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악마와 싸우는 안티히어로

 
하얀 눈 위에 쌓이는 우정
작성일 : 24-03-22 06:11     조회 : 21     추천 : 0     분량 : 4279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82화

 하얀 눈 위에 쌓이는 우정.

 

  내가 우리나라 동요 ‘구두 발자국’을 부르자 아야코도 따라 불렀고, 친구들도 따라불렀다. 쉬워서 금방 따라불렀다. 황족 다이히토가 우리나라 동요를 부르니까 생경했지만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두 민족이 앙숙은 맞는 거 같다. 나까지 이러니...

 

 - 어 저기, 007 영화 찍냐? 스노우 보드라나, 모터라 하냐? 우와, 멋지네 쥑인다...

  정확한 명칭이 뭐냐, 쥰페이?

 

 다테야마 휴게소에 들어서자 내가 아야코와 미나미를 바닥에 내리면서 물었다. 미나미는 폴짝 뛰어내렸지만,

 아야코는 잡고 안아서 내렸다. 그렇게 안 하면 안 내리니까...

 

 - 스노우 모빌...

 

 쥰페이가 내 말에 대답하는 동안에 유리나가 쥰페이 어깨에 올라서더니

 한 바퀴 공중회전을 하고 눈밭에 사뿐히 내렸다.

 내가 멋있다고 손뼉을 쳤다. 유리나는 부끄러워 쥰페이 등 뒤에 숨었다.

 아야코가 갑자기 쥰페이 어깨에 훌쩍 올라서더니 세 바퀴 공중회전

 끝에 내 어깨에 새털처럼 가볍게 안착했다. 서커스단 곡예사 같았다.

 

 - 우와!~

 

 내가 놀라며 다시 아야코를 안고 내렸고

 아야코는 피겨선수인 양 인사를 했다.

 모두, 손뼉을 쳤다.

 아야코는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그냥 그러고 싶어서

 유리나처럼 내 등 뒤에 숨었다.

 천진난만한 아야코, 큭...

 

 - 저기... 이름이 혼... 다... 모오빌...

 

 내가 내리는 폭설에 언뜻 보이는 스노우 모빌에 적힌 글을 띄엄띄엄 읽었다.

 내가 일부러 아야코가 만들어내는 야릇한 분위기가 체질적으로 어색해 화제를 돌린 거였다.

 그런데 혼다 유리나 표정이 굳어졌다. 뭐가 있구나 싶었다.

 

 - 할머니가?

 - 응...

 - 근데 인상이 왜 그러니?

 

 내가 물었고 유리나가 대답했고 내가 다시 시비조로 물었다.

 

 - 미안...

 - 잠깐, 니들 모여 봐.

 

 이렇게 가다간 안 되겠다 싶어서 친구들을 불렀다.

 나를 중심으로 친구들이 모였다.

 뭐지? 하는 궁금해하는 표정들이었다.

 

 - 아이스크림 사 먹자.

 

 아야코가 순진무구한 동네 꼬마 아이처럼 말했다.

 

 - 딴 게 아니고... 뒤집지 못할 거면 받아들이자, 즐겁게, 우린 이제 열여덟이다. 어쩌겠냐, 나나 너희들이나 이렇게 태어났는데, 배려해 주시면 고맙게 받아들이면 되잖아, 저번에도 이런 비슷한 일로 내가 징징거렸는데 그걸로 끝내자, 우리나라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호강에 겨워 요강에 똥 싼다는 말... 부모 잘 만난 걸 죄처럼 굴지 말자, 색안경 끼면 역겨워 보이니까, 니들이 자꾸 날 의식해서 그러면 난 진짜 자격지심(自激之心)에 빠져 한국으로 돌아갈란다. 니들도 부모가 잘난 만큼 충분히 잘났다, 난 이것밖에 안 되는 덜떨어진 인간인데 니들이 왜 나한테 미안해하고 내 눈치를 보지? 그러면 내가 불편하고 부담스러워져, 난 천성이 벽창호야, 뭔가를 깨닫는 데는 시간이 걸려, 친구들아, 그냥 날 무딘 채로 살게 해주라, 부탁이다. 내가 아주 어릴 때 우리 아버지가 전 재산을 털어 수박 장사를 했는데 그해 여름 장마가 져 홀딱 망했어, 할머니 나는 어떡하면 좋아? 하고 물었어. 그러자 할머닌 넌 그냥 놀아주면 돼, 라고 하셨어, 열여덟에 할 수 있는 건 공부하고 노는 거 밖에 더 있어? 놀자, 즐겁게... 야, 오늘 말 되네, 그리고 노무라옹이나 유리나 할머니나 나를 비롯해 각자의 부모님은 우리의 할아버지고 할머니고 부모님이야... 내가 대체 일주일에 며칠 우리 집에서 자냐? 거의 너네들 집에서 죽치잖아? 너희들도 마찬가지고, 이걸 민폐라고 생각했다면 우린 이런 일로 조심스러워했을 거고 서먹했을 거야, 날 위해서 목숨을 바치겠다고 나선 너희들 행동은 그럼 위선이야? 유리나 할머니는 날 손자라고 생각하셔, 가지고 계시는 혼다 자동차 주식 3분의 1은 언제든지 나 줄 수 있다고 장담하셨어, 그럼, 저 스노우 모빌 내가 타고 갈 충분한 자격이 있는 거 아냐? 불만 있어?

