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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악마와 싸우는 안티히어로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알까?Ⅰ
작성일 : 24-03-15 22:04     조회 : 25     추천 : 0     분량 : 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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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화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알까?Ⅰ

 

  -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설국(雪國)이 그냥 써질 거 같다, 야, 이 설벽(雪壁) 봐라.

 - 한국은 뜨거운 열대(熱帶)의 나라냐? 감동 식이나...

 - 우리나라도 눈이 오지, 저 위쪽은, 그러나 내가 살던 부산은 눈 내리는 정도,

  쌓이는 건 보기 힘들어.

 - 그래? 금시초문이네...

 - 너 임마 우리 엄마 아들 한다며? 엄마의 나라 부산에 대해

  눈이 오나 안 오나 정도는 알아야 아들 자격이 있지.

 

 내 흥감이 새삼스럽다는 듯이 반응하던 쥰페이가 내 핀잔을 듣고도 머리를

 갸우뚱했지만 계면쩍어했다.

 

 - 눈사람 만들고 눈싸움할 정도의 눈이 쌓이기를 기다리려면 하늘에 기도라도 올려야 돼, 음...

  몇 년에 한 번 될까 말까, 하늘에서 하얗게 눈이 내리면 너나 할 거 없이

  모두 뛰쳐나가 동심의 세계에 빠지지.

 - 저 눈 봐,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김광균 시인이 ‘설야(雪夜)’라는 시에서

  눈 내리는 모습을 보고 읊은 시귀(詩句)야, 이 공감각적(共感覺的)인 표현이 너무 아름답지 않아?

 

 펑펑 쏟아지는 눈을 바라보다가 아야코가 내 말에 슬쩍 힘을 실었다.

 

 - 공감각이 뭐야? 왜? 표정들이 왜 그래? 그래 나는 무식하다, 나는 무식하면

  안 되냐? 무식한 건 불편할 뿐이지 죄가 아냐?! 그래, 잘났다, 이것들아,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거보다 낫잖아? 안 그래, 아야코?

 - 그럼, 니들 몽을 비웃는 거니? 니네들 태도가 기분을 상하게 한다...

 

 내가 과장된 반응을 보이며 장난을 치자 아야코도 덩달아 나를 거들었다.

 유리나, 미나미, 다이히토는 입장이 곤란하다는 표정을 무심한 듯

 포커페이스로 표현했다.

 

 - 응, 비웃기는 하는데 무식한 거 비웃는 게 아니라 무식한 거 자랑처럼

  떠드는걸 비웃어, 메롱~

 

 믿었던 쥰페이가 놀렸다. 쥰페이가 십자가를 지는 게 훨씬 자연스러웠다. 그제야

 유리나, 미나미, 다이히토가 피식 웃었다.

 

 - 너 그럼, 우리나라 시인 김광균 시인의 ‘설야’인가 뭔가를 알아?

 - 응, 알고 말고 김광균 시인은 모더니즘 시인이며 1930년대 한국에서 활동했던 분이고 와사등(瓦斯燈)이라는 시집

  을 냈지, 청각조차 시각화하는 기이한 재주를 가졌다고 해서 무형적인 것을 유형화하는 시풍(詩風)이 회화적 이미

  지를 근거로 하는 모더니니즘에서 출발했다고 하지, 이 정도밖에 몰라...

 - 와사등(瓦斯燈)이 뭐야?

 - 가스등.

 

 똑똑하네, 아니다, 이건 상식적인 거잖아, 난 와사등(瓦斯燈)이 가스등이라는 걸 모를 정도로 무지몽매(無知蒙昧)한 거고... 나는 설벽(雪壁)에 머리를 쑤셔 박았다. 아 창피해, 쥐구멍이라도... 설벽이 보기보다 딱딱해서 잘 들어가지 않았다. 머리만 숨긴 장끼가 되고 싶었는데...

 오오기사와에서 구로베댐까지는 전기 트롤리 버스를 타고 이동했고, 구로베댐에서 구로베다이라까지는 케이블카 형식의 산악열차를 탔고, 구로베다이라에서 다이칸보까지는 로프웨이 방식의 케이블카를 탔다, 다이칸보에서 정상인 무로도 까지는 전기 트롤리 버스로, 무로도에서 비조다이라까지는 고원 버스로, 비조다이라에서 다테야마역까지는 다테야마 케이블카로 불리는 산악열차를 타고 이동한 뒤 다테야마 역에서 정상까진 버스로 이동했다. 눈앞의 설원(雪原)이 경이적인 광경을 연출했다. 설원은 엄청나게 내리는 눈으로 계속 덮여갔다. 예년(例年)보다 일찍 시작한 눈은 온천지를 덮었다. 신비한 설원은 또 다른 세계였다. 명실상부 설국(雪國)이었다. 눈 속을 뚫고 버스는 달려 다테야마 정상 휴게소에 도착했다. 우리는 버스에서 내려 눈 앞에 펼쳐진 설벽의 웅장한 광경을 보고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갔다. 설벽은 어지간한 몇 층 높이의 건물보다 높았다.

