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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블랙웨이브
작가 : 어이비
작품등록일 : 2022.10.16

남편과 아들을 잃고 섬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는 여자에게

또다시 들이닥친 선택의 순간!

전자파를 둘러싼 거대 음모에 맞서는 정의롭고 용감한 그녀의 눈물겹지만 아름답고 위대한 고군분투.

 
제2부
작성일 : 23-05-23 16:16     조회 : 173     추천 : 0     분량 : 5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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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에스더가 목포역에 내린다. 윤교수에게서 받은 자료 몇 가지를 배낭에 챙겨넣고 오는 길이었다. 나머지 자료는 이메일로 받기로 했다. 목포 북항으로 향하는 에스더. 북항에 정박 해둔 어선에 오른다. 기관실에 들어서서 핸들 너머 보드에 붙여둔 사진을 바라보다가 항해를 시작한다. 돌쟁이 아들을 안은 남편과 그 옆에서 해맑은 웃음을 짓는 자신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진다. 에스더가 물살을 가로질러 바다 위를 질주하다가 망망대해에 어선을 세운다. 붉게 물든 노을이 바닷가에 내려져 있다. 에스더가 갑판에 나가서 바다를 향해 외친다.

  "당신! 노아야! 한번만 봐줘! 사람은 살리고 봐야하잖아!"

  갑판에 주저앉으며 어린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리는 에스더의 뒷모습이 애처롭다. 절대로 IW활동을 하지말라는 것이 남편의 마지막 부탁이었다. 그 부탁을 마지막으로 남편과 아들은 사라졌고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레미콘 믹스 트럭에 자동차가 깔려 사망했다는 아들과 남편의 시신은 그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었다. 몇 번이나 유전자 감식을 의뢰했지만 100% 그들이 맞다는 결과만 돌아왔다. 에스더는 체념했고 남편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IW와 결별하고 고암도로 도망치듯 와서 보낸 십년이었다. 눈과 귀를 닫고 살았다. 그러나 이대로 고암도 주민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볼 수는 없었다. 6G 네트워크 서비스의 정식 개통은 내년이었지만 시범 제공 지역을 점차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원탑 그룹에게는 무언가 꿍꿍이가 있어보였다. 그것이 무엇인지 밝히는 것이 에스더에게는 중요했다. 이는 과거 전파공학자였던 자신의 학문에 대한 열정이기도 했고 한때 몸담았던 원탑 통신에 대한 증오의 표출이기도 했다. 그러나 남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전면에 나서지는 않을 생각이다. 그녀는 알고 싶을 뿐이다. 진실을. 전자파에 감춰진 탐욕을.

 

  예령이 운옥의 집 거실에 앉아있다. 운옥의 집은 원탑그룹이 제공한 원탑그룹 소유의 가장 높은 주상복합 아파트펜트하우스다. 건물의 옥상에 설치되는 기지국의 전자파 기운이 가장 가까이 있을거라며 태일이 특별히 배려한 결과였다. 운옥은 예령의 생물학적 어머니이다. 정확하게 운옥의 배에서 예령이 나온 것은 아니다. 운옥의 난자와 정체를 알 수 없는 (태일의 정자라는 주장도 있지만) 정자로 수정하여 시험관 시술을 했고 인도의 대리모에게서 출산되었다. 이런 저런 목적으로 유전자 가위 시술이 있었다고도 한다.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예령은 모두 알지 못하지만 태일의 아들들에게서 학대를 당하며 친모인 운옥을 십대 후반에 스스로 찾아왔더랬다. 그리고 모녀는 깊은 유대감을 가지게 되었다. 누가봐도 무녀의 아우라를 내뿜는 운옥이 방에서 나오자 예령이 다소곳하게 일어섰다가 운옥이 앉고 따라 앉는다.

  "꼭 가야겠니. 물의 기운은 너에게 좋지 않아. 그리고 거기서 너는 악연을 만나게 될 것이야."

  "회장님의 지시입니다, 어머님. 아, 만신님."

  대내외적으로 만신이라 불리는 운옥이 근심어린 눈빛으로 예령을 보다가 예령이 자신을 보자 시선을 피한다.

  "운명이란 이런 것이지. 피하고 싶다고 피해지는 것은 아니다만. 너의 그 사랑은 너를 힘들게 할 것이야."

  고개를 숙이며 아무 말 없는 예령에게 운옥이 손을 내밀면 예령이 흠칫 놀라며 운옥의 손을 잡는다.

  "네가 걱정이 될 뿐이야. 언제나 물은 피해야 해. 너에겐 물이 지옥이야. 알겠니?"

