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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궁귀검신
작가 : 조돈형
작품등록일 : 201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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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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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 더보기 첫회보기

활이라는 것은 가능한 한 멀리 눈에 보이는 거리를 뛰어넘어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생명까지 지배하는 병기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무기가 생명을 노린다고 가정을 해 보거라.
이보다 두려운 것이 또 무엇이 있겠느냐?
악덕 조부와의 고난에 찬 수련행.
정혼녀를 찾아 떠난 즐거운 중원행.
어지러운 무림을 바로잡는 영웅행.
이기어검과 이기어도를 능가하는 이기어시의 신선한 등장!
내일을 향해 쏘아 볼까나?!

 
제 16 화
작성일 : 16-07-14 14:57     조회 : 598     추천 : 0     분량 : 9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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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부는 을지무격(乙支武擊)이다. 나는 조부님과 달리 검을 좋아하지 않는다.

 

 “엥? 그럼 이분이 나에겐 15대조 선조인가… 헷갈리네. 할아버지 말로는 17대조 선조님 이후 내가 처음으로 동굴에 들어간다고 하였는데 그게 아니었구만!”

 소문은 계속해서 책을 읽었다.

 

 노부는 가문의 무공에 자부심이 있었다. 무위공이나 검법 없이도 최고가 되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비록 조부님이 애써 창안하신 무공이 그대로 묻히는 것이 아까워 후손들에게 익히라고 말은 하였지만 솔직히 그 위력에 의문이 갔다.

 해서 가문의 무공과 조부님이 창안하신 검법과 그 우열을 가려보고자 이 동굴로 올라왔는데 이런 나의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노부가 시전할 수 있는 최고 무공은 ‘이기어시(以氣馭矢)’였다.

 기로써 날리는 화살을 자유자재로 시전하는 경지. 내공도 이미 삼 갑자를 넘어서고 있었으니 노부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나 조부님이 남긴 삼초의 검법 중 하나도 이겨내지 못했다. 아니, 비교를 한다는 자체가 무리였다.

 그 검법은 이미 절대의 경지를 넘어선 천무(天武)였다.

 화려하진 않지만 단 삼 초에 천하를 품고 있었으니 나의 실력은 그 앞에선 잔재주밖에는 될 수 없었다.

 노부는 이 검법의 이름을 ‘절대삼검(絶對三劍)’이라 칭하기로 했다.

 비록 검법이기는 하지만 이것도 가문의 무공이 되는 것이니 노부는 기쁘게 패배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서운한 감정도 밀려왔다. 앞에서 말했듯이 노부는 검보단 궁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기어시보다 더 높은 경지의 궁술을 만들고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새로운 무공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뼈저리게 느낄 뿐이었다.

 조부님이 20여 년 간 공을 들여 삼초의 검법을 만들어내셨 듯 나도 포기는 하지 않았다.

 결국 조부님이 계셨던 이곳에서 노부 또한 하나의 무공을 만들 수 있었다.

 

 소문의 입 안에는 침이 절로 고였다. 아직 이기어시를 시전해 보지는 않았지만 현재 자신의 내공과 포두이술의 완성도를 감안한다면 자신 또한 충분히 해낼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한데 그것을 뛰어넘는 궁술이라면? 여기까지 생각하던 소문은 문득 아까 자신이 집어 던졌던 철궁을 떠올렸다.

 ‘틀림없이 이것과 관계가 있을 듯한데…….’

 슬그머니 철궁을 집어 자신이 앉아 있는 바위에 기대어놓았다.

 

 그 무공의 이름을 ‘무영시(無影矢)’라 지었다. 이 궁술은 말 그대로 화살이 따로 필요하지 않은 무공이다.

 검도가 어느 정도에 이르면 검기(劍氣)를 일으키고 검기를 유형화시킨 검강(劍|)을 시전할 수 있듯이 무영시는 화살을 대신해 기를 유형화시켜 쏘아 보내는 것이다.

 검에서 뻗어 나가는 기운은 그 한계가 있지만 무영시는 그 한계를 벗어나 아무리 멀리 있는 적이라 하더라도 격살시킬 수 있다.

 가히 궁술의 최고봉이라 자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노부의 이런 자부심은 또 한 번 깨지고 마니 역시 절대삼검을 극복하지 못했다.

 비록 그림에서 나오는 기운을 뚫고 무영시를 날릴 수는 있었지만 그것은 움직이지 않은 그림이기에 가능했을 뿐 만약 움직이는 사람이었다면 절대로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소문의 고개가 천천히 위로 향했다.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족자. 그곳의 그림 세 점이 각 일초의 검법을 품고 있는 절대삼검의 비급이란 말인가?

