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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악마와 싸우는 안티히어로

 
외눈박이의 사랑
작성일 : 24-03-28 17:42     조회 : 19     추천 : 0     분량 : 4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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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7화

 외눈박이의 사랑.

 

  나는 거실 소파에 혼자 앉아 기타를 치며 나지막하게 노래를 불렀다.

 

 - 눈먼 자들의 도시에 외눈박이가 살았네.

  음유시인 외눈박이는 아크로폴리스 광장

  그늘에 앉아 기타를 치고 피리를 부네.

  눈먼 자들의 도시에 한 소녀가 살았네.

  눈먼 소녀는 귀도 멀고 두 다리도 잃었네.

  외눈박이는 그 소녀를 사랑했고 그 소녀도

  외눈박이를 사랑했네.

  외눈박이는 그 소녀의 눈이 되어 주었고

  귀가 되어 주었고 다리가 되어 주었네.

  외눈박이와 소녀의 사랑은 기타 소리에

  시가 되고 피리 소리에 노래가 되었네.

  외눈박이와 소녀의 사랑은 신화가 되고

  전설이 되었네.

 

  새벽 공기가 찼지만 신선했다. 금방 떠오른 태양의 여명(黎明)이 동녘의 새벽을 밝혔다. 통유리 창으로 들어오는 새벽 햇살이 거실을 환하게 비췄다. 햇살은 눈에 반사돼 따사로움을 선사했다. 통창의 밖은 아직도 모자랐는지 아기 손만 한 눈이 계속 내렸다. 유리창 밖의 세계는 온통 눈으로 덮여 환상적이고 신비로웠다. 폭설로 산꼭대기부터 아래까지 온통 눈으로 덮였다. 눈의 세계였다. 진짜 설국(雪國)이었다. 사금파리를 뿌려놓은 듯 햇살에 무한정 반짝였다. 그렇다고 백설(白雪)은 아니었다. 백설이 태양의 빛에 의해 디채색(多彩色)의 마술을 부렸다. 빛을 중요시하는 인상파 그림이 생각났다. 경이로운 매직(magic)이었다. 이렇게 신비롭고 아름다울 수가... 신이 우리에게 주신 선물이라 생각하니 황공무지(惶恐無地)했다.

 

 - 노래 좋은데...

 - 어, 일어났어?

 

 아야코였다. 생얼인데도 미모는 더 빛이 났다. 실컷 자고 일어난 어린애처럼 부스스한 얼굴이 천사가 따로 없었다. 순진무구 그 자체였다. 헐렁한 꽃무늬 잠옷을 입었는데도 성숙한 여자라 굴곡진 몸매는 살아 있었다. 넋을 놓고 쳐다보다가 아차 싶어 기타를 내려놓았다. 아야코가 내 옆에 앉았다. 로즈마리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그 로즈마리 향기 속에 은근히 배인 살냄새가 심장을 고동치게 했다. 아야코가 내 팔을 끼고 머리를 기댔다. 뽀뽀든 뭐든 해달라는 표정이라 눈을 피하며 분위기 깨는 소리를 했다.

 

 - ‘외눈박이의 사랑’이라고 내가 쓴 가사야, 유치하지?

 - 아냐, 너무 좋아... 내가 숟가락 얹어도 돼?

 - 당근이지, 쌍수 들고 환영...

 - 그럼, 조몽대 작사, 조몽대, 아야코 공동 작곡?

 - 작사는 내가 쓴 거니까... 고쳐도 돼, 작곡은 아야코가 다시 만들어, 이건 작곡도 아니야, 악보도 없어 그냥 흥얼거린 정도...

 -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발표한다?

 - 오프 코스, 헤... 히트하면 어떡하지? 내 주머니에 돈 들어와?

 - 당근, 부자도 될 수 있어...

 - 신혼살림 차릴 만큼?

 - 신혼집도 살 수 있어.

