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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악마와 싸우는 안티히어로

 
내가 언제 화려한 시절을 꿈꾼 적이 있었나?
작성일 : 24-04-06 14:40     조회 : 17     추천 : 0     분량 : 4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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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3화

 내가 언제 화려한 시절을 꿈꾼 적이 있었나?

 

  아야코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 내가 전화나 문자를 해도 응답이 없었고 아야코도 없었다. 그렇게 아야코와의 연락이 두절인 상태로 시간은 흘렀다. 내가 나는 괜찮아, 신경 쓰지 마, 마음 놓고 일해, 큰소리쳐 놓고 조급증 환자처럼 아야코가 궁금해 아야코 집에 들랑날랑대는 것도 이상하고 해서 아야코 집에 가는 것도 뜸했다.

 사실은 갔었다. 아야코 부모님이 계시지 않았다.

 내가 오면 신경 쓰이게 하지 말고 대접 잘 해라고 아야코 부모님이 그러시고 나갔다고 집사 아주머님이 말했다. 혼자 있기가 뻘쭘했다. 나는 아야코 부모님이 오기를 기다리며 앉아 있다가 좀이 쑤셔 그냥 나왔다. 그 뒤로 문밖에서 몇 번 서성이다가 돌아갔다. 그게 마지막으로 아야코 집에 간 거였다.

 소문은 유리나를 통해서 아야코가 시험 도중에 배가 아파서 포기하고 나갔다는 게 사실로 밝혀졌다. 이즈음 미나미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시험을 중간에 그만둘 정도로 아야코가 아프냐고, 걱정돼 내가 유리나에게 물었다. 자기도 자세히 모르는데 급성 맹장이라는 말을 들었고 지금은 맹장 수술을 잘 끝낸 뒤 일본에 있지 않고 비즈니스 때문에 유럽 쪽에 있다고 했다. 나는 안심했다. 늘 그런 일상이 반복되구나 싶었다.

 

 물론 유리나와 미나미는 무난히 도쿄 대학에 합격했고 그해 수석은 이시하라 유우가 차지했다고 했다. 나는 아야코 대학 진학 걱정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시험은 다음해에 또 치면 되고, 또 스에마쓰 아야코가 시험 등에 좌지우지될 저렴한 인물도 아니며 마음만 먹으면 세계 어느 유수의 명문대학도 떼놓은 당상이라 차라리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하는 게 우선이라 생각했다.

 

 스에마쓰 그룹과 국가 일로 바쁘구나, 해서 아야코가 조만간 짠~ 하며 나타나겠지 하는 그리움에 심통이 도져 일본 정부를 향해 냅다 가운뎃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나쁜 것들 사람을 잡네, 잡아... 그러면서도 흐뭇해했다. 그 어린 나이에 아야코가 스에마쓰 그룹과 국가의 중추적인 인물이 되어 종횡무진 활약한다는 게 그게 어디 쉽냐, 신보다 더 완벽한 아야코의 모습에 나는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가슴 벅차고 뿌듯했다.

 

 쥰페이는 여유 있게 가쿠슈인 대학에 합격했고 나는 아슬아슬하게 후보 1번이었다가

 다른 대학으로 간 합격자가 생겨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내가 가쿠슈인에 합격했다고 하자 쥰페이는 나보다 더 기뻐했다. 너무 좋아 엉엉 울기까지 했다. 또 좋아서 보란 듯이 펑펑 운 사람이 있다. 바로 숙모다. 금속 마녀가

 내 합격 소식에 이렇게 무너질 줄 몰랐다. 좋아서 나를 안고 펑펑 울다가 웃었다.

 나는 엉거주춤 서서 그랬다.

 

 - 숙모,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나요,헤...

 

 다이히토는 하버드 등 미국과 영국의 유수의 대학에서 합격통지서를 받아서 우선 하버드로 가기로 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잘됐다고 나는 다이히토 뺨에다 무수히 뽀뽀 세례를 퍼부었지만 다이히토 초점을 잃은 눈으로 끔벅이기만 했다.

 

 나와 쥰페이는 자유분방한 대학 생활을 즐겼다. 나와 쥰페이는 그래도 심심찮게 만나는 유리나 몰래 미팅도 했다. 아야코가 걸렸지만, 대학생이니까, 재미니까, 하며 즐겼다. 유리나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도 우리는 시치미를 떼고 킥킥거렸다. 도쿄 대학에 가서 유리나와 미나미 뒤에 살금 다가가 안아 올려 어깨에 태우는 장난도 쳤다.

 

 - 야 아직 엉덩이가 탱글탱글하네.

 - 이런 장난 안 했으면 좋겠어.

 

 내려놓는 나에게 미나미가 건조하게 한 마디 던지고 휑 돌아서 갔다.

 

 - 왜 그래, 미나미? 니 짝궁둥이라고 소문낼 거야?!

 

 다시 뒤에서 안으려고 뛰어갔다. 미나미가 획 돌아섰다.

 

 - 아이, 깜짝이야, 허그 한 번 하자, 미나미...

 

 나는 그때 보았다, 미나미의 눈물 맺힌 눈을...

 그렇게 미나미는 뒤돌아서 갔다.

 

 - 하지 마, 요즘 그래... 미나미...

 

 내 장난을 유리나가 말렸다. 말리지 않아도 할 생각이 없었다.

 마음이 싸하고 허전했다.

 쥰페이와 유리나 둘은 자주 만나도 나와 셋은 가끔 만났다. 미나미와는 더 뜸하게 만났다. 아마 아야코 때문이라서 그런 거 같았다. 이후로 버릇이 생겼다. 핸드폰을 자주 살피는 버릇 말이다. 그러나 아야코의 연락은 없었다.

