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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블랙웨이브
작가 : 어이비
작품등록일 : 2022.10.16

남편과 아들을 잃고 섬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는 여자에게

또다시 들이닥친 선택의 순간!

전자파를 둘러싼 거대 음모에 맞서는 정의롭고 용감한 그녀의 눈물겹지만 아름답고 위대한 고군분투.

 
제3부
작성일 : 23-05-24 10:23     조회 : 170     추천 : 0     분량 : 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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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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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혁이 벙커에서 일처리를 하고 돌아왔을 때 예령은 없었다. 하암도를 산책하고 있겠거니 생각하며 식사 준비를 시작한 수혁은 파스타면을 삶기 전에 예령의 손목에 채워줬던 워치를 떠올렸다. 수혁이 자신의 폰으로 워치의 위치를 검색하니 고암도였다. 수혁은 생각에 잠긴다. 자신이 벙커에서 하고 온 일을 떠올린다.

 

  벙커에는 예상대로 한부장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을 열고 수혁이 들어서자 한부장은 어처구니 없는 표정을 지었다. 수혁은 그런 한부장에게 목례를 하고 맞은 편에 앉았다.

  "여기까지 나를 부른 건, 결국 제거인가."

  "알고도 오신거면 목숨을 거셨군요."

  "나하나 죽인다고 진실이 숨겨지진 않아."

  "누구나 저마다의 진실이 있죠."

  "그전부터 너무 궁금했어."

  수혁이 한부장을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무엇때문에 원탑의 충실한 개가 된거냐."

  "무엇때문에 목숨까지 내놓으십니까. 뭐가 중요해서요."

  "정의와 진실."

  수혁이 피식 웃는다.

  "아직까지 정의와 진실이 존재한다고 믿으시다니."

  수혁은 한부장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한때는 그와 세상에서 동료로 제일 가까운 적도 있었다.

 

  한부장은 수혁의 사수였다. 수혁이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원탑전자에 처음 입사했을 때 수혁은 2년차 선배였다. 둘은 염동력자였고 심리홍보팀에서 질리도록 붙어다녔었다. 그런 그들의 갈길이 달라진 것은 M센터에 대한 이견떄문이었다. M센터는 원탑그룹 내의 초능력자들이라면 한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자신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한부장은 이때부터도 이미 IW에 몸담고 있었다. 그들은 물과 기름만큼이나 생각이 달랐다. 수혁은 M센터에 자원했고 거기서 자신의 염동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한부장은 원탑솔루션을 거쳐 얼마 전 경찰로 이직했다. 경찰에서도 초능력자들을 대상으로 특채가 시행되고 있었다. 문제가 된 것은 한부장이 원탑그룹 관련 자료들을 개인 메모리에 넣어 외부로 유출한 것이 이직 후 실시된 내부 감사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수혁과 한부장은 근본적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앞으로 그들이 서로를 이해할 일이 있을까.

 

  예령과 무진의 눈이 마주쳤을 때 둘은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서로에게 들키지 않아야 할 것들이 명확하기에 서로의 속내를 최대한 감추어야 했다. 무진은 IW활동을, 예령은 자신이 에스더를 만나러 왔다는 것을. 예령은 원탑솔루션의 상무이사였고 심리홍보팀을 총괄하고 있었다. 심리홍보팀의 모든 고객 요구는 상무인 예령이 관리하고 있었으므로 둘은 직장 상사와 부하로서 예의를 갖췄다.

  "상무님, 어쩐 일이십니까?"

  "그런 명칭은 적합하지 않아요. 여기선. 그냥 대학 선후배 정도로 하죠. 사실이기도 하고요. 그러는 강대리는 여기 왜?"

  "아, 업무를 처리하러 왔습니다. 잃어버린 개를 찾아달라는 고객 요청 건."

  "아.네. 저도 업무가 있어 오긴 했지만 극비사항이라, 아까 부탁한 건."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무진이 흔쾌히 대답했으나 상암댁이 내어준 몸뻬를 입은 자신을 의식한 예령이 덧붙였다.

  "이런 저런 일들이 좀 있었어요. 이건 내 취향은 아니지만."

  예령이 입맛을 다시며 상암댁과 중암댁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서 하던 일을 계속 한다. 무진이 그런 예령을 눈으로 쫓다가 어선을 정박하고 선착장에 내려선 에스더와 눈이 마주친다. 한동안 아무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둘. 무진은 에스더를 똑바로 보며 사이코메트리 해보려 하지만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무진의 예상대로 그녀는 자신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것이 틀림없다. 오히려 자신을 향한 그녀의 염려와 걱정이 느껴졌다. 이는 그녀의 텔레파시로 인한 걸까. 아니면 그녀의 진심일까. 결국 에스더가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연다.