 “어쩐지… 예사 그림이 아닌 것 같더니만 아까 패한 것이 쪽팔린 게 아니었구만! 그렇다면 가운데 난 구멍이 무영시가 남긴 자국이겠고…….”

 하지만 다시 봐도 별로 특이할 만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저 단순한 그림일 뿐.

 

 …해서 이 글을 읽는 후손에게 당부하고자 하는 말이 있다면 절대삼검을 익히되 그것에 만족하지 말고 궁술로써 그것을 깨뜨려 달라는 것이다.

 절대삼검을 익힐 정도의 무공이라면 틀림없이 궁술 또한 그만한 경지에 오를 수 있을 터, 반드시 이루어주길 바란다.

 그리고 무영시는 그에 쓰이는 내공과 기가 엄청나기 때문에 일반의 활로는 그 기운을 감당할 수 없다.

 여기 100여 근의 순수 강철을 제련하여 만든 하나의 활을 남기니 그 기운을 능히 감당할 수 있으리라.

 

 15대조의 글은 여기서 끝이 났다. 비록 가문의 어른들이지만 피를 떠나 한 사람의 무인으로 강한 호승심이 느껴졌다.

 ‘흠, 절대삼검과 무영시라… 재미있겠는데? 지금은 우선 익히는 게 급선무이겠지. 하지만 그 다음은…….’

 

 소문은 지금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오늘로써 무위공을 익힌 지 열흘째. 그동안 아무런 이상 없이 운기를 통해 내공을 쌓고 있었는데 오늘은 시작부터 몸에 이상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천지에 올라 전신의 모공(毛孔)을 활짝 열고 운기를 시작했는데 평상시와는 달리 몸에 흡수되는 기의 양이 폭발적이었다.

 수련이 제법 깊어져서 그런가 보다 하고 무심코 넘겼는데 이건 아무래도 이상했다.

 소문은 그동안 반야심경도해를 꾸준히 수련했기에 소문이 생사현관을 타동시킬 때 온몸으로 퍼져 있던 내공을 하나의 내공으로 만들 수 있었고 그것은 지금 현재 소문의 단전에 모여 있었다.

 한데 지금 단전에는 두 개의 기운이 힘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나는 반야심경도해를 통해 형성된 기운이었고 하나는 최근의 무위공을 익히며 만들어진 기운이었다.

 새로 생긴 기운은 최초 며칠 동안은 그 기운이 미약해 감히 준동치 못하다가 오늘에야 비로소 서서히 움직이며 기존의 기운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었다.

 단 열흘의 수련으로 소문이 어렸을 때부터 익혀온 기운과 맞먹을 정도의 기운을 흡수한 것이었다.

 소문은 결정을 내려야 했다. 자신이 두 개의 기운을 제어할 수 있는 지금 수련을 중단할 것인가? 아니면 강행할 것인가? 과거 많은 선조들이 이 시점에서 수련을 강행하여 폐인이 된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어쩐다……?’

 강행하자니 그 후한이 두려웠고 포기하자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도 잠시, 소문은 선조들이 구해온 반야심경도해의 위력을 믿기로 했다.

 한데 그가 무위공을 운행하기 시작하자 그의 전신에서 마치 화산이 폭발하듯 무서운 힘이 치솟는 것이 아닌가? 내공심법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무위공의 힘은 소문의 몸을 폭발시키고도 남을 정도였다.

 이 힘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은 선조들이 안배한 반야심경도해의 내공심법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소문은 다급한 마음에 미처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전력을 다해 무위공을 운행시켰다.

 하지만 그것은 소문의 판단착오였다. 단전에 모여 있던 기운들은 소문의 몸을 한 바퀴 돈 후 더욱 강력해지고 각 경맥에서의 움직임이 더욱더 빨라졌다.

 눈을 감고 있는 소문의 얼굴에 진땀이 흘러내렸다.

 소문의 몸에서는 백색 강기가 뻗어 나오고 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 기운이 강맹해지고 있었다.

 소문의 얼굴은 점점 일그러졌다.

 이미 단전에는 반야심경도해의 내공이 자리 잡고 있어 체내에 머무르고 있는 무위공의 내공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잘해야 주화입마이고, 아니면 몸이 견디다 못해 폭죽처럼 터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젠장, 경솔했다! 이게 아닌데…….’

