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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악마와 싸우는 안티히어로

 
늦었지만 추억의 병영 시절
작성일 : 24-04-08 22:36     조회 : 20     추천 : 0     분량 : 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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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5화

 늦었지만 추억의 병영 시절.

 

  - 식사 당번할 사람...

 - 훈병 조몽대!

 - 조몽대? 으하하하! 조몽둥이라고 놀렸겠네, 큭큭...

 

 5 중대원들도 이때다 싶어 폭소를 터뜨렸다.

 나는 한 두 번 놀림을 당한 것이 아니라 무심한 표정으로 눈만 끔벅거렸다.

 

 - 좋아, 우리를 즐겁게 했으니까, 니가 식사 당번 해.

 

 나이도 나보다 두세 살 어린 하사 계급장을 단 교관이 내 이름 가지고 놀렸던 게 미안했던지 그 즉시 식사 당번을 시켰다. 식사 당번이라고 해서 취사 당번이 아니라 밥을 식당에서 식판에 타 와서 같은 내무반 훈련병들에게 배식하는 게 전부였다. 내가 식사 당번을 하는 이유가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꼬들꼬들한 밥을 마음껏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먹을 밥은 한쪽 구석에 남겨 놓고 나머지 밥은 밥주걱으로 섞어서 배식하면 끝이었다. 밥은 언제나 푸짐하게 먹었다. 배고픔의 정도를 보고 밥을 남겨 놓았기에 배곯지는 않았다. 요즘은 배곯는 건 옛말이라 아무리 종일 배고프다고 일컫는 훈련병이라도 배 터지게 먹을 수 있었고, 짠밥이 먹기 싫어 안 먹어서 배고팠다. 심지어 군대 밥 맛없다고 팬티 속에 숨겨온 돈으로 PX에서 몰래 컵밥 같은 것을 사 먹었다.

 

 실로 횟수로 4년 만에 나의 조국 한국에 왔다. 배행기 트랙에서 내릴 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내가 무슨 독립투사도 아니고 감개무량했다. 조국이 광복되어 금의환향하는

 독립투사의 그런 북받치는 감정이 아니라도 4년을 중국 각지를 떠돌아다닌 오기가 충천해 치욕의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을 거 같았다.

 

 나는 귀국하자마자 바로 입대했다.

 아버지가 누굴 통해서인지 모르지만, 입영 연기를 시켜놨기에 문제없이 입대를 할 수 있었다. 같은 내무반 전우들과는 나이가 두세 살 차이가 났지만, 형 동생 하며 잘 지냈고 자대 가서도 가쿠슈인 대학 사학과와 일본어를 유창하게 할 뿐 아니라 중국어를 괜찮게 한다는 것이 독특하게 보였는지 아니면 여자들이 말하는 모성 본능을 일으키는 치명적(?) 매력 때문인지 연대 여군 정훈장교에게 찜을 당해 연대 정훈병이 되었다. 그러나 병과는 운전이었다. 일본에서 오토바이를 탔다고 하니까 차 운전이나 오토바이 운전이나 초록은 동색이라며 받은 병과였다.

 

 논산 훈련소에서 5주 훈련을 끝내자 후반기 교육은 홍천 야전 수송 교육대에서 운전병 교육을 받았고 자대는 속초 위 고성에 있는 연대에 떨어져 군용차 대신 수륙양용장갑차 운전병 보직을 받았다. 연대장에게 전입 신고를 하다가 내 이력을 들은 정훈 장교 나대위가 파견 근무 형식을 빌려 나를 정훈병으로 스카웃 한 거였다.

 

 정훈병이 되어서도 순탄하게 군대 생활을 했다. 일본에서의 생활을 MSG를 듬뿍 쳐서 설레발을 쳤더니 정훈장교 나대위는 눈물까지 흘리며 너무 재밌다며 나를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 든 보물단지 취급해 애지중지했다. 그 연대뿐 아니라 사단에서도 나대위를 마스코트(mascot) 취급했다. 연대장, 사단장이 육사 출신이었다. 특히 사단장도 나대위처럼 서울대 다니다가 갑자기 과외 금지령 때문에 과외로 돈을 벌 수 없어 육사로 간 케이스였다. 그래서 나대위를 자기 심복의 연대로 보낸 거였다.

 꼭 그렇지 않아도 나라도 금지옥엽 할만했다. 영민했고 미모도 출중했다. 군복이 잘 어울리는 삼빡한 솔져였다.

 

 나는 나대위 덕으로 정기휴가 말고 포상 휴가, 특박 등등 나갈 기회가 많았지만 일절 나가지 않고 정기휴가만 안 나갈 수 없어 억지로 나가 서울 등 돌아다니다가 겨우 며칠 집에서 자고 외할머니 집에서 주로 지냈다. 왜냐하면 부산에서의 악마 성제의 학교폭력으로 점철된 악몽이 되살아날까 봐하는 두려움과 성제의 방해로 같이 놀 친구가 없었기에 그랬다. 이럴 땐 쥰페이와 다이히토가 미친 듯이 생각이 났지만 연락할 수도 없고 연락 끊은 지도 오래되어서 일찌감치 연락을 포기했는데 새삼스럽게 연락한다는 게 체질에 맞지 않았다. 그나마 위안이 된 게 앞서서 말했듯이 나랑 나이가 비슷한 살 나대위가, 서울대 1년 다니다가 군복이 좋아 육사에 다시 들어간 나대위가 주말이면 부산까지 내려와 밥도 사주고 옷도 사주고 영화도 보여줬다. 대신 나는 뻥튀기한 구라를 엄청 버물린 나의 화려한 시절의 일본 생활을 들려주면 되었다.

