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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악마와 싸우는 안티히어로

 
나와 아야코는 자석처럼 붙어 있었다
작성일 : 24-04-01 16:44     조회 : 14     추천 : 0     분량 : 4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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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9화

 나와 아야코는 자석처럼 붙어 있었다.

 

  - 아프지 마.

 - 안 아파, 내가 왜 아파. 성제 새끼가 때려서 아팠지, 병으로 아픈 적은 없어...

  너무 많이 먹고 운동하다 오바이트는 해도...

 

 아야코가 문득 내게 던진 말이었다. 그 큰 눈을 나를 삼킬 듯이 쳐다보며 내 귓불을 만지면서 말이다.

 2학년 3학기가 끝나고 봄방학 중이었다. 겨울 여행을 갔다 오고 나서 요즘은 하루 멀다 하고 아야코랑 만났다. 6인방은 가끔 각자 사정이 있어서 완전체를 이루지 못하고 만나거나 아예 뿔뿔이 흩어져 만나지 못하더라도 아야코랑은 매일 만났다. 솔직히 쥰페이 보다 더 만났다. 아야코 만난다고 쥰페이를 만나지 못하기도 했다. 6인방 완전체는 ‘외눈박이의 사랑’ 음원을 만들려고 녹음실에서 모일 때가 유일했다. 아마 입시 때문에 각자가 바쁜 거 같았다. 다이히토는 미국 유학 준비한다고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미나미를 잊기 위해서였다. 가슴이 저렸다. 결국 저 둘의 사랑은 불발탄으로 끝나는구나, 또 모르지, 몇 살 더 먹으면 사무치도록 그리워할지도 그러다 만나면 둘의 애절함은 더 단단해지겠지... 나도 응원할게, 제발...

 나도 대학은 가야 하니까 숙모의 하드 트레닝에, 아야코와의 데이트에, 둘이 사귀냐? 소릴 들을 정도로 심심찮게 쥰페이를 만나야 하니까 시간을 쪼개야 할 정도로 바쁜 일정이었다.

 

 - 왜, 우리나라 영화나 드라마나 소설 속에 등장인물들은 아픈 사람이 많아, 불치병 에, 시한부에, 각종 암에

  아무리 현대인들은 병 하나는 가지고 있다고 해도 심한 거 같애... 오히려 멀쩡한 사람을 외눈박이 취급이니...

 

 아야코가 투덜댔다.

 

 - 정말 그 말 공감한다, 거기에다 왜 그렇게 문제가 많은 가정이 수두룩해, 우리 여 섯을 봐, 문제가 있어? 다 가족

  끼리 오순도순 재미나게 행복하게 살잖아... 쥰페이 가족은 쥰페이 빼놓고 아담스 패밀리처럼 신들린 장난을 치

  며 살잖아.

 - 내가 제일 걱정은 몽이 아플까 봐야...

 

 아야코가 시무룩한 표정에 진심으로 나를 걱정했다.

 

 - 걱정하지 말래두, 돌도 소화 시키는 강력한 위장을 가진, 너무 건강해서 오히려 이 상한 싱싱한 젊은이야.

 

 심각해지면 한없이 심각해지는 인물이라 빨리 안심을 시켜야 했다.

 

 - 나두, 태어나서 지금까지 아픈 적이 없어, 그렇다고 보약이나 건강 보조식품을

  먹지도 않았어, 삼시 세끼 잘 먹었을 뿐이야. 아프지 마, 몽이 아프면 난 가슴이

  아파서... 나 때문인 거 같아 괴로워서 죽어버릴 거야...

 - 니가 죽을까 봐 걱정됐어도 안 아플 게, 약속할게, 대신 너도 아프지 마, 니가 아프면 나도 아파...

 - 그래, 안 아플게... 우리 서로 주고받는 말 신파(新派)지?

 - 응, 신파가 확실해...

