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박재영
수담.옥
박재영
이그니시스
프로즌
촌부
임허규
수담.옥
박재영
조돈형
촌부
조돈형
이그니시스
 
작가연재 > 무협물
궁귀검신
작가 : 조돈형
작품등록일 : 2016.7.6
궁귀검신 더보기

작품안내
http://www.storyya.com/bbs/boa...
>

이 작품 더보기 첫회보기

활이라는 것은 가능한 한 멀리 눈에 보이는 거리를 뛰어넘어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생명까지 지배하는 병기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무기가 생명을 노린다고 가정을 해 보거라.
이보다 두려운 것이 또 무엇이 있겠느냐?
악덕 조부와의 고난에 찬 수련행.
정혼녀를 찾아 떠난 즐거운 중원행.
어지러운 무림을 바로잡는 영웅행.
이기어검과 이기어도를 능가하는 이기어시의 신선한 등장!
내일을 향해 쏘아 볼까나?!

 
제 23 화
작성일 : 16-07-14 15:03     조회 : 558     추천 : 0     분량 : 766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소문과 모사드는 올 때와는 다르게 천천히 걸어갔다.

 소문은 자신이야 그렇다 쳐도 모사드까지 말을 타지 않는 게 이상해서 물어보았다.

 “왜 안 타는 것이냐?”

 “그냥요…….”

 소문의 물음에 모사드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미친놈!”

 모사드를 보며 소문도 같이 웃어주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소문과 모사드가 전장터를 벗어난 지 채 한 시진이 안 되어서 깨지고 말았다.

 자신들이 이곳으로 올 때만 해도 멀쩡했던 마을이 지금은 큰 불이 났는지 연기가 치솟고 사람들이 어수선하게 움직였다.

 소문과 모사드는 이상한 생각에 재빨리 마을로 뛰어갔다.

 마을은 불타고 있었고 사람들은 울부짖으며 뛰어다녔다. 그런 마을 사람들을 쫓아가며 포박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저것들이!”

 소문이 그런 모습에 화를 내며 달려가려 하자 모사드는 소문의 손을 급히 잡았다.

 소문이 그런 모사드를 의아하다는 듯이 쳐다보자 모사드는 잡았던 손을 놓고 조용히 말했다.

 “야우커우 족 병사입니다.”

 “뭐야? 그들이 무슨 이유로 마을에 불을 지르고 사람들을 잡아가는 것이지?”

 소문의 언성이 점점 높아졌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저들 중에 바이허 족에게 협조를 한 사람이 있는 듯합니다. 아마도 이 근처의 마을은 거의 똑같은 상황일 겁니다.”

 “그럼, 그 사람만 잡아가면 되지 마을을 불태우고 사람들은 전부 다 잡아갈 필요는 없잖아? 만약 저들 중에서 바이허 족에게 협조한 사람을 찾지 못하면 저들은 어찌 되는 것이냐?”

 “아마… 모르긴 몰라도 다 죽이거나 노예로 부릴 겁니다.”

 대답을 하는 모사드는 갑자기 몸에서 한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소문의 몸에서 엄청난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모사드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빨리 가자!”

 소문이 살기를 거두고 달려가자 그제야 살기의 압박에서 벗어난 모사드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말에 올라탔다.

 어느새 소문의 신형은 모사드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본진으로 돌아온 소문이 제일 먼저 발견한 것은 이미 죽어 시체가 되어 있는 100여 명의 사람들과 앞으로 시체가 될 200여 명의 마을 주민들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겁에 질려 울부짖고 있었으며 병사들은 칼을 들고 기세등등하게 서 있었다.

 특히 마을의 젊은 여자들은 따로 끌려가는 것을 보니 죽이지는 않더라도 흉한 꼴을 당할 것이 분명했다.

 소문은 마을 사람들이 죽어가는 공터 바로 위에 차려진 술자리를 발견하고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병사들은 그런 소문을 보고 제지하기는커녕 크게 반기며 인사를 했다.

 소문이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부터 얼굴이 벌건 장수가 꽤 있었다.

