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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자매 이야기
작가 : 시파랑
작품등록일 : 2022.7.6

쌍둥이 자매, 수미와 수연.
어릴 때부터 재능을 찾아 꿈을 키워온 천재 피아니스트 수미와
모자란 구석은 없지만 언니에게 비교당해온 대학생 수연.

대학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작스런 사고로 동생 수연은 죽게 된다.

몇 년 후, 수연의 사망으로 인한 충격으로 힘들지만 의연하게 살아가는 수미가
우연히 방문한 어느 '점을 같이 보는 카페'에서 역술인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

 
5화(마지막화)
작성일 : 22-08-03 04:42     조회 : 135     추천 : 0     분량 : 5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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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연이 방문한 이후에도 카페를 찾는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수연은 차라리 이 고요가 낫다고 생각했다.

 수연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언니 수미의 사망에 작지 않은 원인을 제공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는 수연에게 정신이 나가버릴 정도의 충격을 주었고, 그래서 어떻게 하리라 판단하기도 전에 무의식적으로 언니가 아닌 자신이 죽은 것처럼 상황을 위장했다.

 수연은 집으로 돌아와 몇 달을 방에, 자신의 깊은 내면에 틀어박혀 지냈다. 자신도 모르게 저질렀던 행동이, 언니의 사망을 부정하고 언니를 죽게 한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을 부정하는 마음에서 나온 도피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거대한 불안감과 죄책감의 무게에 짓눌리자 사건에 대해 솔직히 말하자고 스스로 권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진실이 밝혀졌을 때 수연 자신이 받게 될 주변의 멸시와 언니의 미래를 싹둑 잘라버린 것에 대한 죄책감은 쉽게 사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길고 긴 고민이 끝나던 날, 수연은 수미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방 안의 피아노로 다가가 건반 위에 손을 올렸다. 한 소절의 피아노 소리와 함께 수연은 자신이 수미인 것처럼 그 후의 인생을 살아왔다.

 그리고 어느 날, 눈앞에 있는 이 역술인 부부를 만나게 되었다. 다년간 숨겨왔던 비밀에 대한 이들의 갑작스러운 폭로에 수연은 매우 불안하고 혼란스러워졌다. 지켜오던 것이 한순간에 다 깨져버릴 수도 있었다. 수연은 등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수연이 긴장한 모습이 역력해 보이자, 역술인과 사내는 서로를 쳐다보며 빠르게 눈빛을 교환했다. 기세를 타고 수연을 더욱 몰아붙일 심산이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역술인이었다.

 "이수미. 아니, 이수, 이수연이라고 불러야겠지. 흥, 사, 사실 네가 누구든 뭐라고 불러야 하든 전혀 상관없는 일이야. 아무튼 너는 5년 전에 언니를 살해했고 언니로 신분을 위장해서 살고 있어! 이게, 이 사실이 밝혀지면 너는 어떻게 되겠어? 죄란 죄는, 살인죄, 위증죄, 위조, 관련 죄목은 다 붙어서 넌 감방으로 들어가는 거야! 네 인생은 끝나는 거라고. 그렇게!"

 남편의 말마따나 배짱이 좀 부족했던 역술인은 약간 떨리는 어조로 수연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내용과 역술인의 매서운 눈빛은 수연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역술인의 말을 잇겠다는 듯 사내가 입을 열었다.

 "큭큭. 그래, 네가 수미든 수연이든 상관없는 일이지. 자, 네 집안, 네가 커오던 모습을 보아하니 수중에 돈 꽤나 있을 거 같아서 말이야. 내 긴 말이 필요한가?

 우리는 입이 가벼워서 입단속을 하려면 제법 무거운 놈을 물려줘야 한다고. 어디…, 이 정도는 줘야 입이 가만히 있지."

 품에서 펜을 꺼낸 사내는 테이블 위의 냅킨을 뽑아 그 위에 어떤 문자들을 휘갈기고는 그것을 수연에게 내밀었다.

 수연은 떨리는 손을 간신히 뻗어 냅킨을 움켜쥐었다. 냅킨을 품으로 가져와 보니 여덟 자리가 넘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수연은 숨이 턱 막히면서도 대충 갈겨 적은 것치고는 액수에 대해 꽤 신중히 고민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저들은 지금까지 수미와 수연 자매가 얻을 수 있었던 재산의 규모를 얼추 계산하여 금액을 요구한 것이었다.

 지불 가능하면서도 재산 대부분을 내주어야 하는 액수 때문에, 오히려 수연은 이 협박이 더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그들은 할 수 있는 한 많은 것을 갈취할 속셈일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난다는 보장도 전혀 할 수 없었다.