  "사모님은 잘 계시죠?"

  무진은 흠칫 놀라지만 들키지 않으려 애쓰며 대답한다.

  "저는 개를 찾으러 왔습니다."

  에스더가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이내 놀란 얼굴로 되묻는다.

  "우리 슈슈?"

 

  어색했던 에스더, 무진, 예령의 상황은 고암도 주민들에 의해서 정리되엇다. 오랫만에 섬에 찾아온 젊은이들을 그냥 보낼 수는 없다며 마을회관에서 회식이 열렸다. 에스더 외의 사람들은 사이코매트리가 가능해서 흥미가 전혀 가지 않는 무진은 계속해서 맞은 편에 앉은 에스더만 관찰하고 있고 예령 역시 자신의 임무이므로 옆자리 앉은 에스더를 곁눈질하고 있다. 셋은 어색한 기운이 감돌지만 동네 사람들은 이 셋을 핑계로 얼큰하게 취해 신나는 술자리를 가지는 중이다.

  "어쩐 일로 섬에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냐. 참말로 반가운 거."

  "여긴 어떻게 오셨소잉?"

  주민 하나가 예령에게 질문하면 예령이 머뭇하며 '하암도'라고 대답한다. 주민들이 서로의 눈치를 보며 놀란다.

  "거기가 원태일 회장 꺼자네. 참말로 존경시러운 분이재."

  "그재, 우리 나라가 먹고 사는 건 다 원회장 덕분이랑게."

  "원탑그룹 망하면 우리 나라도 망한다꼬 하더라고, 잉?"

  주민들끼리 문답을 주고 받으며 아이돌 영접한 분위기로 들뜬다. 대화를 듣던 에스더가 스윽 일어서면 무진과 예령이 당황하며 눈치를 본다.

  "아따, 에스더야. 니 손님 아니냐. 그거슨 예의가 아니재."

  정수가 에스더에게 시비를 걸면 술에 얼큰하게 취한 마을 주민 둘이 에스더의 편을 든다.

  "아,성님도. 이만하면 에스더도 도리는 다한겨."

  "긍게, 전자파 무서버서 콤퓨타 쓰는 거 아니고는 잠시도 여기 안있자네."

  에스더가 망설이다가 애써 어색한 미소지으며 대답한다.

  "슈슈랑 규규 밥주러 가야되서요."

  무진과 예령이 주민들의 눈치를 보며 에스더를 따라 일어선다. 물론, 이미 취해서 술기운이 오른 주민들은 이들을 신경쓰지 않는다. 셋은 다행이라 생각하며 마을회관을 빠져나온다.

 

  손전등을 들고 비탈길을 오르는 셋의 시야가 캄캄하다. 조명하나 없는 섬의 길은 눈 앞에 보이지 않는다. 에스더가 힘들어하는 무진과 예령을 위해 손전등을 비추며 앞서 가고 있다.

  "서울이랑 다를거에요. 가로등이 없어서. 조심해요. 넘어져요."

  에스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예령이 비명을 지르면 무진이 그 소리에 놀라 넘어진다. 억지로 무진을 일으켜 세우면 더욱 괴로운 표정으로 무진이 말한다.

  "저, 휴대폰, 마을 회관에 두고 왔어요."

  결국 무진의 손에 손전등을 쥐여주고 에스더와 예령이 에스더의 집으로 향한다.

 

  에스더의 집. 차분한 분위기로 마루에 나와 에스더와 예령이 함께 차를 마시고 있다. 백열 전구 아래서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다. 예령이 에스더의 집안을 둘러보면 전자기기라고는 냉장고와 CD플레이어, 세탁기 뿐이다. 벽면을 가득 채운 책들이 인상적이다. 예령이 머뭇거리다 말을 건넨다.

  "이렇게 사는 거, 불편하지 않아요?"

  에스더가 예령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예령이 멈칫하다가 태연함을 가장한다.

  "원태일한테 전해줄래요? 전자파를 거부할 권리도 있다고."

  "네?"

  "난 이렇게 그냥 살거니까."

  에스더가 아무렇지 않게 차를 마시면 예령 역시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며 대꾸한다.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지."