 소문은 그들을 보고 꽤 오래전부터 술자리가 벌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오! 어서 오시오, 을지 소협!!”

 제일 먼저 소문을 발견한 우띠가 반가이 맞으며 자리를 권했다.

 그제야 소문을 본 여러 장수들과 족장 토타우는 크게 반색을 하며 아는 체를 했다.

 “자네가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죽을 뻔했네그려. 어서 앉게! 뭣들 하시오! 어서 을지 공자를 자리에 모시지 않고…….”

 토타우는 특히나 소문을 반겼다. 처음에는 자신의 아들을 구하더니 이번에는 자신과 야우커우 족을 구한 은인이 아니던가? 하나 소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 있을 뿐이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 토타우는 은근하게 그 까닭을 물어보았다.

 “왜 그러는가? 이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가? 아니면 무슨 문제라도…….”

 “밖에 있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비로소 토타우는 소문이 왜 저리 경직되어 있는지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들 중에는 바이허 족에게 협조를 한 사람이 있네.”

 “하지만 그것이 마을 사람 전부가 죽을 이유는 되지 않습니다. 설령 몇몇이 그런 일을 했다하더라도 이미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까? 저들을 풀어주시지요.”

 그런 소문을 보고 있는 토타우는 마음속으로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후후! 귀신 같은 활 솜씨를 지녔다지만 마음은 여리구만! 하하하!!’

 토타우는 이미 소문의 말을 들어주리라 마음먹었다. 어차피 전쟁은 끝났고, 마을 사람들을 살려달라는 청을 하는 사람이 다름 아닌 소문이었다.

 만약 소문이 없었다면 자신들이 저 꼴이 되었으리라. 하지만 한 부족의 족장이 말 한마디에 명령을 철회하기란 뭐하고 해서 두어 번 더 청을 듣고 소문의 말을 승낙하기로 결심했다.

 “흠, 자네의 심정은 이해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일세. 자, 이리 와서 술이나 한잔하게.”

 “부탁드립니다. 마을 사람들을 풀어주십시오.”

 소문은 토타우에게 다시 한 번 간청을 했다. 그런 소문을 보는 토타우의 얼굴엔 희미하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제 한 번만 더…….’

 토타우를 오랫동안 모셔온 마라난타와 우띠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서로 마주 보며 눈짓을 주고받는데… 하나 모든 일이 사람의 의도대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항상 일은 엉뚱한 곳에서 벌어지곤 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일은 터지고 말았다.

 “무엄하다! 감히 뉘 앞이라고!”

 “…….”

 마라난타의 옆에서 술을 마시던 이만주가 자신에게 호통을 치자 소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슬며시 눈길을 돌렸다.

 “어허, 그래도! 네가 아무리 공이 크다지만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줄 알고 함부로 강짜를 부리는 것이냐? 썩 물러가거라!!”

 토타우는 크게 당황했다. 이건 자기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해서 얼른 만류를 했다.

 “그만 하게, 되었네!”

 “아닙니다. 저놈이 지금 감히 족장님을 무시하고 있지 않습니까? 네놈이 어디서 굴러먹던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알량한 활 솜씨를 믿고 너무 설치지 말아라!”

 “…….”

 소문은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인내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과거 같으면 일단 저지르고 보겠지만 그동안 소문의 성격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소문이 두 주먹을 쥐고 자신을 달래고 있을 때 이만주는 다시 한 번 실수를 하고 말았다.

 “병사들은 무엇을 하느냐? 어서 저놈을 끌어내지 못하고!”

 이만주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런 이만주를 보는 토타우의 심정은 착잡했다.

 비록 소문이 큰 공을 세웠다지만 이만주는 평생 자신을 따라다닌 충신이었다.

 여기서 소문의 편을 든다면 그건 여지껏 자신을 따라온 이만주의 체면에 크게 손상을 입히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게다가 지금은 자신뿐만 아니라 일반 병사들까지 다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입을 다물고 말았는데… 이런 토타우를 보고 마라난타와 우띠는 그저 얼굴을 찌푸리고 있을 뿐이었다.

 병사들이 이만주의 명령에 따라 소문에게 달려들었다.