 수연은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역술인의 표정은 아직 여기저기 초조함이 묻어 있었고 터번 아래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대화를 시작했을 때와 다른 부분은 그녀의 얼굴 전반에 드러나고 있는 돈에 대한 갈망이었다. 역술인의 이마 아래에서는 욕망으로 번들거리는 눈이 수연을 마주 보고 있었다.

 사내는 수연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면서도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하는 태도가 이런 상황에 노련해 보였다. 그는 고개를 살짝 옆으로 꺾고 한쪽끝을 올린 옅은 미소로 수연의 시선을 받아내고 있었다. 그는 수연을 향한 이 협박이 통할 것이라 여기는 듯했다. 하지만 수연은 사내의 눈에서도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기분 나쁜 욕망을 분명히 감지할 수 있었다.

 이들 두 사람은 수연 자신의 죄책감이나 괴로움, 언니에 대한 사명감 같은 마음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당연했다. 그들은 수연의 인생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단지 사람들의 뒤를 캐낸 건수를 가지고 제 잇속을 채우고 싶어 할 뿐이었다. 수미가 죽은 후 수연이 피폐해진 감정을 추스르고 새로운 사명으로 살아가려 했던 다짐조차 이들에게는 냅킨에 적힌 이 숫자만큼의 값어치도 없을 것이었다…. 수연은 가슴 속에서 분노가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었을까. 수연은 이들이 사실을 알게 된 경위에 대해 묻는 게 아니었다. 언니가 세상에서 없어진 후부터의 모든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그때 언니를 불러내지 않았다면, 언니가 그때 죽지 않았더라면, 지금 곁에 언니가 있었다면 죄책감에 절어 괴로워하지도, 취기에 실언을 하지도 않았을 테고 이런 갑작스럽고 어이없는 협박을 받지 않았을 것이었다.

 '수미야…, 수미 언니….' 수연은 마음속으로 언니를 불렀다.

 하지만 수미는 없다.

 수연은 테이블 위로 고개를 떨구고는 생명이 다했던 수미의 모습을 떠올렸다. 자신이 증발시킨 것이나 다름없는 언니의 꿈을 무슨 일이 있어도 이뤄내야 했다.

 '저런 놈들 때문에 이렇게 허무하게 끝낼 수는 없어.'

 수연은 심호흡을 크게 하며 다짐했다. '저 말 같지도 않은 놈들 때문에 여기서 발목 잡힐 수는 없다고.' 수연은 깊게 들이마신 호흡을 멈추며 고개를 들었다. 수연의 얼굴과 마주치자, 역술인은 수연의 안광에 자신도 모르게 움찔하고 말았다.

 수연은 이들이 했던 말을 곰곰이 따져보니 그날 그 건물에서 있었던 일을 정확하게 모르는 것 같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이들의 주장은 술에 취한 수연 자신의 '증언'을 토대로 기존의 사건에 관한 의심을 하게 됐고, 뒷조사를 통해 얻은 정보로 수연이 언니를 살해하고 신분을 위장했다고 협박하는 것이었다. 취기에 지껄인 말들과 조사 정보로 수연을 잘 아는 듯이 몰아붙였지만, 이들이 물적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는 보기 힘들었다.

 수연은 이 돌파구를 한 번 파내보기로 했다.

 "아줌마."

 "뭐."

 "증거 있어요?"

 "뭐?"

 "증거 있냐고요. 내가 수연이라는 증거. 그래서 수미를 죽였다는 증거요."

 "뭐라고? 그건 네가…"

 "제가 저번에 와서 말했다는 거요? 내가 뭐라고 했는데요?"

 "죽은 '언니'에게 미안하다고 분명히 그랬어!"

 "흥.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난 그런 말 한 기억이 없는데요. 내가… 그런 말을 했다는 증거는 있어요? 녹음이라도 했냐고요."

 "뭐? 으… 이이이익! 이게 갑자기!"

 역술인은 얼굴을 확 붉히며 소리쳤다. 남편과의 공세로 협박에 거의 다 넘어왔다고 생각했다가, 갑작스러운 반격에 적잖이 당황한 모양이었다. 역술인은 맞은편의 사내를 쳐다보았다. 사내는 아내에게 받은 무언의 촉구 때문인지 더욱 험악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 그때의 네 발언을 마누라가 들었어. 증인이란 말이야! 네가 이런 식으로 나온다고 해도 네가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은 있는 거야!

 …그래, 녹취 증거가 있든 없든 내가 경찰서로 가서 그 사건에 대해 재수사를 요청할 수도 있다고! 그러면 어떻게 되겠어!"

 "어떻게 되긴요. 처음 그대로겠죠! 수연이가 죽고 나서 전 경찰 조사에 전부 다 응했어요. 난 수연이가 불러서 그곳에 갔고, 수연이와 얘기를 했고, 수연이가 사고가 나기 전에 거길 빠져나왔기 때문에 그 뒤로는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어요! 며칠 뒤에 경찰이 연락이 와서 수연이는 스스로 몸을 던진 것 같다고, 공식적으로 그렇게 마무리가 됐어요.