 

  - 아니, 자격 충분하고 남아.

 

  내 말에 아야코가 힘을 보탰다. 유리나가 말없이 씩 웃으며 하이 파이브 하듯 손을 올렸다. 나는 유리나와 손바닥으로 맞장구를 쳤다. 쥰페이, 다이히토, 미나미 순으로 맞장구를 쳤다. 끝으로 아야코와 두 손으로 맞장구를 쳤다. 아야코가 그 큰 눈을 삼킬 듯이 쳐다봐서 멜로영화 찍는 거 같아 쑥스러워 외면했다. 아야코가 손으로 외면한 내 얼굴을 돌리고 그 맑고 큰 눈을 응시하며

 

 - 아이스 크림 사줘.

 - 알았어...

 

 아야코가 어리광부리듯 말했고 나도 삼킬 듯 쳐다보며 말은 시르죽듯이 했다. 내가 평상시 달리 아야코의 노골적인 애정 표현을 닭살 돋으며 받아주자 쥰페이와 유리나는 우릴 놀린다고 아예 이마를 맞대고 으르렁대며 키득거렸다. 미나미는 어느새 앞서 걸어가고 다이히토는 몇 발자국 뒤떨어져 갔다.

 

 우리는 우리를 기다리며 대기해 있는 스노우 모빌 3대가 서 있는 곳으로 잰걸음으로 갔다. 유리나를 알아본 직원이 굽실거리며 스노우 모빌 키를 넘겼다. 그리고 예쁜 투명 비닐 가방에 든 아이스박스도 하나 주었다. 세계 최고급 카카오로 만든 빙수 아카사카 MAMANO 였다.

 

 - 아야코, 여기~

 - 우와~ 대박~

 

 유리나가 빙수 아카사카 MAMANO가 든 비닐 가방을 들어 보이자 아야코가 천진난만하게 좋다며 소리를 질렀다. 유리나 할머니의 사려 깊은 배려였다. 이팔청춘 꽃다운 나이에 먹고 싶은 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았을 것이다. 나는 마음속으로 유리나 할머니에게 크고 작은 하트를 마구 날렸다.

 

 - 몽, 이놈 덩치 봐, 사대(四大)가 쫙 곧은 게, 유리나 넌 좋겠다, 쥰페이 아니면 몽이 있으니까, 저울질할 필요 없겠어, 깔깔~

 

  상대방 의견은 무시하고 김칫국물부터 마시는 전형적인 여느 할머니였다. 유리나 할머니는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혼다자동차 주식 3분의 1를 준다고 유리나와 내 앞에서 선언하셨다. 물론 농담이었겠지만 기분은 좋았다. 5%면 대주주? 대주주면 자동차 공짜로 주는가? 반값 세일은 하겠지, 킥킥... 나 3분의 1, 유리나 3분의 1, 쥰페이 3분의 1, 만일 쥰페이랑 틀어지면 나랑 유리나가 잘 되면 되니까 그럼 혼다 자동차 주식 10%가 확보되기 때문에 경영상에 문제가 없다고 하셨다. 유리나 할머니의 일방적인 계산법이었다. 나는 이 문제에 키를 쥔 아야코 귀에 안 들어가기를 노심초사(勞心焦思)했는데 혼다 유리나가 누구냐, 수다 떤다고 단박에 아야코 귀에 넣어주었고 아야코는 배를 잡고 깔깔 웃었다고 했다. 장난꾸러기 노무라옹 귀에 들어가자 이 무슨 호재냐 싶어 혼다 자동차 대주주가 한국 자동차 중고매매상에 주식 5% 일괄 무상 양도에 한국 자동차 중고매매상은 우호 지분까지 10% 이상 확보 혼다 자동차 경영에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다고 4월 1일 만우절에 노무라 연구소에서 발표했다. 만우절 하루 내내 혼다 자동차 주식이 요동쳤다. 물론 나중에 만우절의 해프닝이라고 밝혔지만...

 

 - 바꿔 먹어.

 

 아야코가 멍해 있는 내 손의 아이스크림을 강제 빼앗아 자기 것을 내 손에 쥐어 줬다.

 

 - 똑같은 거잖아?

 - 아이스크림에 녹아든 입술은 다르지...

 

 참 나, 하며 내가 웃었다.

 

 - 왜 앓느니 죽지, 호호.

 

 아야코가 코를 찡긋하며 말갛게 웃었다.

 내 눈을 삼킬 듯이 바라보는 눈은 한껏 에로틱에 젖어 있었다.

 

 - 안 갈 거야, 그렇게 둘만 쳐다보고 살래?

 

 미나미의 목소리가 까랑까랑했다.

