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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악마와 싸우는 안티히어로

 
중국 만저우리(Manchouli, 滿洲里)에서 나를 발견하다
작성일 : 24-04-07 22:33     조회 : 20     추천 : 0     분량 : 4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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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4화

 중국 만저우리(Manchouli, 滿洲里)에서 나를 발견하다.

 

  자신에 자격지심이 만연해지자 방탕까지는 아니지만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중국에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가지고 온 돈 아껴 쓰지 않고, 물론 딱 이 정도 주라고 정해준 돈이지만 그나마 넉넉해서 그럭저럭 헤프게 쓰며 살았다.

 방방곡곡으로 돌아다녔다. 한국인이나 일본인들이 많이 관광 가는 장가계나 구채구 등 유명 여행지나 한국인이나 일본인들이 많이 찾는 베이징, 상해 등 대도시와 연변 등 한국말이 통용되는 곳은 피했다. 여행이나 관광지로 잘 알려지지 않은 중국 오지를 주로 다녔다. 딴 이유는 없고 한국인이나 일본인 중에 아는 사람을 만나면 쪽팔릴 거 같아서 그랬다. 숫기가 없는 것도 있겠지만, 아마 자격지심일 공산이 컸다.

 

 돈이 다 떨어지자 가쿠슈인 대학을 다닐 정도의 실력을 지닌 일본어라는 것과 한국인이 가르치는 한국어를 내세워 사설학원 문을 두드렸다. 그 일도 대도시를 떠나 중국 변방 도시를 찾았다. 대도시엔 나보다 실력이 뛰어난 강사가 많기에 그랬다. 단번에 강사로 채용이 됐다.

 

 일본하고는 완전히 끊었다. 일본의 누구에게도 연락하면 안 된다는 조건이라고 작은아버지가 말하지 않아도 이렇게 된 이상 일본의 지인과 연락하라고 해도 하고 싶지 않았다. 나로 인해 친구들의 신변 문제도 걸렸지만, 솔직히 약간의 섭섭함도 작용했다. 느닷없이 이런 일을 당했는데 누구도 수수방관인가? 하는 옹졸한 생각과 중국에서 산전수전 겪으며 힘들게 버텨가자 세상에 대한 환멸과 모두에 대해 원망스러움이라고 할까, 내가 뭘 잘못했지? 내가 태어난 한국에서도 학폭을 당해 도피한 일본에서도 이유도 모르고 쫓겨나야 하는 이 기구한 인생 자체가 지랄맞았다. 아무튼 기분이 더러웠고 구역질 났다.

 

 - 윙!, 윙! 윙! 윙!

 

 진동의 촉감이 허벅지에 느껴졌다. 핸드폰을 꺼내 봤다. 엄마였다.

 받을까 말까 망설였다.

 

 - 10분간 휴식 들어가겠습니다...

 

 나는 끊어지면 그만이다는 심정으로 천천히 꾸물거리다가 학원 복도에 나와

 마지못해 전화를 받았다.

 

 - 예...

 - 아들, 뉴스 봤나?

 - 뭔 소리요?

 - 인터넷 봤냐고, 아들?

 - 뜬금없이... 일하고 있잖아요...

 -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토꼈다.

 - 누가 토껴요?

 - 성제 그 새끼가, 야반도주 했다고, 아따 마, 10년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가네...

  너거 아부지랑 좋아 죽을 거 같아서 얼싸안고 춤을 췄다.

 - 수업 중이거든요, 나중에 전화 합시다...

 - 그래? 휴강해라, 아니 때리차라, 아들, 인제 넌 돌아올 수 있다, 아이가, 흐윽...

 - 끊습니다...

 

 길게 통화하면 엄마의 눈물바다는 뻔한 거라

 서둘러 전화를 끊고 사무실로 향했다. 공용으로 쓰는 인터넷을 켰다.

 검색했다. ‘철옹성이 무너지다’ 부산에 근거지를 둔 신문사의 1면 기사가 떴다.

 유전자감식기법이 진일보하여 장성제를 부산 구봉산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비밀리 수사 중이었는데 추가로 마약 복용까지 들통나 검거하러 가자

 낌새를 알아차린 장성제가 그 즉시 미국으로 도피했다는 기사였다.

 

 - 장(蔣) 원장, 담배 하나 피웁시다...

 

 난로 가에 앉아 담배를 피우던 30대 중반의 사설학원 여 원장이 내 말을 받았다.

 

 - 근데, 조선생 담배 피지 않잖아요?

 - 장 원장이 너무 맛있게 피워서...

 - 그래요? 자, 마음대로...

 

 몽골 접경지역 만저우리(Manchouli, 滿洲里) 겨울은 정말 추웠다. 그런데도 빨간 미니스커트에 다리까지 꼰 싱글맘 원장이 끈적한 눈길로 담뱃갑을 던져줬다. 공자의 나라 중국인데 이 나라 여자들은 조심성이 없었다. 남자가 앞에 앉아 있는데도 살이 튼 허벅지를 예사로 보여줬다. 특히 치마 입고 허벅지가 보이든 말든 자전거를 타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는 건 확실히 중국 여자들이 조심성이 없었다. 변두리 화장실은 남녀가 분리되어 있지 않고 한 곳에 있는 거 봐도 그렇다. 거기에다 지붕까지 없었다. 처음엔 얼마나 당황했는지... 참다가 변비까지 생길뻔했다.

 

 가슴 저 깊은 곳까지 담배 연기를 빨아 내뿜었다.

 이미 담배 연기로 흐린 대여섯 평 사무실 안이 내가 내뿜는 담배 연기로

 더 흐리멍덩해졌다.

