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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악마와 싸우는 안티히어로

 
용천(龍泉)과 직호문녹각제도장구(直弧文鹿角製刀裝具)를 찾아라
작성일 : 24-04-14 23:17     조회 : 17     추천 : 0     분량 : 4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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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화(100화)

 용천(龍泉)과 직호문녹각제도장구(直弧文鹿角製刀裝具)를 찾아라.

 

  크리스털한 너무나 크리스털한 푸른 바다를 꿈꾼다며 칠한 푸른 벽을 뻥! 쳤다. 주먹이 으스러질 정도로 아팠지만, 벽은 끄떡없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벽을 자세히 살펴도 벽은 독야청청(獨也靑靑)했다. 유치하다고 소리를 들은 그 푸른 벽은 세월의 때만 묻어 있을 뿐 흠집 하나 없이 그대로였다. 그런데, 왜?

 

 사람이 극한상황이 닥치면 자기도 모르는 초인적인 힘이 생긴다는 말이 정말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말 말고는 딱히 결론 내릴 건더기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근데 왜 나냐? 아니면 이시하라 유우? 아니면 사람을 잘못짚었나? 나 같은 놈을 누가 해치냐? 뭘 얻을 게 있다고... 그러면 이시하라 유우? 조교수 말대로 그렇게 대단한 집안이면 동네가 시끄러울 텐데... 한일(韓日)은 물론 전 세계가 긴장할, 그런 무덤 팔 짓을 왜 할까? 아까 보니 자식들 세련되지 못하고 좀 어설프던데...

 

 아니면 스에마쓰 가문이? 난 약속을 어긴 적이 없는데... 오히려 나를 보호하면 모를까? 온갖 의문투성이의 잡다한 생각을 하다 보니 머리가 또 깨질 듯이 아팠다. 환상과 일류젼이 마구잡이로 떠올랐다. 머리를 싸잡고 침대에서 뒹굴었다. 서랍을 뒤졌다. 타이레놀을 물도 안 먹고 침으로만 삼켰다. 아프던 머리가 차차 맑아졌다. 침대에 누워서 천정을 멍하니 쳐다봤다. 내방에 야광 북두칠성을 붙인 사촌 동생 미츠토시가 떠올랐다. 많이 컸다고 엄마에게 들었다.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마시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멍하니 앉아 있는데 갑자기 뭔가 떠올랐다. 뿌연 연기 속에 있던 희미한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는 것처럼 뭔가 손에 잡힐 거 같은 느낌이 왔다. 퍼즐의 한 부분을 맞추는 것 같았다. 퍼즐의 한 조각을 찾으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콜택시를 불렀다. 택시를 타고 부산 가야 집을 향해 갔다.

 

  * * *

 

 (E) 달그락, 달그락~

 

 그리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E) 달그락, 퉁퉁~, 달그락, 퉁퉁~

 

 나는 그 소리에 눈을 떴다.

 초여름인데 추위를 느꼈다.

 분명 더 큰 소리가 날 것이다.

 

 - 달그락, 우당탕!, 달그락, 우당탕!~

 

 늘 그랬다.

 처음엔 작게, 다음엔 제법 크게, 그다음은 더 큰 소리가 났다.

 

 소리가 난 곳은 다락이었다.

 다락방에서 나는 소리 때문에 궁금증만 증폭되었지만,

 다락에 올라갈 용기가 선뜻 나지 않아서다.

 

 안 사면 아들이 바보가 되는 줄 알고 덜렁 할부로 샀지만, 말짱한 동화책, 저학년용 참고서와 교과서, 아버지가 보던 낡은 책과 한참 철 지난 구형 가전제품과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물건들, 제사 때 필요한 용품들, 그리고 온갖 잡동사니가 가득 찬 다락에서 나는 소리였다.

 

 겁이 났다.

 겁이 나면 나는 어김없이 베개를 들고 안방을 찾았다.

 안방 문을 열었다.

 누운 그대로 자는 아버지와 몸부림이 심한 어머니가 자고 있었다.

 나는 아버지와 엄마가 자는 모습을 보며 그렇게 서서 기다렸다.

 방 주인의 허락을 받아야 할 거 같아서였다.

 

 - 용감한 아들, 왜?...

 - 아부지, 다락에서...

 - 내 옆에 오너라.

 - 응...

 

 불이 꺼진 깜깜한 방.

 보름달이 뜬 달밤.

 창문을 통해 들어온 달빛에 방이 훤히 밝았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먼지가 켜켜이 쌓인 다락방에 얽힌 전설이 갑자기 생각났다.

 

 - 아버지, 증조할아버지 직업이 고물상이라고 했지?

 - 명색이 고물상이고 실은 골동품 수집상...

 - 명색이 골동품 수집상이고 실은 도굴꾼이네.

 - 음, 엄밀히 따지면 그렇지, 일본인 전주(錢主)가 돈을 대면 필요한 거 구해주거나 도굴을 해서 갖다줬지, 근데 귀한 거는 있어도 없다고 했대... 먹고 살려다 보니...

 - 아버지는 참, 증조할아버지라고 편드네, 한마디로 매국노지, 우리나라 유물을 도굴해서 팔아먹었으니까.

 - 야, 그러지 마라, 증조할아버지 처음엔 그러시다가 나중엔 독립운동하셨어, 일본 놈 두 명을 죽이고 도굴 못 하도록 고분을 위장했대, 창녕 63호 고분이 바로 그거야, 도굴 흔적이 전혀 없이 온전히 보존됐다고 하잖아, 다 증조할아버지 덕이지...

