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등장인물인걸 눈치챔
작가 : MItta
작품등록일 : 2022.9.9

19년 간 평범한 양조장의 아들로 일하며 살아온 애덤 그레이스.
20살 성년이 되던 날 자신이 살던 이곳이 바로 소설 속임을, 자신이 그소설 속의 등장인물 중 하나임을 알게된다. 갑작스러운 저주와 같은 이야기의 인도를 피하기 위해 주인공으로 보이는 전쟁 영웅 세브론 바르베르 공자에게서 멀리 도망치려 한다.

 
깨어나다, 인지하다, 도망치자!
작성일 : 22-09-09 20:36     조회 : 224     추천 : 0     분량 : 554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 나른하다.

  기분 좋은 산들바람이 볼을 간지럽히고 달큰한 술 냄새가 주변에 풍긴다.

 

  "···애덤!"

 

  이보다 더 완벽한 지상 낙원은 없을 것이 분명하리라. 적당히 오른 취기에 몸이 나른하게 풀렸다. 딱 이대로 잠에 든다면 정말 완벽한······

 

  "애덤 그레이스! 이 자식이, 몇 번을 부르게 만드는 거야?"

 

  ···지상 낙원이 지속 됐을 것임에 틀림이 없는데. 아버진 목청 하나는 끝내주신다. 맨날 담배나 뻑뻑 피워대며 남는 술을 장사에 팔아 먹진 못할 망정 목에 들이붓기만 하면서, 어떻게 저렇게 목 관리를 잘 했나 모르겠다.

 

  결국엔 기어코 머리에 거친 딱밤을 한 대 맞고야 말았다.

  제 머리를 쏙 빼닮은, 아니 바로 말하자면 내가 쏙 빼닮은 먼지라도 뒤집어 쓴 듯한 잿빛 머리칼을 가진 중년의 남자가 성을 냈다.

 

  "아버지, 말로 하지 왜 때리고 그래요?"

  "이 녀석아. 네가 말로 했을 때 언제는 듣기라도 했냐? 오늘이 네가 완벽히 성년이 되는 날이라고 해서 일을 쉬어도 된다는 법은 없어!"

 

  계모, 아니. 계부도 이런 계부가 없다. 가끔 술을 마시며 동네 서점에서 보던 소설에서도 이런 못된 심보의 부모가 나오곤 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먼지를 뒤집어쓰고 자라더라도 나중엔 결국 그 세계의 태양과 같은 존재가 되고 말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아버지 말에 틀린 것은 없었다. 계부인 것도 아니고 말이다. 미리 오늘은 쉬겠다 당부한 것도 아니고 멋대로 판매용 술을 몇 통 들어다 뒷동산에 올라와 농땡이를 부린 건 나였으니까. 그리고 또 소설과 달리 현실의 나는 아마도 영원히 태양이 되보는 경험은 겪지 못할 것이다. 그야 평범하디 평범한 양조장의 외동 아들일 뿐이니까.

 

  "알겠다고요. 아파 죽겠네!"

  "사내 녀석이 엄살 하고는···."

  "아무튼요, 용건이 있으니 이렇게 오셨을 거 아니에요?"

 

  아버지는 그제야 큰 소리를 내던 목을 가다듬었다.

  음, 하는 짧은 소리가 울리더니 이내 아버지의 거친 손가락이 제국 아래에 위치한 성벽 문을 가리켰다.

 

  "오늘이 바르베르님께서 귀환하시는 날이라고 왕세자께서 귀한 술들을 모으라고 하셨어. 일손이 모자라니 당장 엉덩이 털고 내려오도록 해. 술을 옮겨야 하니까."

 

  하필이면 그 많은 날 중에 내가 성년이 되는 날에 남을 축하해줘야 한다니! 이렇게 기분이 뭣 같을 수가 없다. 나뭇잎이 내려앉은 머리를 대충 털고는 한숨을 쉬며 술기운을 꺼트렸다. 나름 알아주는 양조장에서 싹 다 끌어오려는 모양이구만. 우리들은 정작 들어가지도 못하고 행진에서 소리나 치게 만드는 것뿐이면서.

 

  불만 어린 혀 차는 소리를 낸 채 일어나던 중 일순 현기증이 일었다. 갑자기 일어나서 그런가? 기대어 있던 나무 기둥을 붙들고 머리를 짚었다. 어지러운 시야에 귓가도 먹먹해진다. 시야를 바로 잡으려 눈을 여러번 껌뻑였다. 내가 하도 따라오지 않자 아버지는 먼저 옮기던 걸음을 다시 멈추더니 내게로 다가와 어깨를 붙잡았다.

 

  "뭐야. 어지러운 거냐?"

  "아니, 그게··· 잠깐···."

 

  눈을 껌뻑이며 아버지를 보려 고개를 드는 순간 눈 앞에 양피지 같은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고풍스러워보이는 양피지에 서서히 펜촉의 잉크가 번지듯 정갈한 글씨체가 차근차근 써내려갔다.