 

  - 니들 일본인들 또 우리나라를 침략하려고 그러는 거지, 우리에 대해서 너무 잘 아 는 거 보니 그런 생각이 갑자기 뇌리를 스치네, 호전적(好戰的)인 거 그거 좋은 거 아니야,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는 말이 있잖아, 평화를 사랑해야지. 정한론(征 韓論) 그런 거 믿지 마, 주여, 이 불쌍한 민족 굽어살피소서, 으흠~

 

  나는 억지로 몽니를 부렸다. 괜한 트집이었다. 오히려 내가 타이르는 꼴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낯이 뜨거웠다. 한국 사람인 나는 모르는데 외국 사람인 친구들이 우리나라 시인에 대해서 잘 알다니 부끄러웠고 창피했다. 나랑 실력이 백지(白紙) 한 장 차이라고 생각한 쥰페이도 꽤나 알 정도면 내가 무식하긴 무식했다. 근데 사실 노무라 쥰페이 지적 수준은 나보다 훨씬 높았다. 상상을 초월하는 영민(英敏)한 미녀 삼총사나 다이히토와 비교해서 실력 차이가 날 뿐 나랑은 비교가 되지 않았다. 나는 한 마디로 지적 수준이 쥰페이에게 조족지혈(鳥足之血)이었다, 새 발의 피였다.

 

 - 의기소침하기는? 일본인 대부분, 아니 우리 나이 또래 젊은이들은 거의 김광균 시인에 대해 몰라, 우리만 알뿐이지, 니가 한국인이고 우리 절친이니까...

 - 공부한 거야?

 - 응...

 

 미나미가 사실을 고백하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야, 애들 진짜 무섭네, 뭐고?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다, 그거냐? 그래도 되는 거니, 친구 사이에?

 

 - 너도, 우리나라 작가 알잖아?

 - 나쏘메 소세키? 달이 아름답다는 사랑한다는 뜻이다, 그 나쏘메 소세키?

 

 이번엔 유리나가 나를 위로하려고 했다. 나쏘메 소세키를 내가 어떻게 알겠나, 우리 동네 문학소녀, 성제에게 능욕을 당하고 수치심에 자살한 동네 누나한테 빠져 한 1년간 문학 공부하러 다닐 때 귀동냥한 거였지, 나쏘메 소세키에 대해서도 달이 아름답다는 사랑한다는 뜻이라는 걸 그 구절이 귀에 박혀서 알 따름이었다. 사실 김광균도 그때 들었던 거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았었던 거였다.

 

 - 그래, 일본인들 특히 젊은 사람 중에 나쏘메 소세키 모르는 사람 많아... 달이 아름답다가 사랑한다는 뜻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더 적고...

 - 알아, 날 생각 해주어서 눈물겹네, 무식한 건 부끄러운 게 아니야, 단지 불편할 뿐이지, 히...

 

 내 입장이 잘못하면 묘해질 거 같아 유리나가 내 편에 서서 적극적으로 이해시키려고 해 나는 농담으로 은근슬쩍 받았다. 심각하게 받을 이유도 없고, 모르는 거 물어보는 거 자존심은 좀 상할지라도 나쁜 건 아니잖아... 아버지도 그랬고 엄마도 그랬다 모르는 건 무조건 물어라, 나쁜 게 아니라 좋은 거라고... 옷에 붙은 검불 같은 자존심 내세우다가 패가망신한다고 하셨다.

 

 - 그럼, 너의 매력은 바로 그 긍정적인 마인드야.

 - 매력으로 끝내, 관심은 가지지 말고.

 

 아야코가 나에 대해 유리나가 가졌던 좋은 인상이 거슬렸던 거처럼 냉랭하게 말했다.

 물론 둘 사이의 대화는 농담이고 장난이다.

 

 - 나도 쥰페이 있어.

 - 누가 뭐래? 둘한테 다 혹하니까 그러지, 나쁜 기집애, 흥...

 

 유리나 말에 아야코가 펄쩍 뛰었다. 아무리 농담이고 장난이래도 그런 식으로 질투심을 나타내니까 아야코가 더 예뻐 보였다. 어머니, 곽세린 여사 정말 이 아들 여친 하나 잘 만난 거 같소, 으하하하~ 과분하지만 우짜겠소, 나 아니면 안 된다는데 나 또한 그렇고, 이히히히... 아이고 민망해라...

 

 - 아니, 내가... 그럼, 두 남자에게 양다리 걸치면 안 되는 법이라도 있니? 법

  에 저촉돼?

 - 머리카락 뜯는다?

 - 뜯어, 뜯어, 돈 많으면 뜯어?!

 - 우리 맥주 마실까?

 - 푸하하핫~

 

 장난으로 아야코와 유리나가 싸우는 게 재밌고 귀여워서 내가 시간차(時間差) 공격하듯 엉뚱한 소릴 던졌다.

 절묘했다.

 근데 터지는 건 엉뚱한 데서 터졌다.

 듣는 듯 마는 듯 그 조용하던 다이히토가 내 말이 우스운지 넘어갔다.

 배꼽을 잡았다.

 

 - 나는 말이야, 의외로 다이히토가 쉬울 거 같아.

 - 뭐가?

 

 불쑥 내뱉은 내 말에 쥰페이가 호기심을 보였다.

 

 - 부는 거.

 - 부는 거?

 - 응, 다 까발리는 거, 고문했을 때 자백...

 - 웬 뜬금없이?

 - 한 번씩 멍 때리며 생각한 게 있는데, 내가 만일 적한테 잡혀가면 어떡할까? 고문하기 전에 바로 이실직고(以實直告)할 거야, 난 고문은 질색이니까, 근데 의외로 다이히토가 나보다 먼저 불지 않겠나 싶어.

 - 어째서?

 

 다이히토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 황당한 얼토당토않은 내 말이 기가 차서 물었다.

 언제나 비켜 서 있던 자신이 화제의 중심에 서자 불편해했다.

 

 - 금방, 푸하핫 배꼽 잡고 웃었잖아, 이런 애들이 의외로 다루기 쉬워.

 - 이론적 근거는?

 

 다이히토가 정색하며 따지듯 재차 물었다.

 다이히토가 다이히토답지 않는 의외의 진지한 모드에 나는 살짝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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