  에스더가 씨익 웃는다.

  "그럼 됐구요. 제가 괜한 오해를. 저 보러 여기 오신 거 같아서."

  에스더의 이야기에 예령이 먼산을 보다가 이내 대답한다.

  "구해 주신 건 잊지 않겠습니다."

  "혹시 오해한 거면 나도 미안합니다. 같이 음악 들을까요?"

  CD플레이어에서 쇼팽의 흑건이 흘러나온다.

 

  어둠 속에서 별빛과 달빛만이 고요하게 흐르는 하암도의 선착장에 수혁이 눈빛을 빛내며 홀로 있다. 보트의 시동을 걸며, 고암도를 바라보는 수혁의 표정이 서늘하다. 자신의 워치와 폰을 들여다보다가 결국 고암도를 향해 수혁의 보트가 물살을 가른다. 예령은 왜 고암도에 갔을까. 수혁에게 고암도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간직한 장소였다. 지금은 아내와 아들을 떠올려도 어떤 감정도 들지 않는다. 그런 감정은 자신에게 사치라고 생각하며 오직 태일의 더러운 수발만을 들고 있는 그다. 십년 전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고 후회는 없다. 고암도의 선착장에 보트를 정박하고 마을 어귀의 갈림길에서 망설임없이 비탈길을 오르는 수혁의 발걸음이 고암도가 익숙한 모양새다. 수혁은 과거 아내의 고향이었던 이곳에 일년에 두어번은 방문했었다. 살아있어도 부모의 의미를 상실해버린 자신의 부모와 이미 하늘나라에 가버린 아내의 부모. 아내와 수혁은 공통점이 많았다. 이미 부모라고 할 수 없는 부모를 가진 자신과 달리 아내는 자신의 부모를 추억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고향이었던 고암도에서 휴가를 보내곤 했었다. 처음엔 남자친구로, 남편으로, 아이의 아빠로. 아들과 함께 뛰어다니던 갈대밭도 그대로였다. 어둠 속에서 더욱 명확하게 보였다. 그리고, 그녀의 부모가 살던 집. 수혁은 갈대밭의 가장자리에 하나 밖에 없는 단촐한 주택을 향해 걷는다. 수혁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비어있을거라는 예상과 달리 그집에서 조명빛이 흘러나왔고 이야기 소리가 들렸다. 뒷쪽 담장에 몸을 숨긴 수혁은 이것들을 조용히 지켜본다. 한 남자가 터덜터덜 집안으로 들어가며 주위를 살핀다.

  "거기 누구 있어요?"

  수혁의 인기척을 느낀 것인지 휴대폰을 찾아오던 무진이 주변을 둘러본다.

  "왜?"

  에스더가 마당에서 대꾸한다. 무진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대문으로 들어간다.

  "쥐가 엄청 많거든.쥐소리 들은거 아니에요?"

  예령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둘을 번갈아본다. 에스더가 둘의 표정을 보고 신나서 덧붙인다.

  "내가 잡아줄게, 쥐. 같이 나가볼까요? 엄청 귀여운데!"

  무진과 예령이 둘다 손사래를 치며 등을 돌린다. 무진이 황급히 마루에 걸터앉으며 신발을 벗는다. 이런 둘의 모습이 재밌는지 에스더가 어린 아이처럼 소리 높여 웃는다.

  "슈슈 찾으러 왔다고 했죠?"

  개집에서 웅크린채 잠을 자고 있는 슈슈를 쓰다듬으며 에스더가 무진을 바라본다.

  "어쩌다가 우리 섬까지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데려가요. 주인이 애타게 찾고 있다면서요."

  "일단 제가 의뢰받은 것은 생사여부까지입니다. 고객과 내일 아침 통화해보겠습니다."

  에스더가 고개를 끄덕이며 예령을 휙 보면 예령이 에스더의 눈길을 피한다.

  "모두들 고암도에 온 목적을 이뤘으니 이제 만족하죠?"

  무진이 어깨를 으쓱하면 에스더가 냉장고에서 페트병 하나를 꺼내온다.

  "이런 날이 올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만난 인연인데 이거 같이 먹어요!"

  무진과 예령이 페트병을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내가 직접 담근 매실막걸리에요!"

  이들에게 막걸리를 건네주며 활짝 웃는 에스더.

  이 모든 대화를 담장에서 엿듣고 있던 수혁의 눈에서 갑작스레 눈물이 흐른다. 그렇게 그들은 그 시간 한공간에서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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