  예령은 십대 시절, 수영 선수였다. 그 시절 운옥은 예령에게 계속해서 가슴을 후벼 파는 말들을 했었다. 그때는 싸우기도 많이 했지만 이제는 자신을 염려하는 운옥의 깊은 마음이 보인다. 운옥 역시 핏줄에 대한 뜨거움을 숨길 수 없다.

 

  무진은 사모님과 만나기로 한 성당 내부에 앉아 있다. 중앙에 걸린 십자가상을 한참 쳐다보는 무진의 옆에 수녀 복장을 한 사모님이 앉는다. 무진, 당황스러워하며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든다. 사모님이 주변의 눈치를 보며 말을 건넨다. 사모님은 변장술을 즐겨한다.

  "형제님, 어쩐 일이십니까?"

  "그 여자, 윤교수를 만나러 왔더라구요."

  "누구, 에스더가?"

  사모님이 화들짝 놀란다. 이내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그 여자 혹시 텔레패스에요?"

  "능력은 엄청난데 컨트롤을 잘 못해. 본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도 IW에 들어오고 나서야 알았으니까."

  사모님의 이야기에 무진은 황당해진다.

  "아니 그럼, 그 여자랑 텔레파시로 연락하지, 뭐하러 위성통신 탑재한 개까지 가져다놔요."

  "에스더는 IW를 떠났으니까."

  "영악한 여자네. 자기 살길 찾아 떠나고."

  무진이 빈정대면 사모님이 진지하게 대꾸한다.

  "남편과 아들이 사고로 죽었거든. 사실,, 미쳤다고 봐야지."

  무진은 에스더가 결혼을 했다는 사실도 자신과 같이 홀홀 단신인 것에 놀라서 입을 다문다. 갑자기 사모님이 무진의 손을 덥석 잡는다.

  "형제님, 우리 모두를 위해 기도합시다!."

  무진이 어이없어 사모님을 보다가 피식 웃으며 사모님에게 얼굴을 가져다 댄다.

  "진짜 이렇게 꼭 변장하셔야 하는거에요.네?"

  "내 진심을 아직 모르는구나. 너를 위해서야."

  "네?"

  "너는 원탑솔루션 심리홍보팀 대리야. 회사에서 너를 감시하고 있어."

  주변을 둘러보려다가 포기하고 고개를 숙이는 무진의 어깨를 사모님이 살포시 감싼다.

  "언더커버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우리 조직은 너를 필요로 해. 때가 되면 부모님의 일도 알게 될 거야."

  무진이 마른 세수를 하며 사모님을 쳐다본다.

  "우리 조직은 너도 그녀도 다 필요해. 원탑그룹을 상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니까."

  사모님의 안경 너머 눈이 빛난다.

 

  서해 바다 위. 수혁이 요트를 조작하고 있고 예령이 선상에서 바닷 바람을 맞고 있다. 예령은 수혁과 함께 하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 수혁이 하암도에 출장이 있음을 인지한 예령이 수혁에게 자신의 휴가를 함께 하자는 제안을 했다. 사실, 예령도 출장이었다. 그러나 태일이 보안 유지를 강력히 요청한 탓에 수혁에게 휴가라 둘러댈 수 밖에 없었다. 수혁은 예령의 제안에 흔쾌히 응했고 둘은 원탑그룹에서 임원들의 교통 편의를 위해 제공하는 요트를 타고 서해를 달려 하암도에 가기로 했던 것이다.

  "직접 조작하실 줄은 몰랐어요."

  "뭐든지 직접 하는 게 안전합니다."

  예령은 이 남자, 수혁을 사랑한다. 스무 살 봄에 처음 만났던 그 순간부터 서른 살을 목전에 둔 지금까지.

  "괜찮으시겠습니까, 요리도 제가 직접 할 예정입니다만."

  "요리는 저도 꽤 한답니다."

  "상무님은 썸머 하우스 처음이시죠?"

  이들이 함께 출장을 가려는 하암도는 작은 섬으로 태일의 개인 소유지이다. 이곳에는 썸머하우스라는 별장이 있고 원탑그룹의 공식적, 비공식적 접대 장소이다. 고암도에 인접한 섬으로 육안으로 서로의 섬이 보이는 위치에 있다. 사실, 하암도에는 벙커라 불리는 비밀 장소도 존재하는데 지하공간인 관계로 비밀리에 운영 중이며 각종 무기가 보관되어 있다. 예령이 수혁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보는 사이 그들의 요트가 하암도에 도착한다. 하암도의 선착장에는 몇 대의 모터 보트가 정박해 있고 육지에는 소형 전기 자동차가 있다. 수혁과 예령은 썸머하우스에 짐을 풀어놓고 다시 바다로 와서 웨이크보드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수혁은 전화를 받고서 업무를 하러 간다며 양해를 구했고 예령은 애써 괜찮다고 손을 저으며 그를 보낸다. 예령이 모래 사장에 웨트수트 차림으로 앉아서 고암도를 바라본다. 태일은 예령에게 고암도의 에스더를 살펴보고 오라는 지시를 내렸다. 현재는 섬 촌뜨기에 불과하지만 어떤 일을 꾸밀지 모르는 또라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위해 예령은 모래사장을 걸어 바다로 들어간다. 고암도까지 헤엄은 그녀에게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고암도 인근의 바다 위에 에스더의 어선이 떠 있다. 갑판에서 시끌벅적 대화를 나누며 중암댁, 상암댁과 물질 장비를 챙기는 에스더가 하늘을 올려다 본다.

