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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궁귀검신
작가 : 조돈형
작품등록일 : 201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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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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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이라는 것은 가능한 한 멀리 눈에 보이는 거리를 뛰어넘어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생명까지 지배하는 병기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무기가 생명을 노린다고 가정을 해 보거라.
이보다 두려운 것이 또 무엇이 있겠느냐?
악덕 조부와의 고난에 찬 수련행.
정혼녀를 찾아 떠난 즐거운 중원행.
어지러운 무림을 바로잡는 영웅행.
이기어검과 이기어도를 능가하는 이기어시의 신선한 등장!
내일을 향해 쏘아 볼까나?!

 
제 25 화
작성일 : 16-07-14 15:04     조회 : 598     추천 : 0     분량 : 9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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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 어쩐다. 아무래도 이 꼴로는 북경에 들어가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고, 들어간다 해도 더 이상 이러고는 다닐 수 없으니… 면피야 뾰족한 방법 없겠냐?”

 당연히 없겠지만 그저 답답해서 해본 말이었다.

 “제길,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서 산삼 몇 뿌리 들고 오는 걸 그랬어. 집에는 널린 게 산삼인데 여기서는 그리 귀하다고 하니. 아님 호랑이 가죽이라도 들고 오는 건데… 가만, 호랑이라… 조선에서도 호랑이 가죽이 비싸게 거래되니 여기서도 그러지 말란 법은 없겠지. 좋아. 면피야, 호랑이 잡으러 가자!”

 돈을 준비해야겠다는 소문의 생각은 결국 호랑이 사냥에까지 나서게 만들었다.

 그리고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아서 소문은 자신보다 훨씬 큰, 몸 길이가 거의 이 장에 달하는 대호(大虎) 한 마리를 잡아서 질질 끌며 산을 내려올 수 있었다.

 원래 호랑이라는 것은 영물(靈物)인지라 사람 눈에는 잘 띄지 않았지만 철면피라는 하늘의 제왕에게는 너무도 쉽사리 발견되고 말았다.

 따가운 햇살을 피해 그늘에서 한가로이 쉬고 있던 호랑이는 정수리가 어디서 날아온지도 모르는 한 발의 화살과 접촉을 하자 그 자리에서 세상을 하직했다.

 그런 호랑이를 끌고 오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소문은 잡아온 호랑이를 북경 밖 저잣거리에서 팔려고 했다.

 사람들은 처음에 호랑이를 보고 기겁을 하고 도망갔지만 잠시 후 그것이 이미 죽어 내다 팔려는 상품인 것을 알자 진귀한 구경을 하기 위해 소문 주위로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좋다. 금화 열 냥이다. 어떠냐?”

 “흥, 그 정도에. 나는 금화 열닷 냥 내겠다.”

 소문의 입은 좌우로 길게 찢어져 다물어질 줄 몰랐다. 약간의 여비를 벌려는 생각에 잡은 호랑이건만 사람들의 반응이 이리 뜨거울 줄이야… 자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건만 모여든 사람들이 알아서 북 치고 장구 치고 하고 있었다.

 처음 금화 한 냥을 부른 사람은 도둑놈이라는 소릴 듣고 이미 쫓겨났고 어느새 금액은 황금 열닷 냥까지 올라갔다.

 그러니 소문의 입이 찢어질 수밖에…….

 사실 소문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호랑이를 사려는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 가죽만으로도 꽤 비싸게 팔 수 있는 것이 호랑이였다. 그런데 소문이 들고 온 것은 상품의 질에서 차원이 달랐다.

 살아 있는 거나 다름없는 호랑이였다.

 상처라고는 이마의 조그만 구멍이 전부였으니 호피(虎皮)로는 극상품(極上品)이고, 한약의 중요한 재료로 쓰이는 뼈[虎骨] 또한 어마어마한 덩치를 자랑하듯 몸에서 나오는 양이 상당할 것이다.