 

 그런데 갑자기 아야코가 훌쩍이었다. 나는 놀라 말문이 막혔다. 내가 아야코의 감상(感傷)을 건드렸나? 없는데... 아야코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펑펑 울었다. 처음 봤다. 아야코가 우는 모습을, 둘 사이를 모르고 지나가는 사람이 봤으면 내가 때린 줄 오해할 만큼 펑펑 울었다. 그것도 소리 내 엉엉 울었다. 그때 딱 한 번뿐이었다. 그 뒤로는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얼음 공주였다. 미나미가 얼음공주인 줄 알았는데 이구동성으로 아야코를 얼음 공주라고 했다. 아야코를 애지중지(愛之重之) 금지옥엽(金枝玉葉) 떠받들고 키웠으며 스에마쓰 그룹을 세계적인 그룹으로 키운, 유언뿐만 아니라 공개적으로 밝힌 스에마쓰 그룹의 후계자는 스에마쓰 아야코라고 지목하고 돌아가신 아야코 할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아 주위 사람을 무색하게 만들어 얼음 공주의 진면목(眞面目)을 보여준 아야코가 내 앞에서 펑펑 울었다. 아버지 엄마가 돌아가셔도 눈물은커녕 슬픈 척도 하지 않을 거라는 말이 무성한 아야코가 내 앞에서 하염없이 울었다. 뭐가 그렇게 슬픈지 꺼이꺼이 울었다. 세상을 다 삼킬 듯한 그 큰 눈에 눈물이 수돗물처럼 쏟아졌다. 아야코가 울어서 나도 억지 울음을 울어야 할지 아니면 먼 산을 쳐다봐야 할지 난감했다. 고작 내가 한 건 눈물을 닦거나 코를 풀라고 화장지를 꺼내서 준 거뿐이었다. 아야코가 화장지를 받아서 코를 팽 풀었다.

 

 유리나가 그랬다. 네가 부럽다고, 미나미가 그랬다. 니 매력이...

 아야코는 원래 세상사 관심이 없었다고 했다. 자기 앞에서 총알이 난무하고 비수가 날아들고 사시미 칼이 춤을 춰도 피할 뿐 눈도 깜짝하지 않고 책을 보거나 깊은 사색에 잠기는 무관심 스타일이라고 유리나가 말했다. 셋이 어울리지 않으면 아야코는 늘 혼자였다. 고독한 여신이었다. 늘 꿈을 꾸는 누르(Noor : 빛)였다. 그런데 이번 일을 봐라, 모든 일에 아야코가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은 일이 있었느냐, 모든 사건에 나서서 몽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느냐, 블루 아워, 한국 요코쵸, 여행 가는 버스 안, 쿠시로 습원, 등등에서 벌어진 야쿠자와의 격투에서 야쿠자를 잔인하리만큼 결딴내지 않았느냐, 삼총사라 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같이 있은 적이 없었다. 너 때문이다. 네가 있었기에 같이 행동한 거다. 너는 행운아다. 넌 분명 얼음공주 아야코를 녹일 뭔가라는 매력이 있다고 했다. 너만의 필살기(必殺技)가 있다고 했다. 미나미가 부러운 눈으로 말했다. 그래? 미래를 걱정하면서도 오늘을 소비하는 게으른 놈이 뭐가 좋다고...

 

 - 너 울다가 웃지 마...

 - 왜?

 

 아야코가 훌쩍이며 물었다.

 

 - 엉덩이에 털 난다, 헤...

 - 으~잉~ 씨....

 

 아야코가 밉다고 내 어깨를 쳤다.

 내 어깨에 얼굴을 갖다 댔다. 내가 용기를 내 아야코를 안았다. 내 의지로 해 본 첫 번째 행동이었다. 찌릿하면서 짜릿했다. 아야코가 더 가슴 속에 파고드는 거 같아 나도 모르게 입가를 실룩였다. 아야코는 내 가슴에 안겨서도 펑펑 울지는 않아도 울음을 멈추지 않고 훌쩍이었다. 가슴을 쿵쾅쿵쾅 방망이로 때렸다. 아야코도 그 소리를 느끼고 즐기는 거 같았다.

