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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THROUGH
작가 : 김원글
작품등록일 : 2023.2.16

사랑하는 아내를 찾아 지옥을 관통하고자 하는 남자의 이야기.

 
THROUGH -5- (마지막회)
작성일 : 23-03-21 06:39     조회 : 205     추천 : 0     분량 : 3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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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원은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50년 전... 아브라함의 뜻을 따른다는 헛소리를 하며 성도들을 겁탈한 목사... 바로 네놈이었구나.”

  교주가 노하여 소리쳤다.

  “건방진 놈! 겁탈이라니!”

  주원이 고개를 들며 외쳤다.

  “그것이 하나가 되고 너를 통해 주님께 그 성도들을 주님께 드리는 일이라는 것은 네놈의 망상이고 핑계이지, 전정한 주님의 뜻이 아니다!”

  “신께 선택되어 성도들을 이끌며 모시는 신의 가장 가까이에서 그분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지 못한 네놈은 모른다! 그래. 하긴... 나도 이제야 깨달았지. 그것은 주의 뜻이 아니라 날 이곳까지 인도하기 위한 사탄의 뜻이라는 것을! 이곳을 창조한 만물의 왕 사탄께서 이곳의 통치를 맡기기 위해 직접 날 이곳으로 인도하신 것이다! 그 과정을 보아라! 사탄의 인도하심이 확실하지 않느냐? 그리고 이곳에서 이렇게 내게 충성스러운 제자까지 예비해주셨다. 진정 소름 돋게 신기한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 이 아이가 생전에 다녔던 교회의 전신이 바로 내가 이끌던 교회라는 것이다! 역시 우리를 이끄시는 이 세상의 왕은 사탄이셨다! 그 맥은 끊어지질 않지! 어떠냐? 너도 이제라도 나와 함께 사탄을 모시지 않겠느냐?”

  “주님께서는 너와 네 제자의 죄를 정확히 심판하셨다. 그리고 나 역시 살인을 저질렀기에 주님께서 이곳으로 보내신 것이다! 주님은 자신을 믿고 사랑하며, 그 뜻에 따라 이웃을 사랑하고 섬기는 자에게 천국의 복을 주신다. 그리고 그 복이 바로 저 빛이다. 우리가 추구할 것은 세상의 복이 아니라, 천국의 복이다. 너의 죄를 네 식대로 해석하며 합리화시키지 말고, 이제라도 죄를 인정해라!”

  “네놈이 겁이 없구나. 제자야, 드디어 복수의 때가 왔다. 저 놈을 용암 강으로 던져버려라.”

  주원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담대한 마음으로 주님의 뜻이 이곳까지 라면 받아들이겠다고 기도하고 있었다. 교주의 제자가 몸을 한껏 부풀리고는 주원에게 한 걸음씩 다가왔다. 그때였다. 그들에게 큰 진동이 느껴졌다. 그리고 잠시 후 연속적으로 엄청난 폭발들이 일어났고, 모여 있던 무리들의 대부분이 폭발에 휩쓸려 날아가거나, 파편에 맞아 쓰러져갔다. 그 와중에 교주가 웃으며 외쳤다.

  “크하하하! 자, 보거라! 나와 내 제자에게는 어떠한 피해도 없다! 사탄께서 네놈에게 노하신 것이다! 이제 곧 네놈도 이 뜨거운...!”

  교주는 말을 맺지 못했다. 주원에게 걸어가던 제자가 폭발에 휩쓸려 날아가 버렸고, 동시에 교주에게는 엄청난 크기의 땅 조각이 그대로 떨어졌다. 교주는 이제 영원히 그 바위 아래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말도 하지 못하는 상태로 있어야 하게 되었다.

 

 *

 

  폭발이 멈추고 고요한 정적 가운데 흙먼지가 천천히 걷히며 그 속에서 주원만이 멀쩡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주원은 천천히 눈을 떴다.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는 주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고통스러워하면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멀리서 폭발을 지켜보던 이들이 그 속에서 아무런 피해도 없이 일어서는 주원을 경외의 눈길로 바라보기 시작했고, 주원의 길을 막으면 자신들도 교주와 같은 꼴을 당할까 두려워하게 되었다. 주원은 종잇장처럼 흩날리는 팔의 고통을 참고 절뚝이며 걸었다. 주원이 가는 방향과 주변은 그 길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영혼들이 뒤로 물러나며, 모세의 기적처럼 길이 열려 나갔다. 지금까지의 지옥 중 가장 질서 있는 모습이었다.

  주원은 쉬지 않고 걸었다. 하지만 지옥 땅을 비추는 그 한줄기의 천국 빛은 오히려 점점 주원과 반대방향으로 물러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주원은 멈추지 않았다. 주님께서 허락만 하신다면 영원히라도 걸으려 했다.