 호랑이의 발톱은 귀한 장신구로 쓰일 것이고, 가장 쓸모 없다는 고기 또한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그 어떤 고기보다 비싸게 팔릴 것이다.

 어디 하나 버릴 것 없는 귀한 것이 호랑이인지라 머리에 핏대를 올려가며 어떻게든지 얻으려고 하였다.

 소문은 난처했다. 그냥 두면 어디까지 올라갈지 모르는 가격이었으나 별로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말도 안 통하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으랴. 그저 수수방관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흥정이 있으면 구경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흥정을 부추기는 사람이 있듯이 제 물건도 아닌데 흥정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자, 열닷 냥 나왔습니다. 더 쓰실 분 안 계십니까? 놓치기엔 정말로 아까운 호랑이올시다.”

 “스무 냥!”

 “스물닷 냥!”

 가격은 계속 뛰고 있었다. 그러나 흥정한 지 한참이 지나도록 끝나지 않던 거래가 한 사내의 등장으로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이백 냥!”

 “헐, 아무리…….”

 “끄응!”

 사람들은 육십 냥이 오가는 마당에 누가 이백 냥이라는 거금을 불렀는지 몹시 궁금해했다.

 하지만 등장한 중년인을 보고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고, 한참 경쟁이 붙었던 두 명의 장사치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고는 물러났다.

 바람과 같이 등장한 사내, 그의 이름은 육전만(陸田萬)이었다.

 북경성에 커다란 포목점(布木店)을 여러 개 지닌 지독한 노랑이로 유명한 그는 가진 게 돈밖에 없다고 소문이 났다. 그런 그가 등장했으니 이미 이 거래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조그만 부채를 들고 겨우 볼따구 한쪽만을 가리며 거만하게 서 있는 육전만이 눈치를 주자 옆에 있던 노인이 하나의 꾸러미를 들고 황급히 소문에게 다가왔다.

 소문이 꾸러미를 살펴보니 그 안에는 황금이 가득 들어 있었다. 소문은 그 노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들어라. 귀한 것이니 조심해서 다루도록 하고.”

 노인의 말이 끝나자 뒤에 시립했던 장정들이 우르르 몰려오더니 호랑이를 들쳐 업고 노인을 따랐다.

 그 모양을 보며 천천히 사라지는 육전만의 얼굴에 흐뭇함이 가득했다.

 거금 이백 냥을 주고 호랑이를 산 육전만이 사라지자 그를 보고 있던 사람들은 저마다 한소리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저 노랑이가 이백 냥이라는 돈을 한 번에 쓸 때도 있네그려!”

 “며칠 전에 흥청루(興淸樓)에서 어린 기생 하나를 첩으로 들이지 않았나? 아마도 밤일 때문에 샀을 것이여. 호랑이 거시기가 정력에 최고라는 소리도 있잖여.”

 “그런가? 허, 그럼 첩이 벌써 열을 훌쩍 넘긴 겐가? 세상 참 불공평하이 누구는 이십 년 동안 바가지만 긁어대는 마누라만 바라보고 있는데 언놈은 열 첩을 끼고 살아가니…….”

 “그럼 자네도 첩 한번 들이지 그러나?”

 “예끼, 이 사람아! 누구 죽는 꼴 보려 그러는가?”

 “하하, 그냥 한번 해본 말일세. 우리 처지에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데 첩은 무슨…….”

 소문은 번 돈을 혼자 먹는 째째한 짓은 하지 않았다. 자신을 대신해 흥정을 맡았던 사람에게 금 열 냥을 주어 큰 술자리를 열었다.

 그리고 주변에 모였던 상인이며 구경꾼이며 모두에게 술을 샀다.

 소문도 배우기는 늦게 배웠지만 워낙 술을 좋아해, 부어라 마셔라 새벽까지 술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

 술을 먹던 사람들이 하나둘 사라지거나 아예 길에 누워 자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벌써 동쪽 하늘에서 먼동이 터 오고 있을 때였다.