 - 그래도 도굴꾼인데 뭐...

 - 그때 발굴한 귀한 유물은 숨기고, 저기 블라디보스톡 들어봤지? 연해주 고려의용군에 들어가 일본 놈들과 피 터지게 싸웠어.

 - 빨갱이야?

 - 어허이, 그때는 그런 거 안 따졌어, 사회주의자든, 민족주의자든, 아나키스트든 일본 앞잡이만 아니면 무조건 일본 놈들과 싸웠어, 조국과 민족을 위해 싸우는데 이데올로기가 뭔 소용 있어, 안 그래?

 - 몰라, 내가 그때 없었으니까, 증조할아버지께 유일하게 물려받았다는 그 귀한 유물이 다락방에 있다는 낡은 나무 상자지?

 - 응, 보기나 했어?

 - 아니, 아버지가 나한테 몇 번 말하긴 했지만, 관심이 없는데 그걸 왜 봐...

 - 한 번 보지, 증조할아버지 냄새도 맡을 겸...

 

 지금도 잊지 못한다. 당시 아버지의 실망한 눈빛을...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바보 같은 놈... 멍청한 자식... 그 당시 난 한심한 놈이었다. 지금도 별반 다를 바 없

 지만... 증조할아버지와 할아버지께 미안했다. 그때는 역사 이런 거 싫었다. 오직 힙합과 나얼에 빠져 있었으니까, 어떻게 하면 성제의 괴롭힘에서 벗어날까 온통 그 생각뿐이었으니까, 내 말이라면 무조건 다 들어주시던 아버지도 다른 건 양보해도 대학은 절대로 사학과 아니면 안 된다고 고집했다. 그래서 일본에서도 비록 한 학기 다녔지만, 일본사를 전공했고, 한국 와서도 사학(史學)을 전공했던 거였다. 사람이면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 아버지의 표면적인 지론(持論)이지만 지금 생각하면 어렴풋하나마 증조할아버지의 유업(遺業)을 내가 물려받았으면 하는 바람인 것 같았다.

 

  * * *

 

 집에 도착하자마자 잡동사니로 가득한 다락방으로 올라갔다. 후레쉬를 입에 물고 처박아놓은 잡동사니와 골동품, 버리기 아까워서 처박아둔 낡은 책들을 뒤져서 용문양(龍文樣)을 수놓은 아주 오래된 50cm 정도 돼 보이는 나무상자를 찾아냈다. 견고한 자물쇠로 채워져 있었다. 언젠가 아버지가 들려준 증조할아버지의 유품이었다. 증조할아버지로부터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나까지 전해 내려온 유일한 유산이었다. 너에게 줄 테니 너도 너 자식에게 물려주라고 했던 그 나무상자였다. 급한 김에 십자드라이버로 자물쇠를 뜯어냈다. 뚜껑을 열었다. 직호문녹각제도장구(直弧文鹿角製刀裝具)에 장착된 비검 용천(龍泉)이 상서(祥瑞)러웠다. 황금빛을 발했다. 눈이 부셔 못 뜰 만큼 빛났다. 명검 용천(龍泉)이 세상에 등장한 순간이었다.

 

 여기 있네, 이시하라 유우가 사생결단 찾아 헤맸던, 직호문녹각제도장구(直弧文鹿角製刀裝具), 내가 왜 이제야 알았을까? 나 스스로 나의 멍청함에 화가 났다. 쪼다, 쪼다, 하며 내 머리를 쥐어박았다. 아버지 말대로 용천의 손잡이는 잉어 모양을 했다. 손끝으로 만졌다.

 

 (E) 웅~ 웅~

 

 들릴 듯 말 듯 한 신묘한 기운의 소리가 다락방을 감쌌다. 신비로웠다. 그 직호문녹각제도장구가 지금 내 손아귀에 있다. 활처럼 굽은 선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말이산 49호 고분에서 우연히 내가 발굴한 아니 발견한 직호문녹각제도장구는 세월의 무게에 못 이겨 많이 부식(腐植)되고 삭아서 직호 문양도 옅어져 전문가가 아니면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비검 용천(龍泉)을 장착한 이 직호문녹각제도장구는 방금 만든 것처럼 녹각도장구(鹿角刀裝具)에 활 문양이 생생하게 새겨져 형태 그대로 보존이 잘되어 있었다. 나는 직호문녹각제도장구에 꽂힌 용천(龍泉)을 뽑지 않고 찬찬히 살펴봤다. 그러면서 이시하라 유우가 왜? 이걸 찾으려고 혈안이지? 의문은 궁금증을 유발했다. 수박 겉핥기식 얼치기 사학가인 내가 어떻게 알겠나, 스스로 디스했다. 그리나 여러 가지 추론할 수 있는 퍼즐을 맞춰보며 깊은 회상(回想)의 상념에 빠졌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소주 한 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찌르르 오장육부를 타고 흘렀다.

 약간의 몸서리가 났다. 이 맛에 먹는다고 했나...

 붉은 레벨의 25도짜리 소주병을 들어 두 잔을 채울 때

 핸드폰이 울린 거였다.

 흔히들 쓰는 핸드폰 벨 소리가 아니라 집 전화기에 통상 쓰는 벨 소리라 특이한지 동

 료들이 무심결에 나를 쳐다보다가 바로 외면을 하고 하던 짓을 했다. 바깥에 퍼붓는

 비 때문일 것이다.

 

 - 네...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 씨펄.

 

 입에서 욕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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