 소문이 후회를 해본들 이미 때는 늦어버렸다.

 ‘그래, 어차피 이리 된 거 방법은 하나뿐. 잘되어야 하는데…….’

 소문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리고는 반야심경도해를 운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기운을 단전에서 기경팔맥(奇經八脈)으로 급히 이동시켰다. 그러자 그곳에 이미 자리를 잡고 있던 무위공의 기운이 거세게 반발했다.

 하지만 반야심경도해의 내공은 먹물이 화선지에 스며들듯 자연스럽게 무위공의 기운을 피하더니 곧 하나의 기운으로 마구 뒤섞여 버렸다.

 소문은 다시 무위공을 운기해서 그 기운들을 단전으로 유도했다.

 한데 뒤섞여 있던 기운은 다시 두 갈래의 기운으로 나뉘어 하나는 단전으로 향했고 다른 하나는 기경팔맥과 온몸에 퍼져 있는 세맥으로 갈래갈래 흩어졌다.

 ‘성공이다!!’

 계속해서 기운을 키우던 무위공의 기운은 단전에 자리를 잡았고 단전을 지키던 반야심경도해의 기운은 전신에 퍼져 모공으로 들어오는 기운을 차단하고 있었다.

 두 기운의 자리바꿈은 대성공으로 끝났다. 소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만약에 두 기운이 만났을 때 서로 반발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텐데… 역시 반야심경도해다. 다른 기운을 만났는데도 융화를 시키다니…….”

 현재 소문의 몸 상태는 실로 기이했다. 단전에는 무위공으로 인해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의 내공이 쌓여 있었고, 전신 혈도와 세맥에는 무려 삼 갑자에 이르는 반야심경도해의 내공이 쌓여 있었다.

 무위공과 반야심경도해가 조화된 소문의 내공력은 그 어떤 힘도 감히 범접하지 못하는 막강 그 자체였다.

 소문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무위공을 익혔지만 모공을 통해 들어오던 기는 반야심경도해에 의해 막히고 호흡을 통해 들어오는 기는 더 이상 쌓이지 아니하고 흩어져 버렸다.

 소문이 생각하기에 몸에서 스스로 기를 조정하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이상한 현상이었다.

 “무위공의 수련은 끝난 것인가? 더 이상의 진전이 없구나. 그렇다면 이제는 절대삼검(絶對三劍) 차례인가? 아니지. 무영시(無影矢)가 있었구나.”

 소문은 무위공의 수련을 마치고 절대삼검의 앞서 무영시의 수련을 시작했다.

 어차피 무위공은 집중적인 수련을 하지 않아도 몸이 알아서 수련을 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더 이상 내공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무영시는 생각 외로 쉬웠다. 소문이 가장 많이 연습한 것이 활이고 보면 그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었다.

 다만 100근이나 나가는 철궁을 내공을 쓰지 않고 순순한 근력으로만 다루려 하다 보니 시간이 조금 더 걸렸을 뿐이었다.

 소문이 비록 내공을 쓰지 않았지만 그의 몸 곳곳에 스며든 반야심경도해의 기운은 이런 소문에게 거의 내공을 쓰는 거나 다름없는 힘을 주고 있었다.

 핑!

 소리는 났지만 화살은 보이지 않았다. 하나 소문이 바라보고 있는 나무는 어느새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자신이 하고도 믿기지 않았다. 그다지 힘을 들이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기는 이미 하나의 빛으로 화해 간단하게 나무에 구멍을 뚫어놓는 것이 아닌가.

 “이야!! 기가 막힌데! 이걸 어찌 막을까?”

 소문은 무영시의 위력에 새삼 감탄을 하였다. 무영시를 익힌 지 보름, 소문은 무영시의 끝을 볼 수 있었다.

 “자, 그럼 인제 가볼까.”

 소문은 어깨에 철궁을 메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동굴로 향했다. 소문은 동굴에 들어서기 앞서 기를 끌어 모았다.

 동굴 안의 그림은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들어가면 별다른 이상을 보이지는 않지만 약간의 기운이라도 일으키면 스스로 반응했다.

 그동안은 이런 이치를 알았기에 별다른 무리를 하지 않았지만 이제부터는 아니었다.

 준비된 모든 무공을 익힌 지금부터는 가문의 마지막 무공인 절대삼검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소문이 기를 끌어올리고 동굴에 들어가자 엄청난 살기와 압력이 몸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하지만 이미 내공의 끝을 본 소문을 어찌 할 수는 없었다.