 “이런, 벌써 시간이… 아이쿠!”

 소문은 앉아 있던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다가 그대로 엎어지고 말았다.

 해가 지기도 전에 마신 술자리가 지금까지 왔으니 제아무리 술이 센 장사라도 견딜 재간이 없었다.

 소문은 잠시 정신을 수습하고 앉아 내공을 운용했다. 내공을 운용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소문의 몸에서 하얀 김이 솟아올랐다.

 소문이 하루 종일 퍼먹은 술기운을 내공의 힘을 이용해 몸 밖으로 내뿜는 중이었다.

 “아이고, 아까워라. 그 좋은 술을 이리 버리다니… 다시는 이딴 짓 하지 말아야지!”

 소문은 날아간 술이 혹여 공기 중에 남아 있을까 하여 혀를 길게 내밀어 보았지만 싸늘한 새벽 공기만이 느껴질 뿐 날아가 버린 술은 찾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며칠 동안 제대로 먹지 못하다가 마신 술이 몸에 무리를 줬는지 술기운이 빠져나갔음에도 속은 무척이나 쓰려왔다.

 소문은 미적미적 걸어 북경성을 향해 걸었다.

 돈도 마련했고 했으니 옷부터 준비해야 했지만 지금 이 시간의 저잣거리는 그저 조용한 침묵만이 있을 뿐이었다.

 “젠장, 옷부터 준비하고 먹어도 먹는 건데… 술 먹느라고 정신을 빼앗겨서… 북경에는 그래도 열어놓은 곳이 있겠지.”

 소문은 자신의 짧은 생각을 후회하며 북경성 외곽의 성벽에 도착했다.

 북경성의 성벽은 다른 성보다 그 높이에서 상당한 차이가 났다.

 다른 성의 성벽이 기껏 높아봐야 이, 삼 장인데 북경성의 성벽은 무려 오 장이나 되었다. 하지만 소문에게 그리 큰 문제는 되지 못했다.

 소문은 지난 번 산해관에서 한번 크게 혼난 후 정문으로 관문을 통과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항상 조용한 밤이나 새벽에 월담을 하곤 했다. 북경성에서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소문의 북경에서의 첫날은 이렇게 시작됐다.

 

 소문이 눈을 뜬 건, 해가 이미 중천에 떠서 그 빛을 최대한 지상에 보내고 있을 때였다.

 소문이 이곳 북경에 들어온 지는 한참이 되었지만 새벽이라 그런지 그를 반겨주는 것은 길에 굴러다니는 현상금 종이밖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해서 사람들이 활동하는 아침까지 잠시 벽에 기대어 쉰다는 게 그만 깊은 잠에 빠지고 말았다.

 소문이 왁자지껄하는 소리와 웅성거림에 살며시 눈을 뜨자 자신의 앞에는 몇 개의 동전이 놓여 있고, 안됐다는 듯이 쳐다보는 사람도 간혹 눈에 띄었다.

 ‘이건 뭐지?’

 소문은 순간적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잊고 있었다.

 하지만 잠시 후 그 동전의 의미를 깨달은 소문은 창피한 마음에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러나 창피하다고 움츠러들면 더 창피한 법, 소문은 어깨를 펴고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이 덮고 있던 옷인지 걸레인지 유무가 불확실한 장삼(長衫)을 소리 내어 털더니 가지런히 접었다.

 물론 땅에 떨어진 동전도 주웠다. 소문이 그동안 구걸하며 익힌 생존의 법칙 제1조 ‘챙길 수 있을 때 챙겨라’가 발동하는 순간이었다.

 소문이 너무나 당당하게 행동하자 그를 바라보던 사람들은 일순 착각을 했다. 혹여라도 그를 잘못 본 것인가, 다시 확인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미친놈!!’

 사람들의 이런 시선을 무시하고 소문이 발걸음을 옮긴 곳은 북경 시내 한복판에 크게 문을 열고 있는 만인루(萬人樓)라는 큰 주루(酒樓)였다.

