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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내 별에서 남자가 왔다.
작가 : 화휘
작품등록일 : 2023.3.9
내 별에서 남자가 왔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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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깨에 매달린 가족도 힘든데, 기억 실종 백성이라니...“

사랑받기 위해 죽도록 노력하다 습관성 미소에 시달리는 K장녀 나하랑.
그녀에게 나무에서 남자가 뚝 하고 떨어졌다?!
더구나 세상 모든 걸 다 가진 거 같은 남자 도율은 수상하다.

자신이 하랑 별에서 왔다고 우기면서도 정작 자신 이름도 기억 못 한다!!!
얼떨결에 여왕이 된 하랑은 부탁도 거절하지 못하고
기억상실증에 걸린 백성 도율을 떠안게 되는데...

 
4. 별 이름
작성일 : 23-03-09 18:35     조회 : 113     추천 : 0     분량 : 5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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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합니다.”

 

 미소가 가득한 눈으로 도율은 커피숍을 나가는 손님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리곤 싹싹하게 물걸레를 들어 커피잔을 치우며 테이블을 닦았다.

 

 하랑은 도율을 커피숍에 버려둔 지, 세 시간 지난 상황이었다. 밤 열시가 다 되어 가는데도 커피숍은 북적거렸다.

 

 직원인 줄 알았던 여자는 사장으로, 여사장은 도율을 흐뭇하게 보고 있었다.

 하랑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커피매장을 훔쳐보며 눈을 끔뻑끔뻑했다.

 

 하랑의 계획은 단순했다.

 

 돈을 받지 못한 사장은 도율에게 망신을 주고, 그 덕에 도율은 각성하고 ‘여왕따위를 믿다니. 내가...’ 하곤 원망 가득한 얼굴로 커피숍을 떠난다?

 

 근데... 커피값을 주러 왔던 하랑은 자신의 계획과 완전히 어긋난 상황을 보고 있었다.

 

 도율은 하랑을 기다리는지 틈틈이 밖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나를 기다리나 봐...

 

 하랑은 얼떨떨하면서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짠하고 나타나서 돈을 줄까?

 

 하랑은 자신을 기다리는 도율을 보며, 새삼스레 기분이 들떴다.

 

 집에서도 하랑을 기다려 주는 사람이 없었다. 남동생은 군대가 있고, 엄마는 늘 친구들과 여행 중이며, 아빠는 하늘에 있다. 여동생 민정은 남자친구랑 노느라 집에서 얼굴을 보기도 힘들었다.

 

 절친 헤어디자이너 캐리는 갑자기 놀고 싶다며, 여행을 떠난 지 3개월이 넘었다.

 사람이 그리운 찰나,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도율은 하랑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그는 아픈 사람이었다. 기억을 잃은. 아니 미친놈일지 몰랐다.

 

 내가 여왕이라니...

 

 사람이 그립다지만 하랑은 아무 사람에게 아무렇게 정을 주지는 않았다.

 

 미친 놈에게는 더욱더 그랬다. 차라리 혼자 혼밥을 먹고 혼자 영화를 보러 가면 모를까...

 

 고민을 하던 하랑은 웅크리던 몸을 일으켜 세웠다. 돈을 떼먹고 싶지 않았다.

 

 갑자기 비릿한 냄새와 메스꺼운 소주 냄새가 하랑에게 훅 들어왔다. 하랑이 인상을 쓰며 옆을 보자, 술에 취한 백수가 하랑을 보며 섬뜩한 미소를 보였다.

 

 “또. 보네.”

 

 하랑은 빠르게 도망치려 발을 떼는 순간, 백수가 하랑 손을 낚아채곤 잡았다.

 

 “어디 가?”

 

 백수는 다짜고짜 반말을 내뱉었다. 백수가 입을 열 때마다 비릿하고 불쾌한 냄새가 풍겨왔다.

 

 “야. 내가 어때서? 너도 별거 없다며? 영세업체 경리라며.”

 

 백수는 자신을 피하려 드는 하랑에게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하랑은 잡힌 손을 빼려 애를 썼지만 소용없었다.