 자연공원의 토도로키 계곡(等々力渓谷)에 있는 아치형 새빨간 다리 벤치에 우리는 앉아 있었다. 사방은 우거진 숲인데 앙상한 나뭇가지가 을씨년스러웠다. 가을엔 단풍으로 환상적인 곳인데... 그나마 나뭇잎이 지지 않는 푸른 나무들이 있어 다행이었다.

 내가 힘을 은근히 주고 안은 아야코를 봤다. 추운 걸 핑계로 내 품에 더 푹 안겼다. 이때 딱 각이 키스할 각인데... 아야코가 바라는 게 아닐까? 하긴 내가 대담하게 나쁜 남자 스타일로 키스 세례를 퍼붓는다고 해서 비난받을 일은 없을 거니까, 왜? 난 그녀의 남편이니까, 으하하하... 그러나 이런 생각은 머리에만 뱅뱅 돌뿐이었다. 아니야 그래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 그런 내 흑심은 사발 그릇 깨지듯이 깨졌다.

 

 - 손은 내려 오지 말고...

 - 알았어...

 

 나는 앗 뜨거라 얼른 손을 원위치시켰다. 음흉하게 아야코의 어깨에서 허리로 허리에서 힙(hip) 쪽으로 슬그머니 손을 옮기는데 제동이 걸린 거였다.

 

 - 부부 안 할래...

 - 왜?~

 

 내가 아야코를 안은 채로 투정을 부렸다.

 

 - 아무튼, 그런 생각이 불쑥드네...

 - 탐(貪).

 - 아니야, 사랑이지...

 - 맞는다.

 - 맞아도 할 수 없어, 아닌 건 아니라고 해야지, 오해받기 싫어...

 

 억지부렁이 따로 없었다. 완전 생떼였다.

 

 - 여자들은 느낌으로 촉이 와 탐인지 아닌지를...

 - 그래서 부부 안 할래...

 

 몽니도 이런 몽니도 없었다.

 

 - 음흉하게 엉덩이를, 그게 사랑이야?

 - 부분데... 금지구역이 어디 있어?

 - 금지구역이 아니고 보호 구역이야, 큭...

 - 그럼, 다 보호 구역 해, 난 수도승이나 할테니...

 - 남은 심각해서 우는데, 몽은 음흉한 생각만 하니까 그렇지.

 - 아냐, 사랑으로 위로하려는 거지.

 - 아이고, 앓느니 죽지.

 - 내가 할 소리 자기가 하네, 킥...

 - 좋아, 딥은 아니고 가벼운 키스는 허용할게.

 

 나는 그 말 떨어지기 무섭게 재빨리 아야코 입술에 쪽 뽀뽀를 하고 얼른 원위치했다.

 황홀했다. 아야코 입술이 아주 부드럽고 달콤 쌉쌀한 초콜렛 맛이 났다. 내 인생에도 이성(異性)과 이런 숨 가쁘고 가슴 졸이는 일이 벌어질 거라 상상이나 했겠나 싶었는데, 그것도 올림포스 신전의 비너스를 능가하는 초 역대급 경국지색 절세가인과의 염문(艶聞)이니 기절초풍할 일이 아니겠냐... 친할머니, 외할머니 뽀뽀 세례 이후 처음 경험이라 구름 위를 탄 거 같았다. 세상을 다 가진 게 따로 없었다.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혹시나 해서 빈틈을 노렸다. 아야코가 그 큰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맑고 고운 빅 아이즈에 나는 녹아들어 더 엉큼한 짓은 꿈도 못 꾸겠다 싶었다. 그래 포기하자 근데 순간 걱정이 들었다. 저렇게 나오면 첫날밤은 어떻게 치르지, 그냥 저 큰 눈 때문에 얼어 있는 건 아닐지 모르겠네, 아야코는 이불속에서 벌벌 떨며 나를 쳐다보고 나는 꽁꽁 얼어 팔을 들거나 발을 움직일 때마다 뿌지직 뿌지직 소리가 나고... 참 나 걱정도 팔자였다. 그럼 남녀칠세부동석 시절은 어떻게 했겠나... 자연의 섭리니, 음양오행설은 또 뭐고... 에라 모르겠다 그때 가서 걱정하자. 별 거지발싸개 같은 상상을 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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