 “꺼져!”

 소문의 나직한 말에 달려들던 병사들은 감히 소문에게 접근하지 못하고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런 병사들의 모습이 안 그래도 화가 난 이만주의 이성을 잃게 했다. 이만주는 자신의 허리춤에 걸린 단도를 빼들고는 소문에게 말을 했다.

 “흐흐흐!! 네놈이 활을 잘 쏘면 나는 단도를 잘 쓴다. 받아보아랏!”

 토타우나 여러 장수들이 깜짝 놀라 만류하려 하였지만 이미 때는 늦고 말았다. 이만주의 단도는 정확하게 소문을 향해 날아갔다.

 “위험합니다. 윽!”

 “이런! 정신 차려라, 이 녀석아!”

 소문은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모사드를 보고 재빨리 단도를 막으려했지만 그 단도는 이미 모사드의 가슴을 꿰뚫어 버렸다.

 소문이 황급히 모사드를 안았지만 단도는 정확하게 모사드의 심장을 뚫고 지나갔고 모사드의 생명은 금방 꺼져 버릴 듯 위태했다.

 “이놈아! 왜 시키지도 않는 짓을 하느냐?”

 “헤헤헤! 형님이… 무사하실 줄은 뻔히 알았지만… 쿨럭! 순간적으로… 몸… 이… 움직… 여서…….”

 모사드는 힘이 드는지 말에 힘이 떨어지고 있었다. 소문은 가슴이 아팠다. 모사드는 구유크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이곳으로 와서 처음 사귄 친구라고 할 수 있었다.

 거듭된 힘든 수련으로 자신도 모르게 냉랭해진 성격이 예전의 그로 돌아가는 데는 이들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그런 모사드가 자신의 품에 안겨 죽어가고 있었다.

 “형님… 그렇게…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형님은… 웃을… 때가… 제… 일 멋… 있답… 니다…….”

 “그래, 알았다. 이제 항상 웃으마! 약속한다!”

 “헤… 헤… 그… 동안… 즐거… 워… 쓰… 니… 다…….”

 “이놈아!! 이…….”

 소문의 머리 속이 하얗게 변해 버렸다.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던 소문은 고개를 숙이더니 그렇게 자신의 품에서 죽은 모사드의 귀에 조용하게 속삭였다.

 “절대… 혼자… 보내지는 않는다!!”

 “히히힝!”

 소문의 변화를 제일 먼저 눈치 챈 것은 주변의 말들이었다.

 사람보다 몇 배의 감각을 지닌 말들은 갑자기 쏟아져 오는 살기에 미쳐 날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살기는 곧 사람들에게도 쏘아져 갔다.

 “감히, 내 동생을 죽였다… 이거지… 다시 한 번 던져 봐라!”

 그들이 느끼기에 소문은 이미 사람이 아니었다. 온몸에서 쏟아져 나오는 살기! 출행랑을 익히며 얻은 살기가 모사드의 죽음으로 폭발하고 말았다.

 “저… 저! 막아라! 족장님을 보호하라!”

 그나마 정신을 차린 노장군 우띠가 병사들에게 말을 했지만 이미 병사들은 소문의 살기에 압도되어 꼼짝할 수 없었다.

 소문은 모사드의 몸에 박혀 있는 단도를 뽑았다. 단도가 뽑히며 피가 튀어 올라 소문의 얼굴을 덮어버렸다.

 소문은 단도를 들고 이만주에게 걸어갔다.

 어느새 단도는 소문이 내뿜는 기로 인해 일 장 가까이나 그 검기를 형상화시키고 있었다.

 소문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이만주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비명도 없었다. 소문이 그저 한 번 휘두른 단도에 이만주의 몸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깨끗하게 이 등분 되어버렸다.

 “야우커우 족! 오늘 내가 이곳에서 지워 버린다!”

 소문은 단도를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기수식이었다.

 주변의 장수들과 병사들은 그런 소문을 그저 쳐다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소문은 내공을 끌어올리며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절대삼검(絶對三劍) 제3초 무극지검(無極之劍)!!”

