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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면진(免震)
작가 : 디비
작품등록일 : 2018.11.2

이해하지 마! 우린 그저 세상이 돌아가게 만들 뿐이야. 누구 하나 몰라도 돼. 아니 몰라야 해.
우리 사훈(社訓)이 면진(免震)이야! 그러나 정세현이 이해하기 시작했다.
[기업물][경제물][경영물][드라마][성장물]


소설을 처음 써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글에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물,지명,단체 및 그 밖의 일체의 명칭, 그리고 사건과 에피소드 등은
모두 허구로 창작된 것이며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우연에 의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가자! 기회의 땅(The Land of Opportunity)으로
작성일 : 23-04-10 12:44     조회 : 188     추천 : 0     분량 : 7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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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현의 아버지는 속이 타들어 갔다. 마셨던 술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날이 정세현 어머니의 옷차림은 한결 가벼워졌고 얼굴의 색조는 강해졌다. 매일 화려한 외출을 했다. 그 모습을 본 정세현의 아버지 또한 울화통이 치밀고 못마땅했지만, 잠재울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이미 그는 움직이지도 못할 만큼 서서히 말라가고 있었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듯 조용히 정세현을 불러 앉혔다.

 “세현아. 니 엄마 이상하다.”

 정세현에게 전부 고자질할 참이었다.

 “뭐가요?”

 정세현은 아버지의 건강이 더 걱정이었다.

 “평생 안 하던 짓을 하고 말야. 입술 바른 거 봐라. 언제 한 번 니 엄마가 화장하는 거 본 적 있던? 친척들 결혼식에 갈 때도 스킨, 로션만 바르던 여자야.”

 정세현도 의아하고 궁금했지만 차마 그 이유를 묻지 못하고 있던 참이었다.

 “니 엄마. 남자 생겼다.”

 정세현의 아버지는 몰골이 앙상했지만, 눈빛만은 확신에 차 반짝거렸다.

 “설마요?”

 “그러지 않고는 뭐가 그리 즐겁다고 아침에 일찍 나가 저녁 늦게 들어온다니.”

 “그러지 마세요. 어머니 그럴 분 아니라는 거 아버지가 더 잘 아시잖아요.”

 정세현은 방 안에 있던 소주병을 말없이 주섬주섬 챙겼다.

 “아니야. 맞아. 분명 어떤 놈팽이랑 붙어먹는 거야.”

 “요즘 너무 예민해지셨어요. 술 좀 그만 드시고 좀 쉬세요.”

 “너까지 나 무시하는 거냐? 그러지 마. 세현아.”

 목소리는 떨렸다. 슬프고 구슬펐다. 돌아 나가던 정세현은 차마 뒤를 돌아보지 못했다.

 “무시하는 거 아니에요. 밖에 나가서 산책도 좀 하시고……”

 정세현은 방안을 마저 정리하려고 다시 들어왔다.

 “그럼, 니가 한 번 니 엄마 뭐 하고 돌아다니는지 한번 알아봐라. 언제 한 번 몰래 따라가 봐. 그럼 내 말이 맞는지 틀렸는지 알 수 있을 거 아냐? 응?”

 정세현은 어처구니없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달갑지 않았지만, 마음 한구석에 설마 하는 마음이 어느덧 자리 잡고 있었다. 더 큰 오해가 자리 잡기 전에 푸는 방법은 두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하는 길이 가장 빨랐다.

 

 다른 여느 날과 마찬가지였지만 정세현은 운동복 차림으로 새벽에 집을 나섰다. 먼발치에서 어머니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정세현 어머니의 옷차림은 더 가벼웠다. 활기찬 아침을 시작하려는 듯 발걸음 또한 가벼웠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정세현 어머니가 지하철역 입구에서 누군가를 향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정세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세현 어머니의 내연남은 운영하던 가게가 망했지만 보증금 일부라도 건졌다며 좋아하던 정세현 부모님의 세탁소와 같은 건물에서 옷을 만들어 팔던 양장점 아줌마였다. 그러나, 끝까지 확인할 필요는 있었다. 진짜 다른 남자가 생겼다면 꼭 혼자 만나라는 법은 없었다. 짝을 맞춰 만날 수도 있었다.

