소리에 유우가 차갑게 받아쳤다.

 

 에라 모르겠다. 주머니에 들어간 손이 유우의 음부에 가까운

 사타구니를 지그시 눌렀다.

 

 - 흐윽...

 

 유우가 단말마의 비명을 질렀다. 나는 유우의 단말마의 비명에 전율이 온몸에 흘렀다. 의도가 아니었다. 아니 분명 의도였다. 손가락에 실린 힘이 그랬다. 헷갈렸다. 나도

 모르겠다, 무엇이 무엇인지...

 

 그때 공교롭게도 스에마쓰 아야코의 얼굴이 떠올랐다. 얼음송곳이 내 머리를 찔렀다. 앗 뜨거라 싶었다. 재빨리 핸드폰을 꺼냈다. 지체할 수가 없었다. 여기서 지체하면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거고 그러면 감당할 수 없는 비극이 일어날 것이다. 떠올린 스에마쓰 아야코 표정이 딱 그랬다.

 

 근데 핸드폰을 급하게 꺼내다 보니 발에 힘이 들어갔고, 무방비 상태의 왼손은 유우의 몸을 잡기가 그래서 그로 인해 훌러덩 미끄러져 마치 침대에 눕는 형태가 되었다. 동시에 유우도 뒤로 앉은 자세로 내 배 위에 탄 것이 되었다. 실로 두 사람은 황당하고 민망했다. 누가 봤으면 십중팔구 오해할 소지가 다분히 있을 정도로 에로틱했다.

 나는 양손으로 조심스럽게 유우의 허리를 잡고 세웠다.

 유우가 움찔했다. 갓 잡아 올린 탱탱한 뱀장어인 양 꿈틀거렸다.

 유우가 몸을 바로 세워 뻘 바닥에 누운 나를 쳐다봤다. 눈가가 떨었다.

 순간 정적이 돌았다.

 

 - 구지가는 뭐에요?

 

 유우가 물었다.

 

 - 잠시 야수가 되고 싶었습니다...

 

 비틀대고 일어나며 말했다.

 

 - 그런데요?

 - 백마 탄 왕자가 될 수 없을 거 같아서... 우유부단한 인간으로 남기로 했습니다...

 - 뭔 소리야, 빨리 사진 찍어요.

 

 이시하라 유우가 속상한지 짜증을 냈다.

 벽창호인 나는 그때 유우의 속상한 마음을 읽지 못했다.

 

 - 띵딩딩딩~띵딩딩딩~

 

 들고 있던 유우의 핸드폰에서 벨이 울렸다.

 

 - 그냥, 찍어요.

 - 그래도...

 

 내가 망설였다.

 

 -뭐 해요? 빨리 안 찍고...

 

 짜증의 강도가 높아졌다.

 당황스러웠다, 핸드폰이 울리는데 어쩌란 말이야, 내 핸드폰도 아닌데,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나도 기분이 꿀꿀 했다.

 

 -그러죠...

 

 사진을 찍었다.

 오른손에 든 직호 무늬 토기 조각을 여러 방향에서 다섯 번, 왼손에 든 부뚜막 토기

 도 여러 방향에서 다섯 번 셔터를 눌렀다.

 번쩍번쩍 후레쉬가 터질 때마다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이시하라 유우의 묘한 표정은

 신비로웠다.

 

 - 스투피...

 

 유우가 나를 째려보며 뭐라고 했다. 나는 그때 스누피라고 하는 줄 알았다.

 

 - 스누피 귀처럼 유물을 귀에 대 보지요?... 이쁘겠네...

 - 흰소리 말고 녹음하세요.

 - 뭘요?

 - 육하 원칙에 입각해서...

 

 내가 두 손을 벌리며 영문을 모르는 표정을 짓자, 유우가 말했다.

 

 - 이사하라 유우가 언제 2017년, 어디서 말이산 4호 고분과 25호 고분 사이...

 - 아... 알겠어요, 일본 측 유물발굴단 이시하라 유우가 직호 무늬 토기 조각과 부뚜 막 토기, 그리고 각종 유물 등으로 추정되는 아라가야 시대 물품을 2017년 시월 15일 19시 45분 함안 말이산 4호 고분과 25호 고분 사이 49호 고분에서 발굴 출 토하였음.

 - 각종 유물 등으로?

 - 저것도 발굴 출토했잖아요?

 

 그전에 많이 출토되었던 토기 조각과 흔한 토기 그릇이지만 자기가 발굴한 것이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핸드폰을 유우의 주머니에 넣어 주면서 오늘 파장할 무렵 발견한 유물 뭉치도 비옷

 주머니에 같이 슬그머니 넣어줬다.