 - 중고차 몇 대까지 팔아야 신접살림 차릴까 했는데, 잘됐네, 안 되면 외할머니 방앗간 뒤뜰에 집 지어서 살면 돼, 외할머니가 방앗간, 나 준다고 했어, 방앗간 해도 괜찮잖아, 외할머니 떡 유명해, 그 동네서 맛있다고 소문났어... 떡집할까?

 - 행복해.

 - 응?

 - 몽이 내 신랑이 돼서 행복하다고...

 

 낯간지러웠다. 나는 엉뚱한 소리를 했다.

 

 - 저 창밖을 봐, 너무 아름답지 않아?

 - 몰라...

 - 응?

 - 모른다구...

 - 그래? 창밖에 보이잖아?

 - 너만 쳐다보고 있는데 알 수가 없지...

 - 너무 솔직하니까, 부끄럽다, 헤...

 - 내가 물었는데 대답 안 했다.

 

 아야코가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지는데

 여기서 뜬금없는 실언(失言)을 했다간 따귀를 맞을 것이다.

 

 - 나도 행복해, 니가 내 신부가 돼서, 진심이야...

 - 고마워... 근데, 몽, 미안해...

 - 웬 미안?

 - 부부는 한방에서 자야 하는데, 내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돼서...

 - 고준 황후처럼 6년 뒤에 신방 차려도 돼, 그래도 지금 시각으로 봤을 때

  빠른 거잖아. 스물 넷...

 - 아, 싫어, 나 그렇게 오래 못 기다려...

 - 아야코, 얼굴 빨개졌다.

 

 내가 놀렸다. 얼굴이 발개진 아야코가 부끄럽다며 내 어깨를 쳤다. 사실 노천탕(露天湯)에서 서둘러 밖으로 나온 건 아야코가 다가오려는 낌새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혹 가까이 와서 안기면 주인 말도 안 듣는 늑대가 으르렁, 살아나면 무슨 창피냐, 속과 겉이 다르다는 일차원적인 인간으로 매도될까 봐서였다. 물 속이라 쥐구멍에도 들어갈 수도 없고...

 

 - 이 노래가 꼭 우리를 노래하는 것 같아.

 

 아야코가 내가 내려놓은 기타를 들더니 내가 흥얼거린 음을 기본으로 즉석에서 작곡했다. 나보다 훨씬 환상적으로 만들었다. 정말 멜로디가 귀에 속속 들어오고 가사가 살아 움직였다. 역시 신이라 불리는 여자 아야코는 달랐다. 한때 전 세계 가요계를 평정했던 아야코는 달랐다.

 

 - 짝, 짝, 짝~

 

 어느새 나왔는지 친구들이 손뼉을 쳤다.

 나랑 아야코가 돌아보며 웃었다. 나는 민망했다.

 

 - 노래 죽인다.

 - 몽 작사 작곡이야, 난 편곡이고...

 

 쥰페이가 웃으며 말했다. 이 자식은 내가 하는 건 싫다고 한 적이 있었나,

 다 좋다 했지, 쥰페이의 평은 믿을 수 없어...

 

 - 둘한테 딱 어울리는 노래네.

 - 그래?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이 삐딱선아?

 - 내가 언제? 그럼 삐딱하게 말할까?

 

 삐딱선 타는 미나미의 반응이라 나는 속으로 기분이 좋았다.

 

 - 우리 여섯, 기념 음원 낼까? 몽과 아야코의 일심동체 기념 겸...

 - 좋아... 나랑 몽 위주로 한다면?

 

 유리나 제안에 아야코가 찬성하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한수를 떠다 놓고 머리에 면사포 대신 수건을 두르고 조촐한 우리 둘만의 혼인식(婚姻式)은 올리지 않아도 뭔가 기념할 만한 것을 남기고 싶었다. 아니 다이히토는 몰라도 쥰페이나 유리나 성격을 봤을 때 가만히 있을 애들이 아니라는 생각에, 뭔가 꿍꿍이를 벌일 거 같아 내가 먼저 선수를 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진짜 화관 쓰고 꽃 들고... 그런 생각 하니 닭살이 돋았다. 화끈하게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

 

 - 번지 점프하자, 아야코...

