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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THROUGH
작가 : 김원글
작품등록일 : 2023.2.16

사랑하는 아내를 찾아 지옥을 관통하고자 하는 남자의 이야기.

 
THROUGH -2-
작성일 : 23-02-16 23:33     조회 : 217     추천 : 0     분량 : 4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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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주원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극심한 고통과 온 몸이 녹아버릴 것 같은 열기가 느껴졌다. 정신이 맑아질수록 고통 말고는 어떠한 감각도 존재하지 않는 듯 해져갔다. 이내 어디선가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보게, 정신이 좀 드는가?!”

  주원이 무의식적으로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리다가 그대로 다시 정신을 잃었다. 이후로도 주원은 수도 없이 정신을 잃고 깨어나기를 반복하다가 그 고통에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정신을 잃지는 않았지만 고통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어때? 이제 좀 정신이 드는가?”

  그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예... 여... 여긴... 어디입니까...? 그리고... 누... 구시죠...?”

  “자네가 믿을 진 모르겠네만... 처음 이곳에 온 자들은 잘 믿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군... 이 곳은... 지옥일세.”

  그제서야 서서히 주원의 눈에 주변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내리꽂히는 것인지, 땅에서 솟아 오른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거대하고 단단한 불기둥이 여기저기서 솟아오르고 있었고 땅의 갈라진 틈에서는 뜨거운 용암이 흘렀다.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넓은 땅들에서는 간간히 사방으로 파편을 튀겨내는 폭발이 일어났고, 그 폭발이 만들어낸 틈으로는 또 하나의 불기둥이 솟아오르며 용암이 흘러 넘쳤다. 주원은 고개를 숙였다.

  “역시... 그랬군요... 주님께서 절... 여기로 보내셨군요...”

  쉰 목소리의 남자는 의외로 덤덤히 받아들이는 주원을 보며 놀랐다. 보통 이곳에 온 사람들은 이곳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거나, 자신이 이곳에 올 존재가 아니라고들 말했기 때문이다.

  “보통 이 곳에 오는 사람들은 자네처럼 받아들이질 못해. 그런데 자네는 도대체... 이쪽에서 눈을 떴다면 자네는 그 죄가 그나마 심각한 것도 아닐 것 같은데... 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난다면 알려줄 수 있겠나?”

  주원은 자신이 이곳에서 처음 정신을 차리기 전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그 설명을 들은 쉰 목소리의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자네였군...”

  “네? 저를 아십니까?”

  “난 여기서 하도 오래 있었기 때문에 이제 이곳의 안내자 같은 역할을 하고 있지. 그래서 자네 소식도 먼저 들을 수 있었다네.”

  “아... 그러면... 혹시 이곳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그의 설명에 따르면 지금 주원이 있는 곳은 지옥 중에서도 그나마 죄가 미약한 자들이 있는 곳이고, 이곳에서부터 멀어질수록 죄가 심한 자들이 머무는 곳이다. 그렇게 죄가 심한 자들의 공간은 폭발이 더 크고 자주 일어나며 불기둥의 온도도 더 뜨겁다. 그리고 그 땅들의 사이마다 용암이 강처럼 흐르는데, 그 용암들이 폭발하며 사이를 뛰어넘는 것을 막는다. 또한 용암에 빠지게 되면 다시 땅으로 올라올 수 없어서 뜨거운 용암 속에서 계속 그 흐름에 따라 흘러가며 영원히 그 안에서만 지내야 한다. 게다가 이곳에서의 몸은 죽기직전의 고통이 그대로 유지되며 온몸의 촉각 또한 계속 유지되기 때문에 불에 닿거나 돌에 깔릴 때의 그 고통들이 그대로 전해진다. 게다가 어떠한 부상을 당해도 치유되지 않고 부상이 아무리 심해도 다시 죽지 않아 끝없는 고통 속에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저~기 멀리 끝에 있는 저 빛은 뭡니까?”

  주원이 있는 곳에서 가장 멀리 있는 곳의 하늘에는 구름 사이로 한줄기 빛이 떨어지고 있었다.

  “아, 저곳이 바로 천국일세.”

  “하지만 선생님 말씀대로라면 저 천국의 바로 아래가 가장 죄질이 나쁜 자들이 머무는 곳 아닙니까?”

  “일종의 정신적인 고통인 게지... 천국을 지척에 두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그러한 좌절감 말일세.”

  “그렇군요... 그럼 제 아내도 저곳에 있겠군요.”

  주원이 손을 들어 천국을 가리키고자 했지만 그의 팔은 시계추처럼 흔들릴 뿐이었고, 그 고통만이 주원에게 온전히 전해졌다.

  “아냐~ 자네 부인은 내가 듣기론 천국에... 아 자네가 팔을 움직일 수 없어서 그렇구먼. 맞아. 자네 부인은 천국에 있어. 자네에겐 안타까운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그래도 다행스럽다고 말하고 싶네만...”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어쩌다 이곳에 계시게 되신 겁니까? 아무리 봐도 여기 계실 분은 아니신 것 같은데...”

