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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악마와 싸우는 안티히어로

 
결혼이라는 세레모니(ceremony)
작성일 : 24-03-26 07:28     조회 : 22     추천 : 0     분량 : 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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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5화

 결혼이라는 세레모니(ceremony).

 

  - 아 맛있다, 충무 김밥이랑 컵라면이랑 먹으니까 더 맛있다.

 

 아야코의 감탄사였다. 나는 흐뭇했다. 비록 괴발개발 만들었지만 맛있다고 하니까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 시장이 반찬이라고 하잖아...

 

 아야코가 흥감했으니 나는 겸손을 떨어야지...

 

 - 진짜 맛있어, 몽, 우리 충무 김밥집 열까?

 

 유리나도 엄지손가락 치켜들며 한마디 거들었다.

 입에 충무 김밥을 넣고 라면 국물을 후루룩 마시며 쥰페이, 다이히토, 미나미 순으로 엄지손가락을 펴 보였다. 친구들이 맛있게 잘 먹으니까 나는 흐뭇했다.

 

 - 짬을 내서 숙모님께 충무 김밥 만드는 거 배워야지.

 - 나도 같이 가...

 

 아야코가 꺼낸 말에 유리나가 숟가락을 올렸다.

 

 - 니가 왜?

 - 나는 배우면 안 돼?

 - 니도 몽이랑 결혼해?

 

 아야코의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메가톤급 발언에 우리는 경악과 충격에

 얼어붙었다.

 나는 사레가 들려 켁켁 댔다.

 

 - 무슨 말이야?

 

 미나미 얼굴이 갑자기 흑 색깔이 되어 물었다. 누구보다도 큰 충격이었다. 폭탄 발언이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이렇게 빨리할지 몰라서 충격이었다, 미나미에겐...

 

 - 시어머니 될 분이 요리의 달인이시라잖아, 근데 며느리가 음식을 못 해서 되겠니?

 - 오해하지 마, 먼 미래에 나랑 쭉 잘되면 그러겠다는 거야...

 

 아야코의 계속되는 충격적인 발언에 내가 궁색한 변명으로 불을 껐다.

 친구들은 먹던 것을 멈추었다.

 나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그게 너무 일찍 온 것이 당황스러웠다.

 

 - 넌, 아직 고등학생이야...

 - 넌, 고작 열여덟이야.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유리나와 미나미가 물었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 갑자기 싸하게 가라앉는 분위기가 숨이 막힐 거 같았다. 꼭 내가 아야코한테 파렴치한 짓을 한 거처럼 죄인이 된 거 같았다. 흔히들 말하는, 넘으면 안 될 선을 넘으면 그게 못 된 짓인지 모르겠지만 창졸간에 난 못된 놈이 되었다.

 

 - 열여덟이고 학생 신분이라 결혼하는데 있어 문제가 돼? 데이메이 황후와 고준 황후가 몇 살에 결혼했어, 다이히토?

 - 데이메이 황후는 15살, 고준 황후도 15살에 황태자비로 내정되고 관동 대지진 등 급변하는 국내 정세 때문에 결혼식은 6년 뒤에 올렸지.

 

 아야코가 묻자 다이히토가 상세히 설명했다. 고준 황후가 아키히토 황비 미치코 황후를 죽기 직전까지 악독하게 시집살이시켰고 그 충격으로 미치코 황후는 실어증까지 생겼었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아야코가 고준 황후를 빗대 합리화시킬 거 같아 도움이 안 될 거 같아서였다.

 

 - 나도 고준 황후처럼 만천하에 몽의 아내가 될 거라고 공개하고 결혼식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적당한 날을 잡아 올리려고 해.

 - 집에서 알아?

 

 미나미가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 스에마쓰 그룹 지분(持分) 정리 중인 걸로 알고 있어.

 - 그래도 결혼은 둘이 좋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고 두 집안끼리 이야기가 있어야 되는 거잖아?

 

 아야코의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발언에 미나미가 계속 물고 늘어졌다.

 스에마쓰 그룹 지분 정리 중이라니? 이 무슨 해괴한 말이냐, 이 폭탄 발언은 처음 듣는 말이라 황당하고 당황스러웠다. 나란 존재가 스에마쓰 그룹하고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짐작이 가는 게 없어 머리가 복잡하고 헷갈렸다. 그런데 지분은 나한테 준다는 말이냐? 몇 프로? 아 간사한 게 인간이라더니 이 절체절명의 상황에 이런 저속한 생각을 하다니... 너란 인간 별수가 있나, 아야코야 다시 생각해 봐라, 나는 이런 세속적인 인간이다.

 

 - 우리 집에서 반대하는 건 가소로울 뿐이고 문제는 몽의 부모님인데...

 - 아냐, 우리 집에서 왜 반대해? 문제라면 지금 당장 결혼식 올리자며 청첩장 돌리고 예식장 잡고 난리 피울까 봐 그게 문제지...

 

 아야코 던진 말을 내가 주워 담았다. 친구들 앞에서 확실하게 해놓아야겠다는 내 의중이 깔려있었다. 여기서 흐지부지하다 보면 사람 일은 알 수 없어 나중에 파토 날 명분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인연(因緣)이 아니다 하면 덜 쪽팔리는데 하자 해놓고 나중 맺기가 힘들다 하면 얼마나 쪽팔리느냐? 이왕 말을 꺼냈으니 여기서 매조져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넌지시 말이야...