 소문의 선조가 20여 년을 폐관 수련하여 만든 최고의 검법이 마침내 시전되려는 순간이었다.

 “형님!!”

 “…….”

 “형님!!”

 소문은 치밀어 오르는 살기를 간신히 제어하고 자신을 부르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저 아래에서 구유크가 서둘러 뛰어오고 있었다.

 “…그래… 네가 있었구나…….”

 소문은 자신을 부르짖으며 달려오는 구유크를 볼 수 있었다.

 일이 영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우띠 장군이 사람을 시켜 재빨리 구유크를 부른 것이다.

 잠시 술자리를 피해 있던 구유크는 우띠 장군의 연락을 받고 급히 달려오는 길이었다.

 한데 술자리 근처에 막 도착한 구유크가 본 것은 소문이 머리 위로 단도를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구유크는 그런 소문의 자세에서 문득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해서 일단 소문을 부른 것인데…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구유크가 만약 조금이라도 늦게 왔다면 그가 본 모습은 흔적도 남지 않은 폐허뿐이었을 것이다.

 소문은 머리 위의 단도를 천천히 내리더니 땅에 던져 버렸다.

 “형님, 어찌 된 일입니까? 아니, 모사드는 왜 저리?”

 “…….”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사드를 발견한 구유크가 놀라 물었다. 하지만 소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여기선 어떻게 하는지는 몰라도 내가 살던 곳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장례(葬禮)를 치러주고 땅에 묻는다. 모사드도 그리해 줬으면 좋겠구나! 이제 이곳은 내가 있을 곳이 못 되는구나… 아직 중원 말을 할 줄은 모르지만 여행을 하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이제 그만 떠나야겠다. 그동안 고마웠다. 너와 모사드는 절대 못 잊을 것이다. 잘 있어라.”

 소문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하는 구유크를 뒤로 하고 몸을 돌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혀…….”

 소문을 부르려는 구유크의 행동은 토타우의 저지로 무산되었다.

 토타우는 구유크의 팔을 붙잡고 한숨을 내쉬며 살며시 고개를 흔들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큰 일이 있었음이 틀림없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구유크의 눈에선 어느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소문을 보낼 수는 없었다.

 “형님! 저를 잊지 마십시오! 언제가 찾아주리라 믿습니다. 꼭입니다. 꼭 찾아주십시오! 형님!!”

 소문을 부르는 구유크의 외침은 어느새 절규로 바뀌고 있었다.

 ‘그래… 언젠가는…….’

 본진을 벗어난 소문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서쪽… 자신을 기다리는 중원을 향해서였다.

 

 

 

 

 제8장 중원입성(中原入城)

 

 

 

 북경(北京)은 고대 주(周)나라의 제후국(諸侯國)인 연(燕)나라의 도성이었으며, 당시에는 계(溪)라고 칭했다.

 후에 진 왕조(秦王朝)를 시작으로 한(漢), 수(隋), 당(唐)에 이르기까지 천여 년 간 줄곧 행정의 중심지이면서 북방의 물자, 문화 교류의 중심지였다.

 후에 거란족이 한족을 밀어내고 북방에 요(遼)나라를 세우면서, 남경(南京)이라 불렸고 요나라를 물리친 금(金)은 처음에는 연경(燕京)이라 부르다가 아예 이곳으로 천도하여 중도(中都)라 칭했으며, 몽고족이 남하하여 중도를 빼앗고 새로운 성을 건설하니, 이를 대도(大都)라 하였다.

 뒤에 원(元)이라는 나라를 세운 몽고족은 도성을 이곳에 정하니 대도는 중원을 다스리는 정치, 문화, 경제의 중심지가 되었다.

 명대(明代)에 이르러 연왕(燕王)으로 봉해진 주체(朱?)가 정난의 변을 일으켜 삼 년 간의 전쟁을 통해 건문제를 몰아내고 도읍을 옮겨 이후 이곳을 북경(北京)이라 부르게 되었다.

 담장의 높이가 오 장에 이르고 둘레만도 수십 리에 달하는 북경성의 위용은 실로 대단하여 감히 누구도 범접하지 못하는 위엄이 있었다.