 지하철은 러시아워로 송곳 하나 들어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빽빽했다. 자기 자리를 사수하려고 밀고 당기고 기싸움도 상당했다. 서로 죽네 사네 아비규환이었다.

 정세현은 언제 어디서 어머니와 아줌마가 내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사이가 꽤 떨어지게 탔기 때문이었다.

 매번 환승역에 정차한 열차에서 쏟아져 나오는 인파와 담기는 사람들 속에서 떠밀려 나오기를 반복했다. 어머니와 아줌마의 뒤꽁무니를 놓치기 일쑤였다. 어머니와 아줌마도 같이 쏟아져 나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항상 지하철이 떠나고 사람들이 빠져나간 플랫폼에 홀로 덩그러니 섰다. 정세현은 사람들이 매일 이렇게 부지런하고 치열하게 사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별 것 아닌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불현듯 경외감과 존경심을 느꼈다.

 고통스럽지만 확인을 해야 했던 어머니의 불륜현장을 확인하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매번 실패였다. 핑계를 대며 일부러 피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좀처럼 찾아오지 않던 행운의 기회는 다른 사람의 불행으로 잡을 수 있었다.

 지하철입구에서부터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현재 공중사상사고로 인하여 우리 역 양방향 열차운행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빠른 운행재개를 위하여 사고 수습에……’

 헛걸음을 한 사람들이 얼굴에 불평이 한가득이었다. 모두 허둥지둥 버스정류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어머니와 양장점 아줌마가 버스 탄 것을 확인하자마자 정세현은 달려오던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어서 오세요. 어디로 모실까요?”

 “아저씨. 저 버스 쫓아가주세요.”

 그제야 택시 기사가 룸미러를 흘긋 봤다.

 “학생. 왜? 뭐야? 여자친구가 바람이라도 폈어?”

 “아니요. 저희 어머니요.”

 “응?”

 “아니. 아니요.”

 정세현이 고개를 흔들었다. 이 기회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신이 없었다.

 “학생. 숙여. 빨리.”

 영문도 모른 채 정세현은 뒷좌석에 몸을 뉘었다.

 “연습이야. 잘하네.”

 택시 기사는 뭐가 그리 신났는지 선글라스까지 꼈다.

 “아저씨. 앞질러 가면 안 돼요.”

 “걱정하지 마. 학생. 이거 봐봐.”

 택시 기사는 조수석 글로브 박스를 가리켰다.

 정세현은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로 고개를 내밀었다.

 사진과 이름 면허번호가 적혀 있었다.

 “모범. 베스트 드라이버. 걱정은 안전벨트에 붙들어 매. 붙들어 맸어?”

 “네?”

 “오케이. 출발!”

 사실이었다. 택시는 노련하게 정류장마다 서는 버스 뒤꽁무니를 기가 막히게 따랐다.

 택시 기사는 한강을 넘어가는 순간까지 자식 자랑과 왕년에 놀았던 가락을 뽐내느라 입이 쉬지 않았다. 확인할 길은 없었다.

 먼발치에서 어머니와 아줌마가 빠른 걸음을 옮기는 뒷모습이 보였다.

 약속 시간에 늦은 듯 보폭에서 조바심이 묻어났다.

 “아저씨. 여기가 어디예요?”

 “삼성동. 테헤란로 몰라?”

 알면서 물어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세현은 목구멍까지 나왔던 반문을 간신히 참았다.

 “여기서 내려주세요.”

 내리려던 정세현은 난감했다. 미터기에 찍힌 금액과 지갑에 있던 돈이 차이가 났다. 나중에 돌아갈 지하철 요금도 생각해야 했다.