 만인루에 들어선 소문은 그 규모에 우선 놀랐고, 안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의 수에 또 한 번 놀랐다.

 만인루는 총 삼 층으로 이루어졌는데 일 층과 이 층은 주로 술과 음식을 파는 곳이었고, 삼 층은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을 위한 방이 마련되어 있었다.

 어찌 보면 객점(客店)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주로 파는 것이 술이다 보니 주루라고 해도 잘못된 것은 아닌 듯싶었다.

 ‘허, 대낮부터 술을 퍼먹는 인간이 뭐 이리 많지?’

 소문은 안에서 술을 먹는 사람들의 수가 너무 많음에 상당히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과연 소문의 마음이 이해가 되는 것이 만인루는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꽉 차 있었고, 대부분의 식탁에는 식사를 위한 음식보다는 술을 위한 안주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러나 소문은 사람이 많든 적든 이왕 온 김에 다른 곳으로 가는 것도 귀찮고 하여 만인루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 오… 시… 흠…….”

 소문이 들어서자마자 득달같이 달려나와 고개를 수직으로 꺾은 점원은 주루가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다가 문득 소문의 신발을 보곤 그 시선을 점차 바지에서 상의로 그리고 얼굴로 향하더니만 하던 인사를 잠시 멈추고는 기도 안 차다는 듯이 소문을 쳐다보았다.

 “밥 없다.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가라!”

 “…….”

 “이 시키가! 여기는 너 같은 거지가 들어올 수… 있습니다. 어서 옵쇼!!”

 황금이 주관하지 못하는 것은 오직 생로병사(生老病死)뿐이라고 누군가 말했다지. 과연 황금 동전 하나의 위력은 실로 막강했다.

 소문을 거지로 알고 눈을 부라리며 쫓아내려던 점원은 소문이 말없이 내민 황금 한 냥을 보더니 그 태도가 어느새 싹 바뀌어 있었다.

 “어서 오십쇼. 뭘 도와드릴까요? 저희 주루에는 없는 술 빼고 다 있습니다. 중원의 술은 물론이고 저 멀리 조선의 진짜 이슬로 담근 술과 색목인(色目人)들이 즐겨 마신다는 술도 있습죠. 에, 또한 최고의 주방장들이 동원되어 음식이란 음식은 모조리 만들어서 대령하는 그야말로 북경에서 으뜸가는 곳입니다.”

 소문이 미처 안으로 들어서기도 전에 점원은 자기가 할 말을 다하고 읍을 하며 서 있었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점원이 하는 말 중에서 소문이 알아들은 말은 그저 술과 음식이 있다는 말뿐이었다.

 소문은 그런 점원을 무시하고 주루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하지만 점원은 그런 소문을 가만두지 않았다.

 “헤헤, 일 층과 이 층은 손님들이 다 차서 자리가 없습니다. 삼 층의 방으로 드시지요. 요 며칠은 삼 층에서도 술 손님을 받고 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점원의 말대로 일, 이 층엔 자리가 다 차서 앉을 자리가 없었다.

 소문은 결국 삼 층의 방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방 안은 아래의 술좌석과는 다르게 제법 잘 꾸며져 있었다.

 방 한 켠에는 침상이 놓여 있었고 중앙에는 원형으로 된 탁자가 놓여 있었는데 나무의 뿌리를 잘라 만들었는지 그 모양이 멋들어졌다.

 소문이 자리를 잡고 의자에 앉자 점원은 허리를 굽히고 실실 웃으면서 소문에게 다가왔다. 그 모양이 주문을 받기 위함임은 소문도 알 수 있었다.

 “술하고 간단한 안주!”

 소문은 간단명료하게 말했지만 점원은 그게 성이 안 찬 모양이었다.

 “술은 어떤 걸로 갖다 드릴까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그 종류가 너무 많아서… 헤헤, 그리고 안주 또한 하나를 꼭 찍어서 올리기엔 너무 뛰어난 것들만 있어서…….”

