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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악마와 싸우는 안티히어로

 
미나미는 정말 나무토막일까?
작성일 : 24-03-25 15:37     조회 : 18     추천 : 0     분량 : 4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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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4화

 미나미는 정말 나무토막일까?

 

  - 몽, 그만 일어나세요, 꽉 잡아 갈비뼈 금 갔겠다, 큭...

 

 (E) 퍽!~

 

 잠깐 혼절한 거 같았다. 친구들이 우리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야코의 말이 귓가에 가물거렸는데 미나미가 내 등을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 윽, 여기 어디야?

 - 잠들었어, 내려...

 

 미나미가 눈을 흘기며 건조하게 말했다.

 내 옷에 쌓인 눈도 털어줬다.

 

 - 잠든 게 아니고 기절했어...

 

 스노우 모빌에서 내려서면서 내가 솔직하게 이실직고했다.

 오른쪽 뺨엔 내린 폭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왼쪽 뺨을 아야코 등에 대고 있어서 오른쪽 뺨에만 눈이 쌓인 거였다.

 

 - 어이구 씨, 오줌 지린 거 같은데?

 

 얼굴에 쌓인 눈을 털어내며 내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왼쪽 뺨은 아야코의 등에서 전해오는 따뜻한 체온에 생기가 돌았는데

 눈이 쌓였던 오른쪽 뺨은 꽁꽁 얼었다.

 

 - 축축하냐?

 - 어디 보자...

 

 (E) 퍽!~

 

 - 아야!~

 

 쥰페이가 짓궂게 물었고,

 내가 바지 속을 보려고 하자 미나미가 내 등짝을 또 후려쳤다.

 미나미가 쌍심지를 켰다. 애들이 깔깔대며 웃었다.

 

 - 근데 내 오른쪽 뺨이 얼어 입 돌아갔어, 미나미 이리 와...

 - 왜?

 - 니 뺨으로 내 뺨을 녹여줄래?

 - 무슨 소리야?

 

 아야코가 내 앞을 막아섰다. 장난이라 과도한 반응을 보였다.

 

 - 그래, 좋아.

 

 아야코가 장난으로 받았다.

 우리는 눈꽃처럼 순백의 웃음을 웃었다.

 

 아야코가 운전대를 잡은 빨강 스노우 모빌이 경사가 심하게 진 언덕 위로부터 오른쪽으로 활강(滑降)하듯 달려 내려오면서 별장 오른쪽 지붕을 잠깐 살짝 넘어가더니 방향을 틀어 왼쪽 지붕을 가볍게 타고 내려왔다고 했다. 전체적으로 그리면 타원형이라고 지켜본 쥰페이가 내게 전해줬다. 신기에 가까웠다고 했다. 지붕을 벗어났을 때 잠깐 이승을 벗어나 저승에 갔다 온 거처럼 보였다고 MSG를 쳤다. 만일 그대로 곧장 별장 지붕을 타고 넘어가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졌다면 아마 두 사람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거라고 했다. 시간과 공간의 벽을 넘어갔겠지, 큭, 내 말에... 무서웠냐? 물어봐서 모르겠다고 했다, 기절했기 때문에... 포근해서 잠든 게 아니고? 여자는 난생처음이라 처음엔 황홀했는데, 부산 광안리 가면 디스코 팡팡이라고 있는데 거기 처음 타는 처녀처럼 혼이 달아나 이승과 저승을 구분 못 할 정도였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정신을 차렸으면... 하다가 아야코의 눈길을 느껴 입을 닫았다.

 

 - 우~와~ 여기가 천상의 세계냐? 설마 공중에 떠 있는 건 아니겠지?