 “왜?”

 “아저씨. 죄송한데 1,500원이 모자라요. 어떡하죠?”

 “장난해? 알면서 왜 물어? 어떡하긴 경찰서 가는 거지.”

 정세현은 고개를 숙이고 어쩔 줄 몰라했다.

 택시 기사는 룸미러로 그 모습을 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좋아. 지 엄마 바람피는 거 잡겠다고 뒤쫓아온 아들내미 심정 내가 모르는 바가 아니야. 근데 공짜로는 안 되고.”

 정세현은 조금 전 참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럼요?”

 정세현은 일분일초가 아까웠다.

 “엄마가 누구야?”

 “저분이요.”

 정세현은 양장점 아줌마를 가리켰다.

 택시는 정세현을 내려놓고 앞질러 나갔다. 정세현 어머니와 양장점 아줌마를 지나쳐 갈 찰나 택시 기사는 코를 후비며 조수석 쪽 창문을 열고 양장점 아줌마를 한번 쓱 훑으며 지나갔다.

 테헤란로 양쪽으로 늘어선 고층빌딩은 당장이라도 하늘을 찌를 기세였다. 근사하고 멋있었다. 정세현은 잠시나마 황홀했다.

 황홀감에 취한 사이 어머니와 양장점 아줌마는 점점 시야에서 멀어졌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둘이 급하게 들어간 곳은 8층짜리 조그마한 건물이었다. 정세현이 감탄을 금치 못했던 테헤란로 마천루에 비하면 그랬다.

 정세현 어머니 또래들도 분주하게 발걸음을 그 건물로 옮겼다. 특이했지만 정세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아버지의 오해를 풀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어머니가 저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차후에 일이었다.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하던 석정선이 문창주가 사무실에 들어서자 안도하는 기색을 보였다.

 “뭐야?”

 어린 사내가 손목에 수갑을 차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 다른 한쪽 수갑은 테이블 다리에 채워져 있었다.

 “그게 저.”

 석정선이 문창주의 귀에 입을 가져다댔다.

 ‘예전에 청바지 사기치고 일섭이를……’

 석정선은 주먹을 쥐어 때리는 시늉을 했다.

 “팔다리 잘라 가지고 반병신 만들어 오라 하지 않았나?”

 문창주의 표정은 심드렁했다.

 “그게 저희 얘들이 아니라 이 박사 쪽에서 찾아서.”

 “그걸 지금 말이라고?”

 문창주의 성격상 지금이라도 사적 보복을 해야 했다. 웬일인지 문창주는 오른손으로 턱을 쓸어내리며 소파에 앉아 있던 남자의 앳된 얼굴만 쳐다봤다. 시간이 흘러서 그런 것인지 어떤 것인지 이유는 알 수가 없었다.

 “저 건 뭐야?”

 문창주가 눈살을 찡그리며 턱으로 수갑을 가리켰다.

 “그게 저.”

 석정선이 머뭇거렸다.

 “사무실에 남자가 저밖에 없어서.”

 경리가 문창주의 눈길을 피했다.

 “얘들 다 어디 갔어?”

 “어제부터 삼정 재개발지구 철거민들 밀러 갔습니다.”

 “그게 어제부터였어? 다 빼면 어떡해?”

 “저희가 메인이라. 계약상 한 달 안에 싹 밀어줘야 합니다.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문창주가 운전하고 온 덩어리에게 눈짓을 주자 문 쪽에 섰다.

 “풀어줘. 튀어봐야 어디로 튀겠어. 사기꾼 새끼가.”

 석정선이 남자의 손목에 채웠던 수갑을 풀었다.

 “잠깐!”

 문창주가 가볍게 테이블을 들어 올리자 탁자 다리에 채워져 있던 수갑 한쪽이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어?”

 석정선이 어리둥절해했다.