 백수는 더욱 하랑 손을 꽉 잡았다. 어찌나 세게 잡았는지 피가 안 통해 손이 저릴 정도였다.

 하랑이 백수의 손을 뿌리치려 할수록 백수는 하랑 손을 더욱 꽉 쥐었다.

 

 도움을 청하러 하랑은 다급하게 주위를 살폈지만, 지나가는 고양이도 보이지 않았다. 하랑은 두려움을 숨기며 말했다.

 

 “손 놓으세요. 안 그러면 경찰 불러요.”

 

 백수는 비아냥거렸다.

 

 “불러...요. 불러 봐. 아악.”

 

 하랑은 잡힌 손을 꺾어 백수의 팔을 비틀었다. 백수는 아픈 듯 짧은 비명을 질렀다.

 하랑은 이 틈을 타 도망치려 했지만, 백수가 빨랐다. 백수는 자신에게 등을 보인 하랑의 뒤에서 와락 안아 버렸다.

 

 백수는 자기 품에 있는 하랑에게 경고했다.

 

 “좀 놀자고... 근데 왜 지랄이야 지랄.”

 

 파랗게 변한 하랑은 속으로 외쳤다.

 

 도와 줘. 도와 줘... 아빠.

 

 그러나, 하랑 마음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갑자기 아빠 음성이 들려왔다.

 

 “하랑아, 만약 누가 널 뒤에서 안으면 발등을 찍어 버려. 발등은 살도 없고 뼈라 공격을 받으면 치명적이야.”

 

 아빠에게 하랑은 공주였다. 사실 하랑은 말도 안 되는 아빠의 뻥으로, 자신이 한때 진짜 공주인 줄 알고 살았다.

 

 퍽. 하랑은 아빠 말을 믿고 온 힘을 다해 백수의 발등을 힘껏 내리 찍었다. 백수는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도망치려는 하랑을 잡으려 손을 뻗었다.

 

 백수는 갑자기 자기 앞에 나타난 도율을 보고 손을 멈칫했다.

 도율은 백수와 하랑 사이에 끼어들어 하랑의 호위무사를 자처했다.

 도율은 매서운 눈빛으로 백수를 노려봤다. 어찌나 눈이 날카로운지 백수는 다시 움찔했다.

 

 도율을 보자, 하랑은 갑자기 안도감에 휩싸였다.

 갑자기 백수를 몸을 틀어 뛰기 시작했다. 도율에게 겁을 먹은 백수가 도망치려 한 것이었다.

 그러나 백수는 이내 스텝이 꼬여 바닥에 머리를 박고 뻗었다.

 도율이 백수의 목덜미를 잡고 일으켜 세우자, 백수는 머리로 도율의 굴곡 없이 뻗은 코를 들이박으려했다.

 

 퍽. 하지만 코피를 흘린 사람은 백수였다. 그는 실수로 자기 코를 도율 가슴에 박은 것이었다. 근육으로 만들어진 도율 가슴은 누군가에겐 무기인 셈이었다.

 

 피를 본 백수는 기겁을 내며 팔을 휘둘렀지만, 도율은 백수를 더욱 꼭 잡았다. 그는 섬뜩한 목소리로 백수에게 말을 던졌다.

 

 “넌 뭐 길래? 자꾸 여왕을 따라 다니지?”

 

 갑자기 백수가 기절하듯 온몸에 힘을 빼며 축 늘어졌다. 놀란 하랑이 끼어들어 백수를 바닥에 눕히자, 기다렸다는 듯 백수는 두 손으로 하랑을 벽으로 힘껏 밀쳤다.

 

 하랑이 벽에 부딪힐 찰나, 도율이 끼어들어 하랑을 안았다.

 

 도율 이마에 피가 뚝뚝 떨어져, 입고 있던 하얀 티를 붉게 물들였다. 하랑을 다치지 않게 하려다 이마를 벽에 긁힌 모양이었다.

 

 놀라 하랑이 목소리가 커졌다.

 

 “괜찮아요?”

 

 하랑 목소리에서 걱정이 배어났다.

 

 도율은 눈으로 하랑을 살피며 대꾸했다.

 

 “여왕은 괜찮습니까?”