 - 응, 정말? 고소공포증 있다며?

 

 내가 불쑥 족대자(함부로 우기다) 아야코가 의아해했다.

 

 - 그래서 하자는 거야. 아야코를 아내를 맞이하는데 번지 점프 정도의 기념식은

  치러줘야 하지 않겠어?

 - 이미 우린 원앙이 되었는데 뭐.

 - 잤어?

 

  쥰페이가 놀란 토끼 눈으로 물었다.

 

 - 에이 속물... 속물의 상상력이란 결코 야동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 같애.

 

 내가 신랄하게 핀잔을 주자 쥰페이는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는 능글맞은 표정을 지었다.

 

 - 아냐, 누구나 짐작했을 텐데, 잔 건 아니고 근데... 나 큐리오사(curiosa)도 알아...

 - 뭐?!

 

 유리나와 미나미, 다이히토가 동시에 놀랐다.

 

 - 왜, 놀래? 큐리오사가 뭐야?

 - 외설적인 물건이나, 책, 사진 등을 말해.

 

 내 물음에 아야코가 전 단계 없이 대답했다.

 

 - 오~ 아야코, 하긴 나이가 몇 살인데, 신윤복의 춘화도(春畵圖) 사시장춘(四時長春) 같은 거, 나도 중3 때 다 뗐어.

 - 조숙했네. 난 너무 순진했던 거 같애...

 

 아야코의 행위가 그럴 수 있는 나이고 늦은 감이 든다는 듯이 내가 말 하자 쥰페이가 가만히 있을 리가 있나 아쉬운 듯한 표정을 나타냈다.

 

 - 어휴, 저게, 칵, 넌, 임마, 엄마한테 들은 얘기 해 버린다...

 - 뭔데? 큐리오사 숨겨놓고 몰래 꺼내 보다가 들켰어?

 

 유리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궁금해했다.

 

 - 본인한테 물어봐, 저 가자미 눈에 쌍심지 켠 거 봐, 맞아 죽겠다.

 - 오늘 다 까발리고 둘이 자폭할까?

 

 쥰페이가 자신 있는 듯 세게 나왔다.

 

 - 오프 코스... 나는 하늘을 우러러 한 줌 부끄럼 없어, 난 전혀 치명상을 안 입어, 쥰페이 니가 입지, 헤...

 

 나중 삼수갑산을 가더라도 나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지, 폭로전 양상으로 바뀔 거 같았다. 나는 잽싸게 머리를 굴려 보았다.

 

 - 나는 네가 지난 병원에 있을 때 한 일을 알고 있다

 

 쥰페이가 자신만만했다.

 내가 이틀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을 때 엄마가 무슨 말을 했을까?

 나보다 아들을 삼고 싶다는 쥰페인데...

 

 - 병원? 엄마 아버지 숙모 작은아버지 있을 때?

 - 응.

 - 아야코 그래, 번지 점프 안 할래?

 

 안 되겠다 싶어 작전상 후퇴해야겠다는 생각에 내가 말을 돌렸다.

 

 - 쥰페이가 할 말이 있는 거... 번지 점프 정말 원해?

 

 아야코가 아차 싶었다. 비록 초야(初夜)는 치르지 않았지만 따지면 아낸데,

 남편 말을 우선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말을 돌렸다.

 

 - 응, 결심했어.

 - 둘을 묶을 밧줄이 있어?

 - 그럼, 이런 건물엔 비상시 탈출용 밧줄이 반드시 의무적으로 비치돼 있을 걸, 더불어 옥상에 비상시 탈출용 도르래도 있을 거고, 거기에 묶어 번지 점프하면 돼.

 - 몽, 신중하게 생각해, 안 해도 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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