 “어? 시발 지금 내가 마술 하냐? 진짜 왜들 이러냐? 진짜?”

 사내는 달아나려고 마음먹었으면 진작에 도망을 칠 수가있었다. 문창주는 호기심이 발동해 입술을 꾹 깨물었다.

 “우리 간땡이가 배 밖으로 나온 신사분 이름은 어떻게 될까?”

 “서동재요.”

 “나이는?”

 “21살이요.”

 “나이도 어린 새끼가 벌써부터 남의 물건 사기 칠 생각이나 하고.”

 문창주는 어이없고 기가 차 같잖게 웃으며 소파에 앉았다.

 “청바지는?”

 “일섭이가 가져 나갔던 건.”

 석정선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쩐지 빵이 크다 했다. 그 많은 걸 한꺼번에 다 받는다고 한 자체가.”

 서동재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문창주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뿐이었다.

 “아니지. 아주 맘먹고 삥땅 치려고 한 거 보니까 너 판로는 확보했었구나. 맞지?”

 서동재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이 새끼가.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문창주도 재미있다는 듯 서동재의 눈을 응시했다.

 “석 이사. 요즘 애들 뭐라고 부르지? 오렌지족? 낑깡족? 뭐야?”

 “엑스세대라고 합니다.”

 “그래. 엑스세대라 그런지 싸가지는 밥 말아 처먹었네.”

 문창주는 잠시 혀를 차며 팔짱을 꼈다.

 “석 이사. 일섭이 좀 오라고 해.”

 “사장님? 일섭이는 왜? 저 좀 잠시 보시죠.”

 복도로 나와 문창주가 담배를 입에 물자 석정선이 주머니 속에 가지고 있던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사장님 무슨 생각이신지?”

 “일섭이한테 쟤 좀 붙여봐.”

 “네? 저기 저 그게.”

 석정선은 펀치를 치듯 주먹을 쥔 팔을 뻗었다.

 “그 누가 그랬지? 그지새끼한테도 배울 점이 있다고. 공잔가? 맹잔가? 갑자기 생각이 안 나네.”

 석정선이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죽이네 살리네 칼부림했어도 서로 이익이 된다면 오늘 똥구멍 맞춰보는 게 장사치야. 일일이 이것저것 따지고 껄끄러워하면 앞으로 사업은 어떻게 해? 안 그래?”

 석정선은 주머니에서 은단을 꺼내 입속에 털어 넣었다.

 “네. 알겠습니다.”

 “명동은? 어떻게 돼가?”

 “공사 거의 끝나 갑니다. 조만간 들어갈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래. 빨리 동대문 바닥 뜨자. 지겹다. 더 크려면 허물 벗어야지. 갑갑해.”

 문창주가 손뼉을 한번 치며 양손을 서로 비볐다.

 “근데 믿을 수 있을까요?”

 “믿고 자시고가 어디 있어? 어린놈이 배포는 있어 보여. 눈빛이 괜찮아. 아니다 싶으면 씹다 뱉으면 되고.”

 

 사무실에 도착한 문일섭은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 서동재를 보자마자 두려운 눈빛이었으나 석정선의 중재로 억지로 서동재와 악수를 나눴다.

 “그래. 썰 좀 풀어봐.”

 문창주가 서동재를 재촉했다.

 계획이 틀어진 서동재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술술 불었다.

 문일섭도 서동재의 판매계획을 들으며 호기심에 금세 두려움이 사라졌다.

