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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악마와 싸우는 안티히어로

 
염불보다 잿밥에 눈먼 고분 발굴
작성일 : 24-04-15 19:29     조회 : 13     추천 : 0     분량 : 4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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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1화

 염불보다 잿밥에 눈먼 고분 발굴.

 

  이시하라 유우( 石原 優)가 있느냐고 물었다. 속으로, 없다는 걸 알면서 왜 물어? 하면서 없다고 했다. 결국 데리고 오라는 교수의 부탁인 듯한 명령에 욕이 나왔던 것이었다.

 내려가자고 할 때 같이 내려왔으면 이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가시나... 우리나라 고분, 왜 니가 사생결단이냐?... 속으로 비 맞은 중처럼 투덜댔다.

 가을이 깊었는데도 하늘이 뚫렸는지 억수 비가 퍼붓고 있었다.

 비만 안 온다면야 나 말고도 고소하다는 듯이 킥킥대는 이 인간들이 나서서 갈 텐데,

 일본 말이 능통하다는 죄로? 아니 일본어를 못했다면 유적지 발굴단에 통역 겸 보조 조사원으로 끼지도 못했겠지만, 그래도 이 건 경우가 아니지, 이 비에 말이야...

 양말 사이에 바지를 끼우고 일어서자 500원짜리 비옷 두 개와 랜턴이 어느새 둥근 양철판 위에 올려져 있었다.

 

 - 손발이 착착 맞네, 착착 맞아, 그래 전우를 지옥에 내몰아라...

 

 비옷을 입으면서 한마디 던지고 불판 위에 올려져 있는 생삼겹살 한 덩이를 젓가락으로 집으려는데,

 

 - 선배, 아직 덜 익었어요, 선배는 파삭 익혀야 먹잖아요?

 

 생삼겹살 대신 술잔을 들어 입에 털어 넣었다.

 풀 섶 바위 뒤에서 엉덩이를 까고 볼일을 보던, 선배 덜 익었어요,

 하던 후배 서민교의 허연 엉덩이 그림이 갑자기 떠올라

 젓가락을 내려놓았던 거였다.

 

 민교는 고개를 돌려 우물쭈물하는 나를 발견했다.

 민교가 놀라 일어났다. 치마가 내려와 허연 엉덩이는 자연스럽게 가려졌다.

 

 - 내 허연 엉덩이를 훔쳐봤죠? 선배는 변태, 선배는 관음증 환자,

  선배는 성도착증 환자예요!

 

 민교가 나를 멧돼지 몰이하듯 물고 늘어졌다.

 

 - 난 그게 니 엉덩인 줄은 몰랐다, 거무틱틱 해서 멧돼진 줄 알았어, 미안...

 - 네?!

 

 시니컬한 내 반응에 민교는 얼굴이 새파래지며 당황했다.

 충격이 컸던 것 같았다. 그 뒤부터 그 일에 대해 일절 캐묻진 않았지만 대신 나에게 시시콜콜 시비가 잦았다. 그걸 감수했다. 허연 엉덩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거무틱틱 한 멧돼지라고 표현한 내 잘못이 컸다. 대책 없이 비대한 여자도 거무틱틱 하다고 하면 기분이 나쁠 텐데 나름 뭇 남성들로부터 시선을 받던 맵시녀에게 그런 치욕적인 표현을 했으니 당해도 싸다고 스스로 인정해 시비를 받아줬다.

 나를 좋아하나?...

 한때는 그런 생각도 했지만, 민교에겐 애인도 있었고 내 스타일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나는 넌지시 던지는 추파엔 벽창호였다. 그러니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식당 문을 나섰다.

 바람까지 동원한 억수 비가 얼굴을 때렸다.