 

 한번은 나대위가 거짓말이라고 했다. 아무리 힘이 좋아도 어떻게 성인 여자를 어깨에 태우냐고 했다. 나는 두 말도 하지 않고 나대위를 안아 어깨에 태웠다. 나대위 엉덩이도 거친 군사훈련을 받은 몸이라 단단했다. 군복 속에 든 젖가슴도 물이 올라 무르녹았다. 나대위는 으악~ 하며 내 어깨에 탄 채 내 머리를 손으로 휘감았지만, 기분은 나쁜 거 같지 않았다. 내가 허리를 잡고 내릴 때 내 눈을 뚫을 듯이 쳐다봤기에 그렇다. 그 눈은 나를 원했다. 근데 나는 외면했다. 아야코 때문이었다. 아직, 우리 헤어져, 라는 말을 듣지 않았기에 양심의 가책에, 아무리 나대위 눈이 나를 갈망한다손 치더라도 아야코를 배신할 수 없었다. 사실은 이상하게도 그 순간 왕사탕 빨다가 목에 걸린 것처럼 나대위에게 다음 행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기운이 나를 제어했다. 그때는 나름 내가 순진했던 거 같았다. 지금처럼 세속에 물들어 있었으면 이게 웬 떡인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대위를 요절냈을 텐데... 아 아깝네...

 

 그 뒤로 나대위는 나를 보면 다소곳하거나 반 경어체를 썼으며 아니면 얼굴을 숙인 채 슬금슬금 피했다. 방송실은 두 평 남짓했는데 어쩌다가 둘만 있으면 굉장히 어색해했다. 그러다가 뭘 깜빡 잊었다며 나가버렸다. 근데 문제는 그땐 나대위가 왜 그러는지를 몰랐다. 워낙 내가 벽창호였기에 눈치가 없었다.

 

 안락동 부산 9 보충대에서 전역 신고식 할 때 동기에게 들었다.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나대위가 나를 짝사랑한 거 같았다고 내가 전역할 때 휴가를 내고 B.O.Q (장교 숙소)에 처박혀 몇 날 며칠을 꺼이꺼이 울고는 전방으로 자원해서 전투부대 중대장으로 갔다고 했다. 그 말 듣고 양심이 조금 찔렸다. 너무 나를 미화시킨 게 걸렸기에 그랬다.

 

 그 뒤에 머리를 스치며 깨달은 게 있었다. 내가 M.S.G를 쳐 꾸며낸 나의 화려한

 일본 학창 시절을 재색을 겸비한 나대위가 이미 그 실상을 알고 있었을 거라는 거였다. 나대위는 단지 내 학창 시절이 궁금한 게 아니었고 내가 궁금했던 게 아닌가,

 하는 뒤늦은 깨달음 말이다.

 눈에 콩깍지가 씌었는데 뭘 뇌까려도 신기하고 재미있을 수밖에 더 있겠어...

 

  * * *

 

 화왕산 청화사를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렸다. 인근에 남녀공학 고등학교가 있는지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지지배배 떠들며 교문을 빠져나왔다. 밝았다. 솜털 얼굴은 근심 걱정이 없어 보였다. 저들 속에서도 학교폭력이 존재할까? 그런 건 없어 보였다.

 부러웠다. 아침에 학교에 가는 게 소가 도살장에 끌려가는 거보다 더 싫었으니까...

 그때는 매일 어떻게 죽는 게 충격을 던지며 죽는 걸까를 연구했는데...

 제발 너희들은 그런 악몽을 꾸지 않는 낭만 가득한 학창 시절을 보내기를 바란다.

 

 버스가 왔다. 탔다. 맨 뒷줄 앞 2인석에 앉았다.

 몇몇 남녀 학생도 탔다. 안과 밖에서 잘 가라고 손을 흔들었다.

 창가에 앉아 재잘거리는 학생들을 무심결에 내려다봤다.

 버스가 움직였다. 바깥 풍경을 보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 이봐요, 이 봐, 안 내려요? 거기 뒤에 아저씨~ 다 왔어요, 종점~

 

 기사 아저씨가 소리쳐 나를 깨웠다.

 

 - 여기가 종점이요?...

 - 야...

 

 화왕산 청화사 부근 시발점이자 종점으로 쓰는 넓은 도로에서 버스를 내렸다.

 

 화왕산과 연결된 송현동 고분을 향해 어슬렁거리며 걸어갔다. 고분을 지나 문제의 숲속으로 들어갔다. 공기가 확실히 달랐다. 신선했다. 이래서 산에 신선이 사나... 혼자 바보같이 킥킥대며 올라갔다. 풀을 헤치며 기억을 더듬으며 허연 엉덩이를 발견한 바위를 찾았다. 바위는 풀숲에 삐죽 솟아 눈에 잘 띄지 않았지마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바위 옆에 굵은 밤나무 대여섯 그루가 양쪽으로 호위하듯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밤나무를 발견하고 가까이 갔다. 여기저기 무르익은 밤송이가 떨어져 입을 벌렸다. 발로 밤송이를 밟아 비틀었다. 밤송이를 감싼 가시가 벌어졌다. 밤만 꺼냈다. 이빨로 깨물면서 풀을 헤쳤다. 이 부근이다 싶어서 둘러봤다.

 깜짝 놀랐다.

 바위를 등지고 풀에 가려졌지만 뭔가 눈에 확연히 박혔다. 몇 번을 눈을 감았다가 보고 눈을 손등으로 씻어서 봐도 틀림없었다.

 허연 엉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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