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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빛이 들지 않는 땅의 등불
작가 : 솜덩어리
작품등록일 : 2022.7.13

혼돈의 세력에게 위협받고 있는 세계. 다양한 힘을 가진 종족들 사이에서 아무런 무기를 갖추지 못한 인간들은 신이 내려주신 마법의 노래로 험난한 세상을 살아간다. 그러나 그중에는 신의 자비로운 빛이 닿지 못한 자들도 있었으니, 그들은 벙어리라 불리었다.

 
00 & 01 - 멍청이 고블린(1)
작성일 : 22-07-13 10:05     조회 : 245     추천 : 1     분량 : 5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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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

 

 "… 신께서는 혼돈을 물리치기 위해 숲의 주민들에게는 날렵한 팔다리를, 산의 난쟁이들에게는 튼튼한 몸을, 짐승의 친구에게는 날카로운 발톱을, 그리고 인간에게는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노래]를 주었다."

 

  인간은 나약하다.

  다른 종족들보다 강한 신체주위가 없는 인간들은 항상 무시당했다. 빼어난 미모도, 대단한 신체능력도 없는 그들은 언제나 나약하다 불리었고, 실제로 그러하였다.

  혼돈이 지상을 침범해 지도를 붉게 물들일 때에도, 그들이 만들어낸 무기는 나뭇가지마냥 부러지고 부서졌다. 그런 인간들을 동정하여 신들께서는 인간의 얼굴에 구멍을 내어, 요술이 담긴 음악을 뱉을 수 있는 입을 만들어주었다.

  일부이긴 하지만 신의 힘을 가진 노래를, 그들은 마법이라 불렀다. 그렇게 신들께서 내려주신 기적 덕분에 혼돈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었고, 사악한 자들을 벌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축복받지 못한 이들이 있다. 신의 시야에서 벗어나, 그림자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인간을, 벙어리라 불렀다.

 

 

 

 

 

 

 

 

 

 

 

 

 01.

 

 

 

  그곳에 고블린이 있었다.

  이야기를 시작하는 데에 좋지 못한 첫 문장이란 것을 알고있지만, 그의 두뇌로는 이런 시작밖에 떠올릴 수 없었다.

  대륙의 끄트머리. 일명 "빛이 닿지 못한 땅" 이라 불리는 외곽의 숲에, 고블린이 한마리 있었다. 고블린 같은 마물은 어딜 가나 쉽게 보이기에 딱히 특이하지 않아 보이지만, 그가 있는 곳은 다소 특별했다.

  햇빛조차 거의 닿지않는 어두컴컴한 숲에는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흉악한 맹수들이 날뛴다. 피를 찾아 헤매는 그들은 작은 동물이라도 무참하게 찢어놓고, 처절하게 사냥하는 최악의 포식자들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때때로 찾아오는 붉은 안개는 곰의 숨조차 멎게 만드는 독성을 가졌으며, 검은 늪은 이 숲을 무방비하게 걸어다니는 이들을 나락으로 인도한다.

  이런 지옥을 지상에 옮겨다놓은 살풍경속에, 나약하디 나약한 고블린 한마리가 살아남아있다. 이런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된 데에는, 이름모를 신의 축복이 도움을 줬다고 할 수 있겠다.

  작은 동굴에서 살며 가끔 찾아오는 모험가들을 약탈하던 고블린 취락에서 그는 태어났다. 걸음마를 떼고 나서 가장 먼저 배운 것은 빼앗는 방법이었고, 그 또한 다른 가족들이 그리했듯이 비겁하게 살며 목숨을 이어갔다.

  그의 인생에 전환점이 온 것은 어느 모험가의 유품을 주웠을 때 였다.

  다른 고블린들이 칼이나 갑옷들을 입으며 소란을 피우고, 고기를 갈망하거나 여자를 탐할 때. 그는 난생 처음으로 책이란 것을 손에 쥐었다. 물론 인간의 언어로 적혀있기에 내용의 대부분은 이해하기 힘들었고, 멍청한 고블린의 두뇌로는 그림조차 제대로 알아먹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알수없는 정보와 자신이 모르는 세계를 그려낸 지식속에서 감동을 찾았다. 식욕이나 성욕같은 원초적인 욕구들 사이에서, 지식욕이라는 작은 열망이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그 날부터 고블린은 글자가 적혀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찾아보고, 그리고 그 형태를 따라그렸다. 허나 인간의 언어는 고블린의 것과는 상당히 달랐기에 몇달간 아무런 성과도 없이, 바닥에 괴문자를 끄적이는 나날이었다.

  그러다가 그는 새로운 책을 얻게되었다. 그날 고블린 무리는 이런 머나먼 숲까지 찾아오기에는 갑옷 하나 두르지않고, 눈 위에 이상한 막대기를 얹은 인간을 죽였다. 대부분이 풀떼기거나 이상한 막대기들 뿐이었기에 다른 녀석들은 혀를 차며 동굴로 돌아갔지만 이 특별한 고블린은 그 품을 뒤져 두꺼운 책을 하나 발견하였다.