 

 일제 강점기 1917년부터 이마니시 류(今西龍)가 45기의 고분을 조사해 발굴했던, 말이산 4호와 25호 고분 사이에 교묘하게 숨겨진 고분이 최근에 발견되었다. 언론이 눈치 못 채게 입단속을 시켰고, 경남 사학계에서도 쉬쉬했다. 발굴 경비가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발굴 경비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에 유출되면 하이에나나 다름없는 도굴꾼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덤벼들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언론은 말이산 4호 및 25호 고분 발굴 100주년 기념행사 이벤트 정도로 여겨 3단 기사로 끝냈다. 일본 유학파며 일본 고분 학계와 친밀한 가야 고분의 권위자 우리 학교 조달호 교수가 재빨리 움직였다. 신속하게 한일 공동발굴단이 꾸려졌다. 모든 비용은 일본 측에서 부담하는 걸로 했다. 물론 내 페이도 두둑하게 측정되었다. 좀처럼 드문, 아주 예외적으로 통역과 고분 조사원 페이를 나눠서 지급한다고 했다. 이건 분명 횡재였다.

 항상 쥐꼬리만 한 발굴 경비가 책정되기에 임금 짜기로 소문난 고분발굴단이 이런 파격적인 제안은 전례가 없는 역대급이었다.

 

 일본어를 할 줄 아는 나는 당연히 교수의 추천으로 통역 겸 보조 조사원으로 발굴단

 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말이 보조 조사원이지 일본 측 심부름꾼이었다. 페이만 두둑하다면 심부름꾼이면 어떠랴... 삼빡한 여 조사원들이 많으면 금상첨화고...

 ‘말이산 4호 및 25호 고분 발굴 100주년 한일학술 세미나’ 거창한 타이틀을 걸고 비밀리 진행된 유물 발굴이었다.

 

 거센 바람과 함께 동반된 억수 비가 얼굴과 등줄기를 때렸다.

 식당 나설 때부터 기웃기웃하던 날이 고분 들어설 무렵 어두워졌다.

 랜턴을 켜고 오솔길처럼 난 길을 시름시름 올라갔다.

 비옷을 뚫고 들어온 비는 금세 옷을 후줄근하게 적셨다.

 황톳길은 미끄러웠고 신발은 푹푹 빠졌다.

 걷기가 엄청 힘들었다.

 몇 번 넘어질 뻔한 위기를 겪었다.

 신발끈...

 빗물을 한껏 머금은 풀밭에 발을 디디자 운동화에 빗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아, 시펄, 졸라 이게 뭐야...

 발을 털며 몇 번 욕을 되뇌었다.

 그렇게 약 30분을 걸어가자 희끄무레한 그림자가 보였다.

 이시하라 유우였다.

 조금씩 다가갔다.

 고분(古墳)은 길에서 벗어나 약간 경사진 곳에 자리 잡았다. 유우는 발굴을 거의 끝마친 직사각형 앞트기 돌덧널 석곽(石槨) 고분 속에 있었다.

 직경 20여 미터의 둥근 고분을 4등분을 해 사람 하나 겨우 다닐 정도로 둑처럼 길을

 내고 차곡차곡 파 내려갔다. 위에서 보면 구부러진 열 십자로 보였다. 깊이는 1m 30에서 2m 정도 됐다.

 석곽묘에서 약간 벗어난 공터에서 유우는 쪼그리고 앉아 부드러운 솔로 뭔가를 털어내고 닦아내고 있었다.

 고분 둘레는 폴리스 라인처럼 줄을 쳐 일반인 출입을 막았다.

 유우와의 거리를 대여섯 발자국 남겨두고 섰다. 저벅저벅 하는 발자국 소릴 들었을 텐데 유우는 돌아보지 않았다.

 랜턴 불빛을 유우 등을 비추자 그때 일어나서 돌아봤다.

 빗물에 옷이 달라붙어 몸의 굴곡이 드러났다. 내려보기가 민망해서 약간 정면으로 바

 라 봤다.

 

 - 누구... 몽대 씨?...

 

 알면서 왜 묻냐, 가시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 이 정도면 지랄발광입니다...

 

 짜증 섞인 목소리로 툭 던졌다.