 ‘빌어먹을 놈! 내가 아는 게 있어야 시키든지 할 것 야냐?’

 “흠, 여기서 가장 유명한 게 아닌 것으로.”

 “예?”

 “험험. 여기서 가장 잘하는 걸로 가져오라는 말일세.”

 “아, 예, 그럼 잠시만 기다리시면 금방 갖다 올리겠습니다.”

 점원은 재빠른 동작으로 방 안에서 사라지더니 일 각이 지나지 않아서 쟁반 가득 술과 안주를 들고 다시 나타났다.

 “헤헤, 이게 저희 만인루에서 자랑하는 죽엽청(竹葉靑)입니다. 보통 주루에도 죽엽청을 팔고는 있지만 진정한 죽엽청은 그 숙성 기간이 10년을 넘어선 것으로 그런 술은 노란 빛깔에 은은한 대나무 향이 납지요. 하나 그런 죽엽청을 파는 곳은 만인루가 거의 유일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안주는 뭐니 뭐니 해도 북경 요리의 자랑 오리 고기입죠. 다른 어떤 안주보다 죽엽청과 잘 어울리는 요리가 바로 요 오리라는 것은 천하가 다 알고 있습니다. 북경에 오셨으면 다른 것은 몰라도 저희 만인루에서 죽엽청과 오리 안주를 먹어야 비로소 북경에 다녀갔다는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이곳에서는 유명합니다.”

 점원은 일사천리로 술과 안주에 대해서 소개를 하더니 중앙에 있는 탁자에 가지고 온 술과 안주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소문을 향해 말을 했다.

 “더 시키실 것 있음 언제든지 불러주십시오. 그럼.”

 점원은 인사를 하더니 방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런 점원을 소문은 황급히 불러 세웠다.

 “저기, 옷이…….”

 소문이 자신의 옷을 보며 말을 하자, 점원은 재빨리 말을 받았다.

 “예. 옷은 요 앞에 포목점(布木店)에서 구입하시면 됩니다요. 아님 제가 사다 드릴까요?”

 소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금화 두 냥을 주었다. 그러자 점원은 깜짝 놀라 고개를 저었다.

 “아이고, 뭔 놈의 돈을 이리 많이 주십니까? 이 돈이면 주루 안의 사람들 모두에게 옷 한 벌씩 사서 입힐 수 있을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자네가… 고마워서…….”

 “가, 감사합니다. 나리! 감사합니다. 제가 후딱 가서 근사한 옷을 사다 드립죠. 정말 감사합니다, 나리!!”

 점원은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인사를 하더니 소문이 혹시라도 마음을 바꿀까 싶어 부리나케 달려나갔다.

 점원은 지금 너무 기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자신이 죽어라 일해야 한 달에 겨우 은자 닷 냥을 벌 뿐인데 은도 아니고 금화 두 냥이면… 일 년은 놀고 먹어도 될 거금이었다.

 점원이 저리 기뻐하는 것도 당연했다.

 소문이 어제 퍼먹은 술의 여파로 들여온 죽엽청은 잠시 뒤로 미루고 안주로 나온 통통한 오리를 한참 뼈다귀로 만들어가고 있는데, 예의 그 점원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점원의 손에는 백색의 무복(武服) 한 벌과 흑색의 장삼(長衫)이 각각 들려 있었다.

 “포목점에 있는 옷들 중 최고급으로 만들어진 옷입니다. 백색 무복과 흑색 장삼의 조화는 분위기가 있어 요즘 많은 무사님들이 그리 입는다 들었습니다.”

 점원은 소문이 바닥에 내려놓은 활을 슬며시 보면서 말을 했다. 소문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점원은 소문의 옆에 서서 얼마든지 일을 더 시켜 달라는 듯 서 있었다. 소문은 그런 점원에게 자신에게 꼭 필요한 몇 가지 정보를 알아내고자 하였다.