 소문은 가로막는 기를 뚫고 거침없이 동굴로 들어가 노인의 그림이 그려진 족자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맨 좌측의 족자는 노인이 검을 검집에서 빼는 자세에서 시작하여 발검(拔劍)하는 것을 열두 번에 걸쳐 그렸고, 두 번째 족자는 그 뺀 칼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것을 또한 열두 번의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마지막 그림은 검 하나를 들어 단지 하늘로 치켜 올리고 있을 뿐이었다.

 “젠장, 이게 뭐냐고. 뭔 설명이 있어야 익혀도 익히지. 검이라고는 만져 보지도 못한 난데…….”

 소문은 내공을 풀고는 족자를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아무리 들여다보고 혹시 다른 안배라도 있을까 하여 촛불에 비추어 보기도 하는 등 별 짓을 다하였다.

 하지만 좀처럼 그림이 나타내는 뜻을 알 수가 없었다.

 “첫 번째 그림은 저렇게 칼을 빼라는 것이고, 다음은 내려치라는 것이고 마지막은 뭐야? 폼만 재는 것도 아니고… 미치겠네! 에라, 모르겠다!”

 결국 족자를 연구한 지 삼 일 만에 소문이 내린 결론은 족자의 그림대로 따라하는 것이었다.

 적당한 크기의 나무를 잘라 목검을 만든 후 우선 맨 왼쪽의 그림을 따라했다. 자세를 잡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그림처럼 발검을 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

 그렇게 그림을 따라하기를 한 시진, 소문은 문득 자신이 한심했다. 도대체 뭘 하는 짓인지…….

 “에라이… 헉!!!”

 소문이 짜증이 나 목검으로 족자를 내려치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소문의 눈에 커다란 칼 하나가 튀어나오더니 자신을 공격을 하는 것이 아닌가?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땅바닥을 굴러 뒤로 피한 소문은 고개를 들어 보았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라고는 자신이 찢어버리려 한 족자가 펄럭이고 있는 것이었다. 소문은 뭔가 집히는 게 있었다.

 다시 한 번 목검으로 족자를 내려치려고 하였다. 결과는 아까와 마찬가지였다.

 눈앞에 나타난 검에 혼비백산(魂飛魄散)한 소문은 다시 한 번 땅을 굴렀다.

 “하하하! 이거였구나!”

 소문은 나머지 족자의 그림에도 실험을 해보았다. 결과는 어김없이 땅바닥이었다.

 소문이 내공을 끌어올릴 때는 그 힘이 워낙 막강해 그런 기운의 느낌을 아예 없애 버렸지만 평상시의 소문에게서는 그림이 전하려는 바가 정확하게 느껴졌다.

 “흠, 첫 번째 그림은 빠름을 가르치려고 하고 두 번째 그림은 느림의 미학이라는 건가? 그리고 세 번째는 빠름과 느림을 무시한 패(覇)의 기운 그 자체구나.”

 몇 번의 시도 끝에 소문은 그림에 남겨져 있는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었다.

 왼쪽의 그림은 말 그대로 발검에서 찌르기까지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를 나타내고 있었고, 가운데 그림은 정중동(靜中動)의 묘리였다.

 느린 듯하면서도 모든 움직임을 제압하는 방법을 그리고 있었다. 마지막 오른쪽 그림은 가장 간단했다.

 하늘 높이 칼을 치켜 세우고 있는 자세는 천주부동(天柱不動)의 자세였다.

 오랜 세월의 시달림에도 굳건히 서 있는 천년고목처럼, 계속되는 파도의 부침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는 바위섬처럼, 어떠한 힘에도 굴하지 않는 자연의 기운 그 자체였다.

 무위공의 내공력은 이 마지막 무공을 사용하기 위함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마지막에 그림에서 보이는 무공은 그림만으로도 다가오는 느낌이 압권이었다.

 이제 그림이 알리고자 하는 뜻을 알았으니 수련하는 것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소문은 무섭게 수련에 임했다. 오전에는 빠름을 익혔다.

 온몸에 기를 불어넣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능력으로 그림 속의 동작을 흉내냈다.

 하지만 검이라는 것을 처음 잡아보는 소문에게 흉내를 내는 그 자체도 힘든 일이었다.

 그림 속의 동작을 마치는 시간은 찰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몸에 있는 모든 감각을 일깨워 익히는지라 단지 몇 번의 발검에도 온몸이 땀에 젖어들었다.