 

 *

 

  정신없이 걷던 주원이 순간 낯선 느낌에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그 빛이 자신의 머리 위를 비추고 있었다. 그 빛의 끝은 하얗기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무한한 희망이 샘솟았다. 하지만 곧 자신이 그 빛의 시작점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음을 깨달았고, 그것은 주원에게 엄청난 좌절감으로 다가왔다.

  ‘정말... 엄청난 죗값이군...’

  주원은 쓰러졌다. 더 이상 서있을 힘조차 없었다. 주원은 그렇게 감기는 눈을 막지 못한 채 여기까지라도 허락해주신 주님께 조용히 기도드렸다. 그리고 주원은 곧 정신을 잃었다.

 

 *

 

 [쿠구 콰과광~!]

  얼마나 쓰러져있었을까? 귀를 울리는 거대한 소리에 주원이 눈을 떴다. 자신이 서있던 땅이 어느새 땅 조각이 되어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주원이 천천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빛의 시작점이 조금씩 가까워졌다. 주원은 눈물이 치솟아 올랐다.

  ‘주여...! 주여...!’

  속으로 연신 주를 외쳤다. 벅차오르는 감동에 눈물을 멈출 수 없어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가까워지던 빛의 시작점이 더 이상 가까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시작점이 다시 주원과 멀어지기 시작했다. 주원이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여기까지라도 인도해주신 주님께 감사했고, 한편으로는 이곳에 온 뒤로 지금까지 주님의 중심이 아닌, 자신의 중심으로 행동해온 자신에게 이런 벌은 온당하다고 느꼈다.

  그때였다. 주원에게 진동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아래쪽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쿠과콰과광~!]

  주원이 있던 땅 조각에서 다시 폭발이 일어났고, 그 폭발의 시작점이 주원의 바로 밑이었다. 주원의 위치가 폭발의 중심 지점이었던 것이다. 주원은 온몸이 불기둥에 휩싸인 채 튕겨져 오르며 외쳤다.

  “주여!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인도해주신 그 은혜도! 이렇게 주시는 이 고통도! 모두 감사합니다! 주님! 사랑합니다!”

  주원은 온몸이 지글지글 끓는 고통 속에서 비명을 지르며 정신을 잃어갔다. 주원은 폭발하는 불기둥 속에서 결국 정신을 잃었다.

 

 *

 

  주원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먼저 주원은 온몸을 감싸는 지독한 열기와 고통을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주원은 참을 수 없는 추위도 느꼈다. 턱이 주체할 수 없이 떨려왔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주변의 새하얀 빛이 시야에 들어왔다. 눈을 깜빡이고 싶었다. 하지만 눈이 깜빡여지는 느낌이 없었고, 시야에서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럼 눈이 계속 떠져 있었다는 것인가?”

  하지만 주원의 시야에는 감았던 눈을 뜨는 것처럼, 암흑뿐이었던 상태에서 서서히 주변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의 시야가 더욱 회복되었을 때, 자신의 앞에 있는 얼굴을 보았다.

  주원은 눈물을 흘렸다.

  “아... 아진... 아...”

  주원이 천천히 그 이름을 말했다. 빠르게 말하면 이 순간이 빨리 지나가버릴까 무서운 듯이. 그리고 다시 한 번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얼굴이 더욱 또렷이 보였다. 아진이었다. 자신을 보며 해맑게 웃고 있는 아진의 얼굴.

  주원은 눈물이 터져 나왔다.

  “아진아... 미안... 미안해... 나도 널 따라 이곳으로 왔어야 하는데... 미안해...”

  아진은 주원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의 몸에서는 방금 쌓인 눈보다 더욱 새하얀 빛이 뿜어 나오고 있었다. 아진은 계속 미소 띤 얼굴로 주원에게 다가와 주원을 꼭 감싸 안았다. 주원은 주변이 온통 하얀빛으로 자신이 감싸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온 세상이 하얗게 되더니 아무것도 없어졌다.

 

 *

 

 [삐~! 삐~! 삐~!]

  주원이 천천히 눈을 떴다. 낯선 천장. 주변에서 웅성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야도 흐릿했다. 그리고 시각과 청각이 점점 또렷해지며, 주변이 인지되기 시작했다.

  “주원 씨! 배주원 씨! 정신이 드세요? 배주원 씨!”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주원을 힘겹게 깊은 호흡을 뱉어내며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배주원 씨, 여기 병원입니다. 제 말 잘 들리세요?”

  주원은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떴다.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와 다시 눈이 마주쳤다. 의사다. 그런데 그 얼굴이 눈에 익다.

  “서... 서.. 선... 생님...?”

  “네. 저 의사 선생님 맞습니다. 인지능력에도 문제가 없어 보이는군요. 말씀도 곧 잘 하시고... 그런데 무슨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주원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주원이 눈을 감자 그 눈물이 양쪽 끝으로 흘러내렸다. 주원이 눈을 감은 채 나지막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 말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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