 

 노무라옹의 별장은 가파른 언덕에 기둥을 박아 돌출되어 있었다. 안에서 창밖을 보면 꼭 공중에 별장이 떠 있는 거 같았다. 별천지(別天地)였다. 전체 창은 이음새가 없는 통유린데 곡면으로 처리해 곡선미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냈다. 내부는 화려하거나 우아하거나 고급스럽게 보이지 않았고 아담하고 소박했다. 하긴 여기에 별장이 있다는 자체가 모든 미사여구(美辭麗句)를 커버하고도 남았다. 넓은 거실과 주방, 방 세 개, 꽤 넓은 복층, 방마다 화장실과 욕실 특이한 것은 아래 세상을 내다볼 수 있는 노천탕이 있다는 거였다.

 

 - 저 창문 안 열리지?

 - 응, 통유리야, 왜?

 

 노무라옹 손자 쥰페이가 궁금해했다.

 

 - 아야코가 번지 점프할까 봐...

 - 밖을 보니 그러고 싶어진다.

 

 미나미가 비처럼 하얗게 내리는 눈을 심란한 듯 바라보며 시니컬하게 내뱉었다.

 얘가 이병헌과 이은주가 주연한 ‘번지 점프를 하다’ 봤냐? 봤을 수도 있겠다, 저 공허한 눈빛을 보면...

 

 - 누구랑, 나랑?

 

 위로하려고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게 불쑥 말이 튀어나왔다.

 

 - 아니, 싫어...

 

 가시나... 남의 속도 모르고... 그러나 아는 눈치였다.

 눈은 웃었다. 고맙다 했다.

 

 - 몽, 나랑 점프하자.

 

 우리 둘을 번갈아 보다가 샘이 난 아야코가 말했다.

 

 - 좋아, 점프~

 

 나는 아야코 손을 잡고 그 자라서 폴짝 뛰었다.

 그리고 아야코가 뛰어서 또 뛰었다.

 쥰페이가 두루마리 휴지로 나랑 아야코를 칭칭 묶었다.

 

 - 하나, 둘, 셋~ 폴짝~ 이야호~

 

 아야코가 수를 세고 소리까지 질렀다.

 나는 민망했다. 얼굴이 달아올랐다.

 

 - 오늘 식사 당번은 나, 점심 겸 저녁은 컵라면으로, 신(辛)라면이다,

  한국 컵라면이 얼마나 맛있는지 먹어보면 엄지척할 거다. 자 준비하자...

 - 내가 조수 할게.

 

 아야코가 불쑥 나섰다.

 나는 둘둘 만 휴지에서 황급히 벗어나며 말했다.

 

 - 아니, 넌 미나미랑 다음에 해, 옷 갈아입고 쉬어, 난 쥰페이랑 할게...

 - 그래, 좋아.

 - 그럼, 난 청소 겸 짐 정리...

 

 내 말에 아야코가 흔쾌히 수긍했고, 입이 무거운 다이히토가 오랜만에 입을 열어 청소를 자청했다.

 

 미나미 얼굴에 드리워진 그늘이 흑색에서 회색으로 바뀌는 것처럼 보였다. 정말 나무토막 같을까? 아니 정말 남자의 손결이 닿으면 감정은 죽고 없어 나무토막 만지는 거 같을까? 자기가 느끼는 게 나무토막 같을까? 태어날 때부터일까? 후천적인 걸까? 얌전하고 점잖은 황족 다이히토의 가슴을 요동치게 한 미나미의 매력은 보이시(boyish)함도 있지만, 여자로서의 풍미(風味)는 가히 역대급이라 해도 모자랄 정도로 묘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여자로만 놓고 봤을 때 미나미의 역대급 미모도 뭇 남성의 시선을 끌고도 남았다. 다이히토에 대한 상사(相思)로 교문 앞에 지키는 애끓는 짝사랑 소녀들이 있었다면 미나미에 반해서 교문 앞에서 꽃 들고 선물 들고 서성이는 가슴앓이 청춘들도 부지기수였다.