 

 처참한 도율은 도리어 말짱한 하랑을 더 걱정하고 있었다.

 

 하랑은 가슴이 찌릿했다.

 아빠가 갑자기 돌아가신 후, 하랑은 공주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와야 했다. 선천적으로 맘도 약하고 소녀였던 엄마는 아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앓아누웠다. 네 살 차이나는 남동생과 연년생인 여동생 민정 역시 천방지축이었다.

 

 그 뒤로 하랑은 누군가를 돌보기만 했을 뿐, 돌봄의 대상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랑은 자신을 위해 몸을 던진 도율에게 갑자기 고마움을 느꼈다.

 

 도율이 갑자기 인상을 썼다. 극심한 두통을 느낀 듯 도율은 머리를 잡고 고통스러워했다.

 

  ***

 낯선 병실 안에서 하랑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도율은 병실 침대에 누워 있었고 하랑은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한 도율 옆에 앉아 있었다.

 

 하랑은 아까 비서한테 받은 명함을 꺼냈다.

 

 연락을 해야 하나?

 

 하지만, 반나절만에 도율을 입원시킨 자신이 너무 못나 주저됐다.

 

 도율을 다치게 하다니...

 

 하랑은 총장님에게 너무 미안해졌다.

 

 하랑은 다른 세상에서 온 것 같은 도율을 모른 척할 수 없었고, 더구나 자기 때문에 다친 도율을 외면할 수 없었다.

 

 혹시... 정말 내 별에서 왔나?

 

 하랑은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곤 어처구니없다는 듯 피식 웃다가 혼잣말을 내뱉었다.

 

 프린세스 하...”

 

 하랑은 말끝이 흐려졌다.

 

 도율 말이 사실이었다.

 하랑은 별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별을 관찰하는 걸 좋아하는 아빠가, 어느 날 처음 본 별을 하랑 별이라며 준 적이 있었다.

 

 그건 아빠랑 하랑 둘만 아는 비밀이었다.

 하랑은 잠시 아빠와의 추억에 빠져 있었다.

 

 따르릉. 따르릉. 울리는 벨 소리에 하랑은 흠칫 놀라하다 조용히 핸드폰을 들었다.

 

 “엄마... 전화한다는 게 깜빡 잊었네. 친구가 아파서 병원에 있어.”

 

 전화기 너머로 해맑은 하랑 엄마 옥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다행이다. 엄마, 친구들이랑 강원도로 놀러 왔어.”

 

 전화기 너머로 술 취해 사람들이 흥에 겨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하랑은 자신에게 아무런 말도 안 하고 훌쩍 친구들과 여행을 가버린 엄마에 익숙했다. 아니 익숙하지 않았지만, 익숙하다고 하랑은 믿었다. 그래야 덜 괴롭고 덜 외로우니까.

 

 “알았어. 잘 놀다 와.”

 

 하랑은 차라리 잘 됐다 싶었다. 엄마에게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되니까.

 

 “여왕.”

 

 언제부터 듣고 있는지 몰랐지만, 도율은 깨어 있었다.

 

 “여기 병원이에요. 두통 때문에 의식을 잃었는데?”

 “저는 괜찮습니다.”

 

 도율을 일어서려 했지만, 하랑이 말렸다.

 

 “의사가 더 봐야 한다고 해서요.”

 “정말 괜찮습니다. 여왕.”

 

 도율은 걱정하는 하랑을 안심시키려 했다.

 

 “의사보다 제가 잘 압니다.”

 

 하랑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집어치우라는 듯 쳐다봤다.

 하랑의 시선을 느꼈는지 일어서려는 도율이 다시 침대에 앉았다.

 

 “여왕이 걱정하니까, 의사 보면 바로 여길 나갈 겁니다.”

 

 하랑은 환자복을 도율에게 주며, 갈아입으라고 했다.

 하랑이 걱정하는 눈을 보자, 도율은 그냥 아무 말 없이 환자복으로 갈아입었다.

 

 환자복을 갈아입고 나온 도율은 하랑에게 다짜고짜 물었다.

 

 “여왕은 왜 대체 그런 말도 안 되는 남자가 꼬이는 겁니까?”