 또한 명나라의 수도이자 중원을 다스리는 천자가 있는 곳이니만큼 그 경계가 삼엄하여 날이 밝기 전에는 장벽에 접근하는 이가 없을 정도였다.

 한데 지금, 이른 새벽부터 관병의 눈을 피해 월담을 시도하는 간 큰 인물이 있었으니…….

 “제기, 너무 높잖아… 그러나!”

 소문은 크게 심호흡을 하며 발에 힘을 주었다.

 오 장이면 무공을 익힌 사람이라도 쉽게 넘보지 못할 높은 높이지만 소문에게는 그저 그런 높이였다.

 그럼에도 소문이 불만을 터뜨린 것은 이틀 동안 먹을 것을 제대로 먹지 못한 데다가 빈 속에 밤새 술을 먹었기 때문에 힘 쓰는 것 자체가 귀찮았기 때문이었다.

 가볍게 성벽을 넘은 소문은 좌우를 재빨리 살피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스레 걸어갔다.

 아직 새벽인지라 거리는 텅 비어 있고 찬바람만 불어와 을씨년스러운 느낌만 주었다.

 그러나 좌우에 늘어선 상점(商店)들과 전각(殿閣), 주루(酒樓)들이 빽빽이 들어선 걸 보면 이곳은 틀림없는 북경, 잠시 후면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로 메워질 북경의 시내가 틀림없었다.

 “그나저나 배도 채우고 옷도 구해야 하는데, 상점이라고는 문을 다 걸어 잠갔으니…….”

 소문은 텅 비어 있는 거리에 몹시 상심했다.

 새벽이라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혹시 열어놓은 객점이나 주루가 있을까 은근히 기대를 한 터였다.

 하지만 소문의 이런 기대와는 달리 북경의 거리는 매정하기만 했다.

 소문은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을 쳐다보았다. 도무지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다.

 이미 흑색 무복(黑色武服)을 빙자하고 있는 백색 무복(白色武服)의 색깔이야 그렇다 쳐도 옷에는 군데군데 구멍이 나 있었고, 머리는 헝클어져 지저분하게 늘어져 있었으며, 얼굴은 며칠 동안 씻지 않았는지라 그 모양새가 거지 할아비라 불러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태였다.

 소문이 야우커우 족을 떠난 지 백여 일. 그동안 소문에겐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이리 망가진 것인가?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5 제 25 화 2016 / 7 / 14 576 0 9431   
24 제 24 화 2016 / 7 / 14 566 0 10737   
23 제 23 화 2016 / 7 / 14 559 0 7665   
22 제 21 화 2016 / 7 / 14 551 0 7642   
21 제 21 화 2016 / 7 / 14 560 0 5790   
20 제 20 화 2016 / 7 / 14 567 0 8177   
19 제 19 화 2016 / 7 / 14 566 0 7266   
18 제 18 화 2016 / 7 / 14 578 0 7139   
17 제 17 화 2016 / 7 / 14 596 0 6738   
16 제 16 화 2016 / 7 / 14 597 0 9174   
15 제 15 화 2016 / 7 / 10 557 0 6983   
14 제 14 화 2016 / 7 / 10 562 0 6969   
13 제 13 화 2016 / 7 / 10 558 0 8414   
12 제 12 화 2016 / 7 / 10 574 0 6553   
11 제 11 화 2016 / 7 / 10 559 0 7161   
10 제 10 화 2016 / 7 / 6 543 0 5646   
9 제 9 화 2016 / 7 / 6 534 0 5393   
8 제 8화 2016 / 7 / 6 586 0 6778   
7 제 7화 2016 / 7 / 6 525 0 9836   
6 제 6화 2016 / 7 / 6 635 0 8413   
5 제 5화 2016 / 7 / 6 616 0 9781   
4 제 4화 2016 / 7 / 6 607 0 7626   
3 제 3화 2016 / 7 / 6 588 0 8154   
2 제 2화 2016 / 7 / 6 616 0 7645   
1 제 1화 2016 / 7 / 6 906 0 644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마도십병
조돈형
운룡쟁천
조돈형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