  여느때와 같이 알수없는 꼬부랑 글자들을 눈이 빠져라 쳐다보고 있을 때, 그는 믿을 수 없는 글을 보았다. 무려 둔해빠진 그가 읽을 수 있는, 고블린만의 허접한 글자를 보았다.

  지식을 얻고자 하는 그를 가엾이 여긴 신님의 축복일까, 이 책을 쓴 주인은 무려 마물들의 언어를 조사하던 마물학자였던 것이다.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나오자 고블린은 벌떡 일어나 침을 흘리며 춤을 추었다. 주변의 무리들이 이상한 것을 보는 시선을 하는 데에도 꿋꿋히, 그리고 정말 즐겁게 행복해하였다.

  그리고 그 이후로부터 그는 많은 것들을 배웠다. 인간의 언어를 점차 배우기 시작하며, 지금까지 읽지 못해 넘겼던 책들까지 빠짐없이 읽었다. 약초도감, 지도, 심지어 마물들에 대한 정보까지. 한 문장씩 나아갈 수록 세상은 더 밝게 빛났다. 인간의 언어를 어눌한 발음으로 따라해보기도 하며, 몇달간 모아온 모든 책을 끝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흘동안 이슬만 마시며 죽어라 지식을 얻은 결과. 이 고블린은 이 숲에서 가장, 아니 평범한 인간들 보다도 더욱 지혜로워졌다.

  그는 지식을 얻은 후 그것을 활용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취락에 먹어도 괜찮은 풀을 뜯어다 주고, 덫을 놓아 작은 마물들을 사냥했다. 처음엔 덜떨어진 녀석을 보는 것처럼 대하던 다른 고블린들도 그의 성과에 기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또다른 멍청한 인간이 숲에 쳐들어와, 고블린들은 약탈 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옛날의 몸을 움직여야 하는 방식에 싫증이 난 녀석들은 책을 든 고블린에게 맡겼고, 그 또한 매번 하던 짓이기에 아무런 생각 없이 그 일을 받아들였다.

  인간의 예상 동선에 덫을 여러개 놓고, 근처의 덤불에 숨어 걸려들길 기다린다. 상당히 잘 먹히는 방식이었고 역시나 이번에도 성공적이었다.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인간의 발목을 물어뜯어 녀석을 넘어트렸다.

  천천히 다가가 직접 만든 조잡한 돌 창으로 끝을 내려는 찰나,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그에게 인간이 내뱉는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제발, 신이시여. 살려주세요."

  덫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인간은 신께 목숨을 구걸하고 있었다. 전에는 알아들을 수도 없었고 이해하려 들지도 않았던 사냥감의 절규가, 머리만은 인간이 되어버린 그에게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날 처음으로 똑똑한 고블린은 손에 든 것 없이 보금처에 돌아왔다. 한껏 기대한 고블린들은 화가 나 그를 두들겨 팼고, 흥미를 잃고나서는 하던 일을 재개했다. 그저 그만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밤이 지나고, 해가 뜨자 고블린 취락은 어제의 멍청이 고블린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매일 녀석이 읽던 알수없는 종이쪼가리와, 바닥깔개로 쓰던 몇벌의 옷과 함께.

  지금까지 해온 일의 수치심을 가리기 위한 옷을 입고, 그는 숲의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녔다. 때때로 거대한 마수를 만나 죽음의 문턱에 서기도 하고, 이곳을 찾아온 인간들과 대화를 하려다 한쪽 귀를 잃기도 하였다. 주로 버려진 모험가의 시체를 묻어주고, 그 대신에 책을 받아 지식을 쌓은 일을 반복하며 살았다.

  밤이 되어 차가운 바닥에 몸을 뉘일 때면 그는 항상 자신에게 묻는다. 어째서 자신만이 이런 저주를 받은 것인가. 처음엔 마냥 축복이라 여겼던 것이, 그를 마물에게서도, 인간에게서도 멀어진 존재로 만들어버렸다. 그럼에도 지식을 쌓는 것을 멈출 수 없어, 스스로를 아둔하다 탓하는 나날이었다.

  그렇게 그 곳에 스스로를 멍청이 라 이름지은 고블린이 있었다.

 

 

  일년에 딱 한번, 빛이 닿지 못하는 땅 에 볕이 드는 날이 있다.

  따스한 햇빛을 받으며 명상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날에 그는 바위 위에 올라가 독서를 즐기고 있었다. 오늘은 날이 좋아 고블린들이 활발하게 활동할테니 인간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표지판을 세워 둔 후, 느긋하게 약초도감을 읽었다.

  지식을 저주라 부르며 책을 탐하는 자신의 모순에도 익숙해지려 할 무렵, 익숙하지만 생소한 소리가 숲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마치 모험가들이 도망갈 때 내던 비명과 비슷하지만, 더 축축하고 느려빠진 비명 느낌이었다.