 그리고 5년이 지났어요. 아저씨가 갑자기 경찰서를 찾아가서, 증거도 없이 이미 완료된 사건의 재수사 같은 걸 요청해봤자 뭘 믿고 그런 얘길 들어주겠어요?

 죽은 사람의 언니라는 자가 카페에 와서 술에 취해 그런 말을 했다? 심신 미약인 상태에서 말을 했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무슨 근거를 대서 경찰을 설득하려고요?"

 수연은 속사포처럼 사내에게 쏘아붙였다. 수연에게는 이 또한 도박이었던 것이 경찰 측에서 정말로 의심되는 바를 판단해 재수사를 하게 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수연은 불안했지만 눈앞의 사내에게 무릎을 꿇고 당장 거금을 주는 것보다야 나았다. 일단 이 상황을 빠져나가고 나중 일은 그때 다시 방법을 찾아도 될 것이었다.

 사내는 수연의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아무 표정을 짓지 않으려 하고 있었지만, 협박했을 때에 비하면 당황한 것이 분명했다. 수연은 이러한 모습으로 그들이 물적 증거는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에 대해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수연은 쐐기를 박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나한테 무슨 얘기를 들었든, 난 기억이 안 나요. 기억이 안 나니 그런 적도 없어요. 경찰서에 가 고발을 해도, 난 내가 진술했던 그대로 다시 말할 거에요. 다르게 말할 것도 없죠.

 당신들 알아서 해요. 모르겠고, 나도 가만히 당하지는 않을 거라고 알고 계세요."

 수연은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당황한 기색의 역술인은 수연의 움직임에 놀랐다가, 머리를 감싸 쥐며 테이블에 얼굴을 파묻었다. 사내는 수연을 따라 시선을 옮겼지만, 여전히 굳은 얼굴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하지만 점점 꽉 깨무는 턱 근육을 보니 이대로 포기하고 끝낼 것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수연은 출입구로 방향을 돌려 걸어갔다. 잠시 뒤 팔을 뻗으면 문의 손잡이에 닿을 수 있을 만한 거리에 왔을 때, 수연은 멈춰 서서 고개를 뒤로 돌렸다.

 "아, 그리고 하나 더 있어요."

 사내와 테이블에서 천천히 고개를 드는 역술인이 보였다. 수연은 말을 이었다.

 "아까 아줌마는 '내가 언니를 살해했다'고 말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역술인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수연은 그날을 회상하면서 목구멍이 답답해지는 걸 느꼈다.

 "그날, 저는 언니를 불렀어요. 언니가 하는 꼴이 눈꼴 시려서 한 마디 쏘아붙이지 않고는 못 참았었거든요. 제가 질투 섞인 시비를 걸면서 언니는 옥상 모퉁이에 몰렸어요. 언니도, 나도 모르게.

 언니가 저에게 뭔가를 말하기 위해 다가오려고 했어요. 그런데… 비가 퍼붓는 상태에서 언니가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그대로 아래로 떨어졌어요."

 수연의 뺨에는 어느새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사고였어요. 전 죽이지 않았어요."

 수연은 말을 마치고는 카페를 나섰다. 그리고 카페를 나오자마자 집을 향해 전력으로 뛰었다. 수연의 등 뒤로 뭐라뭐라 욕설을 외치는 사내의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앞으로 그들이 어떻게 나오든, 수연은 끝까지 굴복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이튿날, 이른 새벽.

 거리에 어둠이 어스름으로 변해가고 있을 시간에 수연은 사고가 있었던 더첸 빌라에 도착했다. 수연은 건물을 조금 돌아 다른 옆 건물에 의해 조금 후미진 곳으로 갔다. 언니가 숨을 거뒀던 장소, 이제는 마당이 조성되어 이름 모를 나무와 풀꽃들로 꾸며진 공간을 바라보았다.

 조금 뒤 수연은 허리를 숙이고 가슴을 부여잡은 채 꺽꺽거리며 울고 있었다.

 이것이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한 긴장이 풀려서인지, 사람들을 속이고 살아가는 것에 대한 양심의 가책인지, 진실이 탄로 날까봐 불안하게 살아온 스트레스인지, 언니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인지, 무엇 때문에 울고 있는지 수연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그 모든 것 때문일지도 몰랐다.

 수연은 빠져나올 수 없는 우물과 같은 괴로움 속에서 유일한 동아줄을 꼭 부여잡는 심정으로 소리 없이 외쳤다.

 '수미야, 아직 멀었어… 한참 더, 쉬지 말고 더 해야 해.'

 

 -끝-

 
작가의 말
 

 자매 이야기 마지막화입니다.

 첫 습작이라 부족한 점이 마지막까지 많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럼 다음 작품으로 뵙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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