 

 - 선생님, 차가 뒤에서 받았다가 맞아요, 박았다가 맞아요?

 

 사무실로 들어온 미스 구의 질문을 듣고 나는 미소를 지었다. 공책에다 글을 비틀비틀 적어왔다. 미스 구는 조선족이 아니라 연해주에서 넘어온 중국 교포다. 한국말은 그런대로 해도 한글은 서툴렀다.

 

 - 미스 구부터 말해 봐...

 

 뜨거운 수태차를 마시며 미스 구의 질문에 반문(反問)했다. 내가 먼저 물었잖아요, 해야 하는데 그 말을 머릿속에서 못 찾는 거 같았다. 새까만 눈동자만 굴렸다. 홍조 띤 얼굴은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이 지방 날씨가 워낙 추워서 그렇다. 얼굴은 기본 화장조차 하지 않아 텄다.

 

 - 차가 뒤에서 받았다... 근데 뒤에서 박았다도 맞는 거 같고...

 

 지난 여름이었다. 퇴근하다가 교실을 지나치는데 미스 구가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우는 것 같았다. 들어가서 앞에 앉았다.

 

 - 미스 구, 안 가? 다들 갔는데...

 - 선생님은 범죄자예요?

 - 아니...

 

 미스 구가 대뜸 얼굴을 들어 물었다. 두 눈엔 눈물이 번졌고 붉었다.

 

 - 나쁜 남자이에요?

 - 그건 모르겠는데, 범죄자는 아니야...

 - 범죄자가 나쁜 남자잖아요?

 - 친구들이 내가 범죄자래? 그래서 싸웠고?

 

 뾰루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증조할아버지가 범죄자야?

 - 아뇨, 독립투사예요...

 - 증조할아버지가 나쁜 남자야?

 - 모르겠어요, 독립운동한 건 확실해요...

 - 증조할아버지가 조국에 가고 싶어도 못 갔지?

 - 네, 처음엔 일본 놈 때문에, 다음은 친일파 놈들 때문에요...

 - 그럼 날 이해할 수 있겠네?

 - 선생님은 독립투사에요?

 - 아니, 독립투사는 아닌데, 진짜 범죄자가 날 범죄자로 만들었지...

 - 가짜 범죄자네...

 - 그래, 그게 편해...

 - 그래서 한국에 가고 싶어도 못 가는구나...

 

 나는 씩 웃었다. 미스 구도 웃었다. 덧니가 살짝 보이는 얼굴이 매력이 있었다. 미스 구는 코리안 드림을 꿈꿨다. 산업 연수생으로 한국에 가기 위해 나에게 한국어를 배웠다. 미스 구는 독립투사의 증손녀다. 해외 유공자 가족이지만 한국으로부터 아무것도 도움을 받은 것이 없었다. 심지어 한국에 정착하고 싶어도 못 한다. 증조할아버지가 북한 정부 수립 때 잠깐 북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다는 게 발목을 잡았다. 한마디로 공산주의자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산업 연수생이라도 뽑혀서 한국에 가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쉽지 않았다. 우선 한국말과 한국어를 쓰고 말할 줄 알아야 했지만, 돈도 있어야 했다. 브로커의 농간 때문에 돈이 당락을 결정했다. 길은 하나였다. 증조할아버지가 독립운동했다는 증거만 있으면 산업 연수생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증조할아버지가 부산에서 우체국을 폭파하고 3.1 절 때 태극기와 3.1 독립 선언문을 삼일교회 옥상에서 뿌렸다고 했다. 세 사람이었는데 한 사람은 농부로 변장해 있다가 잡혀서 모진 고문 끝에 감옥에서 죽고, 또 한 사람은 현해탄을 건너는 배에서 발각이 돼 일본 경찰에게 칼 맞아 죽었다고 했다. 거사를 앞두고 찍은 증조할아버지의 사진만 달랑 한 장 있었다. 담당 공무원이 그랬다. 거사를 앞두고 찍은 사진인지 심심해서 찍은 사진인지 어떻게 아느냐는 것이었다. 증조할아버지가 독립투사였다는 증거나, 증인이나 증명할 자료를 가지고 오라고 했다. 그 당시 신문 기사를 어렵사리 구해 갔더니 누구누구는 서대문 형무소에서 죽었고, 누구누구는 여객선 갑판 위에서 일본 경찰에 저항하다 칼 맞아 죽었다는 게 기사에 나오는데, 성명 미상(未詳)의 또 한 사람은 무사히 연해주로 탈출한 거 같다는 기사만 있을 뿐 이 성명 미상이 당신 증조 할아버진 줄 어떻게 아느냐는 것이었다. 성명 미상이 증조할아버지인지 증빙할 자료를 가지고 오라고 한국 대사관에서 말했다고 했다. 그걸 어떻게 증명하냐고 하니 그러면 한국에 갈 수 없다고 했다. 증조할아버지가 연해주의 유명한 독립투사로 이름을 떨친 그분이라고 해도 한국 대사관에서 그건 모르겠고 유명한 독립투사라는 증빙자료만 가져오라고 했다. 그러면 한국에 보내주겠다고 했다.

 내 입에서 욕이 나왔다. 누가 나는 유명한 독립투사다라고 표찰(標札) 달고 독립운동 하느냐고...

 

 미스 구뿐 아니라 내가 방을 얻어 사는 집은 국군포로의 아들 집이다. 북한을 탈출해 몽골과 중국의 한국 대사관에 귀국을 타진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회담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니 다시 북으로 들어가라고 하더라 했다. 그래서 다시 북한으로 갈 수 없어 만저우리에 눌러앉았다고 했다. 디아스포라(Diaspora : 강제 이주민)가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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