 

  * * *

 

 - 몽대야...

 

 작은아버지가 나를 깨웠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작은아버지가 나를 몇 번 흔들어 깨운 거 같았다. 창밖은 비가 쏟아졌다. 야심한 밤은 늦봄에 내리는 억수비에 흠뻑 젖었다.

 쥰페이랑 친구들과 한잔하고 들어와서 일찍 뻗어 자는데 작은아버지가 깨웠다. 요즘은 살가운 숙모가 보이지 않았다. 밤늦게 들어오거나 아프다거나 해서 만나지 못했다. 살짝 나를 피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 왜요, 작은아버지?

 - 한국에 가야겠다.

 - 에?!

 

 나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 나중에... 나중에 설명하마... 캐리어에 니 짐 간단하게 쌌다.

 - 무슨 이윤데요?

 - 추방...

 - 추방요?

 - 까라면 까야지, 별 수가 있나... 힘 없는 나를 원망해라...

 

 뭔가 묘하고 이상하다는 것이 이거구나, 어사무사하지만 실체가 잡히지 않는 불안이 이것이구나 싶었다. 내가 핸드폰을 들었다.

 

 - 핸드폰 하지 마라, 핸드폰 내가 껐다.

 - 갈게요.

 

 나는 뭔지 모르지만,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는구나, 빨리 파악했다.

 아니 차에 타고서 확실히 알았다.

 

 - 숙모에게 인사는 하고 갈게요.

 - 아프단다.

 - 동생들은?

 - 몰랐으면 좋겠다.

 

 침통한 표정의 작은아버지가 울 듯이 말했다.

 나는 대충 옷을 입고 내 캐리어를 들고 가는 작은아버지를 따라 1층에서 내려와 비를 맞고 현관문 앞으로 나갔다.

 2층을 쳐다봤다. 무심코 동생들 방을 쳐다봤다. 숙모가 커튼 뒤에 숨어서 나를 훔쳐봤다. 내가 보자 커튼을 닫았다.

 

 캐리어를 끌고 현관 밖으로 나가자 검은 세단이 서 있었다. 작은아버지가 현관문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뭔가 룰에 의해 움직이는 느낌을 받았다. 작은아버지가 말없이 악수를 청했다. 작은아버지 손에 붕대가 감겨 있었다. 그때였다. 뭔가 망치로 머리를 치는 거 같은 충격이 왔다. 뭐지? 이건 뭐지? 야쿠자 간의 전쟁인가?

 밖에 있던 두 사내 중에 하나가 내 캐리어를 잡았다. 그믐밤의 억수비라 밖은

 한 치 앞을 볼 수 없었다. 다만 희끄무레한 형체만 보였다. 내가 탈 차와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 검은 세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차에 탔다.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애꾸눈을 한 아베 신따로가 비열한 웃음 짓고 있었다. 큰 세단이라 마주 보고 앉을 수 있게 돼 있었다. 내가 주먹을 들자 아베 신따로가 어느새 총을 내 목에 겨눴다.

 

 - 조용히 가면 아무 일 없을 거야.

 

 그렇게 내가 탄 검은 세단은 비를 뚫고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다. 뒤를 따르는 수십 대의 검은 세단도 줄지어 터미널 출입구 앞에 세웠다. 차를 빨리 빼 달라는 방송을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베 신따로가 내 캐리어와 여권을 건넸다.

 

 - 다시는 보지 말자.

 - 아니, 보게 될 거야, 반드시...

 - 그땐 넌 시체가 되어 있겠지.

 - 내가 할 소리다.

 

 출발 플랫폼 안으로 들어갔다. 아베 신따로 부하 둘도 따라 들어왔다. 아마 내가 비행기를 타나 안 타나 확인하려는 거 같았다. 플랫폼 안은 이상하리만치 사람들로 가득 찼다. 여행복을 입은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깍두기 머리에 남산만 한 덩치들이 검은 양복을 입고 서 있거나 앉아 있었다. 족히 3~4만 명은 되어 보였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같은 편은 아닌 거 같았다. 드러내지는 않았어도 서로 으르렁거렸다.

 

 나는 참담했다. 성제의 학교폭력에 못 견뎌 일본 땅에 피해왔는데 다시 한국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비참했다. 성제가 활개 치는 한국에 이런 꼴로 간다고 생각하니 두 번 다시 가기 싫었다. 차라리 달리는 차에 뛰어들어 죽어버릴까 싶기도 했는데 눈앞에 보이는 의문의 사내들이 나를 그냥 두지 않을 거 같았다. 플랫폼 전광판에 비행기 노선이 쉼 없이 움직였다. 나는 충동적으로 한국행 에어라인 쪽으로 가지 않고 중국행 노선 쪽 창구로 다가갔다.

 

 - 지금 중국 가는 비행기 탈 수 있어요?

 - 갈 수는 있지만 행선지는?...

 - 제일 빨리 탈 수 있는 곳으로요.

 - 마침 청두가 있습니다, 손님...

 - 거기로 주세요.

 

 나는 한국엔 도저히 갈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대신 중국 청두로 갔다. 이 끔찍함을 어떻게 표현하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고 했는데 나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급전직하(急轉直下). 이 비참함을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다. 내가 그렇게 나쁜 인간인가? 떨어뜨릴 거면 왜 올렸다가 떨어뜨리느냐다. 하느님이 미웠다. 비행기 창 밖을 보며 나는 몸서리치도록 느꼈다. 나의 화려한 시절은 한여름 밤 꿈처럼 여지없이 깨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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