 유우는 내 말뜻도, 몰래 한 내 행동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래 니들이 그렇게 혈안이 돼 찾던 게 이것이냐, 여깄다, 먹어라, 선심이다. 이 정도

 면 잠깐 흑심을 품은 대가로 충분하지? 뭐, 따지면 이쪽저쪽 양쪽이 할 말이 있는 애매모호(曖昧模糊)한 경계선상의 행위이었고, 성인지적(性認知的) 관점에서도 별 문제점이 없다고 결론이 날 게 뻔한 것이지만 내가 사람이 좋은지라 매국노 멍에를 감수하고서라도 호의(好意)를 베푼 것이니 흔쾌히 나의 선의(善意) 받았으면 한다. 니가 우리랑 내려가지 않고 남은 이유가 바로 직호문녹각제도장구잖아, 직호(直弧) 무늬의 토기 조각은 찾았으니 분명 훼손되지 않은 원형 그대로의 직호문녹각제도장구가 주변에 있을 것이다, 부푼 마음에 비를 쫄딱 맞고 열심히 찾았지만 찾지 못하지 않았느냐, 그게 당연한 거다, 왜? 내가 그 문제의 유물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미안하다. 그 유물의 가치가 얼만지는 모르지만 내가 너 비옷에 찔러준 그 유물을 먹고 49호 고분에서의 불미스러운 일은 없던 걸로 하자, 괜찮지? 내 제안? 속으로 장구 치고 북 치며 치사하면서도 일방적인 결론을 내렸다. 그러니 속이 조금은 편했다. 면피용으로 정말 치졸하고 얼토당토않은 자기 정당성 부여였다.

 내가 유물을 발굴이라 하지 않고 발견이라고 한 것은 계면쩍은 이유가 있었다.

 

  - 자, 그만 끝냅시다, 오늘 일은 물론, 한일 유적 발굴단 공식행사도 오늘로써 쫑 냅

  시다, 모두 박수! 수고했습니다!

 

 우리 측 조달호 교수가 대표로 한일발굴단 공식행사를 매조졌다.

 모두 손뼉 치며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수고했다는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내 앞에 둔 도구를 챙기는데 1.8 리터짜리 생수병 옆에 삐죽하게 솟은 이상한 유물을 발견했던 거였다. 사진과 문서로만 알려진 직호문각제 같았다. 아무도 눈치 못 채게 호미와 붓과 솔과 생수병과 그리고 발굴한 유물들을 챙기는 듯하면서 조심스럽게 뽑아서 얼른 주머니에 넣었다. 간이 콩알만 해지고 가슴이 쿵쾅거렸다.

 직호문각제는 직호문녹각제도장구(直弧文鹿角製刀裝具)가 공식 명칭이다.

 활짝 펴진 손이 갑자기 내 눈앞에 쑥 내밀어졌다.

 

 - 윽...

 

 나는 나도 모르게 외마디 비명을 내질렀다.

 

 - 왜, 놀래요? 뭔 찔리는 게 있는가 보죠? 큭, 그동안 수고하셨어요, 몽대씨...

 

 그 유물을 달라고 손을 내미는 줄 알았다.

 옷에 손을 한번 쓱 닦고 이시하라 유우와 악수했다.

 

 - 유우씨도 고생했습니다.

 

 크고 맑은 눈에 새까만 눈동자만 반짝였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 저게 유우씨 소지품이죠, 제가 챙길게요.

 - 아뇨, 저는 좀 더 발굴해 보고 갈게요.

 - 아직 미련이 남나요? 불꽃무늬 토기, 수레바퀴형 토기 등 그렇게 많은 유물을 발굴 하고도 말입니다.

 

 유우는 대답 대신 씩 웃었다.

 나와 같은 급의 유물 조사원들은 뒤풀이 장소로 발굴단에서 마련한 고분과 가까운 ‘가야 할매 식당’에 갔고, 한일 교수진과 전문위원들은 함안 읍내 고급 술집에 갔다.

 식당에 들어설 때까지 하늘은 전형적인 가을처럼 날씨가 맑았고 밝았다.

 주문한 생삼겹살이 나오고 소주를 25도 할 거냐 19도로 할 거냐 설왕설래할 때 즈음 갑자기 창밖의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곧 비가 퍼부었던 것이고 소주 한 잔 들이켰을 때 문제의 그 전화가 조달호 교수로부터 걸려왔던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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