 우선 말하기 전에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자신의 말이 제대로 전달되기를 바라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흠, 저기 사천(四川)…….”

 “예, 사천 요리도 이곳에서는 취급을 합니다만…….”

 “그게 아니고 사천에…….”

 “아, 사천에서 오셨다고요. 어쩐지 첨에 무사님의 의복이며 모습이 조금 남루하여 먼 곳에서 오신 줄 알았습니다.”

 “…….”

 점원은 말을 하다 말고 소문의 눈초리가 차츰 매서워지는 것을 보고 이게 아니다 싶어 조용히 입을 다물고 소문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사천에 자려면, 아니, 가려면 어찌 가야 하는지?”

 “아! 사천 말씀이시군요. 한데 혹시 나리께서는 중원 분이 아니신가요?

 “그렇네.”

 “흠, 중원 분이 아니시면 지리도 잘 모르실 거고, 더구나 말이 잘 통하지도 않는 듯하니…….”

 점원은 상당히 곤란하다는 듯이 소문을 쳐다보았다. 소문 또한 그 점을 잘 알고 있었기에 답답할 뿐이었다.

 그때 갑자기 점원의 얼굴에 생기가 돌더니 소문에게 대뜸 질문을 했다.

 “저기, 나리! 혹시 무공을 익히셨는지요?”

 “약간의 실력은 지니고 있네.”

 소문은 점원의 뜬금 없는 소리에 영문을 몰랐지만 일단 대답을 했다. 그러자 점원은 환한 얼굴로 소문에게 말을 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나리께서 무공을 지니셨다니 하나의 방법이 떠오르는군요.”

 “그게 무엇인가?”

 “예. 알다시피 사천이란 곳은 길도 멀거니와 그 길이 험하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나리처럼 초행(初行)이시라면 더욱더 가기 힘든 곳이 사천입지요. 하나 아무리 먼 곳이라도 이웃 마을처럼 드나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니, 그런 사람들이 없단 말인가? 그게 누구인가?”

 소문이 반가운 마음에 반문을 하자 점원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사람들이 있! 지! 요! 흔히들 말하길 그런 사람들이 모인 집단을 표국(驃局)이라 하지요.”

 “표국? 아! 표국…….”

 소문은 표국이란 말을 지난 여행 중에 우연히 들어 알고 있었다. 운송을 전문으로 하는 무림인들의 영리를 목적으로 한 조직이라고 했던가? 소문은 자신도 표국을 안다는 것을 자랑이나 하듯 말을 길게 끌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 표국에 있는 사람들이야말로 아무리 멀고 험한 곳이라도 중원 방방곡곡(坊坊曲曲)을 안 가는 곳이 없죠.”

 “그래서?”

 “아! 그러니까 표사(驃士)가 되면 자연스럽게 사천까지 갈 수 있다 이거죠.”

 “흠…….”

 딴은 그러했다. 하지만 표사는 아무나 시켜주나? 소문이 알기에 표사는 무공 실력도 뛰어나고 또 무공이 뛰어나더라도 웬만큼 신분이 확실하지 않으면 고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점원의 말은 소문의 이런 걱정을 없애주었다.

 “요즘엔 장사가 잘 되는지 중원 이곳저곳으로 많은 물건들이 옮겨진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 물건을 운송해 줄 표국도 많이 생겼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표사가 부족할 수밖에요. 그래서 한동안 이곳저곳에서 표사를 뽑는다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거의 모든 표국에서 표사를 뽑는 것이 끝났고 천리표국(千里驃局) 단 한 곳만이 남았다고 들었습니다. 저기 일, 이 층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다 표사가 되려고 모인 사람입니다. 어떻습니까? 손님도 표사에 한번 도전해 보시지요? 된다고만 하면 사천까지 가시는 길이 한결 쉬워질 겁니다.”

 “흠, 표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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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 1화 2016 / 7 / 6 946 0 6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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