  “음... 나도 하나님을 잘 믿고 따르며 살려 노력하던 의사였지. 근데 내 아들이 우리가 열심히 다니던 교회 목사에게 몹쓸 짓을 당한 게 아니겠나. 무슨 아브라함처럼 첫째를 자신이 받아들여야 한다느니, 하나님이 목사 자신에게 주신 뜻을 따라야 한다느니 하면서, 집안의 첫째인 젊은 형제, 자매들을 모두 단체로 불러들였다는군. 그리고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지옥으로 보낼 것처럼 겁을 주면서 단체로 끝내 그 짓을 했다더라고. 그 애가 우리에게 그 말을 했을 때 그 애의 엄마와 난 믿지 않았지. 그렇게 크고 역사가 오래된 교회에서, 또 우리 부모님 때부터 대를 이어 다니던 교회인데 그 목사가 자기 아버지였던 전 목사님에게 담임목사직을 이관 받는 것까지 다 보면서 다닌 그런 교회인데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던거지. 근데 우리 아들은 자신이 그나마 붙잡고 있던 친부모조차도 그 말을 믿지 않으니까 결국 스스로 목을 맨 거야. 그러자 아내는 충격으로 또 쇼크를 받아 쓰러지더니 결국 아들을 따라갔다네. 그때서야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닫고는 그 증거들을 수소문하고 모아 나갔지. 근데 이제 교회에서 우리가 증거를 수집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는 아예 원천봉쇄를 시켜버리더라고. 하지만 이미 내 손엔 그 증거들이 가득했거든. 그래서 결국 내가 그 목사를... 죽여 버렸어. 그리고 나도 목을 맸지. 아들 놈 방에서... 나중에 다시 눈을 떠보니 이곳이더군.”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주원이 말을 꺼냈다.

  “그럼 혹시 이곳에서 아드님이라도 만날 수 있으셨습니까? 물론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아드님의 사망 경로도...”

  “그래. 하나님께는 큰 죄악이지. 안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나도 수십 년을 뒤지고 다녔는데 말이야, 전혀 찾을 수가 없더군... 나중에야 깨달았지... 그것도 내게 주신 죗값이겠구나... 하고 말이야. 영생을 그리워하는 고통 속에서 살게 말이야... 이렇게 다른 영혼들의 소식은 다 아는데도, 아들과 아내의 소식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니 말일세... 그래서 이젠 긍정적으로도 생각해본다네. 주님께서 그 녀석을 긍휼히 여겨주셔서 천국으로 보내주셨는지...”

  안내자는 씁쓸하게나마 웃었다. 둘 사이에는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두 사람은 가만히 천국을 올려다보았다.

 

 *

 

  “선생님, 저 이 곳을 뛰어넘어 천국을 가봐야겠습니다.”

  며칠이 지나 주원이 말했다. 안내자는 화들짝 놀라 말했다.

  “이미 자네처럼 그런 도전을 해본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야. 하지만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어. 내가 여기 있은 지도 벌써 50년이 넘어가네만, 그 이전에도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들었단 말일세.”

  “네. 그럴 거라 믿습니다. 이곳은 하나님 나라이고, 전능하신 주님의 뜻으로 만들어진 곳이니까요. 하지만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주님은 저희에게 자유의지도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이 의지로 제가 선택하고, 제가 고통 받는 것입니다. 실패한다고 해서 주님을 원망하거나 할 것도 아닙니다. 다만 이렇게 아내와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영생을 떨어진 채 살게 되었는데 아무런 것도 해보지 않고 이렇게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마지막으로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얼굴을 보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드리고 있습니다. 무응답도 응답임을 알지만, 그래도 찾아는 보고 싶어서요.”

  안내자는 한참을 말없이 고민했다. 그러다 주원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래. 나도 수십 년간 이곳을 그렇게 뒤지며 아들을 찾아다니고서는 자네를 이해 못할 뻔했구먼. 그런데 자네, 계획은 있는 겐가?”

  “저 폭발하는 불기둥들로 추진력을 얻어 이동해볼까 합니다.”

  “너무 무모해. 불에 타는 고통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지 않나? 그 고통에 금방 정신을 잃을 걸세. 게다가 땅들이 같이 튀어오를 텐데... 그것들에 깔리거나 치이기라도 한다면... 그리고 기능을 잃은 신체는 회복되지도 않아. 아마 끝까지 가지도 못할...”

  주원을 보고 말하던 안내자가 확고한 주원의 표정을 보고는 말문이 막혔다. 그런 안내자에게 주원이 담대하게 말했다.

  “선생님, 그런 것이 두려웠다면, 시도할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제가 저기까지 가지 못한다면, 그것도 다 주님 뜻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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