 

 - 그 지랄발광 덕으로 귀한 걸 건졌거든요...

 - 귀해 봐야 토기 쪼가리면서...

 

 내가 중얼거렸다.

 

 - 사진 좀 찍어 주세요...

 

 유우 두 손엔 발굴한 유물이 들려 있었다.

 내가 핸드폰을 꺼냈다.

 

 -아니 내 핸드폰으로.

 

 유우 목소리가 단호했다.

 움찔하며 내가 망설였다.

 새로 발굴한 고분의 석곽묘 바닥은 넓적한 돌로 놓여 있지만 나머진 온통 황토 바닥이었다. 그래서 빗물을 흠뻑 머금은 황토가 질펀해져 디디면 뻘이 될 거고 혹 미끄러져 자빠지면 뻘 구덩이에 처박혀 황토 머드팩 할 게 뻔했다. 또 하나 망설여진 건 순간 기분이 묘했기 때문이었다. 내 핸드폰으로 찍어 자기 핸드폰으로 보내면 되는데 굳이 자기 핸드폰으로 찍으라는 이유는 뭘까? 자기 핸드폰에 보내지 않을까 봐하는 일말의 의구심인가? 아니면 내 핸드폰에 획기적인 유물 발굴 사진을 남기기 싫어서 그랬을까? 유물 증빙(證憑) 사진을 비뚤어진 마음에 약속을 어기고 유우에게 전송 안 하고 오리발을 내밀까 봐? 하긴 현장에서 밖으로 나간 유물이 이곳에서 발굴됐다고 유우 단독으로 아무리 떠들어도 현장에서 사실 증명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학계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현장이 중요했고 역사학계, 특히 고고학계는 고리타분했다. 그래서 발굴한 유물을 양손에 움켜쥐고 누가 올 때까지 이 장대비 속에서 현장을 떠나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그래도 유우가 내게 보인 태도가 이 세계의 불문율이라고 해도 기분은 찜찜했다.

 나를 못 믿나? 믿을 건 또 뭐 있나? 언제 봤다고, 스스로 의기소침해졌다.

 하긴 사전 답사 통역으로 한 번 만나고, 그리고 발굴단으로 약 보름 정도 같이 행동

 한 게 전부였으니까...

 천천히 조금 조금씩 약간 경사진 둔덕을 내려갔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찍찍 발이 미끄러졌건만 겨우 몸의 균형을 유지했다. 돌덧널 돌무덤 안으로 내려설 무렵 어~어 쭉 미끄러지며 유우와의 간격이 1m 정도 됐다. 랜턴 불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췄다.

 눈이 얼굴 반을 차지할 정도의 큰 눈에 초롱한 눈빛, 쫑긋한 콧날, 암팡진 입술...

 지성과 미모 어쩌구 할 때 어울리는 얼굴이었다. 쉬운 상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목곽묘 안에서 발굴한 유물을 양손에 들고 서 있는 유우는 들떠 있었다. 흥분과 감격이 얼굴에 역력했다. 비 때문에 새파랗게 질려야 하는데도 얼굴에 홍조를 띤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 이건 직호(直弧) 무늬의 토기 조각이고, 이건 부뚜막 토기예요...

 

 별 관심이 없는 나는 그래서 어쩌라고? 속으로 말했다.

 막대한 경비를 지출한 보람이라도 얻었다는 뜻이겠지, 오늘 발굴 마지막 날이니까, 얼

 마나 극적이냐...

 

 - 빨리 사진 찍어 주세요, 핸드폰은 이쪽 주머니에 있어요...

 

 몸을 틀어 뒤태를 보여줬다.

 빗물이 묻은 바지는 선명한 팬티 선을 드러냈다.

 엉덩이가 오리 궁둥이처럼 몸에 올라붙어 다리가 길어 보였다.

 166~7cm 정도의 키가 늘씬해 보였다.

 육덕(肉德)지지는 않았지만 글래머러스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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