 

 미나미가 미녀 삼총사 일원이고 중 2학년 말에서 중 3학년 1학기까지 약 6개월 동안 전일본(全日本)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걸그룹 멤버인 걸 알게 되면 가쿠슈인 교문 앞은 장사진을 친 팬덤(fandom)으로 질서 유지를 위해 경찰까지 동원해야 했을 것이다. 그녀를 지켜보는 내 마음은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렇다고 다이히토가 미나미랑 비교해서 1도 모자라지 않았다. 그다지 크지 않은 황실 남자의 키가 아닌 돌연변이로 쥰페이 못지않은 훤칠한 키에 운동으로 다져진 체지방 5% 몸매, 숯덩이 눈썹을 가진 잘생긴 외모는 뭇 여성을 심쿵하게 만들고도 남았다. 가쿠슈인 교문 앞에 꽃이나 선물을 들고 서 있는 여학생은 모두 다이히토를 만나기 위해서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나도 한 번 받은 적이 있는데 다이히토에게 전해달라는 거였다. 그런데 왜 다이히토랑 미나미는 물에 기름처럼 잘 섞이지 않고 데면데면할까?

 

 우정을 말하는 게 아니라 애정전선을 말하는 거다.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둘을 붙여주려고 해도 미나미의 성격을 보면 오히려 역효과만 날 거 같아 답답하고 안쓰러웠다. 다이히토 생각하면 애가 타고 애처로웠다. 야, 안 되면 덮쳐?! 이런 저열하고 무지막지한 생각이 불쑥 들 만큼 둘 사이 보기가 마음이 되고 안타깝고 힘들었다. 물론 딱 부러지는 성격의 미나미가 우리 사이는 남사친이고 여사친이다. 여기서 더 발전하기를 원하면 둘 중 하나는 이 모임에 나오지 말자고 했다. 그러자 다이히토는 짝사랑 뜻 모르냐고 했다. 짝사랑은 일방적이다. 내가 해바라기를 하든 민들레 홀씨가 되든 내 문제니까 미나미 넌 겐세이(牽制) 놓지 말라고 했다. 미나미도 쿨했다. 알았다고 했다. 그렇게 둘 사이는 지금까지 왔다.

 

 - 충무 김밥 먹을 수 있어?

 - 응? 김만 있으면 가능해, 숙모가 오징어무침하고 무 김치를 넉넉하게 줬거든...

 

 아야코가 숙모가 만들어 준 충무 김밥의 환상적인 맛에 헤어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도 간혹 엄마나 숙모의 어깨 너머로 충무 김밥 만드는 것을 본 적이 있어 도전해

 볼까 했다.

 

 - 여기 있네, 역시 노무라옹.

 - 야호, 기대해도 되지?

 

 내가 싱크대 수납장에서 김을 찾아냈다. 한국산이었다. 한반도가 그려진 성경김이었다. 쥰페이 할아버지가 한국 사람도 아닌데 성경김이 맛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우리를 위해서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 주셔서 고마웠다.

 아야코가 어린애처럼 좋아하며 입맛을 다셨다. 얘 조상이 본래 한국 사람 아니었을까? 그런 짓궂은 생각에 정신 나간 놈처럼 혼자서 피식 웃었다.

 허리는 괜찮은가? 아야코 허리를 감은 내 팔이 위로 올라갈까 봐 밑으로 내려갈까 봐 용을 써 힘이 불끈 들어갔을 텐데 잘록한 허리가 괜찮았는지 은근히 걱정됐다. 미나미처럼 누가 터치를 해도 목석같다면 모를까 비록 덜떨어진, 그래도 노골적으로 좋아서 죽겠다는 남친이 난생처음 자기 허리를 팔로 감았는데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는 건 거짓말일 테니까... 그래서 아까 바보라고 했나?... 미친 척하고 화들짝 놀라게 팔을 가슴 쪽으로 올려보든가 아니면 엉덩이 쪽으로 은근히 내려 볼걸, 어떻게 반응할지 보게... 아냐, 위험한 짓 안 하길 잘했어, 도저히 찾을 수 없는 곳에 던져놓고 가버릴 수도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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