  그 근원을 찾아 조용히 나무를 타며 이동하니, 두건을 둘러쓴 한 인간이 바구니를 앞에 두고 쭈그려 앉아 있었다. 아무래도 암컷 같은데, 눈에서 물을 흘리며 쉬어가는 목으로 소리를 쥐어짜내고 있었다.

  고블린은 비슷한 소리를 기억속에서 찾아보다 자신이 처음으로 살려준 인간의 절규를 떠올려냈다. 그래, 이건 인간이 우는 소리구나. 그는 이해하고 바로 나무에서 떨어져 그 여성의 앞으로 뛰쳐나갔다.

  최대한 무서운 얼굴을 하고, 인간종은 알아들을 수 없는 고블린 특유의 괴성을 지른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러면 이 숲에서 떠나 돌아올 생각 조차 하지 않는다. 수십번의 만남을 통해 알게 된, 가장 효과적으로 인간을 구하는 방법이었다.

  이번 인간도 다소 멈칫거리긴 했지만 결국 떠났다. 울음소리에 묻힌 한마디 외침과 함께, 볕이 드는 땅으로 돌아갔다. 일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는 이번의 보수를 받아가려 바구니에 손을 가져다댔다. 다소 미안하긴 하지만 목숨값보단 싸겠지.

  그리 생각하며 내용물을 확인하는 데, 이게 왠 걸. 바구니 속의 보자기로 덮힌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그는 깜짝 놀라 천을 움켜쥔 채 나무 뒤로 도망치고 말았다. 양 눈을 비빈 후 다시 바구니를 바라보니, 그곳엔 처음 보는 생명체가 담겨있었다.

  막 태어난 고블린처럼 생겼는데, 코가 길지 않고 피부가 초록색이 아니었다. 동글동글한 형체에 양 팔을 버둥거리는 모습이 우습게도 보이는 이상한 녀석이었다.

  그는 불현듯 책의 내용을 어렴풋이 떠올려, 실제로 확인하기 위해 거대한 배낭을 마구 뒤진다. 마물의 생태, 신화속 동물들을 거쳐 마침내 찾아낸 책은 인간의 탄생에 관한 서적. 그중 한 페이지에서 저것과 똑같이 생긴 동물을 찾아냈다.

  인간의 아기. 비눗방울 처럼 나약한 존재라고 나와있는 생물이, 대륙에서 가장 위험한 끝자락에 도달해 있었다.

  설마 방금 있던 것은 이 아이의 어미인가. 만약 그렇다면 어째서 혼자 도망쳤던 것인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묻고 그에 꼬리를 무는 또 다른 질문을 되묻는데, 그는 이상함을 알아챘다.

  마치 작은 밴시처럼 울어댄다고 알려져 있는 인간의 아이가,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고 팔다리를 버둥거릴 뿐이었다. 분명 입을 열고 무언가를 말하려 하는 듯 보이는 데, 숲에는 나뭇가지들이 나뒹구는 소리만 울려퍼질 뿐이었다. 그제서야 그는 이해했다. 그리고 믿기지 않는 참담한 현실에 입술을 깨물었다.

  이 아이는 본래 이곳에 있어야 하는, 빛이 닿지 못한 아이 구나.

  인간의 유일한 무기인 마법의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아이라, 벙어리로 태어난 목숨이라 이곳에 맡겨진 것인가. 인간의 잔혹함을 다시끔 알게되는 순간이었다.

  마물의 손으로는 겁만 먹겠지만, 이 작은 존재를 위로하고 싶어 그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상처로 뒤덮히고 흙이 잔뜩 묻은 보잘 것 없는 손이 더러움 한 점 없는 순수함에 닿았다.

  녀석은 지금 사태를 모르는 지,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건지 방실방실 웃는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입을 쉼없이 움직이며 무언가를 말하려 든다. 그 모습은 지금까지 이 고블린이 보아 온 것 중에서 가장 덧없고,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모두가 버린 이 녀석이 씩씩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고싶다.

  그 누구도 아닌 녀석이 되어버린 이후로 공허했던 마음에, 새로운 불길이 타오른다. 이 아이에게 애착을 느끼게 된 이유는 비슷한 처지라 여겨서 일까, 혹은 인간의 가죽을 뒤집어 쓰고 스스로를 인간이라 믿고싶기 때문일까. 그 또한 그렇게나 읽은 책이 많고, 생각한 것이 많은 데에도 결론을 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러고 싶다, 라고 고블린의 녹색 심장은 그리 말하고 있었다. 그는 다시 천으로 아기를 감싼 후 바구니를 든다. 이렇게나 작고 연약한 녀석인데, 한손으로 들기에는 나름 묵직했다. 손잡이를 다시 양손으로 고쳐 잡은 뒤 그는 숲속으로 사라졌다. 좀 더 볕이 들지 않는 곳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그곳에 고블린, 그리고 벙어리 인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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