 

  [성년이 된 것을 기념하며 세계의 진실에 눈을 뜹니다!]

 

  뭐? 세계의 진실? 무슨 소리인지, 또 눈 앞에 이것은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였다. 눈가를 비비려 이마를 짚고있던 손을 내리려던 그 때 양피지 아래로 친절하게 또다시 차근차근 문장이 써내려졌다. 다만, 그 내용만은 친절하지 못했다.

 

  [진실을 감당하기에 당신은 너무 약합니다. 충격에 대비하십시오!]

 

  느낌표까지 다 읽어내리는 순간 온 몸이 수백개의 칼로 찔리는 듯한 극심한 격통으로 가득찼다. 얼굴이 희게 질린 채 숨도 차마 뱉지 못하고 그대로 나무기둥을 잡은 채로 주르륵 주저앉았다. 몸이 떨린다. 너무 많은 정보, 믿을 수 없는 인지감, 그리고 몸을 주체할 수 없는 통각이 감당할 수 없을만큼 밀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허, 억!! 컥··!"

 

  경고등과도 같은 이명 속에서 아버지의 당황한 목소리도 섞여들렸다. 뭐야, 애덤! 왜 그러는 거냐! 어깨를 잡는 감각도 통각에 밀려 흐릿하게 느껴졌다. 정신이 혼미하다. 차라리 이것이 끔찍한 악몽이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깨어나면 벗어날 수 있는, 그런 끔찍한 악몽 말이다.

 

  1분의 반절도 지나지 않았을 무렵 극심한 통증은 천천히 사그라들었다. 1초가 1년과도 같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긴 경험이었다. 천천히 정신을 차린 나는 흐려진 초점을 다시 잡고는 당황으로 물든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봤다. 아직도, 여전히 아버지의 얼굴 정확히 한 가운데를 가리고 양피지 같은 홀로그램이 떠있었다.

  내가 고통에 몸부림 치는 사이에 또 다른 문구가 적혀있었다.

 

  [당신의 인생은 이야기의 흐름에 인도 될 것입니다.]

 

  "애덤, 정말 괜찮은거냐?"

  "···괜찮, 아요. 가요, 가."

  "아니 역시, 내가 너무 꾸지람을 억지로 줘서 그런 거라면···."

  "정말 괜찮으니까, 얼른 술 옮기러 가요. 늦으면 돈만 까이니까."

 

  아직도 손 끝이 잘게 떨렸다. 그 떨림을 애써 감추려 아버지의 등을 어거지로 밀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내 머릿속은 차게 식어 내려 앉아 있었다. 바로 파도처럼 밀려든 갑작스러운 정보들에 의해서 말이다.

 

  ···나는, 이 세상이라는 소설 속에 살고 있다.

  ···나는, 그 소설 속 등장인물임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정보를 굳이 왜 내 눈 앞에 띄워가며 알려주겠는가? 그리고 아마 주인공은 따로 있겠지. 내가 주인공이라고 하기엔 아무런 능력이 부여된 것 같지도 않았고, 또 나의 성장 배경은 재미가 없을 만큼 평범했다. 하지만 엑스트라 같은 조무래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역할이라면 이런 걸 눈 앞에 보여주고 내 몸이 감당 불가능 할 고통을 맛보여줄까? 그렇다면 아마 내 가까이에서 볼 법한 사람이 주인공이라는 것일테고 그 주인공은···

 

  "바르베르 공자님이시다!"

  "바르베르 공자님, 만세!"

  "에르만 제국의 영웅이 돌아오셨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억지로 술통 두개를 쌓아 든 채 인파에 둘러싸여 행진하는 다수의 무리를 바라봤다. 징징 울리는 머릿속에서도 결론이 내려졌다. 그 가운데에 멋들어진 흑마를 탄 채 위풍당당하게 등장하는 한 공자. 바로 에르만 제국에게 대대로 충성한 기사 가문 바르베르 공작가의 차남, 세브론 바르베르. 그가 주인공일 것이다. 전형적인 그린 것 같은 단정하면서도 단단한 외모, 금발에 푸른 눈. 그리고 제국에서 유일하게 소드 마스터 작위를 받은 뛰어난 검술의 소유자. 이 정도면 주인공이 되고도 남을 지경의 스펙이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나 같은 평민이 이런 행렬에서가 아니고서야 마주치기 힘들 저런 전형적인 주인공과 무슨 접점이 생긴다고 친히 그런 기이한 안내문까지 보여준단 말이지? 인상을 찌푸리며 조금 더 자세히 세브론 바르베르를 관찰하려 했다. 그 순간, 우연이었을까. 그 많은 인파중 아주 찰나지만 세브론과 시선이 교차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다시 한 번 명쾌한 소리와 함께 양피지가 떠올랐다.

 

  [주요 인물 '세르본 바르베르' 와의 조우 달성!]

  [인도를 감당하기에 당신은 현재 너무 약합니다. 충격에 대비하십시오!]

 

  "이런, 젠장할···!"