 

 - 들었지? 선입견을 깨자, 열여덟에 고2에 무슨 결혼이냐? 가 논란이 될 게 아니라 진정 사랑하냐, 안 하냐? 가 논란이 돼야 하는 거 아냐? 우여곡절에 산전수전에 파란만장 끝에 여기까지 올 거면 그런 거 다 생략하고 바로 여기서 시작하자는 거야, 여기까지 오는데 10년이 걸린다면 왜 10년을 허비해, 여기서 시작하면 되지, 알다시피 난, 내 성격에 속에 담아 놓지 못해, 그래서 니들에게 말하는 거야, 내 사랑을 니들에게 동의를 구해야, 돼? 15년 죽마고우라고 해도, 일방적일 수밖에 없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 유리나와 쥰페이 니들 사랑은 니들이 알아서 하는 거고, 미나미와 다이히토 니 둘은 모르겠어, 잘 됐으면 좋겠는데 여사친 남사친으로 남아도 나쁠 건 없잖아?

 - 결혼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한다면 약혼식은 여행 끝나면 바로 할거네?

 

 아야코의 결심에 유리나가 물었다. 유리나는 어떻게 생각하면 아야코가 신중해서

 이맘때 즈음 공개적으로 부부가 되겠다고 밝힌 거라 생각했다. 훨씬 전에 핵폭탄급 선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도 있었는데 지금쯤 공개선언은 늦은 감이 있었다. 그만큼 신중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모른 이들은 너무 빠르다 할지 몰라도...

 

 - 그러지, 뭐...

 - 무슨 약혼식이나, 적령기를 앞둔 청춘 남녀면 모를까, 고등학생이... 건방져

  보일 거야, 생략하지?

 - 그러지, 뭐.

 

 내 말에 아야코가 쿨하게 답했다.

 

 - 나와 몽의 급작스러운 결혼 선언이 니들에게 충격을 줬을 거라 생각해, 우선 미 안하고, 그러나 언젠가 폭탄 발언을 할 거라 조마조마했을 니들 마음도 읽었어, 특 히 유리나나 미나미... 아장아장 걸을 때부터 친구였는데 먼저 말하지 않은 걸 섭섭 하게 생각하지 마, 몽을 모르는 사람이었으면 니들에게 먼저 상의를 했겠지, 이해 해다오... 문제는 유리나, 미나미 니 둘이 너무 예쁘다는 거야, 그게 불안해서 전격 적으로 행동에 옮겼어, 앞으로 흑심 품지 마, 유리나 너 몽 좋아해?

 

  아야코가 뒷말은 농담으로 끝을 냈다. 친구들 아니, 이 미녀 삼총사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안다. 아야코가 어금인 것을... 물론 유리나와 미나미도 자기들이 버금인 것을 안다. 미모도 어금 버금이지만 모든 게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유리나와 미나미도 아주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남녀 간의 문제가 실력이나 능력 차이로 서열이 매겨지고 그 서열 따라 짝이 결정되는 게 아니지 않는가? 인간(人間)이 개입되면 모든 게 틀어지고 복잡해지고 헝클어지기 때문이다. 인간들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개 속에서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 헤맨다. 어떤 이는 반쪽을 찾을 것이고, 어떤 이는 아직 찾아 헤맬 것이고 어떤 이는 잘못 찾아서 다시 찾으려 나설 것이고 어떤 이는 자기가 찾는 반쪽이 다른 이의 품에 안겨 있는 비극을 맛보기도 할 것이다. 시행착오를 반복적으로 거행(?)하는 건 인간의 숙명인지 모른다. 그 숙명이 빚어내는 희비극(喜悲劇)이 인간의 운명이며 불안한 인간 존재 본연의 모습일 것이다.

 

 아야코는 비록 덜떨어진 인간이지만 내가 그녀의 반쪽이라고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 같았다. 그래서 이 불안한 존재 조몽대가 한눈팔기 전에 만천하에 우린 반쪽을 찾았다 그렇게 알아! 라고 공개해 매조지고 싶었던 거였다. 하긴 나도 나를 모른다. 아야코 나는 걱정 하지 마, 절대 흔들지 않아, 그러고 싶지만 간사한 게 인간인데 손톱 밑에 바늘을 찌르고 야구방망이로 엉덩이를 내려치고 배를 걷어차이는 게 겁이나 그러기 전에 알고 있는 거 모두 이실직고하겠다는 나인데 얄팍하기 짝이 없는 부평초 같은 나인데 어떻게 나를 믿어라, 자신 할 수 있겠나... 과연 나와 아야코의 이 조합이 서로 잃어버린 반쪽을 찾은 것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 가끔 들 때도 있었다. 그러다가 아야코에게 폐를 끼치는 게 아닌가, 하는 자격지심(自激之心)에 나의 뻔뻔함에 스스로에게 치를 떨기도 했었다. 나는 분명 파렴치한 이기적인 놈일 것이다. 저 순진한, 남녀 간의 관계에 대해서 순백의 도화지 같은 아야코에게, 걸음마를 떼는 아이 같은 아야코에게 난 정말 몹쓸 짓을 하는 게 아닐까? 돈이 지위나 격(格)을 결정 짓는 건 아니지만 나와 아야코의 경제적 차이나 지적 깊이나 능력의 임계점이나 확연히 차이가 나는데 왜, 나인지? 모성 본능? 그게 여자들이 혹할 만큼 매력의 요소가 될는지... 아무튼 아야코한테 잘하자, 내일 실망을 안길지라도 오늘은 무조건 잘하자, 그렇게 속으로 다짐하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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