 오후엔 오전과는 정반대였다. 어찌하면 천천히 시전할 것인가? 하지만 단지 느리기만 한 것이 아닌 상대방조차도 움직이지 못하게 할 때 비로소 이 검의 위력은 나타날지니 오후 내내 단 한 번의 휘두룸의 동작이 전부였다. 마지막 초식은 익힐 엄두가 나지 않았다.

 수련 삼 개월이 지나서야 첨으로 군더더기없는 동작으로 발검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속도는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수련 육 개월이 지나자 칼을 내려친다는 느낌을 없앨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빨랐다.

 수련 구 개월이 지나서 첨으로 그림 속의 족자와 빠름을 견주었으나 차마 칼을 뽑지도 못했다.

 수련 십 개월이 지나 두 번째로 느림을 견주어 보았으나 그림 속의 노인의 부동을 깨뜨리지 못했다.

 수련 이 년째 처음으로 세 번째 그림 앞에서 칼을 뽑을 수 있었다.

 그리고 수련 이 년하고도 삼 개월이 지난 오늘 소문은 다시 한 번 그림 속의 노인에게 도전을 하고 있었다.

 소문의 몸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소문은 천천히 손을 뻗어 허리춤에 매달려 있는 목검을 잡았다. 그리고 검을 뽑았다.

 착!

 “이겼다……!”

 목검을 거두는 소문의 발 아래 그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하나의 족자가 찢겨 떨어져 있었다.

 “절대삼검(絶對三劍) 제1초 무심지검(無心之劍)!”

 마음을 비우고 검과 자신과 하나가 될 때 이 검을 시전할 수 있었다. 해서 소문은 이렇게 이름을 지었다.

 마침내 무명이었던 절대삼검 검법의 제1초가 이름을 갖게 되는 순간이었다.

 소문의 눈은 어느새 두 번째 족자로 향하고 있었다. 무심지검을 시전한 순간 이미 싸움은 시작되었다.

 소문은 천천히 그러나 망설임없이 목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아래로 내려그었다. 두 번째 족자 역시 힘없이 땅에 떨어졌다.

 “절대삼검(絶對三劍) 제2초 무애지검(無愛之劍)!”

 절대삼검의 제2초는 살상을 위한 검이 아니라 상대방의 모든 움직임을 파악하고 이를 분쇄하는 무공이었다.

 수비를 함에 있어서는 이보다 더 훌륭한 초식이 있을 수 없었다.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을 죽이지 않고 단지 제압만 한다. 애인(愛人)의 마음이 없으면 이런 초식을 만들 이유가 없을 것이다.

 절대삼검의 1초와 2초의 이름을 지은 소문은 마침내 세 번째 족자 앞에 설 수 있었다.

 ‘마지막인가……?’

 소문은 목검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온몸의 내공을 끌어올렸다. 동굴 안에는 소문이 끌어올린 기로 인하여 폭풍이 일고 있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하앗!”

 나즈막한 기합과 동시에 소문의 목검이 움직였다.

 마지막엔 끌어올렸던 내공을 다 거두고 단순히 초식만을 시전하였지만 동굴은 이미 그 형태를 찾아볼 수 없게 처참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단지 소문이 서 있는 곳과 그 바로 뒤만 무사할 뿐이었다.

 자연이 지닌 힘은 무궁무진했다. 인간이 아무리 발버둥을 친다하더라도 감히 범접하지 못하는 힘, 그것이 자연의 힘이요 하늘의 힘이었다.

 소문은 마지막 초식에서 약간이나마 그 힘을 엿볼 수 있었다.

 인간이 자연의 힘을 빌어 시전하는 무공인 절대삼검의 마지막 초식은 바로 그런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절대삼검(絶對三劍) 제3초 무극지검(無極之劍)!”

 마지막 초식의 이름도 이렇게 생겨났다. 결국 소문의 17대 조사의 손에서 만들어진 무공이 그의 먼 후손에 의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흠, 나가서 할 걸 그랬나. 그래도 명색이 조사동인데… 하지만 어차피 그 역할이 끝났으니 상관은 없겠지…….”

 소문은 무너져 버린 동굴을 향해 정중하게 예를 올렸다. 가문의 무공에 일대 획을 그으신 두 분 선조에게 드리는 인사였다.

 소문은 잠시 동안 지나온 날을 회상하며 생각에 잠기다가 이내 몸을 돌려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려가는 소문의 모습은 처음과 전혀 다름이 없었다. 다만 올 때와는 달리 어깨에 하나의 철궁이 추가되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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