 서동재는 3자 판매를 생각하고 있었다. 말이 3자 판매지 3자 사기였다. IMF 시절 도산한 업체가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모두 현금이라는 실탄을 마련하느라 정신이 없을 때였다. 전국적으로 상설기획전이라는 이름 아래 ‘사장님이 미쳤어요.’ ‘눈물의 땡처리’, ‘눈물의 고별전’ 등의 공격적인 문구로 80%~90%의 할인가로 백화점, 아웃렛 등지에서 2일에서 3일간 반짝 상설매장을 열고 빠지는 나까마가 전국을 휩쓸었다. 모두 무자료, 뒷거래 물건들이었다. 모든 거래는 무조건 현찰 박치기였다. 서동재는 문일섭에게 뺏은 청바지를 이미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3명의 나까마에게 보낸 상태였다. 일종의 담보 제공형식이었고 믿음을 주기 위한 행위였다. 문일섭과 접촉할 마네킹(일명 바지. 가짜 계정)도 세워 둔 상태였다. 서동재는 나까마에게 대금을 받고 문일섭에게는 세워 둔 마네킹으로 청바지를 산다고 한 다음 마네킹을 넘어트린 후 빠지면 해피엔딩이었다. 나까마들은 창고에 도착해서도 알아차리기 힘들었을 것이다. 물건을 다 싣고 난 후 문일섭 측에서 대금 지급을 요구할 때 돼서야 비로소 서로 이상함을 감지했을 것이고 사기라고 확인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이미 서동재는 홀연히 사라진 뒤였다.

 단지 서동재는 상대가 문창주라는 것을 알지 못했을 뿐이었다.

 “이거 완전 프로네. 프로. 사기꾼 프로.”

 한참을 듣고 있던 문창주가 어이가 없다는 듯 한탄 조로 웃었다.

 “사기는 등신들만 당하는 줄 알았는데 이건 뭐 꼼짝 마라네.”

 어딘가 김창록의 수법과 많이 닮아 있었다.

 “어디서 니들 수업 듣냐?”

 문창주가 엄지로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며 피식 웃었다.

 “이렇게 주인이 없으면 아무나 똥오줌 싸고 쓰레기 버리고 개판되는 거야.”

 문창주가 석정선과 문일섭을 번갈아 쳐다봤다.

 이제는 사기가 아니었다. 3자에서 서동재가 빠지고 문일섭과 나까마가 직접 연결이 된다면 바로 대금을 받고 상설매장 기획떴다방 업자들에게 대량으로 가지고 있던 물건을 던지면 끝이었다. 의외로 일이 쉽게 풀렸다. 더 잘된 일이었다.

 “하긴 성공해서 존경받느냐 사기꾼으로 전락해서 개새끼 소리 듣느냐는 종이 한 장 차이니까. 어찌 됐든 서울만 가면 된다 이거야. 석 이사. 그 뭐냐? 이런 경우를 뭐라 하지? 말 다리 부러진 거.”

 “새옹지마요?”

 석정선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서동재를 바라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서동재의 관심은 석정선도 문일섭도 아닌 문창주였다.

 “그래. 인생은 새옹지마.”

 문창주가 주먹을 쥐며 테이블을 살짝 내리쳤다.

 “같이 해봐. 이번 일 잘 매조지하면 전에 있었던 일은 서로 눈 감고 잊는 거야.”

 마무리하려는 찰나 석정선의 PCS 핸드폰에서 벨 소리가 울렸다.

 창가 쪽으로 자리를 옮긴 석정선의 낯빛이 통화 내내 어두웠다.

 “사장님!”

 문창주가 뒤를 돌아봤다.

 “이 박사입니다.”

 “심부름?”

 석정선이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문창주의 귀에 가져다 댔다.

 ‘김창록이 눈치를 챈 것 같답니다. 지금 당장 액션을 취해야 한답니다.’

 문창주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어떻게 할까요?”

 “지금 당장 가.”

 문창주가 주위를 둘러봤다. 오른손으로 양쪽 뺨을 감싸며 엄지로 볼을 긁었다.

 “이름이 뭐라고 했지?”

 “서동재요.”

 “그래. 너 운전할 줄 알지?”

 서동재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석 이사. 준비해. 가자.”

 석정선이 당황한 눈빛으로 문창주와 서동재를 번갈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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