 

 뭐야? 또 이 삐딱함.

 

 “그러게요...”

 

 도율이 하랑을 아주 뚫어지게 쳐다보자, 하랑이 쩔쩔맸다.

 

 “왜... 왜요?”

 “여왕. 못 하죠. 싫다는 말?”

 

 낮고 진중한 도율 말에 하랑은 맘을 들킨 듯 당황했다.

 

 “맞구나.”

 

 부정하듯 눈길을 돌리며 하랑이 말을 돌렸다.

 

 “어떻게 알았어요? 분명히 당신 커피숍에서 일하는 거 봤었는데... 커피값 주려고 갔었어요. 오해는 말아요. 근데...커피숍에서 그게 ... 보였어요?”

 

 하랑은 백수의 이름도 꺼내고 싶지 않았다.

 

 “그놈이 휘청거리며 가는 걸 봤었습니다.”

 

 하랑은 갑자기 도율이 나타난 이유를 듣고 수긍했다.

 

 “그랬구나.”

 “근데 여왕? 아직도 날 의심하는 겁니까? 전 분명히 여왕 백성입니다.”

 

 하랑은 억지 미소를 보였다.

 하랑은 빨리 도율을 자기 옆에서 떼어내고 싶었다. 도율은 멋진 남자였지만, 부담스러운 사람이기도 했다.

 하랑은 다시 도율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려주기로 했다.

 

 “좋아요. 내 별에서 왔다면 내 별 이름 정도는 알겠죠?”

 

 도율은 맑간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그 주름은 쉽게 펴지지 않았다.

 속으로 안심한 하랑이 도율에게 말했다.

 

 “봐요. 당신은 내 별에서 왔다고 하지만, 별 이름도.”

 

 “프린센스 하온 별.”

 

 하랑은 뒷골이 서늘해졌다.

 

 도율이 하랑 별 이름을 알 리가 없었다. 별 이름은 아빠와 하랑 자신만 알고 있었다. 엄마도 남동생도 여동생도 몰랐다.

 오직 아빠와 하랑 둘만 아는 비밀이었다.

 

 “별이름은 ‘프린세스 하온’입니다. 여왕.”

 

 하랑 눈 초점이 흐려졌다. 하랑은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도율이 자신과 아빠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게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하랑은 두려움보다 무서움이 가득 차올랐다.

 

 “...여왕님?”

 

 떨던 하랑이 간신히 진정하곤 도율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어떻게... 별 이름을 알았어요?”

 “그냥 생각이 났습니다. 내 이름이 그냥 생각났던 것처럼요.”

 “...너..뭐야? 대체 뭐야? 너?”

 

 두려움 가득한 하랑을 보며 도율이 갸웃거렸다.

 

 “저는 당연히 여왕님의 백성.”

 

 하랑은 뒷걸음질 치더니 도율을 내버려 두고 병실을 빠져나와 버렸다.

 

 ***

 도율은 갑자기 사라진 여왕을 찾기 위해 병원 주변을 뒤지고 다녔다. 그는 여왕인 하랑이 자신을 버리고 갔다고 믿지 않았다.

 

 여왕이 갑자기 나타난 나를 의심하는 건 당연해.

 

 도율은 솔직히 자신을 믿지 못한 하랑의 태도에 실망을 했지만, 여왕에 대한 믿음은 굳건했다.

 

 한동안 병원을 돌던 도율은 정문이 잘 보이는 2층 난간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지금 병원을 나가도 상관없었지만, 여왕 하랑과 길이 어긋날까 봐 가만히 병원을 지키고 있었다.

 

 오전 내내 망부석처럼 자리를 지키던 도율은 갑자기 눈을 가늘게 뜨며 집중했다.

 

 저 사람들...

 

 도율은 어제 본 양복 입은 남자들을 발견했다. 물론 양복 입은 남자 뒤로는 최비서도 보였다.

 

 도율은 급히 그들이 자신을 보지 못하게 몸을 숨겼다. 그들은 마치 도율이 어디 있는지 아는 것처럼 순식간에 엘리베이터를 탔다.

 불안한 도율은 환자복을 입은 체 병원을 빠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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