 

 - 야, 완전 원색이네, 원색을 제대로 뽑으니까 고급스럽다.

 

 누가 들어도 뭔가 어색해서 하는 소리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스노우 모빌 앞바퀴는 스노우 보드를 장착했고 뒷바퀴는 무한궤도(無限軌道) 캐터필러(caterpillar)가 달려 있었다. 유연한 곡선의 몸체와 한 대는 빨강, 한 대는 노랑, 한 대는 파랑의 선명한 원색으로 도색(塗色)되어 스노우 모빌은 컬러풀(colorful) 했고 쏟아지는 하얀 눈발과 대비돼 더 뚜렷했다.

 

 - 다음 행선지는?

 - 숙소... 노무라옹이 잡아놨어.

 - 장난꾸러기 할아버지가?

 - 응...

 

 쥰페이의 무채색의 한 마디였다.

 

 - 불안한데...

 - 할아버지를 모르면 불안하겠지...

 

 유리나가 쥰페이 할아버지의 짓궂은 장난을 지금까지 톡톡히 섭렵했으면서 왜 딴소리냐였다.

 

 - 가까워?

 -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고 적당한 어디쯤...

 - 엘레강스하고 디럭스해?

 - 내 이름 앞에 붙인 성이...

 - 노무라다, 알겠어 임마, 생색은, 더러워서...

 - 안 갈래?

 - 누가 안 간다고 했어? 내가 미쳤냐? 니 좋아라고 안 가게, 흥...

 - 누가 뭐래? 가자구...

 

 나와 쥰페이 둘이서 주고받는 말들이 여느 까까머리 친구들의 일상적인 대화처럼 아무렇지 않게 티격태격했다. 친구들 앞에서 장광설을 늘어놓은 내 말이 나름 영향을 미친 거 같았다.

 

 - 그럼, 니가 앞장 서... 다이히토는 나랑 타고 가자...

 - 싫어.

 

 내 말에 아야코가 뾰루퉁 해져 태클을 걸었다.

 나는 미나미가 걸려서 나름 배려

 차원에서 한 말이었는데 아야코가 불만이었다.

 

 - 왜?

 

 아야코의 단호한 반응에 당황스럽고 황당해서 내가 물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18 베일에 싸인 이시하라 유우Ⅱ 2024 / 5 / 7 6 0 4087   
117 베일에 싸인 이시하라 유우Ⅰ 2024 / 5 / 6 7 0 4080   
116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이시하라 유우 2024 / 5 / 5 4 0 4139   
115 베아트리체의 부활 2024 / 5 / 4 9 0 4315   
114 수진 누나와 추억을 소환하다 2024 / 5 / 3 11 0 4248   
113 악귀가 된 암 덩어리 2024 / 5 / 2 11 0 4232   
112 용천에게 베아트리체를 맡기다 2024 / 5 / 1 12 0 4117   
111 동경의 여인 베아트리체 2024 / 4 / 30 13 0 4105   
110 수진 누나가 전화를 걸었다 2024 / 4 / 29 12 0 4302   
109 우리 집의 실세 2024 / 4 / 27 13 0 4167   
108 패밀리 2024 / 4 / 26 13 0 4185   
107 인연(因緣)Ⅱ 2024 / 4 / 24 13 0 4075   
106 인연(因緣)Ⅰ 2024 / 4 / 24 10 0 4128   
105 여자들의 속내 2024 / 4 / 22 12 0 4191   
104 우연히 발견(?)한 직호문녹각제도장구(直弧文… 2024 / 4 / 19 16 0 4201   
103 사심과 추행의 관점 2024 / 4 / 18 16 0 4336   
102 우유부단한 스투핏(stupid) 2024 / 4 / 16 15 0 4090   
101 염불보다 잿밥에 눈먼 고분 발굴 2024 / 4 / 15 15 0 4222   
100 용천(龍泉)과 직호문녹각제도장구(直弧文鹿… 2024 / 4 / 14 15 0 4133   
99 악몽 또는 트라우마 2024 / 4 / 13 14 0 4625   
98 양파 껍질을 벗기다 2024 / 4 / 12 17 0 4182   
97 김해공항에서 생긴 의문의 사건 2024 / 4 / 11 18 0 4204   
96 될 대로 돼라(Qué será, será) 2024 / 4 / 10 18 0 4167   
95 늦었지만 추억의 병영 시절 2024 / 4 / 8 18 0 4117   
94 중국 만저우리(Manchouli, 滿洲里)에서 나를 발… 2024 / 4 / 7 19 0 4178   
93 내가 언제 화려한 시절을 꿈꾼 적이 있었나? 2024 / 4 / 6 16 0 4220   
92 태풍의 눈 속에 머물다 2024 / 4 / 5 16 0 4139   
91 아야코 집을 방문하다 2024 / 4 / 3 18 0 4222   
90 요시야 서점에서의 늑대 울음 2024 / 4 / 2 17 0 4496   
89 나와 아야코는 자석처럼 붙어 있었다 2024 / 4 / 1 15 0 4412   
 1  2  3  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