 

  처음 보는 문장을 뒤이어 불과 10분 전에 본 적이 있던 문장이 덧붙여 떠올랐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아 쥐고 있던 두 개의 술통이 거친 파열음을 내며 결국엔 바닥에서 터졌다. 도망도 갈 수 없는 통증이 다시 파도처럼 몸을 덮쳐왔다. 다시 느끼는 통증은 어쩐지 아까보다 더 심한 것 같다는 착각을 일게 했다.

 

  "아, 아악!! 허억, 흐, 악···!"

 

  스스로 괴성을 내지르고 있다는 사실도 잊고 주인공이고 나발이고. 이 젠장맞을 통증 때문에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몸이 사방으로 찢기는 기분에 바닥을 나뒹굴자 아버지가 놀라서 달려와 다시 내 어깨를 붙들었다. 사위가 소란스러웠다. 아마 그 소란의 8할은 내 고함 때문이었을 거라고 장담한다.

 

  "애덤, 애덤! 정신이 좀 드냐!"

 

  뺨을 아프지 않게 치는 손이 차가운 것이 느껴졌다. 통증이 다시 사그라들고 있었다. 이번에도 아까와 비슷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대략 30초 정도일까···. 차라리, 그렇게 확실히 수치를 알고 나니 조금은 안심이 됐다. 비록 그 30초가 300년과도 같이 느껴질 정도로 긴 것만 같지만···. 어찌됐든 확실했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내 앞으로 단정한 군화 앞코가 시야에 들어왔다. 식은땀을 닦아내지 못한 채 고개를 비스듬히 들어 바라보니 행렬 멀리서만 얼굴을 구경이나 할 수 있던 그 세브론 바르베르가 내 앞에 서있었다. 아, 이 망할 놈의··· 주인공 자식······. 얼굴을 보기만 해도 통증이 다시 엄습할 것 같은 본능적인 공포감에 아버지의 품에서 어깨를 떨었다. 바닥은 술로 이미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아마 지금 내 엉덩이에선 벌꿀 주 맛이 나겠지, 젠장.

 

  "무슨 일이지? 괜찮은건가?"

  "아, 공, 공자님···. 그게, 저희 아들이 갑자기 통증을 호소해서······."

  "아니, 아니요."

  "애덤?"

 

  상황을 설명하려던 아버지의 말을 끊고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너무 비명을 질러 목소리가 벌써부터 살짝 갈라졌다. 의문스럽고 걱정스레 쳐다보는 아버지를 무시한 채 시선을 세르본의 턱 끝에만 고정한 채로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잠시, 개인적인 사고가 있을 뿐이었습니다. 아무 일 없었습니다. 영광스러운 행렬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공자님."

  "그대가 죄송할 것은 없지. 사고는 예기치 못하기에 사고라고 부르는 것이니. 일어날 수 있겠나?"

 

  이걸로 확실해졌다. 이 글로 쓴 듯한 단정하고 올바른 성격과 행동거지까지···. 주인공은 이 자식이 확실했다. 나 같은 평민 앞으로 친히 한 쪽 장갑을 벗은 손을 내민 주인공 공자 나으리의 행동에 주변에선 아주 살살 녹는 애정 어린 앓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이 손을 잡으면 안 될것 같은데···. 하지만 나 같은 평민이 이 제국의 어리고 건실한 전쟁 영웅의 호의를 거절하는 태도를 보이면 그때부터 나는 돌까지 맞는 신세로 전락할 것이었다.

 

  마른 침을 삼키고 덜덜 떨리는 손끝으로 세브론의 내밀어진 손을 올렸다. 약간의 접촉으로도 다시 그 양피지에 적힌 글귀와 통증이 몰려올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까의 것으로 충족된 것인지 뭔지는 몰라도 이번엔 그 양피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제서야 안심한 나는 내밀어진 손을 완전히 잡아 몸을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온 몸이 욱씬거렸다. 통증에 사지를 저도 모르게 뒤틀었던 모양이다.

 

  "몸이 약해보이는군. 조심하도록 하게."

  "···친절에, 감사드립니다. 공자님. 전쟁 영웅께, 신의 빛이 함께 하시기를 염원합니다."

 

  의례와 같은 인사를 머뭇거리며 건넨 나는, 성년이 된 그 날 이 곳이 소설 속임을. 그리고 내가 그 소설 속의 등장인물임을 알았다. 그리고, 주인공이 아닌 이상 읽어본 여러 소설에 의하면 그 주변 등장인물들은 고생이란 고생은 다 겪는 주제에 모든 후광을 주인공에게 넘기게 된다. ···차라리 평범하게 사는 것이 낫지, 그런 거지꼴은 면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아예 이 주인공 자식과 마주칠 기회를, 인도인지 뭐시긴지 거지같은 말이 튀어나올 건덕지를 만들지 않게끔.

 

  이 주인공에게서 아주 멀리, 도망쳐버리기로 말이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 깨어나다, 인지하다, 도망치자! 2022 / 9 / 9 225 0 554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