  "빨리 작업하죠. 날씨가 심상치 않을 것 같아요."

  "싸게 싸게들!"

  재빨리 물속으로 들어가는 셋. 에스더가 테왁을 두고 힘차게 깊은 물속으로 잠수한다. 에스더가 처음 물질을 시작했던 십년 전과 비교하면 바닷속 상황은 엉망이다.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로 확실히 많은 것이 달라진 것이다. 에스더는 조심스럽게 해삼 씨를 뿌린다. 한참을 작업하다가 에스더의 시야에 사람이 보인다. 물 속에서 정신을 잃은 듯 한 여자다. 에스더는 생각할 겨를 없이 그녀를 잡아서 물 위로 데리고 올라간다. 상암댁과 중암댁의 도움을 받아 갑판 위로 그녀를 끌어올리고 인공호흡을 시도한다.

  "아이고 벨일이여. 시방 살다살다 이런 꼴을 다 보네잉."

  "아따 용왕님 만나러 갈라고 환장을 했소,잉."

  여자의 호흡과 의식이 돌아오자 상암댁과 중암댁이 기다렸다는 듯 잔소리를 쏟아낸다. 에스더가 한숨 돌린 듯한 표정으로 기관실로 들어간다. 여자는 고암도에 헤험을 치다가 갑자기 풍랑과 거센 파도를 만나 의식을 잃은 예령이다. 이내 상암댁과 중암댁은 자신들의 대화를 이어가고 그녀들의 대화에서 '에스더'라는 이름이 들리자 예령이 긴장한다.

  "에스더가 누구..?"

  "저기 우리 선장. 우리 에스더 덕분에 편하게 물질 안허요."

  예령, 들키지 않으려 노력하며 조심스레 기관실 쪽을 바라본다. 에스더의 어선은 고암도 선착장으로 가는 중이다.

 

  무진이 목포여객선터미널에 도착했을 때, 고암도로 가는 정기 배편의 운항은 모두 종료된 후였다. 할 수없이 북항으로 이동해 흥정을 했고 어렵게 배하나를 구해서 고암도로 가는 중이다.

  "그래, 고암도에는 개 찾으러 가쇼잉?"

  "네."

  "아따, 개 데리고 있는 사람헌티 전화하면 되재, 뭘라꼬 이 먼데까지 오셔쓰까잉."

  "그러게요. 그러면 되는데, 그 주인이 폰이 없으시답니다."

  말수가 적은 무진이 혼잣말로 한 이야기에 선장이 크게 소리치며 웃는다.

  "고암도면, 에스더네. 우리 에스더여. 하하하하. 갸가 읍재. 폰이 읍지, 잉."

  무진이 에스더의 이름을 듣고 놀라서 선장을 바라본다.

  "그래도 개가 잘 찾아갔소잉. 에스더면 잘 돌보고 있을거니, 믿어보쇼잉. 개가 운이 좋아부려."

  "그런데, 그 분은 왜 폰이 없답니까?"

  "공짜로 최신폰을 줘도 에스더 갸는 안하재. 갸가 원래 핸드폰 회사 댕기다가 내려왔자네."

  무진이 선장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듯 계속 쳐다본다. 선장이 비밀이라는 듯 주변을 둘러보며 목소리를 낮추며 말한다.

  "고암도 이장이 내 친군디 그러더라고. 갸가 신기가 있다더라고. 근데 그게 전자파랑 안맞는지 그렇게 겁을 낸다더라고. 그래서 집에 암것도 없다더만. 오죽허면 고암도 그 섬 반은 기지국 자체를 설치를 못했다던디?"

  선장의 이야기가 끝나고 배는 고암도의 선착장에 도착한다. 무진이 서둘러 선착장에 내리면 선착장에서 상암댁과 중암댁의 짐을 운반하고 있는 몸빼바지 차림의 예령과 마주친다. 예령이 놀라며 무진을 끌고 구석으로 간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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